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자라구요…? 주 80시간 근무요? 이게 스타트업?

2020년도에 내가 걸어왔던 길

2022.09.20 | 조회 4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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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가 되어버린 PM

스타트업 PM은 특수부대에서 어떤 일상을 보내며 무슨 생각을 하고있을까요?

아침에 출근했더니 다들 이렇게 자고있었다.
아침에 출근했더니 다들 이렇게 자고있었다.

 

2020년 내 삶을 요약하자면 이 글의 제목이 될 것 같다. 20년도 마포구 상암동의 한 스타트업 사무실은 나와 팀원들의 집이였다. 서비스 출시 기간을 맞추기 위해 새벽까지 일하다가 회사 구석에 마련된 2층 침대에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9시에 일어나 공유 킥보드를 타고 10분 걸리는 헬스장에 가서 샤워하고 다시 돌아와 일하는게 일상이였다. 

 

관심좀 받겠다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던 시프티 근무기록
관심좀 받겠다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던 시프티 근무기록

 

그렇게 내 근퇴기록에는 주 85시간이라는 시간이 찍혔고, 인스타 스토리에 이를 올리자 무수한 관심이 쏟아졌다. ‘일 한 만큼 돈은 받냐?’ ‘몸 챙기면서 해라’ ‘병난다’ 등 의 질문으로 시작해, 내가 회사에서 먹고 자고 씻고 하는 내용을 언급하자 ’무슨 이상한 회사를 들어갔길래 그렇게 갇혀사냐… 그 돈 받으면서… 당장 탈출해라’ 같은 답변을 들었다. 주변에서 나에게 개인적인 신경을 써주고 걱정해주는 사람이 많아 고마웠고, 충분히 친구들의 그런 반응이 이해가 갔다. 내 회사도 아니고, 스톡옵션이 있던것도 아니고. 돈도 많이 안줬고. 나는 당시에 왜 그렇게 살았던걸까? 

 

회사 라운지에서 수지가 나왔던 넷플릭스 드라마 '스타트업'도 보고, 쪽잠도 잤었다.
회사 라운지에서 수지가 나왔던 넷플릭스 드라마 '스타트업'도 보고, 쪽잠도 잤었다.

 

역설적이게도 저렇게 회사에서 살면서 나는 너무나도 자유로웠고, 행복했다. (아직도 이 때를 회상하면 가슴이 설레고 더 잘 하지 못했던것에 아쉽다 🥺) 업무에 열중했던 절대적인 시간 자체가 많기는 했지만 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았다. 가끔 약속이 있을 땐 자유롭게 나갔다가 회사로 돌아와 해야할 일을 했고, 점심시간이 지나 아무도 없는 헬스장에서 쾌적하게 운동도 하고. 주중에 놀러가고싶은 날에는 하루 쉬고 주말에 나와 일했다.

 

이런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했던건 공통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든것을 쏟아부은 최고의 팀원들이 모여있었기 때문이다. 10명으로 구성되어있던 우리 팀은 특별한 문화가 없었음에도 다함께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슴 깊숙히 진심이였다. 우리에게 중요한것은 ‘아침 9시까지 출근하기’나 ‘하루 8시간의 근무시간 채우기’가 아니였다. ‘우리가 목표하는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의미있게 전해주기’가 목표였다. 이를 간절히 이루고싶었기에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회사에 오래 머물렀고, 회사에서 살았다.

 

서울역 스파크플러스 시절의 사무실
서울역 스파크플러스 시절의 사무실

 

서비스 런칭이나 긍정적인 지표도 즐거웠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하고싶어하는 일을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열심히 했던 과정 자체가 보상이였다. 무엇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남들 쉬는 늦은 새벽이나 주말에 일한 대가로 팀원들끼리 모여 남들 일할 때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인기 카페를 여유롭게 즐기고, 차가 하나도 안막히는 고속도로를 달려 바다를 보러가는 등 자유로움을 느낄 때면 더 할 나위없이 행복했다.

 

Work-life-balance가 아닌 Work-is-life 가 진정한 행복이고, 스타트업 정신이 아닐까 생각했던것같다.

 

저번 글에서 언급했듯, 최근 군대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내 삶에서 목표해야하는 제일 중요한 한가지가 무엇인가? 내 One Thing은 무엇인가? 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처음 생각했던 목표는 ‘객관적인 능력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공부하는것’ 이였는데 그 이유는 전역 직후 현업으로 돌아가, 커리어에 당당한 한 줄로 내세울 수 있는, 어느정도 성장궤도에 올라와있고 규모도 있는 회사를 다니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역 직후 좋은 회사 다니기를 단기적인 목표로 삼아 한창 데이터 관련 공부에 매진했다가 문득 ‘좋은 회사 들어가면… 그 다음은 뭐지?’ 라고 생각해봤다. 좋은 회사를 가서 성장하고 굵직한 커리어를 한 줄 쌓고나면, 20년도의 내가 그랬던것처럼 자유롭게 살면서 행복을 극대화하여 살아가는걸 최종적인 목표였다. 내가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바가 좋은 회사를 다니는게 아닌 ‘자유롭게 살기’였음을 깨달았고, 머릿속에는 ‘굳이 그렇게 돌아서 갈 필요가 있을까..?’ ‘나 전역하면 취업이 아니라… 창업해야겠는데?’ 라는 생각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상암동 DMC 사옥에서 바라본 노을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상암동 DMC 사옥에서 바라본 노을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물론 단순히 자유롭게 살고싶어! 라는 이유만으로 창업을 결심한건 아니였다. 여러 초기 스타트업을 거치며 각종 지원사업과 프로그램, 서비스 운영부터 서비스 기획, 사업 기획, UX 디자인, HR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다는 점, 스타트업이라는 가면을 쓴 밑바닥에서 실패도 해봤다는 점, 또 업계를 살펴보며 반드시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고,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예전부터 창업을 고민하고 시도해봤던 나였다. 여기서 ‘자유’라는 가치는 내 모든 정신과 행동을 창업에 몰두하게 하는 확신을 주었고, 애매하게 창업해볼까? 로 머물러있던 내 생각을 바로잡아주었다.

 

21년도에 20년도의 나를 돌아봤었을때는 당시 엄청난 시간과 노력, 열정을 투자했던것에 비해 성과가 뛰어나지 못했고, 명확한 데이터로 남기지 못했다는 점 등 여러 부분에서 아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자유'라는 내 삶의 목적을 실천하며 지금에 이르러 창업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던 너무나도 값진 순간이였다.

 

팀원들이랑 일본 여행가서 기모노 입고... 가 아니라 건강검진 가서 한 장 찰칵
팀원들이랑 일본 여행가서 기모노 입고... 가 아니라 건강검진 가서 한 장 찰칵

 

최근 당시 다녔던 회사에서 내가 주도적으로 발굴하여 피벗한 서비스가 현재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보다 '역시 그때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확신이 든다. 그렇게 20년도의 기억을 떠올리며, 작지만 확고한 목표를 실행으로 옮긴 서비스를 런칭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요즘이다. 뜻이 맞는 미래의 소중한 팀원들과 함께 일과 삶의 경계 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고객 문제를 해결하는 상상을 하며, 오늘도 군대 싸이버 지식방에 앉아 꿈을 준비하고 있다.

 

결론 : 회사에서 자고, 주 80시간 일하고. 이게 스타트업이지! Work is lif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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