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에서 낭비하는 시간은 무엇이 될까?
안녕하세요 새로 온 편집장 이현주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 이름을 밝히고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건 처음 같습니다. 귀한 시간 내어 이 문장을 읽고 계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먼저 전합니다.

저는 늘 모든 것을 미뤄오던, 발등튀김이 일상이던 사람인데요. 오늘 이 글도 사실 약간의 발등튀김이 된 상태로 쓰고 있습니다. 그래도 예전의 저보다는 조금 더 발전하여 이번 회차에 대한 소재를 좀 더 미리 공유했으므로 이렇게 한발짝 나아진 스스로를 칭찬해봅니다. 이런 TMI 왜 이야기 하냐고요? 그냥 좀 설레서, 쑥스러워서 이러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제 글을 재미있어 해줄까, 읽는 이들의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닐까 뭐 그런 걱정들이요.
하지만 인생은 가끔씩 낭비하는 것에서 오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봅니다. 저는 한창 취업을 준비할 때, 공부는 안 하고 독립영화상영회 기획 활동을 더 열심히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다들 왜 그런 거를 하냐고 물었던 일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소중한 추억임을 떠올려본다면, 인생은 그런 알 수 없는 낭비 덕분에 조금 더 재미있어지는 것도 같습니다.
오늘 소개 드릴 책이 여러분의 인생에 그런 낭비 같은 순간들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일상 속 공간을 낯설게 보고 싶을 때
책 <대전 건축 여행> (김예슬 지음)
예술의 한 분야로 건축물에 관심이 생긴 뒤로 주변의 건물들을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늘 보던 건물인데 요즘 지어지는 건물과 다르게 느껴질 때면 휴대폰 카메라로 창문만, 계단 난간만, 벽만 확대해서 찍어보곤 했어요. 아마 그 즈음 파이퍼 프레스 출판사에서 대전 건축 여행 책 출간을 앞두고 한 편씩 글을 소개하는 걸 만나게 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찾아보니 종종 독립서점에서 마주쳤던 『서울 건축 여행』 작가님의 책이었어요. 서울 편도 좋지만, 아무래도 저는 대전 편을 더 흥미롭게 살펴봤었고요. 교통의 요충지였던만큼 다양한 역사가 쌓여서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이 흥미로웠습니다.
충청도가 다른 지역을 가기 위해 스쳐가는 경유지가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지가 되기 충분하다는 걸 여행하며 느꼈기 때문이다 -『대전 건축 여행』프롤로그 中 -
대전 건축 여행에는 대전 뿐만 아니라 대전 근처의 청주, 공주, 옥천의 건축물 이야기도 함께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국립청주박물관이 김수근 건축가 설계한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오래도록 봐온, 같은 건축가 설계작인 국립진주박물관과 어떻게 다른 느낌일지 궁금해져서 청주를 한번 방문해보고 싶어요. (청주는 디저트 맛집이 많은 걸로도 유명해서 겸사겸사 같이 가보고 싶었던 지역 중 하나입니다) 요즘 인기가 많아진 공주의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도 있답니다.
정성이 가득 들어간 사진이 많은 만큼 책이 조금 두껍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휘리릭 넘기며 관심 가는 건축물 이야기 위주로 처음엔 책을 읽었습니다. 그렇게 읽다 보면 결국 다 읽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실 수도..?
이 책에서 작가님이 건축물을 바라보는 태도, 관심 갖고 소개하는 포인트 등을 살펴보고 일상에도 한번 적용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 현관에 들어서면 로비 계단에 이르기까지 특이한 타일을 여럿 볼 수 있다. 천장, 문 모서리, 벽, 바닥 등 시선 닿는 모든 곳을 천천히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p.33)
대전 근현대사전시관을 소개하며 나오는 문장입니다. 카페, 식당, 마트, 은행, 우체국 같은 일상적인 공간을 갔을 때, 이 문장처럼 시선 닿는 곳을 천천히 살펴보면 그 공간에서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것들이 있어서 재미있더라고요.
건물에 나만의 부제를 붙이면 감상이 더 명확해진다. 가까운 사람에게 붙이는 애칭이나 별명처럼, 건물 정식 명칭이나 용도와 관계 없이 나의 시선으로 의미를 만들어보는 거다. --- 부제는 소소할수록 좋다. 봄에 가기 좋은 곳, 울적하면 생각나는 곳처럼 계절이나 날씨, 기분에 따라 특정해도 된다. (p.35)
근현대 건축물을 감상할 때 꼭 지키려고 하는 원칙이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비유하지 않기'이기 때문이다. --- 다소 쉽고 직설적인 감상 대신 다른 언어로, 다양한 예시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이기도 하다. (p.51)
저는 다른 지역을 방문하면 익숙한 제 주변의 공간을 호출하는 편인데요. 예를 들면 밀양에서 영남루를 보곤 촉석루를 떠올린다든지, 밀양강 주위를 보며 남강과는 얼마나 다른지 생각해보는 편입니다. 가끔은 이런 호출이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너무 내 주위의 익숙한 시선으로 무언가를 바라보게 되는 느낌이랄까요. 그럴 때 작가님이 말한 다른 언어로 표현하기를 떠올려보며 낯설게 보기를 시도해보곤 합니다. 아직 잘 되진 않는데, 그게 잘 되는 순간이 온다면 인생에 재미있는 순간이 늘어날 거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이 책이 불러올 여러분의 일상의 낯선 순간이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이미 낯설게 보기를 잘 하고 계신 분들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네요...?
그런 순간을 발견하면 꼭 알려주세요! 여러분이 발견한 순간이 궁금하거든요!
작가 소개 | 김예슬
근현대 어디쯤을 걷고 찍는 건축 여행자. 휴가를 내지 않고도 주말을 여행자처럼 쓰기 위해 건축 여행을 시작했다. 2015년부터 오래된 건축물을 찾아 전국을 여행하며 SNS에 기록했다. 1000곳이 넘는 건물 중 서울에 있는 근현대 건축물만 모아 『서울 건축 여행』을 썼다. 건물에 담긴 시간과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인스타그램 @ysk.kr
작품 소개 | 대전 건축 여행
대전과 충청도의 근대 건축물 답사기. 많은 컬러사진 덕분에 생생하게 글의 묘사를 느낄 수 있고, 건축물에 대한 역사, 과거 상황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따로 찾아보지 않고도 편하게 살펴볼 수 있다. 대전역의 소제동 철도 관사촌에서 시작해서 성심당 근처의 건물축들, 대전과 청주에서 만나는 근현대 건축가들의 건축물, 골목길에서 만난 공주의 건축물, 정지용 시인의 고향인 옥천의 건축물을 통해 대전과 충청에서 살던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오늘의 로컬 TMI
영화 <어른 김장하>에 나온 김장하 어르신의 일터였던 진주 남성당 한약방을 다녀왔습니다.
현재는 진주 남성당 교육관으로 바뀌었는데요.
이 곳을 구경하고 진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걸으며 진주건축여행을 했습니다.
그냥 익숙한 풍경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댔단 뜻입니다.
렌즈를 통해 보면 낯설게 느껴지는, 그래서 아름다운 순간이 많더라고요.
그 사진을 하나 함께 보내봅니다.

여러분의 일상여행 순간도 공유해주세요. 댓글로 순간을 남겨주시거나
인스타 스토리에 @local.dayz 계정을 태그해 주시면 구경하러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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