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7] 🍄 요즘 근황과 함께 추천하는 노래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로이🍄입니다. 평안한 한주 보내셨나요? 특별한 일은 없으셨을까요? 요즘 제 근황을 잠시 풀어드리자면요. 1년이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작고 큰 즐거움을 경험하고 있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 축제를 다녀왔고, 스포츠 경기 관람도 했습니다. 모두 3년 만에 경험한 정말 오랜만의 즐거움이었습니다. 이 가을이 가는 것이 아쉬워 더 추워지기 전에 캠핑도 다녀올 예정이고, 12월부터는 몸과 마음을 챙길 수 있는 정기 모임에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참! 최근에는 상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제 인생 첫 상담인데요. 상담이라는 것을 평생 생각해 보지 못해서 제가 ‘내담자’가 되었다는 것이 여전히 어색합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제 마음과 몸으로부터 조금씩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느끼게 되었고 더 이상은 미루기 힘들어 상담을 받기로 결정했답니다. 무엇보다 ‘내 인생과 전혀 상관이 없는 누군가가 나의 밑바닥 끝의 모습을 들어준다’는 주변인의 경험담이 저를 상담으로 이끌었답니다.

현재까지 3주 정도 상담을 받았는데요. 받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 익숙한 저는 생각보다 제 이야기를 털어놓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가장 큰 깨달음 중 하나입니다. 또,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했던 제 머릿속에만 떠돌던 제 진짜 모습을 입 밖으로 꺼내고 마주하는 경험이 매우 소중하고 가엾고 행복하고 그랬답니다. 

각자의 상황과 환경이 다 다르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마음을 챙기고 싶은 분들께 상담을 추천드립니다. 꼭 상담이 아니더라도 어떤 것이든 마음을 챙기고 지키는 것을 시도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이미 그렇게 하고 계시다면 좋은 방법을 추천 부탁드립니다. 모두 자신을 잘 지키는 한 주 되시길 바라며, 저는 늘 그렇듯 이번 주도 최근 듣고 있는 노래들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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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DEOTAPEMUSIC - Cocktail Moon (feat. Mellow Fellow)

지난 주말에 뭐 하셨어요? 지난 한 주간 어떻게 보내셨어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멍 해질 때가 있다. 나 이번 주말에 뭐했지? 요즘 어떻게 살고 있지? 무언가를 하면서도 딱히 기억이 뚜렷하게 남지 않는 상태로 한 주를 보냈다. 이런 상태로 지내다 보면 음악도 이 음악을 어디서 들었는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조차 잊어버릴 때가 많다. 그런 점에서 최근 필리핀 출신의 멜로우 펠로우(Mellow Fellow)를 새롭게 알게 된 계기가 기억이 나지 않아 참 아쉽다. 분명 어떤 상황에서 들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최근의 내 일상과 마음 상태 때문일 테다. 그나마 그런 상태에서도 꽂히는 음악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다.

어쨌거나 Mellow Fellow만의 Melting한 감성(…라임 좋고)에 매료되어 이번 PRIIISM에 꼭 소개하고자 마음먹었다. 역시 이미 많이 알려진 뮤지션이었는데, 베드룸팝(Bedroom Pop)과 로파이뮤직(Lo-Fi)을 사랑하는 인디 팬들에게는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칭송받고 있었다. 베드룸팝은 첨단 기술과 프로듀서, 엔지니어 사단이 꾸려진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하이파이(Hi-Fi)뮤직과 반대로, 이름 그대로 마치 침실과 같은 작은 공간에서 DIY로 제작되는 음악을 말한다. 사운드 클라우드나 유튜브와 같이 인터넷을 통해 개인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 덕분에 더욱 다채로운 아티스트들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 같다. 

샤잠(Shazam)을 통해 애플뮤직에 저장된 그의 노래는 <How was your Day? (feat. Clario)>↗였으나, 오늘 소개하고 싶은 노래는 그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VIDEOTAPEMUSIC의 <Cocktail Moon>이다. 멜로우 펠로우를 디깅하면서 알게된 또다른 뮤지션인 VIDEOTAPEMUSIC은 이름 그대로 정직하게 VHS 영상을 활용해 음악과 영상을 만드는 일본의 아티스트다. 레트로하고 창의적인 샘플링과 구성도 매력이지만 동시에 영상 크리에이터이기도 해 뮤직비디오도 재미있다. 언젠가 거제 구조라해수욕장에 햄버거와 맥주, 칵테일을 파는 펍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Cocktail Moon> 뮤직비디오의 감성이 딱 내가 생각했던 펍의 모습이었다. 멜팅멜팅 녹는 그의 목소리와 함께 열대야의 저녁 해변에서 칵테일 한 잔과 함께하는 순간을 상상하며 들어보자.

🍄 선우정아 - Darling (in 환승연애2)

번잡하고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도 하나 놓치지 않은 것이 있었는데, 지난주에 드디어 아껴둔 ‘환승연애2’를 모두 보았다. 사실 리얼리티 예능, 특히 연애 프로그램에 전혀 흥미가 없었으나 연인의 권유로 환승연애는 시즌1, 2를 연달아 완주했다. 환승연애라니, 그 무슨 해괴한 프로그램이냐?라는 편견 가득했던 사전 감상과 달리, 매 시즌을 볼 때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슬픔과 감동을 참지 못할 만큼 과몰입했고 모든 시리즈를 다 보고 난 뒤에는 깊은 여운이 남기도 했다. 

보는 내내 어쩔 수 없이 남성 출연자들에게 더욱 정서적으로 몰입되었는데, 특히 비현실적인 환경과 강철 멘탈으 가진 출연진들의 모습보다 우리네 모습과 비슷할 것만 같은 출연진들에게 더 몰입되었다.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교활하리만큼 정교하게 차려놓은 상황 가운데에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갈등과 파도가 들썩이듯 오르고 내리던 그들의 마음을 보며 때로는 '왜 저렇게 어리석을까' 싶다가도 '아! 우리는 모두 선호민이고 정규민이 아니던가? 누가 그들을 블레임할 수 있으랴!'하는 마음이 들었다. 

특히, 출연자 서로의 마음이 깊어지고 엇갈리고 아려지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이 노래 <Darling>이 배경에 깔리며, 내 감정과 몰입을 극대화한다. 선우정아의 아슬아슬한 목소리와 신비로운 사운드가 저기 목성에서부터 발사되어 내 마음에 정확하게 정밀 타격한다. 구성부터 음악까지 티빙과 환승연애 제작진의 연출력에 감탄을! 선호민, 정규민님 모두 리스펙합니다. 그리고 환승연애 출연진 모두들 행복하세요.

🍄 이승열 - 슬픔이 지나간 자리 (in 투트랙프로젝트)

내 상담은 어쩌면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쩐지 처음 받아보는 진짜 상담이 불편하거나 어렵지 않았던 것은 이 분 덕분이 아닐까? 나의 음악 치료제이자 상담사인 이승열의 신곡을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치기 어린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좋은 음악으로 나를 위로해 주었던 이승열이 지난 10월 31일 또 하나의 위로를 전하는 노래를 발표했다. <슬픔이 지나간 자리>는 우리 대중음악 역사에서도 중요한 포크 밴드로 뽑히는 어떤날의 조동익과 그의 여동생 조동희가 올해부터 시작한 '투트랙프로젝트'의 4번째 곡이다.

투트랙프로젝트는 하나의 노래를 성별이 다른 남녀 두 가수가 각각 솔로 버전으로 부르는 프로젝트다. 한국 대중음악에 거목답게 많은 동료와 후배들이 프로젝트에 함께했다. 지난 3월 정승환과 장필순이 참여한 <연대기>를 시작으로 잔나비 최정훈과 한영애의 <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 이효리와 정세운의 <오늘부터 행복한 나>에 이은 발표곡이다. 이승열이 참여한 이 곡의 여성 버전은 스텔라장이 부를 예정이라고 한다. 

여전히 든든하고 따뜻한 이승열의 목소리가 담담하게 울려 퍼진다. 함춘호의 기타와 박용준의 피아노가 따뜻하게 감싸고 후렴구에는 장필순의 코러스가 손을 보탠다. 한글로 꾹꾹 눌러 담은 담백한 가사들 중에서도 '하루를 살아낸다'라는 표현이 더욱 마음에 깊게 파고든다. 형용할 수 없는 슬픔과 어려운 상황 가운데에서 우리 마음에 일상보다 빠른 겨울이 찾아왔는데, 부디 이 모든 것들을 다 견뎌내길. 달팽이 잠에서 깨어나 매일매일 하루를 단단하게 살아내는 우리가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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