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가 4차원이냐고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죠.

수학에서의 '차원' 개념에 대해 알아 봅니다.

2023.07.15 | 조회 1.29K |
3
|

페퍼노트

당신의 삶에 양념 같은 지식을! '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 할 때 '그런 것'들을 전해 드립니다.

일상에서 수학 용어를 접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이 용어들은 수학적 의미와 다르고 때로는 틀리기까지도 합니다. 예를 들어 월드컵 조별 예선 때면 '경우의 수'를 구한다고 말하며 실제로는 '경우'를 따져 보는 기사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 확률은 0으로 수렴한다'라고 말하는 경우를 잘 들어보면 '그 확률은 0에 가깝다' 정도의 의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의미가 어긋나는 것 뿐 아니라 음절 수도 오히려 늘어나 비효율적으로 보입니다.

'차원'이라는 단어의 경우, 수학에서 사용하는 의미의 명료함에 비해 오히려 대중에게 혼란스러운 개념으로 받아들여지는 듯 합니다. 제 짐작으로는 각종 교양서나 강연 등에서 흥미를 불러 일으키기 위해 차원 개념의 신기한 모습을 부각한 것이 오히려 혼란을 만들어낸 게 아닌가 싶습니다. 4차원에서 일어나는 일을 3차원에선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든지, 4차원의 존재가 이동하면 3차원에선 갑자기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든지 하는 설명이 차원에 신비로운 이미지를 부여하는 듯 합니다.

수학에서의 차원은 (수학의 모든 개념들이 그렇듯이) 명료하고, 신비주의적인 요소는 없습니다. 쉽게 풀어 얘기하면, 우리가 관심 갖는 현상을 기술하는데 필요한 축들이 차원입니다. 축이 3개 필요하면 3차원, 축이 4개 필요하면 4차원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시각적으로 이해하려 들다 보니 더욱 헷갈리게 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해하는 공간은 축이 3개 있기 때문에 3차원까지는 시각적 이해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4차원부터는, 네번째 축을 어떻게 그려야 할 지 시각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가로, 세로, 높이가 그렇듯이 다른 축들과 수직으로 만나는 4번째 축이 있다고 추상적으로 생각할 수만 있다면, 꼭 그림으로 그려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순만 안 생긴다면, 추상적인 5번째, 6번째 축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가속도를 나타내는 단위가 m/s^2인데, '초의 제곱'이라는 게 뭔지 감각적으로 와닿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거리를 시간으로 나누고(속도) 그것을 다시 시간으로 나눴으니, 거리를 시간의 제곱으로 나눈 것과 같다고 추상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공간에 도저히 4번째, 5번째 축을 못 그으시겠어도 추상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6차원 지뢰찾기를 플레이하는 영상입니다. 우리가 흔하게 하는 2차원 지뢰찾기의 경우 인접한 3^2-1개의 칸에 놓인 지뢰의 개수를 알려주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3^6-1개의 칸에 놓인 지뢰의 개수를 보고 지뢰찾기를 한다 생각할 수 있습니다. 모순이 발생하지 않으니 6차원 상에서 지뢰찾기도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습니다.

초끈이론에서는 11차원으로 세상을 설명한다고 합니다. 저는 초끈이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릅니다만, 물리적 현상들을 기술하려다 보니 축이 11개나 필요하구나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이렇게 차수가 높은 대상을 다룰 땐 행렬을 사용하므로, 초끈이론 관련 연구를 한다면 11×11 행렬을 많이 쓰겠구나 짐작해 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지, 초끈이론에서 각 차원이 물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관련 공부를 하신 구독자 분께서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각 축의 의미가 꼭 가로, 세로, 높이 같은 공간적인 것이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온도, 습도에 따른 제 스트레스 정도(올 여름 쉽지 않네요)를 연구한다면, 온도와 습도 두 독립적인 축 위에 종속된 제 스트레스 정도를 표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필요한 차원은 온도, 습도 단 2개, 즉 2차원이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몇 차원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도 관심 갖고 기술하고자 하는 대상이 무엇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방 안의 물건 배치를 기술하고 싶다면 공간의 3축이 필요할 것이고, 축구 경기를 묘사하고자 한다면 공간 2축(높이에도 굳이 관심을 갖는다면 3축이 되겠습니다)과 시간 1축이 필요할 것입니다. 디멘터가 간섭하는 퀴디치 경기를 묘사한다면 공간 3축과 시간 1축, 디멘터의 간섭을 나타내는 축 1개까지 5차원의 기술이 필요하겠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가로, 세로, 높이, 시간, 4차원으로 되어 있답니다.'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다면, 그렇게 4개의 축으로 무언가를 기술하고자 하는 사람의 말을 들으신 겁니다. 아마도 상대성 이론을 기술할 때 사용하는 민코프스키 시공간이라는 모델이 이 4차원을 사용하고, 이것을 만화나 영화 등에서 곧잘 가져다 쓰기 때문에 익숙해지셨을 것입니다. 앞서 초끈이론의 11차원과 같이, 어떤 관점에서 어떤 것을 기술하고자 하는가에 따라 몇 차원인지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페퍼노트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3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페퍼노트

    0
    10 months 전

    실수로 이메일 발송 시 영상 삽입이 누락되었습니다. 웹에서는 수정되었습니다. 6차원 지뢰찾기 영상은 https://youtu.be/EEvoFdIuHMk 이 주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ㄴ 답글
  • ㅇㅇ

    1
    10 months 전

    이거 읽다가 상대성이론 길이 수축까지 검색해서 읽고 있는 나,,,

    ㄴ 답글 (1)

© 2024 페퍼노트

당신의 삶에 양념 같은 지식을! '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 할 때 '그런 것'들을 전해 드립니다.

뉴스레터 문의 : pppr.note@gmail.com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070-8027-2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