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강철호

로봇 동아리를 다시 움직이게 한 학생이 있다. 다쳐서 경기에 나가지 못하면서도 팀을 도운 운동선수도 있다. 볼링을 잘하지 못하지만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아 계속하는 학생도 있다. 지난해 미국 대학입학상담협회(NACAC) 콘퍼런스의 활동 목록 세션에서 다룬 사례들이다.
활동표를 다 읽었는데도 아이가 어떤 사람인지 떠오르지 않는다면, 무엇을 더 채워야 할까?
나는 먼저 질문을 바꿔보고 싶다. 새 활동을 구하기 전에 이미 한 일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다. 아래 문답은 당시 세션 요약과 대학의 공식 안내를 바탕으로, 학부모가 원서를 보며 궁금해할 질문을 다시 구성한 것이다.
대학은 활동 목록에서 대체 무엇을 보려는 걸까?
활동의 이름을 통해 그 활동을 한 사람을 보려는 것이다. ‘토론’, ‘봉사’, ‘연구’라는 말만으로는 그 사람이 어떤 학생인지 알 수 없다. 같은 토론 동아리에도 발언하는 것을 즐기는 학생, 남들이 놓친 자료를 찾아오는 학생, 후배가 첫 발표를 마치도록 돕는 학생이 있다. 소속은 같지만 기여는 다르다.
NACAC 세션에서는 활동 목록을 학생의 성격과 가치를 드러내는 통로로 다뤘다. 리더십, 호기심, 배려 같은 성질을 문장에 써 붙이라는 뜻은 아니다. 무엇을 시작했고, 무슨 문제를 만났으며, 그때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읽으면 그런 성질을 짐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직함은 맡은 자리를 알려준다. 행동은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을 보여준다. 나는 활동 설명을 읽을 때 이 차이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다면 부모가 먼저 묻게 되는 질문이 있다. 그래도 보여줄 자리가 많을수록 유리하지 않을까?
열 칸을 다 채우지 않으면 준비가 부족해 보이지 않을까?
커먼앱(Common App)의 공식 활동 작성 안내는 열 개까지 적을 수 있다고 하면서도, 열 개를 모두 입력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캘리포니아대학교(UC) 역시 활동과 수상 안내에서 “We're looking for quality, not quantity”라고 밝힌다.* 적을 수 있는 최대치가 준비해야 할 최소치는 아닌 셈이다.
* 개수보다 내용의 질을 본다는 뜻이다.
나는 활동표를 식당 메뉴판처럼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메뉴가 스무 개 있다고 그 집 요리가 더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세 개만 판다고 좋은 집이 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무엇을 어떻게 내놓느냐를 봐야 한다. 활동도 마찬가지다. 다섯 개인지 열 개인지보다 각 항목이 아이에 대해 새로운 무엇을 알려주는지가 먼저다.
이 말은 활동을 일부러 줄이라는 조언도 아니다. 충분히 의미 있는 열 가지 경험이 있다면 설명하면 된다. 다만 ‘이 활동을 빼면 아이에 대해 무엇을 놓치게 될까’에 답할 수 없다면, 한 칸을 채웠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하지는 말자. 이제 개수 다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회장, 주장 같은 직함이다.
회장도 주장도 아닌데, 리더십을 어떻게 보여줄까?
문제가 생겼을 때 자기가 한 일을 보여주면 된다. 세션에 등장한 로봇 동아리 재시작 사례와 부상 뒤에도 팀을 돕는 운동선수의 사례를 함께 놓고 보면, 리더십을 직책 하나로만 읽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이름표를 달았는지와 함께, 그 상황에서 무엇을 맡았는지다.
같은 팀에서 활동했다고 모든 학생이 똑같은 문장을 쓸 이유는 없다. 행사 전체를 기획한 사람과 참가 신청을 정리한 사람, 당일 빠진 물품을 챙긴 사람은 서로 다른 일을 했다. 자기 몫을 작게 보아 팀의 성과만 복사해 쓰면, 오히려 개인이 한 일이 가려진다.
‘리더십이 있다’고 주장하기 전에, 읽는 사람이 그렇게 판단할 재료를 주자. 물론 참여만 했는데 주도했다고 쓰라는 말은 아니다. 일을 정확하게 나누는 것은 겸손을 덜어내는 작업이 아니라 사실을 더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그 사실들을 짧은 활동 설명 안에 어떻게 넣을 수 있을까?
짧은 설명 안에 무엇부터 넣어야 할까?
학생이 직접 한 일부터 넣는 편이 좋다. 커먼앱 공식 자료를 보면 역할, 단체명, 활동 설명을 적는 자리가 나뉘어 있다. 이미 다른 칸에 들어간 정보를 설명란에서 길게 반복하면, 정작 행동과 기여를 보여줄 공간이 줄어든다. 칸마다 글자 수를 꽉 채우기 전에, 같은 말을 두 번 하고 있지 않은지부터 보자.
‘회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했다’와 ‘작동하지 않던 로봇의 문제를 기록하고, 후배들과 부품을 하나씩 바꾸며 다시 시험했다’를 비교해보자. 둘 다 설명용으로 만든 문장이지만, 두 번째를 읽었을 때 학생이 하는 일이 더 잘 보인다. 형용사를 좋은 것으로 바꾼 것이 아니라 행동을 넣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항목에 극적인 성과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확인된 결과가 있으면 쓰고,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면 실제로 시도한 것과 달라진 역할을 정확히 남기면 된다. 참가자 수나 모금액도 기록이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 숫자를 붙이기 위해 기억을 부풀리면 설명의 힘보다 신뢰가 먼저 줄어든다.
처음에는 했던 일을 길게 적고, 그중 다른 사람이 대신 쓸 수 없는 내용을 고르면 된다. 그래도 ‘우리 아이는 평범한 일밖에 없는데’라는 걱정은 남을 수 있다.
상도 없고 잘하지도 못하는 취미를 써도 될까?
그 경험이 학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검토할 수 있다. NACAC 요약에 남은 볼링 이야기가 그런 경우다. 잘해서 계속한 것이 아니라 즐겁고 친구들이 좋아서 계속한 학생이었다. 나는 이 사례가 좋았다. 대학 원서에 들어가는 순간 모든 취미가 대회 입상으로 끝나야 한다면, 아이들의 생활은 얼마나 비슷한 모양으로 잘려 나가겠는가.
다만 ‘즐거웠다’에서 멈추면 독자가 알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어떤 순간이 즐거웠는지, 왜 다음 주에도 갔는지, 그 활동을 하며 누구와 어떻게 어울렸는지를 물어보자. 세션에서는 활동의 가장 싫거나 힘든 부분을 묻는 접근도 소개됐다. 잘한 점을 말하라는 요구보다 덜 준비된 답이 나오는 질문이다.
잘한 정도와 그 경험이 학생에게 남긴 의미는 같은 질문이 아니다. 그렇다고 취미 하나가 학업 준비를 대신한다는 뜻도 아니다. 학생을 더 온전히 설명할 재료를 놓치지 말자는 것이다. 이 기준을 받아들이면, 학교 밖에서 보낸 시간도 다시 보게 된다.
가족을 돌보거나 일한 시간도 활동에 들어갈까?
커먼앱은 가족을 위해 맡은 책임, 일, 취미도 돌아볼 경험으로 안내한다. 동생을 돌보거나 집안 일을 정기적으로 맡느라 방과 후 동아리에 오래 남지 못한 학생도 있다. 그 시간을 지워버리고 나면, 활동표만 읽는 사람에게는 학교 밖의 생활이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여기서도 맥락이 필요하다. 어떤 일을 얼마나 자주 맡았고, 그 책임 때문에 시간을 어떻게 조정했는지 적어야 한다. ‘가족을 도왔다’만으로는 실제로 맡은 일을 알기 어렵다.
NACAC 세션에서도 가족 책임의 맥락과 활동 시간의 현실성이 함께 다뤄졌다. 서로 다른 활동에 같은 시간을 겹쳐 넣지는 않았는지, 행사 직전 바빴던 한 주를 일 년 내내 그랬던 것처럼 적지는 않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확한 기억이 없다면 달력이나 당시 기록을 펴보자. 열심히 했다는 인상과 실제 주당 시간은 다를 수 있다.

활동표의 시간은 한 학생의 일주일 안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수업과 이동, 식사와 수면이 사라져야 가능한 표라면 문장보다 계산을 먼저 고쳐야 한다. 부모가 도울 수 있는 것도 이런 사실 확인이다. 이제 목록에 남길 경험이 충분히 모였다면 순서를 정할 차례다.
여러 활동 중 무엇을 맨 앞에 놓아야 할까?
가장 그럴듯한 이름보다 학생에게 중요한 경험을 먼저 검토하자. 세션에서는 활동을 고를 때 그것이 빠지면 원서가 무엇을 놓치게 되는지, 대학 입시가 아니어도 계속했을지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이 소개됐다. 남에게 멋져 보이는 순서와 자기 생활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순서는 다를 수 있다.
나는 먼저 네 가지만 남긴다고 가정해보길 권한다. 실제 지원서의 입력 개수를 바꾸라는 뜻은 아니다. 제한을 두어야 무엇을 버리기 아까워하는지 보이기 때문이다. 그 네 가지를 고른 이유를 들은 뒤 나머지를 다시 붙여보자. 앞에서 보이지 않았던 면이 더해지는가, 비슷한 설명만 늘어나는가.
원서를 한 가지 성격으로 통일할 필요도 없다.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이 볼링을 즐길 수 있고, 말수가 적은 학생이 집에서는 많은 일을 책임질 수 있다. 억지로 모든 활동에 같은 주제를 씌우기보다, 서로 다른 장면이 같은 사람의 생활로 납득되는지를 보자. 목록이 정리되면 마지막으로 남는 일은 문장을 다듬는 것이다.
부모는 어디까지 도와주고, 무엇은 아이에게 남겨야 할까?
사실을 확인하고 질문을 더하는 일은 도울 수 있다. 다만 부모가 먼저 결론을 정해주면 아이는 그 결론에 맞는 이야기를 꺼내기 쉽다. ‘이 활동으로 리더십을 배웠지?’라는 질문에는 이미 원하는 답이 들어 있다. ‘그날 네가 맡은 일이 뭐였니?’로 시작하면 이야기가 나올 자리가 생긴다.
이번 주말에는 활동 하나만 골라보자. 부모는 문장을 고쳐주기 전에 아이가 쓰는 단어를 적어본다. 답이 짧으면 가장 기억나는 날을 물어보고, 성과만 이야기하면 과정에서 막혔던 일을 물어보면 된다.
이 활동에서 네가 직접 한 일은 무엇이니?
가장 귀찮거나 힘들었는데도 계속한 이유는 무엇이니?
이 활동을 빼면 너에 대해 무엇을 놓치게 될까?
나 역시 짧은 활동표만으로 학생 한 명을 다 이해할 수는 없다. 그래서 잘 다듬어진 표현을 곧바로 좋은 설명이라고 믿지 않으려 한다. 처음의 세 학생을 다시 떠올려보자. 동아리를 되살린 일, 다친 뒤에도 팀에 남은 일, 친구들과 볼링을 계속한 일에는 서로 다른 선택이 있었다. 그 선택의 이유가 학생의 말로 남아 있어야 한다.
활동표를 펼치고 하나만 골라보길 바란다. 오늘은 부모의 문장을 더하는 대신, 아이의 답을 끝까지 들어보자.
자료: NACAC 2025 활동 목록 세션(2025.9.20) Summary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문답은 독자를 위한 편집 구성이며 실제 인터뷰 전사문이 아니다. 별도로 표시한 문장·상황 비교는 설명용 가상 예시다.
공식 참고: UC 지원서 작성 안내 · Common App 활동 작성 안내 (2026.9.19 확인)
아이의 활동을 함께 읽어보고 싶다면
어떤 활동을 더해야 할지보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되신다면 프린스턴 리뷰에서 상담 안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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