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76] 🍄 취향으로 가득 채운 여행 중 들었던 음악들

안녕하세요, 로이🍄입니다. 저는 얼마 전 여름의 끝자락에 일본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오사카를 시작으로 교토, 기후, 나고야 지역을 방문하면서 오랜 친구와 맛있는 식사도 하고, 멋진 공간도 방문하고, 재미있는 액티비티도 경험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무엇보다 저만의 취향으로 가득 채운 여행이라 무척 만족스럽고 기억에 오래오래 많이 남을 여행이었어요.

취향이라는 것은 때로는 낯설어 뾰족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이 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흥미로움을 느끼죠.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때 반짝이는 그 눈을 보는 것이 참 좋답니다. 

저희가 드리고 있는 PRIIISM도 우리 세 명의 취향이 가득 담겨 있는 레터죠. 멋진 설명이나 대단한 평론이 아닌, 그저 우리의 마음이 이끌렸던 그 순간의 감정과 이야기를 남아 여러분께 음악을 소개해 드리고 있어요. 혹시 저희의 레터를 받아보실 때마다 '오늘은 어떤 음악이 있을까?'하고 기대하시나요? 부디 그러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레터에 소개하기 위해 노래 3곡을 뽑았는데요. 다 뽑고 보니 어느새 성큼 다가온 요즘 같은 쌀쌀한 가을보다는 여름에 어울리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아마도 저는 여전히 지난 여름의 일본 여행에 머물러 있나 봐요. 구독자 님은 이 노래에서 어떤 계절과 정취가 느껴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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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roshi Sato - Find Your Life

일본 여행을 하면 꼭 바이닐샵을 들리곤 한다. 아직 턴테이블도 없는 데다가 바이닐을 사기만 하지 켜보진 못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언젠가 나만의 음악 공간을 만들겠노라 하는 기약 없는 다짐인지, 그 옛날 바이닐의 앨범 커버가 예뻐 인테리어로 쓰려고 하는지, 아니면 그저 바이닐을 사는 행위를 하는 나 자신이 좋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나도 바이닐샵을 그냥 못지나친다.

별 기대 없이 들어갔던 바이닐 샵에서 내가 또 애정하는(뭐 이렇게 애정하는 것이 많은지) 일본 아티스트 '히로시 사토(Hiroshi Sato)'와 일본의 왕 '야마시타 타츠로(Yamashita Tatsuro)'의 바이닐을 발견했다. '아니 선생님들, 왜 또 여기 계신 겁니까? 여기 이렇게 계시면 제가 살 수밖에 없잖아요?'라며 혼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바이닐을 구매했다. 

야마시타 타츠로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한다, 나는)의 앨범이야 스트리밍으로 질리도록 들었기 때문에 사고 싶었던 바이닐이 명확했지만, 히로시 사토의 경우에는 각 앨범을 제대로 잘 알지는 못했다. 마지막 일말의 양심이 과소비하지 말라고 말했기 때문에, 단 하나의 바이닐만 사고 싶었는데, 현장에서 딱 이 곡 <Find Your Life>를 듣자마자 7집 [Future File]을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사고 보니 앨범에 참여한 세션들이 하나 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주자들이 아닌가? 역시 잘나갔던 80년대 일본답다.

🍄 The Volunteers - Let me go!

10일 간의 일본 여행, 하고 싶은 것들로만 가득 채운 취향 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나고야에서 더 발룬티어스(The Volunteers)의 공연을 보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보지 않았던 밴드의 라이브를 일본에서 본다? 그게 무슨 이상한 행동이냐고 반문하겠지만, 나에겐 이게 낭만이고 여행의 끝자락을 장식하는 가장 완벽한 마무리였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티켓까지 수령해 공연 당일 공연장을 찾았는데, 더 발룬티어스의 모습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웬 힙합 뮤지션의 공연 대기 줄만 있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일본 투어를 비롯한 더 발룬티어스의 아시아 투어 일정은 모두 취소된 것이었다. 그것도 모른 채 그저 좋다고 공연장에 찾아간 것. 현장에서 느낀 당혹스러움에 잠시 스턴에 걸려 얼어버렸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다른 좋은 기억으로 일본의 마지막 밤을 채우기로 했다.

어쨌든 대미를 장식할 여행을 즐기기 위해 일본행 비행기에서도, 교토 시내를 달리면서도 더 발룬티어스의 노래들을 예습하며 이 공연을 즐길 준비를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라이브로 듣고 싶었던 건 이들의 첫 앨범 [The Volunteers]의 <Let me go!>라는 곡이었다. 언제 이 곡을 라이브로 다시 들어보려나? 지난 일본 여행 중에선 아쉽게도 때가 맞지 않았다. 언젠가 새로운 기회가 다시 찾아오겠지. 아쉽지만 쿨하게 보내주자. Let it go!

🍄 Kylie Minogue - Magic (Purple Disco Machine Extended Mix)

디제잉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던 나는 어쩌면 지금까지 디제잉을 그저 클럽 음악으로 치부했을지도 모르겠다. 눈을 멀쩡히 뜨기 힘든 조명의 난사와 짙은 담배 연기와 알코올 향기, 그리고 서로 부대끼며 춤추는 모습. 그런 장면이 떠오르는 음악이었다. 그런데, 친구의 추천으로 방문한 한 DJ분의 퍼포먼스에서 디제잉의 매력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들로 셋리스트를 짜고, 그것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믹스해 선사한다는 점에서 지금 내가 PRIIISM을 통해 음악을 소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그것을 들으며 보이는 사람들의 반응을 좋아하지 않았던가? 넓은 의미에서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는 일이, 자신의 음악 취향으로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일 자체가 DJ 본연의 일이긴 했다.

이미 DJ로 활동하고 있는 그 친구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믹싱을 추천 받았는데, 결국 돌고 돌아 내 마음을 잡은 것은 '뽕'이었다. 디스코, 훵크(Funk), 그리고 뽕. 친구가 추천해 준 퍼플 디스코 머신(Purple Disco Machine)의 믹스 리스트를 들었다. 그런데, 익숙한 멜로디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내가 가장 아끼는 뮤지션 중 한 명인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의 노래였다. 너무 잘 어울린다. 어깨가 들썩들썩, 고개가 까닥까닥. 이게 바로 나의 '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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