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레터에서는 저성과자에 대해 뭘 할 것인가 이전에 why를 생각해 보고 조직의 기준을 정하기 위한 네 가지 질문 중 2개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오늘은 3, 4번 질문에 대해 마저 말씀드려 보려 해요.
저성과자 관련 프로그램은 정말 예방인가요?
인사를 포함해 제도를 마련할 때 주의해야 할 점 중 하나는 제도를 위한 제도를 만들고 있진 않는가입니다. 고민도 깊이 하고 의견도 스터디도 많이 보고 들으며 준비하지만 종종 '제도를 잘 만드는 일' 자체에 매몰되기 쉽거든요.
그러나 다른 모든 일이 그렇듯 뭘 얼마나 잘 만드느냐 이전에 짚고 넘어가야 하는 건 왜 하느냐. 정말 해야 하느냐, 지금 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이죠.
저성과자 관련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회사들은 앞서 언급했던 제도의 목적성이 불분명할 때가 많습니다. 개선인지, 정리인지 말이에요.
대부분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이런 걸 하는 건 내보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어떻게든 같이 가려는 회사의 마음이고 노력이라고들 말씀하십니다. 좀 더 나아간 회사는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성장과 긍정적 변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따라오지 못하는 구성원과 이별해야 할 수도 있는데 좀 더 매너있게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싶다고도 하세요. 그러기 위해 미리미리 이런 제도들을 잘 구축하고 싶다구요.
이런 말이 포장이냐 하면 그렇진 않습니다. 역시 앞선 레터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이미 채용하고 함께 일해 온 사람들을 기회비용 측면과 노동법, 평판과 조직분위기를 위해서라도 최대한 뭔가를 하려는 거니까요.
하지만 개선인지 정리를 위한 수순인지, 이 질문은 실제로 출발점의 시각이 어땠든 간에 결과적으로는 이런 제도나 프로그램(이하 제도)의 효과가 미미하고 이별하게 되더라 때문일 겁니다.
저성과자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우선 현재 우리 조직이 어떤 상황인가부터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이런 제도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하는 경우는 주로 조직 내 저성과자가 존재하고 그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이 전제된 경우가 많긴 해요)
대기업은 일단 열외로 하고 스타트업에서 이런 고민을 하시면 저는 최대한 빨리, 잘 내보내는 방법을 고민하시라 합니다. 저는 구조조정 일을 주로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런 류의 미팅을 많이 하는데요, 지난 몇 개월 간 스타트업 구조조정이 심화되고 여전히 진행 중이기에 더더욱 그 빈도가 높습니다.
그래서 이런 프로그램 설계에 대한 요청을 받곤 해요. 그럼 질문을 몇 번 더 해보는데 거의 현상은 동일했습니다. 내보내고 싶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그들이 계기가 되어 이런 제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거죠. 그래서 이 제도를 만들면 1차 대상은 그 소수의 내보내고 싶은 사람들이 됩니다. 그 때문에 제가 제도는 됐고 잘 이별하는 방법을 고민하시라 하는 건데요. 주요 질문과 코멘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 기업들이 시행하는 많은 저성과자 관리 제도는 엄밀히 사후 대응에 가깝습니다. 이미 저성과자로 낙인 찍히고 조직생활의 벼랑으로 몰린 사람들에게 최후 통첩 같은 거에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입니다. 그래도 뒤늦게 나마 외양간을 탄탄히 마련하면 앞으로 소를 잃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지겠죠.
그래서 저성과자 관리 제도는 이 제도를 만들면 첫 번째 대상일 거란 사람들에겐 효과가 없는 겁니다. 때문에 저성과자 관리 제도를 만들기로 했다면 이미 존재하는 마음 속의 저성과자들은 열외로 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무엇을 간과하는가?
이미 나온 이야기들에서 간과하고 있었던 것들이 언급되었는데요, 제도를 만드는 주관부서와 경영진 입장에서 간과하지만 정말 중요한 한 가지가 있어요.
위의 7, 8번에 대한 거에요.
"이런 프로그램 몇 달 돌린다고 개선될 거였다면 저성과자가 되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래도 백 번 양보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당사자는 새마음으로 의욕을 가지고 노력하는데 그의 리더는 정말 그를 신뢰하고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업무를 줄까요? 두 번째, 그의 동료들과 보통은 관계가 어긋나 있는데 동료들은 그를 어떤 시선으로 볼까요?"
별 효과 없는 형식적 프로그램은 둘째 치고 이런 제도가 효과 없는 이유 중 가장 하나가 바로 이겁니다. 대상자에만 뭔가 인풋을 잔뜩 넣으려 한다는 점이죠. 그 인풋 중에는 리더가 과제를 체크하고 피드백을 더 준다 등이 들어가 있어요. 그런데 일부 회피하던 리더를 제외하면 보통은 이런 프로그램에 들어가기 전까지 많은 피드백을 합니다. 그럼 딱히 제도라는 이름만 붙을 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어요. 여기에서 당사자의 개선/변화 만큼 동일한 무게로 공들여야 하는 게 해당 조직 리더십입니다. 리더가 대상자를 어떤 목적으로 봐야 하는지, 이 지경이 되었을 때의 리더는 어떤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지, 대상자를 본인은 회피하며 제도로 떠민 후 어쩔 수 없었다, 그것 봐라 라며 이별로 결정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요.
주관부서는 해당 리더가 어떤 목적인지를 관찰하고 개선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동안 대상자에게 어떤 노력을 하는지, 다른 팀원들에게는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지, 재발 가능성은 없는지, 대상자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격려하며 지원할 지 리더 스스로는 물론 팀원들에게 잘 설명하고 있는지 등을 관찰하고 피드백 해줘야 합니다.
동시에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미 저성과자의 마음도 주변 리더, 동료의 마음도 떠나 관계가 틀어진 상태라면 빠르게 결정해 잘 헤어지게 해야 하는 거구요.
재발 가능성이란 저성과자 개인의 역량과 마인드 문제일 수 있지만 그럼 왜 이런 사람을 채용했는지, 채용할 때는 괜찮았다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평소 리더십은 어떤지, 이런 상황이 있을 때 리더는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를 보면서 동일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에 리더의 지분이 얼마나 있을지를 보는 겁니다.
저성과의 원인은 능력, 지식 외에도 관계가 틀어져 동기를 잃고 불만이 높아지다 일의 의욕을 잃어 생길 때도 있습니다. 그럼 조직의 목표, 업무 방식, 커뮤니케이션, 리더의 문제는 없는 지를 함께 봐야 한다는 거에요.
이게 함께 다루어지지 않으면 저성과자 개선 프로그램은 효용이 없을 수밖에요.
이런 것들을 간과한 채 "결국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야"라고 합리화 하고 있진 않나요?
요약해 보겠습니다.
이 모든 항목이 결국은 저성과자 본인이 아니라 조직의 인재, 성과, 평가의 기준이며 의사결정을 의미해요. 이번주 레터 제목을 정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우린 이걸 가장 크게 간과한 채 당사자를 몰아가고 제도를 만들고 운영한다는 자기 위안에 빠져 있는 건 아닌가요?
※ 저성과자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다른 케이스들을 통해 좀 더 다양하게 다룰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 고민이 있으시다면 댓글 혹은 ssoo@the-prob.com으로 보내주시면 관련 사례를 통해 같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
한나
저는 솔직히 이전 글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경험해 본 회사중에 제일 큰 규모가 80명 규모로. 좀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했고요. 오늘 금요일 레터를 보니 전달하고자 하셨던 부분이 좀더 명확해지고 동시에 좀 후련한 면도 있습니다. 제시하신 의견의 후련함도 있고 지난 2레터에 크게 공감못했던 부분이 후루룩 풀리는 느낌도 들어요. 저성과자로 정말 동료가 나가게 된다면 저는 쌍방과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빨리 의사결정해서 그 동료를 내보내는 결정을 하는 것이 동료를 위해서도 바른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프로브톡
한나님 제가 말씀드리고 싶었던 핵심을 역시 알아차려 주셨네요. ^^ 제 레터는 월수금 한 세트를 다 읽어야 하나가 되니까요 ~ 내일부터 많이 추워질거라는데 감기 조심하셔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