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이 바꿔 놓은 다큐멘터리 산업🎬 / 2022 오스카 살펴보기🏆

안녕하세요. 옥수수🌽 여러분. 윤프🤴입니다. 베를린영화제가 2월 10일 개막했습니다. 오미크론으로 인해 원했던 것 처럼 전세계인의 축제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세계 영화인들은 베를린 영화제를 향해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어느덧 1분기도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믿을 수가 없군요. 설 연휴도 끝나고, 3월까지 날씨는 춥고 특별한 일은 없어서 자칫 심심하게 보낼 수 있는데요. 다양한 기사로 여러분을 즐겁게 만들어 드리기 위해, 객원 에디터를 한분 더 모셨습니다! 바로 초록🍀님! 아직 자세한 사항은 비밀이지만, 다큐멘터리와 관련된 특집이 될 것 같다는...

오늘의 내맘추!☝️

윤프🤴

나의 픽은 <나의 집은 어디인가> 2021년 추천 다큐 5편 기사를 쓰면서 '재밌게 설명해 놓고, 볼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라는 피드백을 들었는데, 이젠 볼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아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왓챠가 수입, 배급하였고 곧 극장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올해 모든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영화제를 휩쓴 화제작을 곧 관람할 수 있다.

2021년 추천 다큐 5편 기사 다시보기

구독자에게 보내는 [팝콘뉴스🍿]

스트리밍이 바꿔 놓은 다큐멘터리 산업🎬
2022 오스카 살펴보기🏆

1. 스트리밍이 바꿔 놓은 다큐멘터리 산업🎬

By 윤프🤴

스트리밍 서비스가 다큐멘터리 산업의 방향을 바꿔 놓고 있습니다. <더 라스트 댄스>와 <타이거 킹>같은 큰 인기를 끌었던 다큐멘터리 덕분에 오랜 기간 영화 산업의 마이너 장르였던 다큐멘터리가 메이저화 되는 중이죠.

사실 다큐멘터리와 스트리밍은 궁합이 잘 맞는 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의 난관은 항상 그렇듯, ‘유통’이죠. 아무리 잘 만들어도 관객과 만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표현의 제약 없이 관객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니, 독립 다큐멘터리 PD도 아이템만 잘 준비했다면 다큐를 해 볼만 하게 되었죠.

마이클 조던의 시카코 불스 시절을 다룬 <더 라스트 댄스>, 엄청난 흥행을 거둬 스포츠 + 기록영상 다큐멘터리의 모범사례가 되었다. ©Getty Image

스트리밍 플랫폼도 다큐가 필요한가?

그렇다면 스트리밍 플랫폼은 왜 다큐멘터리를 제작할까요? 종합해서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저렴하게 모든 고객의 니즈를 맞출 수 있는 콘텐츠이므로’라는 말이 가장 명확할 것 같습니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경쟁력은 예전에도 언급했듯, 콘텐츠의 가짓수에서 나오죠.(물론 질 또한 어느 정도는 받쳐줘야 하겠지만) 많은 콘텐츠를 보유할 수록 많은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데, 다큐멘터리야 말로 범죄, 스포츠, 여행, 교육, 도박, 마약, 동물 등 모든 주제를 가리지 않고 다루기 쉬운 장르죠.

게다가 심지어 제작비도 저렴합니다. 극 영화는 촬영 로케이션, 세트, 배우 개런티, 스텝 인건비 등 기본적으로 꼭 나가야할 고정 지출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는? 지금 당장 핸드폰만 들고 (수전증만 없다면) 저도 바로 나가서 취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취재비와 진행비 정도만 있어도 바로 제작을 시작할 수 있죠. 실제 예를 들자면 ‘농구’를 좋아하는 관객들을 위해 농구 영화 <스페이스 잼: 새로운 시대>를 만들려면 1600억(스페이스잼: 새로운 시대의 실제 제작비)이 들지만, <더 라스트 댄스>를 만들려면 200억(NBA 전문가가 추정하는 제작비, 실제 제작비는 공개되지 않음)이 드는 것이죠.

이정도 장비만 있어도 다큐멘터리 제작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 ©Mobile Motion Film Festival

그래서 스트리밍 플랫폼은 어떻게 다큐 산업을 바꿔가나?

1. 가볍게 보는 다큐

플랫폼에서 원하는 다큐는 ‘가볍고 팔리는 다큐’입니다. 여기서 가볍다는 것은 주제가 재밌고, 밝다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소비할 수 있다는 의미죠. ‘다큐는 재미없잖아’라는 생각 때문에 다큐를 피하는 소비자가 많으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담 없이 클릭해서 밥 먹으면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그래서 사회 현안에 대한 다큐멘터리의 수가 늘었습니다. 지금 당장, 오늘 이슈가 되고 있는 현안에 초점을 맞춰서 관객의 시선을 모으는 것이죠. 예전에는 아무도 몰랐던 사회의 어두운 면을 심층취재해서, 세상에 내놓는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이미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들을 깊게 파서 다시 한번 정리해주는 역할이라 할 수 있죠.

등장인물, 이슈, 결론 뭐 하나 자극적이지 않은 게 없는 타이거 킹 ©Netflix

‘별종 대형고양이과 애호가와 (자칭)동물보호 운동가가 호랑이를 둘러싸고 싸운다!’를 다룬 <타이거 킹>, ’코로나 발병 이후 중국의 언론통제와 미국의 정보통제를 중국인 감독의 시선으로 본다면?’을 다루는 2021년 추천 다큐 5편 중 하나였던 <In the Same Breath>, 등 한 줄 소개로도 보고 싶게 만드는 다큐들이죠. 국내 사례로도 구독자들이 근황을 궁금해하는 인물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는 <근황 올림픽>이나 일상에서 궁금하지만 해보기는 두려운(사이비를 따라 가보기, 귀청소방은 정말 귀청소만 해주는 방일지)일들을 대신해주는 <그것을 알려드림>같은 유튜브 콘텐츠도 ‘가볍게 볼 수 있는 다큐’의 영역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2. 시리즈화

사실 시리즈화는 다큐멘터리에서만 일어나는 변화는 아닙니다. 시청시간을 최대화하는 것이야 말로, 플랫폼의 최고 목표이므로. 모든 콘텐츠가 시리즈화 되고 있죠. 이에 맞춰서 다큐멘터리도 6편, 8편으로 구성되고 흥행에 성공한 경우 시즌2가 꼭 나옵니다. 오히려 시즌2가 없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찾는 것이 힘들 정도죠.

꼭 사업적인 이유만은 아닌 것이, 다큐멘터리는 투여되는 시간이 극영화보다는 훨씬 긴 콘텐츠입니다. 짧으면 1년에서 길면 10년 동안 촬영을 하는데요. 영화라는 포맷에 맞춰 만들기 위해 2시간으로 줄이다 보면, 시간 투여대비 가성비는 무척 떨어지게 됩니다. 또한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충분히 보여주기 어려울 수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놓치는 것 없이, 많은 것을 보여주기에 시리즈화를 택하는 것이기도 하죠.

티벳의 승려들을 9년간 촬영한 <다시 태어나도 우리>, 다큐에서만 볼 수 있는 시간의 힘이 느껴진다. ©소나무필름

3. 셀럽화

마지막은 셀럽 다큐멘터리의 흥행입니다. 위에서 ‘가볍게 팔리는 다큐’를 언급했었는데요. 셀럽만큼 잘 팔리는게 세상에 있을까요? 마이클 조던, 네이마르, 데이비드 베컴, 레이디 가가, 비틀즈, 도널드 트럼프, 슈마허 심지어 축구선수 호날두의 ‘연인’ 조지나까지.

이쯤 되면 다큐가 나와줘야 셀럽으로 인증을 받은 것이라 할 수도 있겠네요. 전문 촬영진이 붙은 ‘대형 브이로그’인 셀럽 다큐멘터리는 이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던 장르로서, ‘이걸 다큐멘터리라고 봐야 하나?’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잘나가는 장르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셀럽의 정의는 개인으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화제의 축구 다큐멘터리 <죽어도 선덜랜드>는 선덜랜드 AFC의 1부 승격을 위한 시도를 다루며, 프리미어 리그 팬들에게 경기장 밖에서의 팀 모습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되었습니다. 이어서 손흥민 선수의 팀인 토트넘을 다룬 <All of Nothing>또한 아마존에서 공개되었죠. 한국에서도 왓챠가 한화 이글스의 1년을 담은 다큐멘터리의 제작을 거의 마쳤다는 소식이 들리니, 곧 개봉할 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가볍고 잘팔리는 다큐’를 중심으로 하는 추세들이 다큐멘터리 산업에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항상 ‘보는 사람들 만의 장르’였던 다큐멘터리 업계에 이런 신선한 바람이 부는 것은 정말 고무적인 일이지만, 너무나 셀럽 위주의, 자극적인 다큐멘터리만 대량 생산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없다고는 하지 못하겠네요. 재밌는 다큐, 캐쥬얼한 다큐도 좋지만 어두운 극장에 앉아 스크린을 통해 전해지는 찐한 사람냄새에 울고 웃던 다큐멘터리가 조금은 그리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2. 2022 오스카 살펴보기🏆

By 윤프🤴

2022년 아카데미 후보가 발표되었습니다. 작품상 후보에는 <벨파스트>, <CODA>, <돈룩업>, <드라이브 마이 카>, <듄>, <킹 리차드>, <리커리쉬 피자>, <나이트메어 앨리>, <파워 오브 도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올랐습니다.

오랜만에 10개의 후보를 다 채웠는데요. 2021 아카데미에서는<노매드랜드>가 작품상을 받을 것이 너무나 명백히 예상이 되면서, 김이 빠졌던 것을 만회하기 위해, 올해는 많은 작품을 후보에 올려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려는 것 같습니다. 이번 후보들은 대부분 영국 아카데미의 후보군에서 볼 수 있었던 작품들인데요. 이번 2022 오스카 이슈는 무엇일지 살펴보시죠

1. 넷플릭스는 작품상을 받을까?

이미 15개의 오스카(아카데미 트로피)를 받았고, 이번에 26개 부문 후보(그 중 12개는 파워 오브 도그)를 낸 넷플릭스는 과연 2022년에는 아카데미의 패자가 될 수 있을까요? ‘스트리밍 vs 스튜디오’ 이슈는 이전에도 많이 다뤘던 이슈인데요. 과거에는 스튜디오 중심의 영화산업에 스트리밍이 새로운 도전자로 참가한 상황이었다면 이제는 거의 대등하게, 혹은 코로나로 인해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가져가는 것 같습니다.

2021년 아카데미에서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맹크, 넷플릭스는 총 7관왕을 달성했다 ©Netflix

넷플릭스 영화의 영화제 참가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던 지난 몇 해 전과는 달리 현재는 아카데미의 회원들 또한 예전에 비해 젋어졌고, 글로벌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플랫폼과 협업을 했던 회원도 있을 수 있고, 더 열린 생각을 가진 회원이 많아져서 이제는 작품상 수상의 확률이 꽤 높다고 할 수 있죠.

파워 오브 도그가 12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올해 최다후보 작품이 되어서, 작품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작품이 되었습니다만. 아직 속단하기는 이른 것 같습니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하면 기존의 극장을 중심으로 하는 영화산업은 더 쪼그라들고 플랫폼이 모든 영화 생태계를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 작품상을 놓친다고 하더라도 스트리밍이 영화제와 시상식에 초대받는 것은 이제는 곧 기사거리도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2. 글로벌 영화의 증가

작품상 후보에 <드라이브 마이 카>가 포함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아카데미는 점점 글로벌 영화를 늘리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든, 회원들의 구성에도 변화가 있었을 뿐 아니라 ‘미국영화가 메인! 나머지는 우수리!’라는 태도가 영화업계에서 계속해서 화두가 되고 있는 다양성과 공정성에 대한 요구와 맞물려, ‘미국에서 개봉한 모든 영화들을 평가하고 시상하는 자리’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죠.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는 로컬이잖아”라는 묵직한 한 마디가 기존의 아카데미 시상식을 바라보는 비미국인들의 시선을 잘 대변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미국인 영화팬들의 리트윗을 받았던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는 로컬이다’ 인터뷰

또한, 전에 소개했던 아프간 탈출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FLEE(나의 집은 어디인가>, 페넬로페 크루즈의 <마드레스 파랄렐라스>, 노르웨이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등이 후보에 올랐습니다.

3. 다양성 이슈는?

이제는 영화제 이야기를 하면 절대 빠지지 않는 이슈인 것 같습니다. 2022 아카데미의 다양성은 어땠을까요? 작년에 비해서는 부족하다는 평입니다.

작년 아카데미에서는 유색인종 배우가 총 남여주조연 20명의 후보 중 9명을 차지하여 역대 가장 많은 비백인 비율을 이뤄냈지만 올해는 총 4명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남우주연에 윌 스미스(킹 리차드), 덴젤 워싱턴(맥베스의 비극) 그리고 여우조연에 안저뉴 앨리스(킹 리차드), 아리아나 드보스(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노미네이트 되었지만 여우주연, 남우조연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CODA>의 트로이 코처가 청각장애인 배우 중에는 처음으로 남우조연에 후보에 지명되었습니다

양성 평등의 면에서는 <파워 오브 도그>의 제인 캄피온이 감독상 후보에 두번 노미네이트된 첫 여성감독이 되며 기록을 세웠지만, 전체 감독상 후보 중에는 작년, 재작년에 이어 유일한 여성 감감독이 되어서 6명 중 3명이 여성감독인 영국 아카데미보다는 못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2022 아카데미는 3월 27일 진행될 예정인데요. 사실 올해 아카데미는 초대작도 없고, 한국 영화도 없어 조금은 관심이 덜한 감이 있는데요. 그래도 영화 산업의 전반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또 챙겨봐야 할 ‘로컬한’ 시상식이므로 새로운 소식이 생기는 대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