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미리보기
- 국내 고액자산가가 늘고 있다!
- 패밀리오피스 왜 주목받을까?
- 한국 부자들이 빠져나간다
- 하반기 슈퍼리치들이 주목하는 투자처는?
1. 고액자산가가 늘고있다..슈퍼리치들의 세계
국내 고액자산가가 늘고 있습니다. KB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 원이 넘는 자산가가 2022년 42만 명, 2023년엔 45만 명으로 증가했습니다. 30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슈퍼리치는 2023년 기준으로 9000명에 달합니다. 슈퍼리치가 많아지면서 그들의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해 주는 Wealth Management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가업 승계 등 가문에게 맞춰진 서비스를 제공해서 이를 패밀리오피스라고도 합니다.
2.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강화하는 증권사
고액자산가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관리하는 패밀리오피스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유럽과 홍콩ㆍ싱가포르는 선진화된 시장을 가졌고 국내는 막 태동하는 단계인데요. 국내 5대 증권사의 패밀리오피스 자산이 104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이성주 지점장은 삼성증권이 관리하는 패밀리오피스 규모는 7월 기준으로 102 가문, 31조 원의 자산이며 100억 원 이상 맡긴 고객이 1,000명, 30억 원 이상 맡긴 고객이 4,200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내외 패밀리오피스를 직접 취재해온 매경이코노미 박수호 기자는 “이젠 증권사에서 보도자료를 보내올 때 ‘몇 가문의 자산은 얼마’ 로 적혀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으로 미국의 록펠러 재단처럼 우리나라도 안씨 가문, 이씨 가문과 같은 형태로 고액자산가 가문이 형성될 것을 전망했습니다.
3.국내 고액자산가들은 누구? 어떻게 돈 벌었을까?
늘어난 국내 슈퍼리치들의 직업은 뭘까요? 이성주 지점장은 삼성증권의 패밀리오피스 고객의 50%가 전통 부유층(재벌, 전문직), 30%가 지분을 매각한 오너, 20%가 신흥부유층(스타트업 대표)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수호 기자는 증권사 패밀리오피스에서 직접 만나본 신흥부유층과 관련해 “코인으로 대박”나거나 미디어 커머스로 부를 축적했고 화장품 부자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2015년 ~2017년이 한국 화장품 전성기였고 800억 이하로 회사를 매각하여 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는데요. 대표적으로 글로벌 기업이 3조 원에 인수한 AHC 사례를 들었습니다. 이성주 지점장은 고액자산가가 패밀리오피스를 찾는 이유로 “투자와 감세뿐 아니라 가업 승계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컨설팅 받기를 원해서”라고 분석했습니다.
4.먼저 발달한 해외 패밀리오피스 시장은 어떨까?
유럽에서 먼저 발달한 패밀리오피스. 박수호 기자는 룩셈부르크의 패밀리오피스를 직접 취재했던 경험을 소개했는데요. 한 가문이 자산관리를 위해 능력 있는 펀드매니저를 모시고 패밀리오피스를 운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떤 가문의 패밀리오피스가 자산 운용을 잘 한다는 소문이 나면 다른 가문에서 의뢰하기도 하는데 패밀리오피스로 시작했어도 여러 가문의 자산을 관리하는 자산운용사처럼 확장될 수 있다” 면서 단순히 자산을 운용하는 것뿐 아니라 사회 공헌 등을 감안해 행동하는 슈퍼리치의 모습을 전했습니다.
또 분량상 다 소개할 순 없었지만 NH투자증권 이재경 PWM사업부 총괄대표의 인터뷰도 흥미로웠습니다. 자본가와 비슷한 규모로 패밀리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게 대학 재단이었는데요. 미국은 하버드대와 예일대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예일대는 약간의 수수료를 주더라도 운영 고정비를 최소화하겠다는 건데요. 이 대표는 10년 전만 해도 하버드대의 수익률이 항상 좋았는데 최근 3년은 예일의 수익률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습니다.
5.한국 부자들이 해외로 빠져나간다..?
한편 한국 부자들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국내 고액순자산보유자의 순유출 규모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4년 유출 예상치는 1,200명으로 2023년 800명에 이어 400명이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안수정 변호사는 “한국의 상황을 위기”라고 진단하면서 경직된 금융 규제와 전근대적인 상속법 등이 자본가 유출의 원인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우리와 다르게 홍콩과 싱가포르는 상속세와 증여세가 없습니다. 소득세와 법인세도 우리보다 월등히 낮은 수준입니다. 안 변호사는 “한국 세법상 외국인도 한국에 연고를 두게 되면 자칫 거주자로 간주되어 전 세계적인 소득세, 상속세 부담을 질 수도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자본가와 해외 자본가 모두에게 장벽이 되는 제도를 짚었습니다.
6.부자를 끌어안는 홍콩ㆍ싱가포르, 한국 패밀리오피스 규모와 얼마나 다른가?
싱가포르는 고액자산가를 꾸준히 유입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구글 공동창업자,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다이슨 창업자 등 많은 자산가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홍콩의 법인수는 2,700개, 싱가포르는 1,400개로 집계됩니다. 총 운용 자산도 각각 5,500조 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20개 법인, 자산 규모는 100조 규모입니다. 홍콩ㆍ싱가포르는 정부 차원으로도 패밀리오피스 유치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뭘까요? 안수정 변호사는 고액자산가의 투자가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 등 산업 전반에 미치는 상승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싱가포르는 고액자산가의 돈이 자국의 산업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싱가포르 현지 기업에 총 운용 자산의 일부를 투자해야 패밀리오피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7.슈퍼리치에게 공통적으로 부과하는 세금, 글로벌 부유세?
세금을 줄이기 위해 여러 국가를 옮겨 다니는 부자를 막기 위한 흥미로운 논의도 있습니다. 얼마 전 G20 재무 장관들이 슈퍼리치에 대한 글로벌 부유세 부과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앞서 한국 부자들이 유출되어 위기라고 전했지만 이건 국내 상황만은 아닙니다. 자본가의 유출 1위는 중국, 2위 영국, 3위 인도 그리고 4위 우리나라 순인데, 자본가 유출이 걱정되는 국가들이 방안으로 꺼내든 것이 글로벌 부유세입니다. 한 경제학자는 전세계 갑부 3천 명에게 2% 세금을 걷으면 연간 약 347조 7천억 원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안수정 변호사는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부유세를 누가 걷어서 누가 쓰겠다는 건지 당국과 사용처 등이 더 구체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박수호 기자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두며 “부의 재분배 등 사회적 시스템은 필요하지만 부자 위주의 과도한 세금 부담은 우려스럽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이 논의에 대해 스페인과 프랑스는 지지 의견이 강하고, 한국과 미국 등은 반대 의견이 강합니다.
8.하반기 슈퍼리치들이 주목하는 투자처?
그렇다면 슈퍼리치들이 하반기 유망하게 보는 투자처는 어디일까요? 지난달 삼성증권 30억 이상 고객 22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을 보면 국내 장기채와 선진국 장기채 투자를 선호했습니다. 이성주 지점장은 고액자산가들이 채권과 해외투자, 사모대체상품에 주목하고 있고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에 미국 장기채를 포트폴리오의 중심 자산으로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하는 검증된 사모대체상품에 관심이 많다고도 덧붙였는데요. 슈퍼리치들은 대체 자산들에 적절히 분산 투자하면서 전통 자산인 주식, 채권 등과 함께 장기 보유하는 전략을 갖는 것으로 보입니다.
9.태동하는 국내 패밀리오피스가 지향해야할 방향은?
이번 방송에 출연한 세분에게 국내 패밀리오피스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성주 지점장은 삼성증권의 패밀리오피스 고객 100가문이 각기 다른 니즈를 가지고 있는 부분을 언급하면서 “자산가를 어떻게 만족시키고 자산을 관리할 수 있을지 장기적인 관점으로 노하우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슈퍼리치는 국경의 제한 없이 어느 국가에서 자산을 관리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인지 늘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패밀리오피스가 글로벌 수준의 역량을 갖추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안수정 변호사는 국내 부유층의 자산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는 위기의 상황임을 짚으며 규제나 세제에 대한 실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수호 기자는 해외 패밀리오피스의 품격(dignity)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들은 자산을 관리하고 가업을 승계하는 것뿐 아니라 ‘임팩트 투자’.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투자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다고 전했는데요. 여성 과학자를 선정해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로레알을 사례로 들었는데, 국내도 패밀리오피스 시장이 잘 형성되려면 먼저 품격을 갖추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10. 패밀리 오피스, 그들만의 리그?
저는 이번 편을 제작하면서 가지고 있던 편견이 조금 깨졌습니다. 패밀리오피스라고 하면 고액자본가,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박수호 기자가 “우리도 언젠가 백만장자가 될 수도 있잖아요”라고 유머 섞인 이야기를 했지만, 그보다는 패밀리오피스 시장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수요 그자체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부는 늘어나기마련이며 가지고 있는 자본을 시스템적으로 관리하고 싶어하는 니즈가 생겨납니다. 물론 한켠으론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늘상 듣던 ‘부의 양극화’가 피부로 와닿는 계기가 됐고요. 돈이 돈을 버는 것에 관성이 붙어서 더 양극단으로 치닫는것은 아닐지. 그래서인지 박수호 기자의 dignity에 대한 염원이 녹화 이후로도 오래 남았습니다. ‘부의 축적’에만 맞춰진 패밀리오피스 시장보다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