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는 홈플러스를 어떻게 무너뜨렸는가

인수 10년, 세일앤리스백이라는 이름의 자산 사냥

2026.07.27 | 조회 60 |
4
|
from.
Hyns
첨부 이미지
ⓒ 사진 : 머니투데이, 헤럴드경제 기사
ⓒ 사진 : 머니투데이, 헤럴드경제 기사

목차

 

  1. 사모펀드가 마트를 산다는 것 : MBK는 누구인가
  2. 매장을 팔고, 다시 세를 냈다 : 세일앤리스백의 정체
  3. 등급 강등을 알고도 팔았다 : ABSTB 사기 의혹
  4. 회생절차, 그리고 폐지 : 1만 2,000명의 벼랑 끝
  5. 17일 만의 반전 : 메리츠의 2,000억 원
  6. 반복되는 패턴 : 이 사태가 남긴 것

 


17일 만에 뒤집힌 결정

  ⓒ Instagram(@instahotple)  
  ⓒ Instagram(@instahotple)  

2026년 7월 3일,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회생절차가 폐지됐다는 건 살릴 방법을 못 찾았다는 뜻이다. 사실상 청산이다. 국내 대형마트 2위였던 회사가 그렇게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그런데 17일 후인 7월 20일, 상황이 다시 뒤집혔다.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이 긴급 운영자금 2,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법원이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 승인 기한을 9월 4일까지 연장했다.

 

이 롤러코스터의 중심에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있다.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10년, 이 회사가 무슨 일을 했는지 살펴보자.


사모펀드가 마트를 산다는 것 : MBK는 누구인가

  ⓒ 아주경제 기사  
  ⓒ 아주경제 기사  

MBK파트너스는 2005년 설립된 북아시아 전문 바이아웃 사모펀드(PEF)다. 창업자 김병주는 미국 칼라일그룹 아시아 총괄 출신이다. 서울·베이징·상하이·홍콩·도쿄에 사무소를 두고, 20년간 81건의 투자를 집행했다. 2024년 기준 운용자산(AUM)은 약 330억 달러, 원화로 약 49조 원 규모다.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은 대개 차입매수(LBO, Leveraged Buyout)다. 인수 대금의 상당 부분을 빚으로 조달하고, 인수한 회사의 자산과 현금흐름으로 그 빚을 갚아나가는 방식이다.

 

2015년, 테스코가 홈플러스를 매각했다. 테스코는 영국 본사의 재무위기(순부채 85억 파운드, 연금부채 39억 파운드)로 해외 자산을 정리해야 했고, 홈플러스가 그 대상이 됐다. MBK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싱가포르 테마섹과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에 나섰다.

 

인수 총액은 7조 2,000억 원. 이 중 약 4조 3,000억 원을 국내 4개 은행에서 차입했다. 나머지 2조 9,000억 원가량이 MBK와 컨소시엄의 자기자본이었다. 대략 60%가 빚, 40%가 자기자본인 전형적인 LBO 구조였다.

 

당시 홈플러스는 하이퍼마켓 140개, 슈퍼마켓 375개, 편의점 327개 등 총 800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하는 국내 2위 대형마트였다.


매장을 팔고, 다시 세를 냈다 : 세일앤리스백의 정체

첨부 이미지

인수 직후부터 MBK는 매장을 현금으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다.

 

2016년, MBK는 김포·수원·김해·동대문·가좌 등 홈플러스 매장 5곳을 매각했다. 매각과 동시에 15년 장기 임대 계약을 맺어 같은 자리에서 계속 영업을 이어갔다. 이 거래로 약 7,000억 원을 조달했다.

 

이게 세일앤리스백(Sale and Leaseback)이다.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을 팔고, 그 자리를 다시 빌려서 쓰는 방식이다. 파는 순간 목돈이 들어온다. 그런데 그다음부터는 매달 임대료를 내야 한다.

 

과거엔 홈플러스가 매장 건물의 주인이었다. 감가상각비와 재산세 정도만 부담하면 됐다. 세일앤리스백 이후엔 매달 고정 임대료가 나가는 구조로 바뀌었다. 매출이 줄어도 임대료는 그대로 나간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은 인수 당시 빌린 4조 3,000억 원의 상환에 쓰였다. 회사를 살 때 진 빚을, 회사의 부동산을 팔아서 갚은 셈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와 여러 언론은 이 시점부터 홈플러스가 온라인 유통 전환에 뒤처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쿠팡이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 홈플러스는 점포 리뉴얼과 온라인 인프라 투자 대신 자산매각과 부채 상환에 집중했다. 단기 재무구조 개선이 중장기 경쟁력보다 우선순위에 있었다.


등급 강등을 알고도 팔았다 : ABSTB 사기 의혹

  ⓒ 조선비즈 기사  
  ⓒ 조선비즈 기사  

2025년 2월 28일, 국내 신용평가사가 홈플러스의 단기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한 단계 낮췄다. 등급이 떨어지면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고, 이미 발행된 채권의 신뢰도도 흔들린다.

 

문제는 그 전이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월 25일 오후 신용평가사로부터 등급 하향 가능성을 사전 통보받았다. 그런데 같은 날, 820억 원 규모의 전자단기사채(ABSTB)를 추가로 발행했다. 2월 한 달 발행액은 총 1,518억 원으로, 최근 2년 중 최고치였다.

 

ABSTB(Asset-Backed Short-Term Bond)는 카드매출채권 같은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만기 3개월 이하의 단기 채권이다. 신용등급이 좋으면 안정적인 단기 상품이지만, 발행사 신용이 급격히 나빠지면 원금을 못 받을 위험이 커진다.

 

등급 강등 통보를 받고도 이걸 알리지 않은 채 채권을 발행했다면, 투자자를 속인 셈이 된다. 이 의혹으로 신영증권·하나증권 등 여러 증권사가 2025년 3월 31일 MBK와 홈플러스 경영진 자본시장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피해 규모는 총 4,019억 원으로 추산된다. 검찰은 이 중 1,164억 원어치 채권에 사기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2026년 1월 기준, 검찰은 김병주 회장 등 주요 인사를 사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긴급 현안질의에도 김병주 회장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고 서면답변만 제출했다. 김광일 부회장, 홈플러스 공동대표 등이 대신 증인으로 나왔다.


회생절차, 그리고 폐지 : 1만 2,000명의 벼랑 끝

  ⓒ 조선일보 기사  
  ⓒ 조선일보 기사  

등급 강등 직후인 2025년 3월 4일 자정,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법원은 같은 날 오전 11시, 곧바로 개시를 허가했다. 법원은 이를 선제적 구조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지급불능 상태는 아니지만, 5월쯤 현금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미리 회생절차를 밟는다는 취지였다.

 

이후 1년 넘게 회생계획이 논의됐다. 하이퍼마켓을 67개로 줄이고, 슈퍼마켓 사업(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을 매각하는 구조조정안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회생계획을 실행하려면 최소 2,000억 원의 신규 운영자금(DIP 금융)이 필요했고, 이 돈을 구하지 못했다.

 

2026년 7월 3일, 법원은 결국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두 차례나 승인 기한을 연장했지만, MBK와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 간 책임 공방만 이어지고 자금 조달 전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결정의 무게는 사람 숫자로 나타난다. 홈플러스는 2015년 인수 당시 약 2만 명 규모였던 직원이, 구조조정을 거쳐 2026년 7월 기준 약 1만 2,000명까지 줄어든 상태였다. 파산하면 이 1만 2,000명이 일자리를 잃는다. 간접고용까지 합치면 1만 3,000~1만 5,000명의 생계가 걸려 있었다.

 

협력업체 피해도 컸다.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약 150개 공급업체의 미지급 대금은 업체당 평균 7억 7,000만 원, 총 1,155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노동조합은 51일간 단식농성을 벌이며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을 요구했다. "10년간 자산을 팔아 이익을 챙긴 뒤, 회사가 망할 위기에 처하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었다.


17일 만의 반전 : 메리츠의 2,000억 원

  ⓒ 메리츠 타워 사진, 동아일보 기사  
  ⓒ 메리츠 타워 사진, 동아일보 기사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나온 지 17일 만에 상황이 다시 바뀌었다.

2026년 7월 20일, 메리츠금융그룹이 주도하는 2,000억 원 규모의 DIP 자금 지원이 확정됐다. 법원은 이 소식을 근거로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 승인 기한을 9월 4일까지 다시 연장했다.

 

메리츠금융이 이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계산이 있다. 메리츠는 이미 홈플러스 점포 62개를 신탁 담보로 확보하고 있어서, 파산하더라도 담보권 실행으로 자산을 회수할 수 있는 위치였다. 그럼에도 회생에 자금을 대기로 한 건, 파산 청산가치보다 회생 후 회수 가능성이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비슷한 시기, MBK는 일본 요양업체 쓰쿠이를 매각해 약 2조 원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 자금 중 일부가 홈플러스 회생 지원에 쓰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정확한 사용처는 공개되지 않았다.

 

지금 시점에서 최종 결론은 나지 않았다. 9월 4일까지 회생계획안이 채권자와 법원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다시 회생절차 폐지와 파산 수순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 3개월을 "홈플러스 생존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표현한다.


반복되는 패턴 : 이 사태가 남긴 것

첨부 이미지

홈플러스와 똑같은 이야기가 미국에도 있었다.

 

토이저러스는 2005년 베인캐피탈·KKR 컨소시엄에 약 66억 달러로 인수됐다. LBO 구조였다. 이후 이자 부담과 아마존발 온라인 경쟁 속에서 점포 투자를 제대로 못 하다가, 2017년 챕터11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2018년 대부분의 매장이 문을 닫았다.

 

시어스도 비슷하다. 헤지펀드 운용자 에디 램퍼트가 이끄는 ESL 인베스트먼트가 경영권을 쥔 뒤, 부동산 자산을 별도 법인(리츠)으로 분리해 매각했다. 본사에는 높은 임대료와 부채만 남았다. 2018년 파산했다.

 

패턴은 같다. 빚으로 회사를 산다. 회사가 가진 부동산을 팔아 그 빚을 갚는다. 팔린 부동산은 다시 임대료를 내야 하는 짐이 된다. 온라인 경쟁이 심해지는데 이 회사들은 정작 온라인 투자를 하지 못한다. 결국 파산한다.

 

한국은 이런 상황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는 대형 LBO 시 고용·노동자 보호를 위한 정보공시나 협의 절차를 요구하지만, 한국의 자본시장법은 PEF의 등록과 투자자 보호에 집중돼 있을 뿐, 피인수 기업의 고용이나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는 다루지 않는다.

 

홈플러스 사태 이후 국회에서는 신용등급 강등이나 회생·파산 계획을 사전에 인지한 상태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대형 유통기업을 인수한 사모펀드가 자산매각과 구조조정에 나설 때 노동자와 협력업체를 보호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지 10년. 이 기간 동안 회사는 자산을 팔아 돈을 만들었고, 그 돈으로 빚을 갚았고, 남은 자리에는 높은 임대료와 온라인 경쟁에서 뒤처진 사업 구조만 남았다. 9월 4일, 이 이야기가 회생으로 끝날지 청산으로 끝날지가 결정된다.


[용어 정리]

용어설명
사모펀드(PEF)소수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아 기업을 인수·경영한 뒤 매각해 수익을 내는 폐쇄형 펀드
차입매수(LBO)인수 대금의 상당 부분을 빚으로 조달하고, 인수한 회사의 자산·현금흐름으로 갚는 인수 방식
세일앤리스백보유 자산(부동산 등)을 매각한 뒤, 같은 자산을 다시 장기 임대해 계속 사용하는 거래 구조
ABSTBAsset-Backed Short-Term Bond. 매출채권 등을 담보로 발행하는 만기 3개월 이하 단기채권
DIP 금융Debtor-in-Possession Financing. 회생절차 중인 기업에 제공하는 긴급 운영자금
견련파산본 기업의 파산·회생이 연관 기업(협력사·SPC 등)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지는 현상

본 글의 수치는 서울회생법원 공고, 금융감독원 발표 자료, 테스코·MBK파트너스 공식 발표, 연합뉴스·SBS·조선비즈·아주경제·매일경제 등 주요 언론 보도(2015~2026년 기준)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이 사안은 2026년 9월 4일까지 회생계획 승인 여부가 결정되는 진행 중인 사건으로, 이후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ABSTB 사기 혐의는 현재 검찰 수사 중이며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늘 뉴스레터는 어떠셨나요?

https://forms.gle/s5TGEerct9qaz5SX7

 

위 폼을 통해 피드백을 남겨주세요.

피드백을 반영해 더 나은 컨텐츠로 보답하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도대체 왜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4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두덤두의 프로필 이미지

    두덤두

    1
    6일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 두덤두의 프로필 이미지

    두덤두

    1
    6일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다른 뉴스레터

© 2026 도대체 왜

브랜드는 어떻게 확장하고, 상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메일리 로고

도움말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2-31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