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22] 🍄 맛있는 짬뽕인가? 뷔페인가? 오마카세인가? 추천하는 3곡

안녕하세요, 로이🍄입니다. 어느새 8월의 마지막 주네요.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웠던 것 같은데, 여러분은 무탈하게 잘 지내고 계신가요? 예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다며 9월이면 곧바로 가을이 시작되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말이 무색할 정도로 9월에도 더위가 이어질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언젠가부터 여름을 좋아하게 되었지만, 이제는 선선한 바람이 그리워지는 때네요.

그래도 계절은 늘 그렇듯 지나갈 것이고, 우리의 시간도 묵묵히 흘러가겠죠. 요즘 들어 세월이 참 빠르다는 걸 실감합니다. PRIIISM 원고를 준비하는 3주가 이렇게 순식간에 지나가다니 싶기도 하고요(웃음). 지난 3주 동안은 정말 다양한 음악들을 새로 알게 되고, 다시 듣고, 경험했습니다. 고맙게도 여러분께 소개할 음악들이 하나둘 쌓여가고 있어요.

여러분도 이미 느끼셨겠지만 제 음악 취향은 정말 대중 없는 짬뽕이죠. 이번 주에도 서로 다른 결을 가진 음악들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어떤 곡은 익숙하게 다가올 테고, 어떤 곡은 신선하게 느껴지실 거예요. 지친 목요일 오후 4시, 이 작은 음악 이야기가 여러분의 귀에 소소한 즐거움이 되길 바랍니다.

📧 추신 , PRIIISM 뉴스레터는 상단의 '🌏웹에서 보기' 버튼을 누르면 보다 쾌적하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 하림 - 출국

어느덧 리코 카메라와 함께한 지도 벌써 10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간헐적으로만 사진을 올려왔는데, 금세 휘발되는 기록이 늘 아쉬웠다. 그래서 사진들을 시기별로 나눠 블로그에 아카이빙하기로 했다. 리코를 처음 사용했던 순간은 10개월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 출장길이었다. 카메라롤 첫 번째 칸에 저장된 사진은 기내 창가를 바라보며 찍은 장면이다. 그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도 그때가 아득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출장 덕분에 10년 만에 다시 유럽 땅을 밟았다. 나에게 유럽은 아픔이 많은 곳이다. 그 사진을 보고 있자니, 괜히 오랜만에 하림의 <출국>이 듣고 싶어진다. 10년 전에도 <출국>을 들었다. 윤종신이 만들고 하림이 부른 이 곡은 앨범의 두 번째 트랙이다. 그 앞에는 <열한 시간 삼십분의 깊은 잠>이라는 트랙이 있는데, 앨범을 재생하면 곧장 비행기 내부 소리와 함께 기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 비행기는 독일 프랑크푸르트까지 가는 아시아나 항공 541편이며, 오늘 독일까지 비행시간은 이륙 후 11시간 30분이 소요되겠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남겨두고 "기어코 떠나버린 사람"은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11시간 30분의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0년 전 나도 “기어코 떠나버린 사람”을 속절없이 바라만 봤다. 지난 출장에는 음악 속 그 사람처럼 나도 프랑크푸르트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비록, 아시아나 항공도 아니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는 길도 아니지만). 떠나버린 그 사람은 무슨 기분이었을까?

🍄 Vieux Farka Touré et Khruangbin - Savanne

무엇이든 생각이 길어지면 대개는 긍정적인 결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나에게 ‘고민’이라는 단어는 어떤 대상을 깊이 살펴보고 이치나 원리를 따져보는 고찰의 기능이라기보다는, 마음속에 심한 괴로움과 번민만을 남기는 고뇌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종종 ‘장고 끝에 악수’를 두고 만다.

작년부터 이어져 온 삶의 중요한 문제를 여전히 붙들고 있다. 평생을 함께할 대상에 대한 고민, 그리고 평생까지는 아닐지라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내가 몰두해야 할 일들에 대한 고민. 얼핏 보면 객체에 대한 인식과 결정처럼 보이지만, 실은 주체인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가? 나는 어떠할 때 가장 행복한가?

얼마 전 콜리🥦가 대전으로 놀러왔다.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 공간을 둘러봤다. 그곳 대부분은 음악과 함께하는 장소였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크루앙빈(Khruangbin)의 음악을 알게 됐다.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삶의 무거운 문제들이 내 눈앞에서 아주 잠시 비켜간다. 음악에 취해 심신의 안정을 얻는 순간. 마치 음악만이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 인 것처럼(....ㅋ).

🍄 Billyrrom - Funky Lovely Girl

앞선 두 곡이 조금 진중했다면, 마지막은 발랄한 곡으로 소개하고 싶다. 바로 빌리롬(Billyrrom). 2020년, 도쿄도 마치다시 출신 멤버들이 모여 결성한 젊은 밴드다. 요즘 말로 ‘느좋’의 감성을 풍기면서도, 펑크(Funk), 소울, 록, 블루스, 시티팝 등 다양한 장르를 뒤섞어 다채로운 스타일을 들려준다.

내가 생각하기에 빌리롬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은 리드보컬 Mol의 목소리에 있다. 그의 창법과 음역은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때로는 새소년 황소윤 같은 스타일리시한 록 감성이 묻어나고, 또 어떤 곡에서는 GIVEON의 끈적한 R&B 느낌이 살아난다. 덕분에 단 한 장의 정규 앨범 [WiND] 안에서조차 다양한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다. 시간이 된다면 꼭 들어보길 권한다.

풍성한 음악 세계라 단 한 곡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가장 최근 발매된 디지털 싱글 <Funky Lovely Girl>을 추천한다. 듣기 쉽고 귀여운 멜로디에, 여름밤과 찰떡같이 어울리는 곡이다. 가사까지 발랄해서 마음까지 가볍게 해준다. 올여름의 끝자락, 빌리롬과 함께 신나고 귀엽게 마무리해보자.

🎤 이번 주 소개드린 노래와 글은 어떠셨나요?

링크로 자유롭게 의견을 남겨주세요. 👉🏻 https://forms.gle/fCh3VBhXtHCCkaci8

📬 PRIIISM은 3인의 발행자가 매주 순차적으로 발송합니다. (숑-콜리-로이 순)

📌 PRIIISM이 마음에 드셨나요? 그럼 수줍게 구독과 공유를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