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21] 🥦 여름 휴가를 보내면서 듣고 있는 곡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저는 이번 주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답니다. 어디 특별히 여행을 떠나온 것은 아니고, 그냥 집이에요. 강원도나 경상도 어딜 가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다지 당기지 않더라고요. 회사에서 올해 부서를 옮기게 되면서 해외 출장을 다니게 되었는데요. 몇 번 다녀왔고 앞으로 몇 번 더 가야해서 그런지, 먼 길 떠나는 것에 대한 욕구가 별로 들지 않네요. 소설 한 권 들고 커피 잘하는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운동하면서 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휴가 내내 집에만 있기엔 지루하죠. 휴가가 끝나고 나면 허무하게 느껴질 것 같기도 하고요. 나들이라고 할까요, 친구들을 만나러 짧게 짧게 다녀오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전주에서 친구가 운영하는 카페에 다녀왔고요. 다른 친구를 만나러 세종에 다녀왔고, 이 편지를 띄우는 목요일에는 로이🍄를 만나러 대전에 가 있을 거고요. 주말엔 광주에 간답니다. 결국 사람 중심으로 휴가를 만들어 가고 있네요.

그렇습니다. 제 경우에는 근사한 풍경, 멋진 그림, 기가 막힌 음악, 맛있는 음식 등 나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 정말로 오롯이 즐거울 때는 그것을 누군가와 함께할 때더라고요. 이렇게 쓰고 보니 시간을 함께해준 사람들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귀한 시간을 내어 PRIIISM을 구독하고 편지를 읽고 계신 구독자 님, 고맙습니다. 요즘 자주 찾는 음악을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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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rgio Mendes & Brasil '66 - Mas Que Nada

벌써 보름 정도가 지나버렸지만 올해만큼 입추가 극적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그칠 줄 모르고 이어졌던 열대야가 입추 즈음해서 마법처럼 물러갔다. 다시 더운 날이 이어지고 있지만, 특히 한낮에는 여전히 무척 덥지만 7월 내 기승을 부린 열대야까지는 아니다. 이제 밤에는 되면 공기가 그래도 선선해져서 움직일 만하다. 다가올 처서(23일)에도 기대를 걸어 본다.

용광로 같은 폭염이 아닌 여름, 바로 요즘 저녁 정도 되는 날씨에 어울리는 곡들이 있다. 보사노바(Bossa Nova), 레게(Reggae), 스카(Ska) 같은 장르 음악인데, 공통점이라면 모두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브라질, 자메이카 같은 남미 국가 여름 날씨는 어떨까, 요즘 같은 우리나라 여름하고 비슷할까?

올 여름에는 브라질을 대표하는 보사노바 뮤지션 중 하나인 세르지오 멘데스(Sergio Mendes)의 <Mas Que Nada>를 많이 듣고 있다. 갖가지 타악기가 만들어내는 통통 튀는 소리 그리고 그 위에 얹어지는 남녀 보컬의 코러스가 청량하다. 참, 듣다보면 우리 귀에 '오빠'처럼 들리는 가사(Obá obá obá)가 있는데, 특별한 사전적 의미는 없는 추임새라고 한다.

🥦 Men At Work - Who Can It Be Now?

호와 불호를 떠나, 어떤 음악이 듣는 사람에게 한 번에 각인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억에 남을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멘 앳 워크(Men At Work)의 <Who Can It Be Now?>는 분명 강렬한 한방을 갖고 있다. 글을 여기쯤 읽고 있다면 곡 시작부터 터져나오는 격정적인 색소폰 솔로가 당신의 귀를 파고들었을 것이다. 처음 색소폰 솔로를 들었을 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뭐야, 트로트야?' 다음 날 문득 그 색소폰 멜로디가 귀에 떠올랐고 그 다음 날도 그랬다. 어느새 나는 <Who Can It Be Now?>를 재생 목록에 넣고 있었다.

<Who Can It Be Now?>는 멘 앳 워크를 대표하는 곡이다. 그렇다면 멘 앳 워크는 누구인가. 이들은 AC/DC, 젯(Jet), 비 지스(Bee Gees) 올리비아 뉴튼 존(Olivia Newton-John),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 등과 더불어 호주의 대표적인 뮤지션이다. 멘 앳 워크는 듀란 듀란(Duran Duran), 아하(A-ha), 티어스 포 피어스(Tears For Fears)처럼 신디사이저를 적극 활용해서 80년대 영미권 대중음악계에 말 그대로 '새 바람'을 일으킨 '뉴 웨이브(New Wave)' 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 David Bowie - Sound And Vision

PRIIISM에서 여러 번 언급했듯이 내 취미 중 하나는 달리기다. 꾸준히 달린 지 수 년이 지나는 동안 주 무대는 변하지 않았는데, 집 앞 호수공원이다. 지난해쯤부터 호수공원을 달리는 사람이 정말 많아졌다. 급기야 최근에는 부모님까지 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달려보라고 할 땐 꿈쩍 않더니, 이십 년 넘게 달리기를 하는 어느 의사 선생님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것을 보고서는 엄마가 달리기 시작했다. 조금 야속한 마음도 들지만 아무렴 어떠랴, 혼자 달리던 거리를 엄마 그리고 덩달아 같이 뛰는 아버지와 함께 뽈뽈 달리자니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호수공원 건너에 사는 친구도 느닷없이 엊그제 한 바퀴 달렸다는 것이 아닌가. 친구는 너무 힘들었다며 걷다 뛰다 걷다 뛰다 했다고 툴툴거렸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는 지금도 몸 상태와 맞지 않게 달렸다가 예정에 없이 뜀걸음을 멈추곤 한다. 우리 유전자엔 '빨리 달리고 싶은 욕심' 또는 '빨리 달려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새겨져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속도보다 오래, 멀리 그리고 부상 없이 꾸준히 달리는 사람이야말로 정말 잘 달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속도보다는 호흡에 먼저 신경 쓰면서 편안하게 달릴 수 있는 지점을 찾아보자.

편안하게 달리면서 듣기 좋은 곡으로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Sound And Vision>를 권한다. 이 곡은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모나지 않은 사운드가 특징이다. 데이빗 보위의 목소리는 노래라기보다는 내레이션 또는 효과음에 가까워 보인다. <Sound And Vision>은 1977년에 발매된 데이빗 보위의 열한 번째 앨범 [Low]에 수록되었다. [Low]는 데이빗 보위의 음악 세계에 관해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베를린 3부작'의 첫 번째 앨범으로, <Sound And Vision>을 제외하면 실험적인 곡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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