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미리보기
-8.8 부동산 공급 대책 ‘핵심 정리’
-정부는 왜 ‘서울 그린벨트 해제’ 카드까지 꺼냈을까?
-그린벨트 해제로 정책 효과를 봤던 때도?
-벌써부터 드러나는 투기성 거래
-이번 공급 대책이 성공하려면?
지난달 8일 정부는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 대책이 발표되기 전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주 연속 상승 중이었습니다. 마포, 용산구 일대는 신고가 경신 사례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정부는 집값 불길을 잡기 위해 공급 카드를 꺼낸겁니다. 여러 공급 대책 중에 가장 화제를 모은 건 서울 그린벨트 해제입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이후 12년 만의 그린벨트 해제인데 시장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경제토크쇼픽>에서는 부동산 정책 실효성을 검증하는 1, 2부를 마련했습니다. 1부에서는 그린벨트 해제를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1. 8.8 부동산 공급대책 주요 내용은?
먼저 정부가 내놓은 8.8 부동산 대책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됩니다. 1)서울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 용지로 공급. 기존에 예고했던 수도권 공급 물량에 더해 그린벨트로 묶여있던 외곽지역까지 택지 개발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2)기존에 발표한 3기 신도시와 수도권 택지 주택 규모를 2만 가구 이상 늘리고, 꽉 막힌 아파트 공급을 위해 민간 건설사가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아파트를 착공하면 미분양이 나도 LH가 22조 원 규모로 사주기로 했습니다. 3)10년 이상 걸리는 재건축, 재개발은 오래 걸리는 절차를 통합하는 법을 제정해 사업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겠다고 했습니다. 4)빌라 전세사기 때문에 엉망이 된 비아파트 (빌라, 다가구, 다세대 주택) 공급이 정상화될 때까지 무제한으로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2. 12년 만의 ‘서울 그린벨트’ 해제
정부는 왜 반응이 첨예하게 엇갈릴 그린벨트 해제 카드까지 꺼냈을까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서 시작한 집값 급등세는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서울 및 인접 지역의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용지를 공급하면서도 수요를 분산시키려는 계획입니다. 재건축, 재개발보다 빠르고 비교적 저렴하게 택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에 나선 배경으로 꼽힙니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은 오는 11월에 발표될 예정이지만 대상지로 유력한 지역은 이미 꼽히고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과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 송파구 방이동 일대입니다. 강남권이 될 전망이 큽니다. 현재 서울의 그린벨트는 면적 기준으로 서초구, 강남구, 노원구에 많은데 강북 지역은 그린벨트 대부분이 산이라 주택 용지로는 부적절해보인다는 이유입니다.
3. 그린벨트 해제로의 주택 공급은 한계가 있다?
정부는 그린벨트 지역 중 환경적으로 이미 훼손돼 보존 가치가 떨어진 3등급~5등급만 개발한다는 방침입니다. 그런데 이 면적을 비율로 보자면 서울 그린벨트의 20%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기준이라면 강남 그린벨트를 풀더라도 면적이 극히 제한된다는 것인데 땅 주인만 배불리는 정책이 아닐지 우려가 나오는 겁니다. 이창무 교수는 공급 물량을 적절히 확보하려면 해제 기준을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3~5등급지만 이용하게 되면 “생선 가시 발라내듯” 가용할 토지의 구획이 비효율적으로 나와 10만 평을 풀어도 실제로는 8만 평의 효과도 발휘가 안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3, 4등급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환경이 회복이 되거나 반대로 1, 2등급이 손상되기도 하는 만큼 기준에 대해 유연화할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4. ’그린벨트 해제’는 미래세대를 위한 선택?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린벨트 해제가 “미래세대를 위한 선택”이라고 했습니다. 김효선 위원은 이것에 조금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공급에 대한 부작용은 장기적으로 미래 세대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 그린벨트 해제의 여부뿐 아니라 목적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이죠. 유럽의 사례를 덧붙였는데요. 유럽은 우리처럼 소극적으로 보존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녹지 공간을 재배치하고, 자연을 보존하면서 개발제한구역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영국이 그린벨트가 잘 관리되는 국가로 꼽히는데요. 영국도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한 그린벨트의 조정은 허용하지만, 기본적으로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생태적 가치를 높이면서 지역 주민들의 휴식과 여가 공간으로 활용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반면, 이 교수는 “미래세대를 위한 선택” 이라는 데에 동의하는 입장이었는데요. 그린벨트를 보존하자는 논리로 주로 꼽혔던 것이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두자는 것이었는데 “그 미래세대가 지금일 수 있다”면서 인구감소, 저성장 시대에 주거 문제를 겪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짚었습니다.
5. 그린벨트 해제는 환경 보호에 역행하는 것 아닌가?
이창무 교수는 이 질문에 기회비용의 관점으로 답했습니다. 도시는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그린벨트를 유지함으로써 다른 지역의 녹지가 훼손된다면 그린벨트 유지가 더 나은 것인지 판단이 쉽지 않다”고요. 이 교수에 따르면 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대도시와 비교하면 서울 직장인 통근시간이 2배가 걸립니다. 도시가 확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린벨트를 지정했지만 그린벨트를 뛰어넘어 ‘개구리 뜀뛰기식’으로 도시가 확장되고 있고 이는 “결국 낭비적 통근.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린벨트 해제가 인구가 줄어듦에 따른 도시 축소기를 대비해서 효율적인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중요한 방안이라고요.
6. ‘그린벨트 해제’ 발표 이후 시장의 반응, 집값의 움직임은?
김효선 위원은 발표 이후에 시장의 상승세를 꺾지 못한, 크게 반응이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8.8 대책 발표에도 빠른 속도로 원활히 공급이 되기 어렵다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남시의 경우는 발표 이후 오히려 주택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위원은 현재 부동산 시장 흐름을 분석했는데요. DSR의 규제가 있다 보니 무리해서 대출을 받기보다는 그 안에서 대출받아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고, 30~40대는 청약 당첨이 어렵기 때문에 그 기회가 나한테까지 오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 구축 중에 입지 좋은 주택을 매입하는 상황이라고 봤습니다. 반면 이 교수는 발표 이후에도 이어진 집값의 상승세에 대해 “지금 보는 시장 가격은 예전의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시차를 설명했습니다. 실거래가지수에서 6, 7월 집값 상승세가 지금 반영된 것이라고요. 이 교수는 “공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불안 심리가 줄어들면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7. 과거 그린벨트를 해제 했을 땐 어땠을까?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주택을 공급했던 사례들은 결과가 어땠을까요? 이 교수는 정책의 효과가 있었던 사례로 이명박 정부 시절을 들었습니다. 강남구 세곡동, 서초구 내곡동을 풀었던 이명박 정부. 2009년 이후 강남권 아파트의 가격 하락세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위기 여파 등 시기적인 요인도 같이 언급되지만 이 교수는 이 당시에 빠른 속도의 공급이 주효했다고 봤습니다. 당시는 정책 발표부터 입주까지 4년이 걸리고, 1~2년 안에 분양이 가능했습니다.
반면 김 위원은 정책 효과에 대해 생각이 달랐습니다. 금융위기 여파와 맞물려 집값이 내려간 측면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손동우 기자는 그때 당시 취재했던 경험을 말했는데요. 판교 등 2기 신도시 입주 등도 맞물려 경제 상황과 공급 시기가 맞아떨어진 것이 집값 안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손 기자는 “주택 공급 속도와 경제 상황에 따라 그린벨트 해제가 어떻게 작용할지 단언하기 어렵다”면서 타이밍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8. 그린벨트 후보지로 떠오른 지역, 벌써부터 투기성 거래?
그린벨트 해제 대상지로 떠오르는 지역에서 기획 부동산의 지분 쪼개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해제 여부만 발표했을 뿐인데 벌써 투기성 수요가 확인되는 것입니다. 지분 쪼개기는 기획 부동산 업체가 매입한 토지를 웃돈을 얹어 쪼개 파는 것을 말하는데요. 투기 수요가 발생된다는 것도 문제이고, 토지 보유자가 급격히 증가하게 되면 보상 절차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져 공급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토기거래허가제도’의 면적 기준을 조정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토기거래허가제도는 서울시에서 뉴타운 시절, 분양권을 받기 위해 다세대 주택 토지 지분을 나눠가지며 강한 투기가 발생했을 때 투기를 막는 장치로 토지거래 허가 면적 규정을 만든 것입니다. 녹지의 경우는 200제곱미터, 그러니까 약 60평 정도인데 과거보다 고밀도의 개발을 전제로한 현재에는 맞지 않는 기준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국토부는 현장점검반 운영과 함께 올해 수도권 주택거래 신고 전체를 대상으로 기획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밝힌 상태라 이번 이상거래도 인지하고 있을지, 조사가 이뤄질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9. 이번 공급 대책. 성공하려면 필요한 것은?
김 위원은 그린벨트 해제로 인한 공급 대책 자체에 대해 재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미 계획된 공급 정책들이 시기적으로 겹쳐 의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대선 공약 때부터 270만 호 공급 대책을 발표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주택 공급이 일부라도 됐으면 공급 예정 수가 줄어야 하는데 계속 늘고만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계획 물량을 발표하는 것은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짚었습니다.
반면, 이 교수는 “빠른 실행과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답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단기적인 공급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건 누누이 경험해왔다면서요. 다만, 효과에 대한 마음이 급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손 기자도 속도가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하면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어떤 입지를 어느정도 공급할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개발제한구역은 자연보전에 초점을 두고 있긴 하지만 후세가 개발할 땅을 남겨둔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입니다.
10. '그린' 없는 그린벨트
한국의 그린벨트를 생각하면 무성한 잡초, 방치된 비닐하우스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린이 맞는 것일까. 좁고 좁은 땅에 의미 없이 놀고 있는 땅. 커가는 도시를 감당하지 못해 “개구리 뜀뛰듯” 벨트 건너 도로를 만들고 건물을 올리는 현실. 통근시간은 길어져 탄소 배출량이 더 많아졌습니다. 이창무 교수가 말한 ‘기회비용’의 측면, 김효선 위원이 말한 유럽의 그린벨트 친환경 활용 사례가 인상 깊습니다. 한국에서의 그린벨트 보존은 그저 '방치'에 가까운 말이었구나 새삼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번 방송에선 그린벨트 해제 정책이 의도한대로 공급 효과를 가져올지 다각도로 살폈습니다. 이번 방송으로 공급 정책이 시장에 효과를 가져올지 지켜보면서 그린벨트의 효용 또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부동산 정책 2부도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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