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가도 됐던 군대를 온 나. 후회 안 해? 🤔

병특을 포기한 한 남자의 이야기

2022.10.07 | 조회 7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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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가 되버린 PM

스타트업 PM은 특수부대에서 어떤 일상을 보내며 무슨 생각을 하고있을까요?

‘미쳤냐 진짜 남들은 군대 안가려고 별 짓 다하는데 도대체 왜???‘

박재욱 쏘카 대표, 김동신 sendbird 대표, 카카오를 창업한 김범수 의장 등. 이들의 공통점은 ‘병역특례(병특)’ 제도를 통해 18개월의 군 복무 대신 4~5주의 기초 군사훈련만 받고 현업에서 각자의 삶에 열중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박재욱 대표의 경우 병특을 통해 만난 지인들과 비트윈을 창업했었다.

 

복무 기간이 34개월로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업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이점으로 인해 수많은 IT 인재들이 병특제도를 통해 실력과 꿈, 비전을 쌓아가고 있으며 내 주변에도 토스나 헬로우봇 등 유망한 스타트업에서 대체복무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 (무한 외출 및 외박이 보장되는 강남 생활관 …😮 월급도 n배…)

 

나 또한 이 병특 제도를 통해 군 부대에서 복무하지 않고 현업에서의 삶을 이어갈 기회가 있었다. 저번 글에서 언급한, 당시 재직중이였던 스타트업이 병역특례 지정 업체였고, 특성화고 졸업 등 각종 자격요건이 우연히 딱딱 맞아떨어졌었다. 이번년도부터는 대학생의 병특이 제도적으로 금지되었는데, 당시엔 이런 규정이 변경되기 이전이였다. 그렇게 나도 절차에 맞게 지원했고, 6개월간의 기다림 끝에 내 이름으로 된 병특 TO를 받을 수 있었다.

 

병특. 하기로 했는데, 안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병특 TO를 포기하고 medium에 기고했던 글의 타이틀
당시 병특 TO를 포기하고 medium에 기고했던 글의 타이틀

그런데 두둥탁! 스스로 군대가겠다고 마음먹고 병특을 포기함과 동시에 당시 다녔던 스타트업을 나오기로 결정했다. 당시 회사 구성원들과 문제가 있었던것도 아니였고, 병특에 실패한것도 아니였다. 당시 내 주변 사람들은 무수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미쳤냐 진짜 남들은 군대 안가려고 별 짓 다하는데 도대체 왜???‘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성장’ 과 '창업'을 위해서였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뚜렷한 목적은 아니긴했지만, ‘언젠간 창업해보고싶다’는 바램이 있었다. 창업을 위해서는 ‘객관적인 역량’과 ‘시장의 상황 (타이밍)을 캐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내가 병특을 하게되면 이 두가지를 모두 놓치게 될것같아 걱정됐다.

 

당시 재직하던 스타트업에서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자 ‘지금 내가 여기서 해볼 수 있는건 다 해본거같은데?’ 라는 생각이 컸다. 병특을 전환점으로 삼기에는 내가 맡은 Role이 모호했고, 다른 Role을 맡기에는 전문지식이 부족해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물론 병특 시작 이후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방법 등이 있었지만 6개월이라는 기간이 지나야 가능했기에 그 기간동안 억지로 뭐라도 하기엔 나와 회사 모두에게 마이너스라고 판단했다. 조금 이기적으로 생각해서 6개월동안 수동적으로 요구받는 일만 하고 이직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회사에 대한 애착이 컸기에 짧은 기간 뒤에 바로 이직할 사람이 병특이라는 큰 베네핏을 가져가는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병특하면서 회사일은 일대로 하고 따로 추가적으로 공부하다가 나중에 이직해! 맘 편하게 생각하면되지’ 라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한소리 들었고, 실제로도 그냥 그렇게 할까 생각했지만 34개월의 복무기간이 결정적인 장애물이였다. ‘내가 일하다가 엄청난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창업하고싶으면… 병특 기간동안에는 결국 못하는거 아니야?’ 라는 단순한 생각이였다. 창업은 하고싶다고 하는것이 아니라 시장의 상황에 맞게, 사용자의 니즈에 맞춰 빠르게 실행하고 수정해나가는것이 관건임을 깨닳은 현 시점에서 돌아보면 정말 옳은 생각이였다.

 

생산적인 삶 덕분에 빠르게 지나가는 군생활

‘병특 포기한거… 후회 안하나요?’ 물어보면 오히려 ‘최고의 결정이였다’고 말한다.
‘병특 포기한거… 후회 안하나요?’ 물어보면 오히려 ‘최고의 결정이였다’고 말한다.

 

10월은 내 군생활의 50%를 채우게 되는 달이다. 병특중인 친구들과 연락하다보면 종종 병특 안한거 후회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안하길 잘한거같다고 대답한다. 개인적으로 정말 빠르게 시간이 흘러간다고 느껴지는데, 삶의 태도가 변하며 생산성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사회에서는 넘치는게 시간이였기에 남는시간에 친구들도 자주 만났고, 개인 여가에 시간을 많이 썼었다. ‘생산적인 일은 회사에서 충분히 열심히 하니까~’ 라는 마인드로 비교적 느슨하게 살았다.

 

예전에도 글을 통해 언급했지만, 군대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개인시간은 정말 적은 편이다. 처음에는 남는 시간에 아무생각없이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기도 했는데, 잠을 잘 때 떠올려보니 ‘그래서 결국 오늘은 뭐 한거지?’ 라는 생각과 함께 무기력감에 자주 빠졌다.

 

그렇게 책을 잡는것으로 시작해서 전역 이후 삶의 목표를 설정했고, 강의도 보고, 나라는 사람의 성향이나 가치관을 설명하고 정리하는 등 ‘여기서 이거라도 안하면 난 도태되고 나락에 빠진다’는 마인드로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나라는 사람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어떤 목표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가 명확해져 사회에 있을 때 보다 훨씬 생산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런 마음가짐과 습관을 전역 후에도 가져가야할텐데… ㅎ 그럴 수 있기 위해 더 노력해야할것같다.

(노력했던 과정이 궁금하다면?)

 

군대를 통해 연결되는 소중한 인연

입대 이후 많은 사람들과 네트워킹 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입대 이후 많은 사람들과 네트워킹 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병특을 하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되는 또 다른 이유는 군대를 통해 수많은 인연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디스콰이엇 커뮤니티와 개인 뉴스레터 등을 통해 내 이야기를 글로 적어 올리고 있는데, 군대라는 공통점이 있거나 창업에 열의가 있는 사람들과 인스타그램이나 이메일을 통해 커피챗을 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어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군 부대에서는 IT나 창업 관련 관심사가 있는 구성원이 없다시피 해서 이런 만남들이 더욱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 외에도 내가 구독해서 읽던 뉴스레터의 에디터분을 같은 부대에서 우연히 알게되어 너무나도 신기하고 감사해 같이 부대 카페에서 창업과 스타트업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가장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인연은 관점 디자이너로 활동중이신 카카오 창립 멤버분을 부대에서 뵙게된 점이다. 직업군인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러 오셨는데, 내가 맡은 보직이 이런 행사 지원이다보니 우연히 유일한 병사 신분으로 청강할 수 있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디자인하라’ 는 주제의 강연 내용이 좋았던것은 둘째치고, 군 간부분들앞에서 ‘장삐쭈를 아시냐고. 꼭 보셔야한다’고 언급하시는 등 세상의 트렌드를 정말 잘 알고계셨다. IT업계 사람의 사고 방식과 언행이 강연에 속속이 녹아있었고 이를 너무나도 오랜만에 접해 너무나도 기분좋고 행복했다. 그렇게 강연이 끝남과 동시에 나가는 길까지 부대 지휘관이신 여단장님이 디자이너님을 배웅해주시는 중간에 과감히 조심스럽게(?) 끼어들어 강연 내용이 너무 좋아 꼭 감사인사를 잠시라도 드리고 싶었다고 말씀드렸고, 연락처까지 받을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 피치 느낌으로 간단한 소개와 함께 감사인사를 문자로 남겼더니, 그날 저녁 카카오 모빌리티 관계자분과의 식사 자리에서 나에게 전화를 바꿔주며 인사말을 나눌 수 있게까지 해주시는 특별한 경험까지 할 수 있었는데, 이 모든 경험이 내가 병특을 했다면 사라졌을뻔한 일들이다.

 

어떤 환경이나 상황에서 무엇을 하던간에, 명확한 동기부여와 마음가짐이 잘 세팅되어있다면 높은 목표를 향해 점진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군대에서의 1년 6개월이 마냥 좋은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군대라는 환경을 통해 내 스스로를 돌아보며 창업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며 의미있는 경험들을 해올 수 있었음에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의 남은 50%도 지금처럼 점진적으로 꾸준히 이어나갈것이다.

 

결론 : 안 가도 됐던 군대를 온 나. 후회 절대 안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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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bro0408

    0
    over 1 year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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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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