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많은 철학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이 모든 흐름을 쫓아가기엔 우리는 너무 바쁩니다. 지난 두 주 사이 오늘의 철학이 공부한 철학 논문들 중 소개할 만한 논문들을 정리해 보내드립니다. 에디터 김오늘이 전합니다.
학술지(academic journal)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일종의 동인지입니다. 관심 주제에 따라 어떤 사람들이 뭉쳐 있고, 그들로부터 원고가 작성되어 접수되고, 그걸 그들 중 일부가 검토해 정기적으로 간행하는 것이 학술지입니다. 일부의 사람들은 그 학술지의 제반 운영을 담당하는 편집자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학술지에 논문이 실린다고 누가 돈을 주거나 하지도 않고, 들어온 논문을 검토하거나 학술지 편집자를 맡는 일 따위도 순수 봉사입니다. 그러니 학술지란, 속되게 말해 ‘학위로 꺼드럭댈 수 있는 사람들의 동인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체성이 그렇다보니 학술지에는 때로 자신의 학문 분과에 대한 자성적 연구가 실리기도 합니다. 분과 학문들의 경우 ‘XX철학’ 꼴로 철학계에 그 역할을 떠넘겨버리기도 합니다만, 철학자들은 더이상 떠넘길 곳이 없다보니 “메타철학”이라는 이름으로 몸소 자신의 업계에 대한 성찰을 합니다. 최근 10여 년 사이 특히 자주 보이는 주제는 ‘철학의 진보’입니다. 체감상 데이비드 챠머스의 2015년 논문, “Why Isn't There More Progress in Philosophy?”가 어떤 기폭제가 된 것 같습니다만, 기분탓일지도 모릅니다. 여하간, 철학자들은 언젠가부터 철학도 진보하는 학문인지에 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꼭 100년 전 비엔나를 중심으로 모인 철학자들이, ‘철학의 문제 대부분은 사이비 문제에 불과하며, 철학의 역할은 세계를 기술하는 언어를 명료화하는 것에서 멈춘다!’ 정도의 생각 아래 똘똘 뭉쳤던, 후일 “논리실증주의”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움직임에 비추어볼 때 이런 모양이 약간 ‘짜친다는’ 자조감이 들기도 합니다. 열심히 이곳저곳으로 활로를 개척해 철학을 재건하기에도 시간이 아까운데, 철학이 발전하고는 있는지 자문하는 철학자라니 말이에요. 막상 제 자신도 메타철학적 문제들에 관심을 주로 두고 있는지라 할 말 없습니다만….
여하간, 오늘 소개할 논문 세 편을 차례대로 짚어가면서는 철학의 진보에 관한 생각을 조금씩 나눠보겠습니다. 공교롭게도 세 편의 논문은 철학의 세 기둥이라고 하는 윤리학, 인식론, 그리고 형이상학에서 나온 글들입니다. 함께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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