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철학

한국인의 손으로 다시 쓰는 오늘의 철학 — 2026년 2월의 신간 소식

2월에 발간된, 읽어볼 만한 철학 신간들을 구독자님께 소개합니다!

2026.03.04 | 조회 1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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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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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철학 뉴스레터

오늘의 철학을 당신에게

추위가 저물며 철학 서가에도 봄이 찾아왔습니다. 지난 2월에는 저서와 역서를 아울러 놀라울 정도로 많은 철학 양서들이 출간되었는데요, 《오늘의 철학 뉴스레터》에서는 그 중에서도 우리 철학자들이 직접 쓴 두 권의 책에 주목했습니다.

철학의 역사는 깁니다. 그 길이에 맞게, 철학의 역사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철학적 문제들과, 그 문제들 각각에 대한 가능한 입장들을 나이테처럼 품고 있지요. 사정이 이런 탓에, 우리는 우리의 손으로 이루어지는 철학적 작업에 때로 회의감을 느끼곤 합니다. 그것은 단지 역사의 해석이거나, 이미 있었던 입장의 되풀이에 불과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입니다.

오늘 소개할 두 책은, 이 회의감에 맞서, 우리의 손으로 오늘의 철학을 다시 세울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건넵니다. 김선희는 《철학적 꿈분석》에서, 프로이트와 융, 라깡 등이 이미 깃대를 세운 듯 보였던 꿈 해석 방법론에 새 지평을 제시합니다. 《새로운 실용주의 실재론》의 저자 장하석은 반세기 전 언어철학자들의 자리에서 끝난듯 보였던 실재론/반실재론 논쟁을 과학철학의 전장에서 다시 살려내고 있지요.

이들의 작업은 오래된 주제에 관한 것이면서도 새로운 시각과 방법론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이런 점에서, 두 철학자들은 오랜 철학의 전통에 붙어 있으면서도 그 전통을 단지 해석하거나 반복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가지를 내고 있다고 평가됨 직합니다. 하나씩 소개해 보겠습니다.

 

꿈 해석 방법론, 우리 손으로 다시 짓다

《철학적 꿈분석》

김선희 저. 필로소픽. 29,000원.
김선희 저. 필로소픽. 29,000원.

“김선희”라는 이름의 철학자를 찾아보면 최소 세 명의 프로필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공교롭게도 세 철학자의 전공이 모두 다릅니다. 그 중 분석철학 전통의 심리철학을 전공한 김선희 박사의 신간입니다. 책에서는 최근 저자의 연구 주제 중 하나인 (우리 지면에서도 몇 차례 소개한 바 있는) ‘철학 상담’을 꿈 해석에 적용하며, 꿈 해석에 관한 그의 몇 가지 핵심 논제들을 논증하고 있습니다.

분석철학 전통의 철학자가 꿈 해석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언뜻 이상하게도 보입니다. 꿈 해석, 즉 ‘해몽’이란 전통적으로는 동양의 점복가들이 관심 갖는 주제이고, 현대로 오더라도 대륙철학 전통의 프로이트나 라깡, 융이 관심 갖던 주제가 아니던가요? 아무래도 그렇지요. 하지만 그래서 더 특별합니다. 저자는 분석철학의 전통에서 발전된 심리철학에 바탕해 꿈 분석의 방법론을 새롭게 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꿈을 해석하는 일이나 무의식을 이해하는 방법은 대륙, 특히 프랑스 전통의 철학자들을 통해 발전되어 왔고, 분석적 전통의 철학에서 이는 아주 이례적인 연구 주제였습니다. 꿈을 분석하겠다고 하면 누구든 장황한 프로이트적 이론을 떠올릴 테고, 이로부터 날아올 낙인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오랜 금기를 깨고, 우리 철학자의 손을 통해 ‘분석적 꿈 분석’이 개막한 것입니다.

김선희는 프로이트로부터 이어진 신비롭고 장황한 무의식 이론을 배격하고, 꿈의 상징들을 하나의 언어적 구성물로 보는 꿈 해석 방법론을 그의 주요 명제들로부터 조직화합니다. 각각의 명제는 철학적 논증과 더불어 다양한 실험적 증거들로 지지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저자는 자신의 방법론이 정신분석학적 꿈 해석 방법론과 어떤 차이를 가지며, 이에 비해 어떤 이점을 갖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필로소픽에서 이 책이 나왔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필로소픽은 오랫동안 분석철학의 전장 안팎을 오가며 다양한 철학적 문제들을 소개해 왔습니다. 특히, 그 중 너무 딱딱한 학술서도, 너무 느슨한 교양서도 아닌 ‘회색 지대’를 발굴하는 것이 필로소픽의 주된 기여였는데, 이번에도 그 포지션에 꼭 맞는 훌륭한 책을 골라 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맙습니다, 필로소픽!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반가운 소식

《새로운 실용주의 실재론》

장하석 저·전대호 역. 김영사. 29,000원. 
장하석 저·전대호 역. 김영사. 29,000원. 

경제학자 장하준의 동생으로도 알려져 있는 과학철학자 장하석이 이번에는 아주 진지한 철학서를 들고 한국에 찾아왔습니다. 실재론/반실재론 논쟁은 1980년대를 전후로 영미권에서 뜨겁게 이루어졌던 철학적 논쟁입니다. 진리와 인식, 지칭 따위의 철학적 근본 개념을 놓고 벌어진 이 논쟁은 특수한 분야에 관한 것으로 한정하기 어려운, 최근에는 보기 힘든 ‘거대담론’의 사례였습니다.

21세기로 넘어오며 실재론/반실재론 논쟁은 어느 정도 소강된 듯 보였는데요, 사실 이는 논쟁이 정말로 종결되었다기보다는 철학자들이 이에 관해 말하기를 단지 멈추었던 탓으로 보입니다. 철학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입장에 따라 연구 분야 자체에서 갈라졌고, 어쩌면 이는 오늘날 ‘과학철학’이 분석철학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에서 떨어져 나와 자기만의 길을 걷게 된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말하자면 과학철학자들은 조금 더 반실재론에 가까운 편을 들었고, 실재론자들은 과학철학이 두고 간 철학의 핵심 주제들을 지배했다는 식으로 대강의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겠습니다. 여전히 핵심 분야 연구가들 중에는 반실재론자들이 있고, 과학철학자들 중에는 실재론자들이 있지만, 뭉뚱그려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지요. 장하석은 과학철학자입니다. 그리고 그는, 전통적인 구분에서, ‘반실재론’이라고 불리는 진영을 다시 살려내고자 시도합니다.

이전의 논쟁에서처럼 지시의 문제, 논리학의 문제 따위를 다시 논하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장하석의 전문 분야도 아니고, 그가 정말로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도 아닙니다. 대신, 그는 실재론의 계승자인 ‘과학적 실재론’이 과학적 삶을 설명하는 데에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을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그리하여, 과거 반실재론 진영의 카르납, 굿맨, 퍼트남 등이 세운 ‘실용주의적 실재론’의 깃발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영어로 쓰인 원서는 (이미 여러 책에서 이름을 전한 적 있는) 전대호를 통해 옮겨졌습니다.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역어 선택에 관해 옮긴이주가 잘 부기되어 있고,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번역입니다. (몇몇 곳에서 오타가 보입니다만, 다음 쇄/판에서 옮겨지리라고 기대합니다.) 실재론/반실재론 논쟁에 관심을 갖고 있는 철학 독자뿐 아니라 과학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도 충분히 접근성이 있습니다.

 

하나 더: 현대 분석철학의 뿌리를 다시 읽기

《프레게와 논리철학》

박준용 저. 동연. 35,000원.
박준용 저. 동연. 35,000원.

끝으로 한 권을 더 소개해 봅니다. 다양한 프레게 연구작들을 발표해 온 박준용 교수의 첫 개인 논집입니다. 총 열 두 편의 논문을 통해, 그는 프레게 해석과 논리철학에 관한 다양한 쟁점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프레게의 철학은 최근 ‘신프레게주의’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기도 했는데, 한 권으로 집대성된 첫 한국어 프레게 논집이 나왔다는 점은 여러모로 뜻깊습니다. 전문서이지만 기초 논리학 수준의 이해가 있다면 (약간의 노력을 통해) 충분히 독파할 수 있습니다.

 

이번 달에 보내드릴 두 편의 북리뷰에서는 김선희와 장하석, 두 사람의 책을 각각 소개할 예정입니다. 북리뷰를 통햐 더 깊은 이야기를 보내드릴 수 있길 기대합니다. 〈이달의 철학〉은 마찬가지로 다음달 첫번째 토요일에 찾아옵니다. 3월 한 달도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김오늘 드림.


※ 모든 사진은 교보문고 책 정보 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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