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단체 ‘하마스’의 수장 하니야가 피살당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이란은 큰 충격에 빠졌는데요. 피격이 수도 테헤란에서 이루어졌을뿐더러 대통령 취임식에 VIP로 초청한 하니야가 이란의 혁명수비대가 운영하는 안가에서 피살당했기 때문입니다. 이란은 사망 발표 직후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하니야의 피는 헛되지 않을 것’이라며 보복을 암시했는데요
1. 중동의 숙적, 이스라엘 vs 이란 Feat. 헤즈볼라
이어 지난 8월 25일, ‘이란의 대리인’으로 불리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대규모 공습을 주고받았습니다. 공습 후 양측은 모두 작전이 성공했다고 자평하면서 무력 충돌을 멈췄는데요. 이후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에서 테러 예방을 명분으로 공격을 벌이고 있고, 하마스를 비롯한 무장 세력은 자살 폭탄테러로 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은 대표적 중재국으로써 휴전안을 이끌어내기 위해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지만 연이어 협상이 좌절되고 있는데요
2. 이란, 복수는 하고 싶지만 경제도 살리고 싶어...
저희는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는 소식에 먼저 확전 가능성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박현도 교수는 이란은 확전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그 이유는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 시, 신임 대통령 페제시키안이 내건 서방 경제 제재 해제 공약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제제재에 의해 2011년 전체 인구의 20% 수준이었던 빈곤층이 2020년 28.1%로 10년간 950만 명 늘어났는데요. 이러한 상황인 만큼 이란 정권과 국민들은 경제성장에 대한 욕구가 커진 상황입니다.
3. 이스라엘의 든든한 우방 미국
테러 직후 미국의 강력한 경고 역시 이란의 확전 의지를 주춤하게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이권형 연구위원은 이러한 미국의 경고는 세 가지를 의미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첫 번째 이란이 이스라엘 공격할 경우 미국도 이란을 공격할 것, 두 번째 대규모 경제 제재를 추가할 것 세 번째 이란 핵 합의를 복원시키려는(경제 제재 해제를 위한) 노력은 실패로 돌아가게 될 것, 즉 이란이 본격적으로 보복하게 되면 이란의 미래는 물론 정권의 생존도 위기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4. 이스라엘, 전쟁을 멈출까 말까?
반면 이스라엘의 입장은 조금 복잡해 보입니다. 먼저 길어지는 무력 충돌로 인해 이스라엘 내부에선 반전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인데요. 특히 하마스에 끌려갔던 이스라엘 인질 6명이 숨진 채 발견되자 시민 70만 명이 휴전 협상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에 나섰습니다. 또한 전쟁이 지속되자 단순 군비 지출은 물론 약 4%의 인구가 징집당하자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었는데요 2022년 6.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충돌 이후 2023년에는 2%, 올해는 약 1~1.5%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되 심각한 경제난에 봉착했습니다.
5. 네타냐후 : 전쟁으로 끌어올린 지지도, 전쟁 때문에 떨어진다?
하지만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의 생각은 조금 달라 보이는데요. 박현도 교수는 네타냐후의 휴전 협상에 대한 진정성에 의심이 든다고 전했습니다. 네타냐후 정부가 하마스가 거부할 만한 협상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미국, 아랍 등의 협상대표단에서도 협상 테이블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조건을 내놓는다는 건 협상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는 의견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덧붙여 이 위원은 연정에 합류하고 있는 이스라엘 내 극우 정당이 휴전에 적극 반대하고 있고 또 휴전 이후 가자지구에 하마스 세력을 남겨둘 시 다시 위협에 노출될 수 있어 군 주둔을 통해 가자지구를 완전히 통제하길 원한다고 분석했습니다.
6. 중동 전쟁 일어나면 우리 삶엔 어떤 영향?
피격 후 이란의 행동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이란의 외무장관은 이러한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확전을 원하지도 않지만 피하지도 않겠다“ 이렇듯 여러 가지 이해관계에 따라 확전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만약 중동 전쟁이 현실화된다면 소위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그리고 수출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저희는 중동 전쟁이 발발했을 때의 경제적 리스크를 두 전문가와 전망해봤습니다.
7. 바다의 실크로드, 호르무즈 해협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에서 인도양을 잇는 유일한 통로로써 주요 산유국(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으로 가는 유일한 해상 운송로입니다. 지난해 상반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반된 석유량은 세계 석유 소비의 21%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만약 이란과 이스라엘 전쟁이 현실화되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게 되면 국제 유가 혹은 물류비 인상에 큰 타격은 불가피해 보이는데요
8.호르무즈 해협= 원유의 동맥, 봉쇄된다면?
이 위원은 만약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다면 인플레이션으로 고전하고 있는 거시경제가 발목을 잡힐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소비량이 전 세계 7번째인 국가로, 유가 폭등에 많은 영향을 받는 만큼, 금리 인하의 시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단순히 원유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뿐만 아니라 금리가 환율에 영향을 미쳐 여타 수입 물가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거죠.
9. 계란과 석유는 한 바구니에 담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한층 더 높아진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미국 아프리카 등의 산유국에서 수입 시 발생하는 추가 운송비를 지원하는 제도인 원유 도입선 다변화 지원제도를 2027년 12월까지 3년 연장해 리스크 관리에 나섰는데요. 또한 지난달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10월 말까지 연장했습니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 유가 불확실성과 그로 인한 국내 물가를 고려해 기존 세율에서 휘발유는 20% 경유는 30% 정도 경감시킨 것이죠.
10. 맙소사! 반도체도 위기라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먹거리로 반도체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전쟁 발생 시 이 반도체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CPU 시장점유율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인텔이 이들 지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기 때문인데요. 반도체업계 관계자는“특히 인텔의 이스라엘 공장 가동이 멈추기라도 하면 국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기업들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했습니다. CPU 생산이 줄어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공급량 역시 축소돼 반도체 실적 개선이 더뎌질 수 있다는 것이죠.
11. 또 다른 리스크는 없을까?
대기업이 움찔하면 중소기업은 휘청한다는 말이 있듯, 이 위원은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에 많은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해상 운임 상승, 공급망의 불안 등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은 단기적 리스크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박 교수는 스타트업 기업 지원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이스라엘이 대표적인 창업 국가인 만큼, 창의적 정신을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기업들이 많은 이스라엘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이들에 대한 지원도 시들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12. 니편내편? 아니! 우린 정의의 편!
이렇듯 전쟁이 발발하게 되면 우리나라 역시 그 영향권에서 무사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전쟁을 막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하는건 자명해보이는데요. 박 교수는 이번 외교무대에서 우리나라의 대응이 빛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한국이 대표적인 친미, 친이스라엘 국가지만 2차, 3차 UN 안보리 결의안에서 팔레스타인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균형 잡힌 외교에 성공했다는 것이죠. 이러한 한 걸음이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번 화를 제작하며 현지 교민분과의 인터뷰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요. 특히 전국 어디서나 테러의 위협을 느끼며 일상을 이어 나가야 한다는 말씀에서 전쟁의 참상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복잡다단한 중동의 지정학적, 종교적 역사로 인해 선악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지난한 싸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뾰족한 해결책이 되긴 어려워 보이지만 총과 미사일 역시 그렇다는 것을 양측 모두가 동의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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