아크테릭스가 중국회사였다고?

러닝화 한 켤레로 읽는 글로벌 스포츠 산업의 지각변동

2026.06.17 | 조회 1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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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ns
  ⓒ Arc'tery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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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션비즈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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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모두가 달리기 시작했다
  2. 나이키가 흔들리고 있다
  3. 안타(ANTA) : 중국 브랜드가 세계를 사는 방법
  4. 아크테릭스가 중국 회사라고?
  5. 궈차오 : 중국 소비자가 달라졌다
  6. 안타는 세계에서도 먹히는가
  7. 스포츠 브랜드 전쟁, 다음은

 


서울 주말, 도로가 막힌다

  ⓒ 공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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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러닝·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봄부터 가을까지 거의 매주다. "또 마라톤이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상이 됐다. 코로나 이후 취소됐던 대회들이 돌아오고,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이다 보니, 새로운 대회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런던, 뉴욕, 도쿄. 글로벌 주요 마라톤 대회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참가자가 돌아왔거나 초과했다. 세계 어디서나 달리는 사람이 늘었다. 이 러닝 붐이 스포츠 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중국 브랜드 안타(ANTA)가 있다. 중국 출장·여행 때 안타 러닝화를 사온 사람이 늘었다. 가격은 한국 러닝화의 절반 이하인데 품질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 이 회사, 알고 보면 아크테릭스와 살로몬을 소유하고 있다.


모두가 달리기 시작했다

  ⓒ AI제작, 네이버블로그(https://blog.naver.com/sonjh0415/224249689618)  
  ⓒ AI제작, 네이버블로그(https://blog.naver.com/sonjh0415/224249689618)  

러닝이 일상이 된 이유

코로나가 터닝포인트였다. 헬스장 문이 닫히면서 야외 운동이 대안이 됐다. 마스크 쓰고 달리는 사람들이 거리를 채웠다. 엔데믹 이후 그 흐름이 멈추지 않았다.

 

SNS가 러닝 문화를 바꿨다. 오늘 달린 거리를 올리고, 인스타그램에 러닝 사진을 찍는다. 러닝 크루에 들어가면 운동도 하고 사람도 만난다. 서울에만 수십 개의 러닝 크루가 생겼다. 달리는 행위가 라이프스타일이 됐다.

 

패션도 합류했다. 호카(HOKA)의 두꺼운 쿠셔닝 솔, 온러닝(On)의 클라우드 디자인은 운동화를 넘어 패션 아이템이 됐다. 러닝화를 신고 카페를 가고 데이트를 한다. '러닝코어'라는 패션 장르가 생겼다.

 

러닝화 시장의 크기

글로벌 러닝화 시장은 2024년 약 457억 달러(약 63조 원) 규모다. 2035년까지 73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 전망된다. 연평균 4.3% 성장이다. 한국 시장은 공식 통계가 없지만, 2023~2025년 사이 스포츠 플랫폼에서 러닝 카테고리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는 업계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러닝화뿐 아니라 러닝 의류, 시계, 보충제까지 동반 성장하고 있다.


나이키가 흔들리고 있다

  ⓒ 한국경제 기사  
  ⓒ 한국경제 기사  

수치로 보는 위기

나이키 FY2024(2024년 5월 결산)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0% 감소했다. 이익은 44% 급감했다. 나이키 역사에서 이례적인 수치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직접 판매 채널인 나이키 다이렉트 매출이 8% 줄었다. 디지털 판매는 7% 감소했다. 중국 시장 수요가 약해졌고, 재고가 쌓이면서 할인 판매가 늘었다. 마진이 무너졌다.

 

전략적 실수도 있었다. 나이키는 2020년대 초반 도매 채널(백화점, 스포츠 매장)을 줄이고 자사 앱과 직판 채널에 집중하는 전략을 폈다. 그런데 이게 역효과였다. 오프라인에서 나이키가 빠진 자리를 호카, 온러닝, 뉴발란스가 채웠다.

 

치고 올라온 브랜드들

   ⓒ runningterritory 인스타그램
   ⓒ runningterritory 인스타그램

호카(HOKA)
: 데커스 브랜즈 산하 브랜드다. 두꺼운 미드솔이 특징인 맥시멀 쿠셔닝 러닝화로 장거리 러너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2024년 매출이 약 20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했다.

 

온러닝(On Running)
: 스위스 브랜드다. 클라우드텍이라는 독특한 밑창 구조로 차별화했다. 2026년 1분기 기준 최근 12개월 매출이 약 33억 스위스프랑이다. 페더러가 공동창업자로 참여해 화제가 됐다.

 

뉴발란스(New Balance)
: 2024년 글로벌 매출 78억 달러. 2023년 65억 달러에서 20% 성장이다. 4년 연속 20%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990, 2002R 같은 클래식 실루엣이 패션 시장에서 다시 뜨면서 러닝 성능과 라이프스타일 양쪽을 잡았다.

 

아디다스
: 나이키와 반대로 회복세다. 2024년 매출 236.8억 유로, 전년 대비 11% 성장.
삼바, 가젤 같은 클래식 스니커 인기와 이지 재고 정리 효과가 맞물렸다.

 

나이키의 독주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 완전한 붕괴는 아니다. 여전히 글로벌 최대 스포츠 브랜드다. 그러나 러닝, 라이프스타일, 중국 시장에서 지배력이 분명히 약해지고 있다.


안타(ANTA) : 중국 브랜드가 세계를 사는 방법

  ⓒ ANTA  
  ⓒ ANTA  

진장의 신발 공장에서

1970년대 초, 중국 푸젠성 진장. 딩스중(丁世忠)은 어린 시절부터 친척이 운영하는 신발 공장에서 물건을 떼다 파는 일을 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운동화 유통 사업을 시작했고, 1991년 자체 브랜드 ANTA를 만들었다.

처음엔 3·4선 도시 타깃의 저가 운동화 브랜드였다. 2000년대 들어 중국 대표팀 스폰서십을 시작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거치며 대중적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2007년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그게 전부였다면 안타는 지금 이 글에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멀티브랜드 전략의 시작

안타가 달라진 건 인수합병이다.

  ⓒ 출처 : M&A Center  
  ⓒ 출처 : M&A Center  

2009년, 안타는 FILA의 중국·홍콩·마카오 사업권을 인수했다. 당시만 해도 중국에서 FILA는 잊혀가는 브랜드였다. 안타는 이 브랜드를 "이탈리아 헤리티지를 가진 프리미엄 패션 스포츠 브랜드"로 재정의하고, 1선 도시 쇼핑몰과 백화점을 공략했다. 가격대를 올리고, 골프·테니스·키즈 라인을 붙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FILA China는 2023년 매출 251억 위안(약 3.5조 원)을 기록했다. 안타 그룹 전체 매출의 40%에 달한다. 6억 위안(약 840억 원) 안팎으로 샀다는 사업권이 그룹의 핵심 성장 엔진이 됐다.

 

안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일본 데상트와 합작해 Descente China를 만들었다. 한국 코오롱스포츠와 합작해 Kolon Sport China를 만들었다. 여성 애슬레저 브랜드 MAIA ACTIVE를 인수했다. ANTA(중저가)→FILA(프리미엄)→Descente·Kolon(하이엔드 아웃도어)으로 이어지는 브랜드 피라미드를 완성했다.

 

그리고 2019년, 진짜 승부수를 뒀다.


아크테릭스가 중국 회사라고?

  ⓒ Arc'teryx
  ⓒ Arc'teryx

아크테릭스(Arc'teryx)를 아는 사람들은 이 질문에 의아해한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만들어진 하이엔드 아웃도어 브랜드. 고어텍스 재킷 하나에 100만 원이 넘는 가격. 등산, 클라이밍, 스키를 진지하게 하는 사람들이 쓰는 브랜드. 그런데 이 브랜드의 최대주주가 안타다.

 

아머스포츠 인수

  ⓒ AMER SPORTS  
  ⓒ AMER SPORTS  

2019년, 안타는 핀란드 스포츠 지주사 아머스포츠(Amer Sports)를 인수하는 컨소시엄을 이끌었다. 인수금액은 약 46억 유로(약 7조 원)다. 컨소시엄에는 안타 외에 텐센트, 룰루레몬 창업자 칩 윌슨(개인 투자사 Anamered Investments)이 참여했다.

 

아머스포츠 산하에는 아크테릭스, 살로몬(Salomon), 윌슨(Wilson), 피크퍼포먼스(Peak Performance), 아토믹(Atomic) 등이 있었다.

 

한 번의 딜로 안타는 글로벌 아웃도어 시장의 핵심 브랜드를 전부 손에 넣었다.

 

  ⓒ 패션비즈 기사  
  ⓒ 패션비즈 기사  

인수 이후의 성장

안타 인수 이후 아머스포츠 브랜드들은 빠르게 성장했다.

2023년 아머스포츠 연차보고서에서 아크테릭스, 살로몬, 윌슨 세 브랜드 모두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2024년에는 아크테릭스가 매출 20억 달러를 넘어섰다. 전년 대비 36% 성장이다.

 

아머스포츠는 2024년 2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티커 'AS'로 상장했다. 공모가 13달러, 공모 규모 약 13.7억 달러였다. 현재 시가총액은 약 196억 달러(약 27조 원) 수준이다.

 

안타는 IPO 이후에도 아머스포츠 지분 약 52.7%를 유지하며 최대주주를 지키고 있다.

 

왜 사는 방식을 택했는가

안타가 처음부터 직접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 수는 없었다. 중국 브랜드에 대한 글로벌 소비자의 신뢰가 없었고, 수십 년 쌓인 브랜드 헤리티지를 단기간에 만들 수도 없었다.

 

대신 이미 신뢰받는 브랜드를 샀다. 아크테릭스는 캐나다 브랜드다. 살로몬은 프랑스 브랜드다. 소비자들은 이 브랜드를 살 때 안타를 떠올리지 않는다. 안타는 후방에서 자본·공급망·중국 유통망을 지원하고, 브랜드의 얼굴은 그대로 유지했다.


궈차오 : 중국 소비자가 달라졌다

  ⓒ 시사저널e  
  ⓒ 시사저널e  

신장 면화 불매운동

2021년 3월,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신장 지역 강제노동 의혹에 관련된 BCI(Better Cotton Initiative) 성명에 동참하면서 중국에서 대규모 불매운동이 터졌다.

 

나이키 중국 매출 성장률이 급락했다. 아디다스도 마찬가지였다. 그 빈자리를 안타와 리닝이 채웠다. 2023~2024년 들어 불매 강도는 다소 약해졌고, 나이키 신제품이 여전히 품절되는 사례도 나온다. 완전한 퇴출이 아니라 점유율 하락과 경쟁 심화다.

 

국산이 힙해졌다

궈차오(国潮). 중국 소비자들이 자국 브랜드와 중국 문화에 자부심을 느끼며 이를 적극 소비하는 트렌드다. 2018년 이후 본격화됐다.

 

리닝은 뉴욕패션위크에 중국 한자 로고를 새긴 제품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안타는 중국 국가대표팀 공식 파트너십을 적극 활용했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중국 선수단 유니폼을 공급했다.

 

중국 정부도 지원했다. 14차 5개년 규획(2021~2025)에서 스포츠 산업을 전략 육성 분야로 지정하고 2025년까지 스포츠 산업 총 생산액 5조 위안 목표를 제시했다.

 

내수 시장의 크기가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다. 중국 스포츠웨어 시장은 2023년 약 4,926억 위안(약 90조 원) 규모다. 이 시장만 잘 지켜도 글로벌 3~5위권 매출이 나온다.


안타는 세계에서도 먹히는가

 

안타 본 브랜드(ANTA 로고)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이 낮다. 한국에서도 이마트·온라인 일부 채널에서 저가 러닝화로 판매되고 있지만 대중적 인지도는 아직 낮은 편이다.

 

안타의 전략은 ANTA 로고를 직접 글로벌에서 키우는 게 아니다. 아머스포츠·FILA·데상트 같은 이미 신뢰받는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안타는 그 뒤에서 운영한다.

브랜드포지션주 타깃 시장
ANTA중저가 퍼포먼스중국 2·3·4선 도시
FILA China프리미엄 패션 스포츠중국 1선 도시, 아시아 일부
Descente, Kolon하이엔드 아웃도어·스키중국 프리미엄
Arc'teryx글로벌 최상위 아웃도어북미·유럽·한국·일본
Salomon트레일러닝·스키·하이킹글로
Wilson테니스·농구·야구 장비글로벌

한국 소비자는 이미 안타 그룹의 제품을 사고 있다. 아크테릭스 재킷을 입고, 살로몬 트레일화를 신고, FILA 스니커를 신는 사람들이 그렇다. 다만 그게 안타 산하라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안타의 세계 진출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브랜드를 사고, 그 브랜드로 팔고, 안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장한다.


스포츠 브랜드 전쟁, 다음은

러닝 붐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 도시 인프라의 발전, SNS 문화, 패션과의 결합. 이 요소들은 구조적이다. 달리는 사람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 결과 스포츠 브랜드 시장의 판이 바뀌고 있다.

 

나이키는 여전히 1위지만 전략을 수정 중이다. 줄였던 도매 채널을 다시 늘리고 있다. 혁신 제품 출시에 다시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아디다스는 삼바와 가젤 덕분에 회복했지만, 이 클래식 스니커 인기가 언제까지 갈지 아무도 모른다.

 

호카, 온러닝, 뉴발란스는 올라가고 있다. 시장의 다극화가 진행 중이다.

 

안타는 중국에서 이미 이겼고, 글로벌에서는 아직 진행 중이다. 아크테릭스와 살로몬이 계속 성장하면, 안타는 ANTA 브랜드 없이도 글로벌 3~5위권 스포츠 그룹으로 자리 잡는다.

 

중국에서 사온 러닝화 한 켤레 안에 이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스포츠 산업의 무게중심이 움직이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매출 정리]

브랜드/그룹기준연도매출 (달러 환산)
나이키FY2024약 516억 달러
아디다스2024약 256억 달러 (236.8억 유로)
안타 그룹2023약 97억 달러 (623.6억 위안)
아머스포츠2023약 44억 달러
뉴발란스2024약 78억 달러
퓨마2024약 95억 달러 (88.2억 유로)
온러닝LTM 2026년 1분기약 37억 달러 (33억 스위스프랑)
호카2024약 20억 달러 (추정)

환율 기준: 1유로=1.08달러, 1위안=0.138달러, 1스위스프랑=1.12달러 (2024년 연평균 기준 추정)


본 글의 수치는 안타 스포츠 공식 IR 자료 및 보도자료, 아머스포츠 연차보고서(2023·2024), 나이키·아디다스·퓨마 연차보고서, On Holding 공시, Transparency Market Research, Statista 및 WSJ·FT·조선비즈 등 주요 언론 보도(2023~2026년 기준)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안타 2024년 실적 세부 수치, 브랜드별 점유율, 호카 정확 매출은 일부 비공개로 추정치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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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덤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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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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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덤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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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17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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