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특집!-영화, 드라마, 뮤지컬 속 법률 뜯어보기🧑‍⚖️]

안녕하세요 옥수수🌽여러분, 영평🏃🏻‍♀️입니다. 오늘 레터는 지구가 뿌서질만큼 스페셜한 특집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아주 특별하고, 또 평소 몹시x100 리스펙하는 사람을 게스트 에디터✨로 모셔왔기 때문이죠🤭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평소 정규레터는 술렁술렁 읽으실지라도! 오늘 레터만큼은 정⭐️ 독⭐️해주세요! 내용도 그야말로 스페셜 그잡채...!!!!!긴말 하지 않겠습니다. 아래에서 바로 오늘의 주인공을 만나보시죠. 

안녕하세요 옥수수🌽여러분! 게스트 에디터 덕변🧑‍⚖️입니다. 덕질하는 변호사라 덕변인데요, 상당히 일차원적인 조어인 줄 알고는 있지만 이만큼 제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표현도 없다고 생각해서 게스트 에디터 닉네임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영화, 드라마, 뮤지컬, 연극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넓고 얕게 파다 보니 저도 모르게 어느샌가 옥수수가 되어버렸는데, 한낱 옥수수에게 게스트 에디터로서 한 페이지를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영평🏃🏻‍♀️님께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에디터님들의 멋진 레터들을 보다가 직접 글을 쓰려니 부담감이 어마어마한데요… 많이 부족하겠지만 알차게 한번 채워보겠습니다.

오늘의 내맘추!☝️

게스트 주제에 야심차게 ‘오늘의 내맘추!’까지도 한번 탐내봤습니다. 최근에 충무로 영화제에 다녀왔는데 정말 어마어마하게 알찬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 임다슬 감독님의 <깜빡깜빡>입니다. 미미한 치매 증세가 있는 80세 노인과 구형 로봇청소기의 따뜻한 우정을 그린 작품이에요. 스틸컷 보니 또 눈물이…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또 생기겠죠?

구독자에게 보내는 [덕변의 영화,드라마, 뮤지컬 속 법률 이야기🍿]

 1. 영화, 드라마 속 옥의 티 찾기👀

최근에 <자백>이라는 영화를 보고 왔는데요! 주인공인 유민호(소지섭)가 김세희(나나)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양신애 변호사(김윤진)를 만나 사건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입니다. 뭔가 한 줄로 영화를 설명하고 나니 굉장히 간단해 보이는데, 반전의 반전의 반전의 반전이 숨어 있는 영화니까 아직 늦지 않았다면 꼭 극장에서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형법? 형사소송법? 그게 그거 아냐?🤔

그런데 자백을 보던 중 형사님의 대사 한 마디가 귀에 냅다 꽂혀버렸습니다. 꽂힌 정도가 아니라뭐랄까… 갑자기 소름이 돋고 전기에 통한 것처럼 머리가 삐쭉 서버리는 순간이었어요. 대충 기억하자면 ‘형법 제216조에 따라 체포 현장에서는 영장 없이도 압수수색을 할 수 있습니다!’라는, 아주 심각한 장면에서 나온 엄근진 대사였는데! 여기에 바로 옥의 티가 숨어있었습니다.

옥의 티는 바로… 체포 현장에서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은 ‘형법’이 아니라 ‘형사소송법’에 등장한다는 점!

형법은 (도스토옙스키가 쓰진 않았지만) 죄와 벌을 다루는 법이에요. 절도죄, 사기죄, 폭행죄 뭐 이런 것들 많이 들어보셨죠? 이렇게 하면 이런 죄가 되고 이런 벌에 처한다! 라고 무섭게 규정하고 있는 법이랍니다. 만약 누가 범죄를 저지르면 수사기관에서 수사도 하고 법원에서 재판도 하게 되겠죠? 이 때 필요한 형사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법이 바로 형사소송법이에요.

그래서 흔히 형법은 실체법, 형사소송법은 절차법이라고도 한답니다. 대사에서 ‘형법’이 나오길래 ‘제250조 살인죄를 말하려는 걸까’ 생각하며 듣고 있었는데 제216조(?!)가 나오고 압수수색(?!!)이 나왔으니 얼마나 놀랐겠어요.

그러면 대사에 나온 형법 제216조는 뭘까요? 바로 ‘허위유가증권작성죄’와 ‘유가증권허위기재죄’입니다. '행사할 목적으로 허위의 유가증권을 작성하거나 유가증권에 허위사항을 기재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압수수색이랑은 거리가 멀죠? 사실 이 정도의 옥의 티는 법을 전공으로 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옥의 티의 티의 티도 되지 않을 거예요... 불현듯 나타난 직업병 같은 거라고 생각해주셔도 됩니다.

피고? 피고인? 이것도 그게 그거 아냐?😶

형사소송법 관련 옥의 티는 몇 달 전에 본 임의준 감독님의 단편영화 <입관>에도 등장했습니다.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장례지도사 민정(이태경)이 우연히 그 가해자(권다함)를 상주로 만나 겪는 마음고생을 다룬 영화인데요, 이태경 배우님의 연기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최근 개봉한 <고속도로 가족>에도 등장하신다고 하는데 꼭 봐야겠어요.

아무튼, 영화 도입부에서 뺑소니 가해자에 대한 판결문을 읽는 판사의 음성이 배경으로 깔립니다. 대충 ‘피고 땡땡이는 이래서 이랬으므로 징역 땡년에 처한다’라는 말이었어요.

벌써 눈치채신 분 있으시죠? 우영우 변호사가 잘 알려준 것처럼, 형사소송법에 ‘피고’라는 단어는 없어요. 민사소송에 ‘나한테 이런 권리가 있으니 내 요구를 들어달라!’라고 말하는 ‘원고’와, 그 상대방인 ‘피고’가 있다면, 형사소송에는 ‘땡땡이가 땡땡죄를 지었으니 징역 땡년으로 처벌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검사’와 검사로부터 기소를 당해 재판을 받게 된 ‘피고인’이 있을 뿐이랍니다. 이런 옥의 티는 사실 꽤 많은 작품에서 자주 등장해요.

긴급한 체포니까 긴급체포 아냐?😳

말리는 비서를 뒤로 하고 형사들이 나쁜 놈 방에 들어가서 종이 한 장을 들고 보여주며 말합니다. ”당신을 긴급체포합니다!” 드라마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죠? 그런데 여기에도 함정이 숨어있습니다. 바로 ‘종이 한 장’입니다.

체포는 원래 사전에 판사로부터 받은 체포영장이 있어야 하는 게 원칙이에요. 그런데 예외적으로! 무거운 죄를 저지른 진짜 나쁜 놈인데 지금 당장 안 잡으면 나중에 잡기 어려울 것 같고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도 없을 때는 영장 없이 나쁜 놈을 잡을 수 있답니다. 그게 바로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이 규정하고 있는 ‘긴급체포’예요. 설명을 듣고 보니 아까 그 장면이 이상하죠? 분명히 긴급체포를 한다고 했는데, ‘영장’을 들이밀고 있잖아요.

이건 더 이상해 보이죠? 영장 없이 하는 체포가 긴급체포인데 ‘긴급체포영장’이라는 문서는 있을 수가 없죠. 물론 나쁜 놈은 1분 1초라도 서둘러 잡아야 하니까 긴급하게 하는 체포이긴 한데, 형사소송법이 정하고 있는 긴급체포는 그게 아니랍니다.

아마 긴박한 체포 현장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극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추가한 설정일 것 같아요. 정말 긴박해 보이는 장면에서 영장까지 들이밀면 얼마나 쫄깃하겠어요. 쓸데없이 직업병이 도진 누군가의 눈에 들어왔을 뿐…!

2.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는 이야기😨

최근에 뮤지컬 <서편제>를 보고 왔습니다.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도 시간이 없어서 계속 관극을 미뤄왔는데,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라고 하길래 일단 예매부터 해버렸습니다. 회사야 뭐 저 하나쯤 칼퇴해도 잘 돌아갈 테니까 시간을 내서 봐야죠. (여기서 잠시 웃는 영평🏃🏻‍♀️...왜냐...덕변은 레터에 이렇게 써도 생각은 이렇게 안 할 것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책임감...빼면...시체...ㅠㅋㅋㅋㅋ그리고 현실은..덕변 회사에 덕변 없으면 하나도 안 돌아갈 각;) 운동을 이렇게 시간을 내서 했으면 10키로는 빠졌을 텐데…(괜찮아요 지금도 날씬해ㅠ) 

아무튼 <서편제>는 주인공 송화가 진정한 소리꾼의 길을 쫓는 아버지 유봉을 따라 유랑을 하며 겪는 이야기입니다. 내용보다는 사실 <서편제>의 넘버들을 너무 좋아해서 현장에서 라이브로 꼭 한번 들어보고 싶었어요.

가끔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 소설 등에서 아름답게 그려지는 많은 이야기들이 알고 보면 아주 무서운 범죄 이야기인 경우가 있는데요, 서편제도 그렇습니다.

같이 유랑하던 동생 동호가 아버지의 뜻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 떠나버리니 마음이 약해진 송화는 소리를 완성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들게 됩니다. 아버지는 이런 송화가 걱정되었는지, 진정한 소리를 찾을 수 있게 송화가 자는 사이 무언가를 바른 천으로 송화의 눈을 감싸버립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난 송화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시는 앞을 볼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세상에…

익히 알려진 이야기지만 그 장면에서 홍지윤 배우님이 <원망>이라는 넘버를 부르시는 걸 들으니 슬픔+분노가 폭발했습니다. 아무리 소리가 중해도 그렇지 어떻게 딸의 눈을 멀게 한단 말입니까?

만약 오늘날 이런 사건이 일어난다면, 동호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사람의 신체를 상해하면 형법 제257조에 따라 ‘상해죄’가 성립합니다. 7년 이하의 징역입니다.

그런데 상해의 정도가 심해 불구 또는 불치나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하면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하겠죠? 이 경우 형법 제258조에 따라 ‘중상해죄’가 성립합니다. 중상해죄가 인정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됩니다. 보통은 ‘땡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엔 ‘땡년 이상’이라는 하한이 있죠? 그만큼 무거운 죄를 저질렀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중상해죄를 범할 경우 형법 제258조의2에 따라 ‘특수중상해죄’가 성립합니다. 이렇게 되면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됩니다. 두 배로 뛰었죠? 독약이 ‘위험한 물건’이 아닐 수는 없을 테니, 결국 독약을 이용해 딸을 실명시킨 비정한 아버지 동호는 특수중상해죄로 무거운 벌을 받게 될 겁니다. 아무리 그게 예술을 위한 열정, 딸의 성장을 위한 아버지의 부정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해도 말이죠.

오늘은 게스트 에디터로서 영화/드라마 속 옥의 티를 찾아보고 뮤지컬 <서편제>에 등장한 무시무시한 사건을 다뤄봤는데 어떠셨나요? 제가 가진 글감들 중에서 옥수수 여러분께 어떤 이야기를 해드려야 할까 많은 고민을 한 끝에 고른 주제였어요. 부족한 글로 민폐를 끼치지는 않아야 할 텐데… 레터를 쓰다 보니 새삼 에디터분들의 노고가 피부로 와닿네요. 앞으로 팝콘레터는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씹어 삼키겠습니다.

종종 ‘어차피 할 덕질이면 합법적으로 하자’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글을 쓰고 있으니 호오오오옥시나 또 기회가 된다면, 그리고 팝콘레터에 어울리는 주제가 있다면 다시 한번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옥수수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현생에 치이더라도 덕질은 꼭 하고 사는 멋진 덕후들이 됩시다. 안녕히 계세요!🧑‍⚖️

구독자님, 오늘의 레터 재미있으셨나요? 즐거우셨다면! 댓글이나 SNS, 메일 등으로 현업이 바쁜 와중에도 팝콘레터에 기고를 해준 덕변🧑‍⚖️에게 샤웃아웃 부탁드립니다~! 😇저(영평)는 또 다음 레터에서 새로운 소식 가지고 찾아뵐게요. 날이 많이 춥지만, 모두 마음만은 따뜻한 한 주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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