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64] 🍄 밴드의 봄은 온다, 우리의 봄도 그렇다

이번 주도 안녕하세요, 로이🍄입니다. 저는 올해 그 어느 때보다 길고 진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데요. 잦은 출장과 야외에서의 근무로 피부는 점점 타들어 가고 있고,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샤워처럼 받아들이는 지경에 이르고 있답니다. 사실 저는 여름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아요. 많은 분이 그러하듯 푹푹 찌는 더위와 찝찝한 습도가 썩 유쾌하진 않아서 그렇지요. 

만약 저처럼 이 여름이 힘든 분이라면, 지난 봄을 그리워하실 수도 있겠죠? 무더운 여름을 지나, 가을, 겨울까지 또 이 사계절을 열심히 잘 지내다 보면 다시 봄은 올 겁니다. 자연법칙에 따른 봄이 아니더라도, 저와 여러분의 일상에도 다시 한번 싱그러운 봄도 올 겁니다. 그 봄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굳게 하루하루 살아가 보면 어떨까요?

저는 요즘 특별히 더 밴드 음악을 잘 듣고 있습니다. 아직 대중의 관심에는 조금 멀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밴드씬도 다시 봄이 올 겁니다. (이미 오고 있다, 안 와도 된다, 우리끼리 즐기면 된다 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밴드 음악 하는 분들이 더 많이 돈을 벌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최근에 많이 듣고 있는 밴드 음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마 많이 유명한 밴드들일 겁니다. 여러분께서 알고 계시는 숨은 진주와 같은 밴드들도 소개해 주세요. 더 많이 듣고 더 알리고 싶답니다. 그럼, 오늘 음악 추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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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YUKOH, Sunset Rollercoaster - Antenna

혁오가 돌아왔다. 2020년 EP 발매 이후로 4년 만이다. 꽤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반가운 친구들과 함께 찾아왔다. 이번엔 낙일비차, 선셋 롤러코스터(Sunset Rollercoaster)와 함께다. 선셋 롤러코스터와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20년 밴드 혁오의 리더 오혁이 선셋 롤러코스터의 <Candlelight>↗︎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바 있다. 두 팀의 만남은 꽤 오래전 일로 기억한다. 선셋 롤러코스터는 작년 내한 공연에서도 직접 특별했던 혁오와의 만남을 이야기했고, 비록 오혁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멋지게 자신들의 보이스로 <Candlelight>를 불러주었다. 

이번 협업은 단순한 피처링이 아닌 꽤 본격적이다. 두 팀은 지난 2023년 5월부터 약 1년간 국내 몇몇 도시를 돌며 오랜 시간 동안 공동 작업을 진행했고 마침내 프로젝트 앨범 [AAA]를 발표했다.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협업이라 그런지 무려 8곡이나 수록됐다. 가장 먼저 공개된 <Young Man>↗︎은 청춘에 대한 공허와 찬미가 쌉싸름하고 아이러니하게 섞여 있는 듯하다. 

그에 반해 뒤이어 공개된 <Antenna>는 선셋 롤러코스터만의 몽환적이고 대만의 날씨를 닮은 습도가 느껴지는 곡이다. 뮤직비디오에는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하는 드라마 <상견니>의 배우 ‘허광한’이 출연했다. 처음엔 <Young Man>을 소개하려다 이 곡 <Antenna>가 더 마음에 들어 이 곡을 골랐다. 앨범 [AAA]의 각 트랙이 공개될 때마다 두 팀의 색깔이 얼마만큼의 농도로 담겨있는지 기대해 보며 기다리는 것도 큰 묘미일 테다.

🍄 The Volunteers - NewPlant

백예린은 록스타다. 그녀가 비단 발룬티어스(The Volunteers)의 멤버라서가 아니라 그녀가 세대의 성장통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한 마음과 어디 하나 안전한 곳에 정착하지 못해 표류하는 청춘과 시대를 노래하기에 인디다. 반갑게도 발룬티어스도 오랜만에 EP를 발매했다. [“L”] 이라는 앨범인데, It always starts with an “L” 이라는 동명의 타이틀 곡의 첫 소절이 그대로 앨범의 소개 문구로 들어갔다. 아마도 여기서 말하는 L은 ‘사랑(Love)’ 또는 다른 그 무엇들이 될 수 있겠다. 우리 세대가 가장 고민하고 아파하는 것 그것이다.

["L"]의 수록곡 중 한 곡을 PRIIISM에 소개해야겠다며 듣다가, 갑자기 다른 앨범으로 시선을 옮겼다. 나는 가만 보면 늘 처음 소개하려 했던 노래가 아닌 다른 곡을 소개하게 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보다 앞서 발매된 싱글 <NewPlant>를 소개한다. 이 노래가 발매된 것이 2022년 7월 12일이니 마침 딱 2년 된 노래다. <NewPlant>를 좋아하는 이유는 가사에 위로와 희망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꿈이 무너져도 관계가 망가져도 지금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한그루의 식물을 심어보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게 록스타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아참, 발룬티어스 신보에도 많은 관심을 주시길...!)

🍄 Beach House - Myth

비치 하우스(Beach House)를 알게 된 건 콜리🥦 덕분이다. 얼마 전 콜리와 함께 서울의 한 LP바에 방문했는데, 거기서 콜리가 비치 하우스의 <Space Song>을 신청했다. 꽤 익숙한 멜로디가 귀에 확 꽂혔지만, 그 순간에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그러다 괜히 나중에야 갑자기 다시 관심이 생겼다. 이상한 습관이다. 좋다는 감정을 느꼈으면서 왜 그 순간에는 좋다고 바로 말하지 못했을까. 왜 뒤에서야 표현하는 걸까. 누군가는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이상하다고도 했다.

각설하고 그 뒤로 종일 내내 비치 하우스의 음악만 듣는다. ‘이렇게 대단한 밴드였다니’, ‘이렇게 좋은 노래가 많았는데 여태껏 몰랐다니’하는 행복한 내적 비명을 부르면서 말이다. 이들의 지난 행보를 짧은 시간에 다 들여다보기엔 20년의 역사가 무척 깊다. 그럼에도 단 한 곡의 임팩트를 뽑아보자면, 2012년 정규 4집 [Bloom]의 타이틀 곡 <Myth>다. 아무 연고도 없는 대전 출장 중 한밤에 혼자 걸으며 이 노래를 들었는데, 여름 공기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데다가 황홀한 멜로디 덕분에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만년동 거리가 구름 거리로 변하는 기적).

알고 보니 <Myth>는 <Space Song> 만큼이나 성공한 곡이고, 드림팝을 대표하는 명곡이라고 한다. 비치 하우스의 리드 싱어 빅토리아 르그랑(Victoria Legrand)은 [Bloom]의 타이틀을 “많은 감정의 추상화(abstraction of many feelings)”라고 설명했다. 또한, 필터 매거진은 “성숙한 천상의 여정”이라고 했으며, 뉴욕타임즈는 비치 하우스 역사상 가장 호화로운 작품이라고 평했다. 정말 그러한지 직접 첫 트랙 <Myth>부터 정주행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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