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79] 🍄 인생의 역사

안녕하세요, 로이🍄 입니다. 구독자 님 잘 지내고 계시죠? 점점 심해지는 일교차에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별다른 인사를 드리기보다는 바로 음악 소개에 들어가고자 해요.

이번 주는 정말 특별한 뮤지션들로만 구성해 보았습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이라는 표현조차 아까운 뮤지션들이에요. 사랑하는 것을 넘어 제 인생과 함께한 분들이기 때문이죠. 감수성 넘치던 제 10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늘 함께해오면서 어쩌면 제 성격 형성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뮤지션들입니다. 

제가 자주 표현하는 애정한다는 말로 여러 뮤지션들을 소개해 드렸습니다만, 아마 누군가 제게 가장 중요한 뮤지션 3명(팀)을 뽑아보라고 물어본다면 저는 이분들을 주저 없이 뽑을 것 같아요. 그만큼 구독자 님에게 소개하는 것이 떨리고 설렙니다. 곡을 선정하는 것도 정말 오래 걸렸어요. 한 번 만나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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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신 - 도착 with 박정현

영원히 잡아둘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사람뿐만 아니라 나도 마찬가지로. 하지만 내 마음도 내가 잡아두기 힘든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내 멋대로 할 수 있을까? 결국 우리는 모두 각자의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일 것이다. 그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이 노래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2001년 발매된 하림의 대표곡 <출국>에 이은 연작이다. 하림의 목소리를 빌려 저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의 이야기를 전했던 윤종신이, 이번에는 박정현의 목소리로 기어코 떠나버린 사람의 이야기를 전한 것이다.

나도 달리 아무 방도가 없이 무력한 채 떠나는 이를 바라보기도 했다. 또한, 내가 이방인을 자처하고 떠나기도 했다. 마치 망각과도 같은 깊은 잠이 지나면, 전혀 낯선 시간, 눈동자 색, 첫인사까지 모두 바뀌듯, 나 역시도 망각으로 덧칠해지는 시간들이 흐를 것이다. 그럼 그저 지금처럼 가을 향기가 그윽한 때가 와야만 겨우 떠오르는 흔한 이방인의 이야기 될 것이다. 

🍄 전람회 - 이방인

얼마 전 가정을 꾸리고 있는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여정 내내 함께 붙어있으면서,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여행의 끝자락에 이르자 우리는 '돌아감'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의 시선은 어느새 이 여행이 끝난 뒤의 일상을 향해 있었던 것이다.

각자의 삶에 다시 치열하게 돌아가기를 다짐하던 그때, 나는 그 친구와 나의 가장 큰 차이점을 깨달았다. 친구는 돌아가면 기다릴 사람과 머물 곳이 있다는 것이었고, 나는 돌아가도 여전히 지금처럼 혼자라는 사실이었다. 꿈을 찾겠노라고, 후회하지 않겠노라고 살아오던 나는 여전히 이방인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저 찾는 것에 몰두하느라 결국 쉴 곳과 머물 곳이 없는 채로 표류하고 있던 것이다.

고등학생 시절, 진로 상담을 위해 장래희망을 적는 칸에 단어가 아닌 문장을 적었다. "꿈을 찾아 세상을 돌아다니다 풍장 당하는 것이 장래희망이에요" 내 몸은 사회적인, 물리적인 흐름에 못 이겨 겨우겨우 이 땅을 걷고 있지만, 여전히 마음은 헤메이고 있나 보다. 이렇게 오랫동안 표류하게 될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제는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나의 머물 곳에 편히 머물고 싶다.

🍄 이승열 - 푸른 너를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에 희망은 있다. 이방인처럼 여전히 떠돌고 있고, 다시 한번 실패했다고 생각해 끊임없는 자기혐오에 빠져있을 때도 푸른 너는 곁에 있었다. 다시 한번 고개를 들고 시선을 돌려 푸른 너를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얼굴을 씻고, 옷을 다리고, 머리를 매만진다.

푸른 너가 주는 알 수 없는 힘이 있다. 꿈속에서 만난 너는 다시 나를 살게 하고, 너가 주는 알 수 없는 힘은 요동치는 내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그리고 하나만 바라보게 한다. 그래 다시 시작해야지, 다시 살아내야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여전히 나는 젊고 가야 할 길이 무궁하다.

생각해 보면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에 늘 곁에는 이승열의 노래가 있었다. 지금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 푸른 빛을 맞이하려는 때. 위로가 되는 이승열의 노래는 이제는 희망의 찬가로 들린다. 푸르고 푸른 그의 노래. 바로 이방인처럼 살던 내가 머물 곳이 이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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