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영하 10도. 정말 감사하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2023.01.21 | 조회 2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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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가 되버린 PM

스타트업 PM은 특수부대에서 어떤 일상을 보내며 무슨 생각을 하고있을까요?

누군가가 텐트 안으로 들어와서 날 흔들며 깨웠다. 분명 저녁 9시에 누웠는데, 너무 추워서 30분 자고 10분 깨어있고를 반복하던 중이였다. 옷을 다섯 겹 껴입고 두 개의 침낭 속에 핫팩도 다섯개씩 깔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얼음같은 군화를 신고 텐트 바깥으로 나와 날 깨운사람과 교대를 했는데, 텐트에 걸려있는 온도계는 영하 1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한겨울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2박 3일간 진행되는 혹한기 훈련, 그리고 밤에 경계근무를 서야하는 불침번. 제일 안좋은 새벽 두 시 부터 네시까지의 두시간이 내가 맡게된 시간대였다.

 

20KG 배낭을 매고 20KM를 걷는것도 견딜만했고, 매 끼니 물로 끓여먹는 똑같은 전투식량도 먹을만 했으며, 생리현상을 참아야하고 씻지 못하는것도 괜찮았다. 잠도 제대로 못 잔 상태에서 바람이 몰아치는 바깥에 그냥 서있는건 정말 죽을 맛이였다. 시간이 흐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기 싫다.’ ‘너무 춥다.’ ‘내가 왜 이런 짓을 해야하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찼다.

 

가만히 서있자니 너무 춥고 발가락의 감각이 사라져서 텐트가 쳐진 평야를 빙글빙글 돌았다. ‘이 시간에 내 친구들은 따뜻한 집에서 자고 있을텐데…’ ‘아니 애초에 군대도 안가고 회사에서 일하는 애들도 많고. 너무 부럽다.’ ‘나도 그럴 수 있었는데. 왜 그 때 그런 선택을 해서 지금 이 고생을 해야하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이어가다가, 문득 이 시간대에 깨어있는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서울이니까 영하 10도에서 끝나지, 누군가는 최전방 강원도에서 영하 20도에서 하고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군대의 누군가는 이 짓을 매일같이 하고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군대에서 하기 싫은것을 억지로 해야하는것이 너무 싫었는데, 그 ‘싫음’의 정도가 절대적으로 나보다 더 한 사람들이 많겠다는 생각을 하니 ‘내가 이 정도 환경에서 힘들 수 있는것에 감사해야하지 않나…?’ 되뇌었다.

 

사실 군생활을 하며 ‘사회에서의 삶이 정말 감사했던거구나’ 를 정말 많이 느꼈었다. 뭐만 하면 블루스크린 뜨면서 꺼지는 PC를 사용하면서 사회에서는 당연하게 사용했던 맥북이 너무 그리웠다. 애초에 맥북을 사용하는게 당연한거라고 여기게 된 점도 내가 IT 업계에 관심사를 가지고 비교적 일찍 발을 들여놓으며 많은것을 배울 수 있었기에 그렇다는 점도 알게되었다.

 

그렇게 내 삶의 배경과 내가 속한 분야, 그리고 나의 원동력이 되어주는 나와 관계를 맺은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이렇게 감사한 환경에서 나는 더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더욱 진정성 있게 살아야겠구나. 라는 다짐을 추위 속에서 했었다.

 

너무나도 하기 싫었던 혹한기 훈련과 불침번이였지만, 이를 통해 감사함을 느끼고 남은 6개월의 군 생활도 전역 후 더욱 성숙해져있을 나를 떠올리며 잘 마무리해보려 한다. 군대에 끌려왔지만 많은것을 배워갈 수 있음에 만족하고, 역시 뭐든간에 다양한 경험들은 깨달음과 교훈을 주는것같다.

 

모두들 각자의 환경에서 살아가며 지금 주어진것에 감사해하고 있는지 한 번씩 스스로 물어보면 좋을것같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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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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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하늘

    0
    over 1 year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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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답글 (1)
  • na0304mi

    0
    12 months 전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말자!! 너무 와닿는 말입니다 ... 오늘 교육으로 이렇게 훌륭한 병장님울 만나서 반갑습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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