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주식하는피터입니다.
오늘부터 새 시리즈를 하나 시작하려 합니다. 이름하여 <공급망 파헤치기>입니다.
주식 뉴스를 보면 "AI 데이터센터 투자", "반도체 공급망", "방산 수주" 같은 말이 쏟아지는데, 막상 "그래서 어떤 회사를 봐야 하지?" 하면 늘 아는 몇 종목에서 막히곤 합니다. 사실 산업 하나는 수십 개 회사가 단계별로 엮인 거대한 사슬이고, 그 연결을 알면 어떤 종목이 추가 수혜를 받을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산업을 하나씩 골라 그 사슬 전체를 노드 하나하나 따라가 볼 겁니다. 첫 번째 주제는 가장 크고 익숙한 반도체입니다.
회사가 워낙 많아서 다 다루진 못하지만, 단계마다 대표 회사를 예로 들며 "이 단계는 뭘 하는 곳인지"를 설명드려보겠습니다. (제가 만든 zoopeter.io의 반도체 공급망 지도를 같이 켜두시면 훨씬 쉽습니다.)

반도체를 크게 6개 단계(대분류)로 나누어보았습니다. 최대한 반도체칩이 만들어지는 순서대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1. 설계 / IP — 칩의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
칩을 직접 만들지 않고 설계도만 그리는 회사들입니다. 공장은 없고 두뇌만 파는 셈이죠. 여기서도 세 갈래로 나뉩니다.

① 팹리스 (Fabless) — 칩을 설계만 하고 생산은 남에게 맡기는 회사입니다.
- 엔비디아 (미국): AI 칩(GPU)의 절대강자. 우리가 쓰는 AI들이 이 회사 칩 위에서 돌아갑니다.
- AMD, 퀄컴, 브로드컴, 마블 테크놀로지 (미국): 각각 CPU, 모바일AP, 통신칩의 강자
- 텔레칩스, 어보브반도체, 칩스앤미디어, 제주반도체 (한국): 국내 대표 팹리스. 차량용, 가전용 반도체 등을 설계합니다.
② IP 라이센싱 — 칩 설계에 쓰이는 '레고 블록' 같은 기술을 파는 회사입니다.
- ARM (영국): 전 세계 모바일 칩 설계의 표준, 거의 모든 스마트폰 칩에 이 회사 기술이 들어갑니다.
③ EDA(설계 소프트웨어) — 칩을 설계할 때 쓰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 설계의 'CAD 프로그램'인 셈입니다.
- 시놉시스,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 (미국): EDA 양대 강자
2. 파운드리 — 설계도를 받아 대신 찍어주는 공장
팹리스가 그린 설계도를 받아 실제 칩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 TSMC (대만): 파운드리 세계 1위, 엔비디아, 애플,AMD 칩을 다 여기서 찍습니다. 사실상 현재는 독점에 가깝습니다.
- 삼성전자 (한국): TSMC를 추격하는 2위,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도 하려고 추진 중입니다.
- 인텔 (미국): 종합반도체 회사였으나 최근 파운드리 사업에 본격 진출하며 TSMC, 삼성을 추격 중입니다.
- 글로벌파운드리스, UMC (미국/대만): 최첨단은 아니지만 자동차, 산업용 칩을 안정적으로 생산
- DB하이텍 (한국): 국내 대표 중소형 파운드리
3. 메모리 — 데이터를 담는 그릇
정보를 저장하는 칩입니다. 한국이 세계 최강인 분야죠.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① DRAM — 컴퓨터가 작업할 때 잠깐 쓰는 빠른 메모리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국), 마이크론 (미국). 이 세 회사가 세계 시장을 사실상 나눠 갖고 있습니다.
② NAND —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남는 저장용 메모리(SSD 같은 것)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국), 샌디스크 (미국)
③ HBM — 요즘 AI 때문에 가장 뜨거운 고성능 메모리, DRAM을 여러 층 쌓아 만듭니다.
-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을 대면서 주목받았고,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추격 중입니다.
AI 서버 한 대에 이 HBM이 잔뜩 들어가기 때문에,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뉴스가 나오면 가장 먼저 봐야 할 단계가 바로 여기입니다.
4. 후공정 / 패키징 — 다 만든 칩을 자르고, 쌓고, 포장하는 단계
웨이퍼 위에 만들어진 칩을 잘라내고, 쌓아 붙이고, 포장하는 마무리 공정입니다. 예전엔 단순 조립 취급을 받았지만, AI 시대에는 핵심 공정으로 떠올랐습니다. HBM처럼 칩을 여러 층 정밀하게 쌓는 기술이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① 패키징 — 칩을 쌓고 포장하는 회사
- 하나마이크론, SFA반도체, 시그네틱스 (한국), 앰코테크놀로지, ASE (미국/대만)
② 후공정 장비 — 본딩, 패키징, 마킹, 커팅 등 후공정에 들어가는 장비
- 한미반도체(한국)는 AI용 HBM 본더로 유명해진 회사입니다. AI 붐의 대표 수혜주로 꼽혔죠.
- 프로텍도 다이본더, 디스펜서 등 후공정 장비 영역에서 함께 볼 수 있는 회사입니다.
- 이오테크닉스는 본더 장비라기보다는 레이저 마킹, 커팅 등 레이저 공정 장비 쪽에서 볼 수 있는 회사입니다.
③ 테스트 부품 — 검사 장비 안에서 칩과 장비를 전기적으로 연결해주는 소켓, 핀 같은 부품
- 리노공업, ISC, 마이크로컨텍솔(한국) 등이 이 영역에 있습니다. 장비 자체라기보다는 테스트 공정에 반복적으로 쓰이는 핵심 부품에 가깝습니다.
5. 소재 / 케미컬 — 재료를 대는 회사
반도체를 만들 때 들어가는 특수 가스, 화학약품, 기판 같은 재료를 공급하는 회사들입니다. 눈에 잘 안 띄지만 이게 없으면 공장이 멈추는, 사슬의 숨은 핵심이에요.

① 가스 / 케미컬 — 공정에 쓰는 특수 가스·화학약품
- 솔브레인, 후성, 원익머트리얼즈, 켐트로닉스, 이엔에프테크놀로지 (한국), 린데, 에어프로덕츠 앤드 케미컬스 (미국)
② 노광소재 — 빛으로 회로를 새기는 노광공정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입니다.
- 동진쎄미켐, 와이씨켐: 포토레지스트/감광재 관련 기업
- 에스앤에스텍: 노광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마스크, 블랭크마스크 관련 기업
- 에프에스티: 포토마스크를 보호하는 펠리클을 제조하는 기업
③ CMP 슬러리 — 칩 표면을 매끄럽게 갈 때 쓰는 연마제
- 케이씨텍 (한국), 캐보트 (미국)
④ 기판 / PCB — 칩을 올려놓는 받침판
- 이수페타시스, 대덕전자, 해성디에스, 심텍, 티엘비 (한국), AI 서버용 고다층 기판으로 주목받았습니다.
6. 장비 — 칩을 만드는 기계를 파는 회사
반도체 공장에 들어가는 제조 및 검사 기계를 만드는 회사들입니다. 장비 한 대가 수십억~수백억이라, 삼성, 하이닉스가 공장을 늘리면(투자를 늘리면) 가장 직접적으로 수혜를 받는 영역이죠. 장비 회사 중에는 후공정 장비도 있지만, 앞에서 패키징 단계와 함께 다뤘기 때문에 여기서는 웨이퍼 위에 회로를 만드는 전공정 장비와 검사 장비 중심으로 보겠습니다.

① 노광(빛으로 회로 새기기)
- ASML (네덜란드): EUV 노광 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드는 회사. 반도체 사슬에서 가장 강력한 독점 기업입니다.
② 식각 / 증착(깎고 입히기)
-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미국), 주성엔지니어링, 원익IPS (한국)
③ 검사(불량 걸러내기)
- KLA (미국), 인텍플러스, 테크윙, 파크시스템스 (한국)
- 그리고 지난 왕초보탈출 Ep.10에서 다뤘던 테크윙이 바로 이 검사 영역에 있습니다. 칩을 다 만든 뒤 불량을 집어 분류하는 테스트 핸들러를 만드는 회사죠. "삼성, SK하이닉스가 공장을 늘리면 검사 장비도 따라 들어간다"고 했던 게, 이 사슬 그림으로 보면 한눈에 이해됩니다.
요약 — 이걸 왜 알아야 할까?
| 단계 | 하는 일 | 대표 회사 |
|---|---|---|
| 설계/IP | 칩 설계도, 설계기술, 설계SW | 텔레칩스, 제주반도체, 엔비디아, AMD, ARM, 시놉시스 등 |
| 파운드리 | 설계도대로 칩 생산 | 삼성전자, DB하이텍, TSMC, 인텔 등 |
| 메모리 | 데이터 저장 칩(DRAM, NAND, HBM)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
| 후공정/패키징/테스트부품 | 칩 자르고 쌓고 포장, 최종 검사 | 한미반도체, 하나마이크론, 리노공업, ISC, 앰코 등 |
| 소재/케미컬 | 가스, 약품, 노광소재, 기판 | 솔브레인, 동진쎄미켐, 에스앤에스텍, 에프에스티, 이수페타시스, 린데 등 |
| 장비 | 제조, 검사 기계 장비 | 테크윙, 주성엔지니어링, ASML, KLA 등 |
이렇게 칩 하나 뒤에 설계부터 장비까지 줄줄이 엮여 있습니다. 그래서 "반도체가 좋다"는 뉴스가 나와도, 그 수혜가 사슬의 어느 단계에 떨어지는지를 봐야 진짜 종목이 보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 HBM(메모리), 본더(후공정), AI 서버용 기판(소재)부터 봅니다.
- "삼성, 하이닉스 증설 발표" → 공장에 따라 들어가는 장비(검사, 식각, 노광)와 후공정 및 소재 기업들부터 봅니다.
- "파운드리 미세공정 경쟁" → 노광 장비 독점인 ASML, 소재 국산화 회사부터 봅니다.
종목을 볼 때 항상 "이 회사가 사슬의 어디에 있고, 지금 뉴스의 수혜가 그 자리에 닿는가"를 먼저 확인해야합니다. 좋은 종목은 보통 좋은 자리(사슬의 길목)에 있거든요. 단계별로 직접 눌러보며 어떤 회사들이 묶여 있는지 보고 싶으시면 zoopeter.io → [공급망 → 반도체]를 눌러보세요. 종목을 누르면 그 회사가 뭘 하는지 쉬운 설명도 함께 나옵니다.

다음 <공급망 파헤치기> Ep.2에서는 "로봇" 기업들을 같은 방식으로 파헤쳐 보겠습니다. 추가로 어떤 산업이 궁금하신지 댓글로 알려주셔도 좋고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구독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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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h0107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다만 오류가 하나 있네요. 에스앤에스텍은 검사장비가 아니고 노광공정에 들어가는 포토마스크 회사입니다. FST 또한 노광공정 소재 회사로, 포토마스크를 보호하는 펠리클을 제조 하는 회사입니다.
주식하는피터
댓글 및 정정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 사항 수정 반영하였습니다^^;; 오류가 있었던 점 죄송하며, 앞으로도 자주 방문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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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s
좋은 자료 고맙습니다. AI/로봇 궁금해요~~
주식하는피터
댓글 감사드립니다~ 다음편은 로봇 그리고 AI데이터센터로 준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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