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말에겐 왜 얼룩무늬가 있을까요?

괜히 눈에만 잘 띄는 약점 아닐까요?

2024.03.17 | 조회 9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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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노트

당신의 삶에 양념 같은 지식을! '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 할 때 '그런 것'들을 전해 드립니다.

얼룩말에 관해서는 재밌는 사실들이 많습니다. 얼룩말에는 사실 3가지 종이 있다든지, 말 또는 당나귀와 잡종을 만들 수 있다든지, 교미 시에 정액량이 1L가 넘는다든지 하는 것들입니다.

그렇지만 역시 얼룩말하면 가장 흥미로운 건 그 줄무늬입니다. 생각해 보면 사바나에 사는 얼룩말에게 희고 검은 무늬가 있다는 것은 이상합니다. 사자 같은 포식자가 어슬렁거리는 환경에서 지나치게 눈에 잘 띄는 색과 무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바나 환경에서 흰색과 검은색의 무늬를 가진 돌연변이가 태어났다면 진작에 사자 밥이 됐어야 할 것 같은데, 얼룩말은 어떻게 사바나에서 번성할 수 있었던 걸까요? 얼룩무늬에는 눈에 잘 띈다는 단점을 극복할 정도의 대단한 장점이 있는 걸까요?

사바나가 아니라 오히려 냉대 지방에 살았다면 보호색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 인스타그램 @hevin_aug7
사바나가 아니라 오히려 냉대 지방에 살았다면 보호색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 인스타그램 @hevin_aug7

첫번째 가설: 성선택

어떤 동물이 거추장스러운 특징을 갖고 있다면 대개는 성선택으로 설명이 됩니다. 공작의 화려한 깃털이나 사자의 갈기, 인간의 경우에는 여성의 큰 유방이 이에 해당합니다. 사냥이나 도주에 해가 되는 특성이어도 이성에게 매력으로 작용한다면 오히려 번식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찰스 다윈도 얼룩말의 무늬에 대해 궁금증을 가졌는데, 그는 이 역시 성선택에 의한 결과일 것이라 짐작했습니다. 무늬가 이성에게 매력적인 특성이었을 것이라 추측한 것입니다. 앞서 예시로 든 공작의 깃털, 사자의 갈기, 인간의 유방의 경우 한 성별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인데 비해 얼룩말의 무늬는 양쪽 성에서 모두 나타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만, 다윈으로서는 더 나은 가설이 없었습니다.

두번째 가설: 보호색

반면 알프레드 러셀 월리스(다윈과 진화론을 공동 발표한 인물입니다.)는 얼룩말의 무늬가 보호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밤에는 어차피 색이 잘 구분되지 않으니 풀 숲에 숨어 있으면 사냥감인지 뭔지 알기가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가설은 후대 학자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사자와 같은 아프리카의 맹수들은 인간만큼 색을 잘 구분하는 편이 아니라고 합니다. 얼룩말이 사는 더운 지역에서는 아지랑이가 일기 때문에 그 무늬가 더 혼란스럽게 보일 수 있습니다. 얼룩말은 무리지어 살기 때문에 무늬들이 겹쳐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그렇지만 얼룩말은 천적을 만났을 때 보호색을 써서 숨기보다는 빨리 달려 도망치는 편입니다. 무엇보다도 사자가 얼룩말을 잘만 잡아 먹는 걸 보면, 그다지 무늬 때문에 혼란을 느끼는 것같지는 않습니다.

세번째 가설: 대 체체파리 전략

두 가설 다 시원한 설명을 못하고 있던 1930년, 새로운 가설이 등장합니다. 얼룩말의 무늬가 체체파리를 쫓아준다는 가설입니다. 체체파리는 아주 치명적인 병을 옮기는 아프리카의 파리입니다. 왜인지 모르게 체체파리는 얼룩무늬 위에는 좀처럼 앉지 못합니다. 아래 이미지는 1981년 논문에서 가져온 것인데, 트롤리 위에 흰 판, 검은 판, 줄무늬 판을 각각 놓고 실험을 해봤을 때 줄무늬 판 위에는 잘 앉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Jeffrey K. Waage, 「How the zebra got its stripes - biting flies as selective agents in the evolution of zebra coloration」
Jeffrey K. Waage, 「How the zebra got its stripes - biting flies as selective agents in the evolution of zebra coloration」

2019년에 말파리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파리들은 멀리서 날아왔다가도 얼룩무늬 앞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그대로 부딪히거나 날아갈 뿐 좀처럼 앉지 못했다고 합니다.

말에게 얼룩무늬 옷을 입혀서 실험 중입니다.
말에게 얼룩무늬 옷을 입혀서 실험 중입니다.

네번째 가설: 체온 조절

가장 최근의 가설은 체온 조절에 관한 것입니다. 자외선이 강한 곳에 사는 사람들의 피부색이 어두운 것처럼, 얼룩말 무늬의 선명도는 서식지의 기온과 가장 강한 상관 관계를 보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줄무늬로 뭘 어떻게 체온 조절을 한다는 걸까요?

흰 털은 빛을 반사하고 검은 털은 빛을 흡수해서, 얼룩말의 흰 털 부분과 검은 털 부분은 온도가 12~15도나 차이납니다. 이 온도 차이 때문에 얼룩말의 표면에는 작은 난기류가 발생합니다.

얼룩말도 땀을 흘리는데, 그 땀에는 latherin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이 성분은 땀의 표면장력을 감소시켜서 땀이 털 끝에서 증발하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얼룩말에게는 흰 털이 누워 있는 동안 검은 털만 세울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이 있습니다! 얼룩말은 평소 검은 털을 눕혀 열을 가두고 있다가, 필요에 따라 검은 털을 세워서 땀을 증발시킵니다. 이 때 앞서 말한 난기류로 인해 땀이 더욱 빨리 증발하고, 체온이 빠르게 조절됩니다.


같이 볼 링크

Jeffrey K. Waage, 「How the zebra got its stripes - biting flies as selective agents in the evolution of zebra coloration」 (논문 PDF)

Zebra stripes confuse biting flies, causing them to abort their landings

Do zebra stripes influence thermoregulation?

A new explanation for zebra stripes

Benefits of zebra stripes: Behaviour of tabanid flies around zebras and horses

The truth behind why zebras have stripes

유튜브 Zattwo ZVS 채널 얼룩말, 줄무늬의 놀라운 비밀 (feat. 검은털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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