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김오늘입니다.
투표는 잘 하셨나요? 저는 슬프게도 선거 전후로 몸살이 심하게 들어 투표장을 다녀오지 못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전 투표를 다녀왔을 텐데, 뭐 그렇게 급한 일이 있다고 사전 투표를 잊어먹었나…’ 하며 한 주를 보내니 어느새 주말이네요. 신병을 핑계로 늦은 신간 소식을 보내드립니다.
이번 신간 소식 역시 단 한 권만 골라왔습니다. 선뜻 추천할 만한, ‘적당한’ 책을 찾는 것이 참 어려운 요즘입니다. 전공자들이 펄쩍 뛰며 반기는 명저 번역을 소개하기도, 찍어내듯 나오는 수상한(!) 책들을 소개하기도 곤란한 중에, 최근 서가에 나오는 책들은 대부분 이 둘로 나뉘는 실정입니다. (몇몇 총서들의 경우 예외입니다만, 마찬가지로 모든 책을 소개하기에는 편집 상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소개할 책이 영 없는 것은 아니니 다행이지 않은가요! 지난달이 AI🤖였다면 이번달은 게임👾입니다. 언뜻 봐서는 주제가 더 가벼워진 것 같지만, 상당한 무게감이 있는 좋은 책이기도 합니다. 빠르게 소개한 뒤, 이어질 북리뷰들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여러분, 세상은 … 밖에 있어요.’ — 아뇨, 그 안에도 있습니다.
《게임으로 철학하기》

내가 게임을 하고 싶어서 그랬겠어? 게임 안에 사람들이 있잖아!
이 밈을 아신다면, … 이제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실 때가 된 것입니다. 아직 내시경 검사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조만간일 겁니다. 한 방송에서 모친이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는 아들의 인터넷을 끊자 모친에게 화를 내며 한 말이죠. 조롱과 더불어, 당시 여러 온라인 매체를 통해 퍼져나간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십여 년 후 판도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른바 ‘메타버스’ 열풍과 더불어 ‘게임 속에 사람들이… 있다!’ 쪽으로 호사가들의 입장이 바뀐 것인데요. 게임과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 스페이스’의 개념을 구성하고, 발전시켜온 것이 이미 호랑이 담배필 적 얘기였던 걸 생각해 보면 씁쓸한 면도 있던 판도 전환이었습니다. 여하간, 이제 대세는 아들의 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건 사실 철학자들이 다루는 문제입니다. 게임 속 세계는 정말 하나의 세계인가? 이 질문은 게임 서사의 실재성을 묻습니다. 게이머들은 ‘튜토리얼’을 통해 정말로 무언가를 배우고 있는가? 이 질문은 튜토리얼의 인식적 기능을 묻습니다. 게임 속의 폭력은 윤리적 평가의 대상인가? 이 질문은 게임에 대한 가치판단 가능성을 묻습니다. 아하. 게임을 하면서도 우리는 철학의 함정에 빠지고 있는 것이네요.
《게임으로 철학하기》는 이 함정 속에서 분투해 온 철학자들의 여정을 따라갈 수 있게 돕는 훌륭한 가이드 북입니다. 상술한 ‘게임 내적인’ 문제들뿐 아니라, 게임이란 무엇인지, 오픈 월드 게임이란 무엇인지, 소울라이크 게임이란 무엇인지와 같은, (오타쿠스러움이 있는…) ‘게임 외적인’ 문제들도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가 아주 새로운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비트겐슈타인(!) 때부터 이미 철학자들은 ‘놀이(game)란 무엇인가?’에 대해 집착에 가까운 질문을 해 왔고, 저자 또한 언급하고 있는 응우옌(C. T. Nguyen)의 이름은 게임 철학을 공부하지 않는 연구자들도 들어본 이름입니다. 저자는 그 다양한 연구의 흐름을 모아서, 그리고 게임 평론가 풍의 맛을 가미해 우리에게 건네주고 있는 것이지요.
가까운 나라, 중화민국에서 날아온 책이어서 또다른 색다름이 있기도 합니다. 역자의 훌륭한 역량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오역같이 생각되는 부분이 거의 없고 대부분의 용어법들이 납득 가능한 수준입니다. 중국어권의 철학 용어법과 한국-일본의 철학 용어법에 다소간의 괴리가 있는데도 이렇게 자연스러운 것을 보면, 역자의 훌륭한 역량 덕과 한자 문화권의 공유된 정서 덕이 함께 작동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실천적인 저작들 또한 다수 낸, 말하자면 ‘비평가적’ 스타일의 철학자인데요, 그래서인지 게임과 얽힌 실천적 문제들을 폭넓게 다루고 있기도 합니다. 단지 게임 비평에 그치지 않고, 철학 입문서로 추천할 수도 있을 정도로 철학적 사유를 쉽고 올바르게 유도하고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월중에 몇 부분 골라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 모든 사진은 교보문고 책 정보 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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