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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브톡 32화] 저성과자, 당사자보다 조직의 원칙과 역량 그리고 의사결정의 문제 ②

체크포인트 1

2023.12.13 | 조회 1.36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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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레터의 사례들을 기억하시나요?

앞서 말씀드린 바처럼 저성과자 관련 프로그램 혹은 제도를 운영한다는 회사들에서 대동소이하게 볼 수 있는 사례들입니다. 실제 경험도 하고 최근 투자 혹한기와 경기침체 장기화와 맞물려 문의를 많이 받는 주제이기도 하구요.

지난 레터를 보면서 독자분들께서는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직간접적으로 속했던 조직, 대상자를 경험하신 적은 있으신가요?

그런데 아마도 그리 많지는 않으실 거에요. 왜냐하면 뭔가 제도화 해 운영하는 회사가 별로 없거든요. 어딜 가든 저성과자에 대한 고민이 있지만 막상 공식적인 관련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또한 있다고 해도 암암리에 운영되기에 일반 임직원들은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를 모르기 쉽구요. 공공연한 비밀처럼 운영되는데 아는 사람을 아는, 하지만 정확한 실체는 모르는 게 대부분이라서 그렇습니다. 

이번주 수, 금 레터에서는 회고-체크 포인트가 아니라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하는 부분을 다음의 질문들을 기준으로 1, 2부로 나누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Q1. 제도의 목적은 무엇인가?
개선(함께 가는 것) vs. 정리(수순)
Q2. 저성과자의 기준은?
Q3. 예방인가 제도인가?
Q4. 무엇을 간과하는가?


Q1. 제도의 목적은 무엇인가?

과거나 현재 조직에서 저성과자 관련 제도를 운영하든 아니든, 조직 차원에서, 리더로서, 동료로서 저성과자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본인의 관점은 어떤가요? 생각보다 저성과자는 어디든 존재하고 고민의 대상이지만 명확한 기준과 정의를 개념화 한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누구나 알지만 모호한 그것. 

그래서 저성과자 관련 제도를 이야기 하기 전 이 제도의 본질을 가장 먼저 생각해 봐야 할 필요가 있어요. 저는 이렇게 질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도의 목적이 개선인가요, 정리인가요?

이미지 출처: https://img.freepik.com
이미지 출처: https://img.freepik.com

개선이라면 함께 가는 것이고, 정리라면 관련 제도는 이미 잠정적으로 염두에 둔 이별을 위한 수순이 됩니다. 조직이나 당신은 공이 다시 튀어오르길 바라시나요, 그저 공을 놓아 버리고 싶으신 건가요? 

사실 기업들의 저성과자 제도는 대동소이 합니다. 그 정도와 빈도 차이가 있을 뿐 몇 개 프로그램을 축으로 시행되고 있어요. 교육이냐 프로젝트냐, 전직지원(outplacement)냐 권고사직(혹은 해고)냐.   

아무리 기대 대비 미흡하다 해도 조직은 기본적으로 채용부터 유지까지의 투입 자원에 대한 기회비용을 감안하기에 최대한 개선을 기대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고쳐 쓰길' 원하는 거죠. 그 전제는 고쳐질 수 있다는 가능성일 겁니다. 그럼에도 저성과자 프로그램이라는 제도가 검토되고 시행되는 순간 이 초심(?)은 쉽게 별질됩니다. 마치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로요. 

저성과자 제도와 관련 프로그램의 존재는 알아도 구체적인 실체를 알기 어려운 건 공공연한 비밀처럼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조직이나 리더, 당사자 모두 이 대상이 된다는 건 매우 민감한 문제고 선정이 되든 안 되든 언급된 것만으로도 주홍글씨가 되니까요. 한 번 떠올려 보세요. 일 못한다는 누군가는 있어도 저성과자라 부르는 경우가 많은지, 저성과자라 해도 저성과자 프로그램 대상이라 쉽게 말할 수 있는지를요.

본래의 목적이 정리가 아닌 개선이었다 해도 결과적으로 많은 경우 낙인과 정리의 수순이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지간한 저성과자라 해도 본 프로그램 안에 들어오는 비율이 극소수이기에 더더욱요. 이 제도 안에 들어간 대상자에 대한 심리적, 관계적, 상황적 시선은 정말 개선 가능한 걸까요?

때문에 조직, 리더, 동료들은 물론 특히 대상이 된 당사자는 저성과자 '개선' 프로그램이라는 제도를 기회로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조직들이 이별을 입에 올리지 못하고 함께 가는 게 목적이라 합니다. 애초에 이 지경까지 가지 않도록 했어야 그 말이 진심 아닐까요? 일반화는 늘 위험하지만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나쁜 사람 되기 싫어 내 입으로는 이별을 말하지 않고 상대가 말하게 만드는 사람들 같은 거. 나는 헤어지고 싶다 말한 적 없어라 하지만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도 않는 거. 난 할 거 다 했다 하지만 면피를 위한 의무적 행동을 하는 것요. 

나쁜 기업이 되기 싫어서, 무능하고 책임 없는 리더가 되기 싫어서 '너를 위해서'라는 명목 하에 너무 늦어버린 액션을 취하는 건 아닌지? 목적은 그게 아니었다 해도 결과적으로 그리 되어 버린 건 아닌지.

 


Q2. 저성과자의 기준은?

첫 번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았다면 그 다음 생각해 봐야 하는 건 저성과자를 뭘로 판단하고 결정하는가입니다. 

이미지 출처: https://mblogthumb-phinf.pstati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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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과자를 분류하는 대표적인 기준은 상당 기간 지속된 미흡한 저성과. 핵심 단어는 지속된 저성과. 

하지만 우린 단순히 저성과가 지속되었다 해서 누군가를 저성과자로 단정 짓진 않습니다. 예를 들면 신사업, 난이도가 매우 높아 무리인 과업 등이라면 단기간에 성과라 할만한 아웃풋을 내기 어렵겠지요. 이때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을 저성과자로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저 팀은 되지도 않는 걸 한다는 욕은 많이들 하기도)

주로 R&D나 신사업 쪽의 팀인데 가장 전문가들이 투입되기도 해요. 그들은 능력도 역량도 모두 탁월합니다. 

여기서 하나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흔히 저성과자를 언급할 때 능력이나 역량이 낮은 사람이라 합니다. 그럼 앞에서 예를 든 팀이라면? 능력과 역량은 탁월한데 오랜 기간 성과는 내지 못하니 저성과자인가요?

누가 봐도 높은 목표,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들. 이들이 매번 실패하고 눈총을 받으면서도 지치지 않고 몰입한다면? 오히려 대단하다 치켜 세우기도 합니다. 역으로 동기가 낮고 무기력하다면? 어려운 일을 하는 전문가이지만 태도 좋지 않거나 동기가 낮아 무기력하다면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립니다. 그리고 전문가는 과거형이 되어 "전문가였지만"이 되어 버리죠. 그럼 이들은 저성과자입니까?

가장 전문가인 사람들, 조직의 기대와 지원을 받으며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그러나 장기간 성과가 없으면 열정과 동기가 높든 낮든 타 조직과의 갈등이 일어나곤 합니다. 어느 순간 조직의 천덕꾸러기가 되기도 하지요. 그러다 관계가 틀어지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단순히 특정 조직이 아닌 특정인도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사람들이, 다른 조직이 함께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이 조직이나 사람들은 저성과로 분류될까요?

개인은 뛰어난데 저성과인 조직에 발령 받았다면? 그래서 조직 평가가 낮고 그 안의 개개인도 결과적으로 성공한 프로젝트가 없다면? 그 조직의 개인은 저성과자일까요?

이미지 출처: https://instablank.com/files/jjalbox/2021/06/20210609_60c03f26e38e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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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보통 저성과자라 불리는 이들은 이 모든 걸 다 충족(?)합니다. 성과도 낮고, 지식이나 경험, 역량도 낮고, (착하다거나 좋은 사람이라 평가받는 이들도 있지만) 답답하고 무기력한데 태도 마저 좋지 않은(소극적, 수동적, 비판적 등) 사람 말이에요. 그래서 사람들로부터 굳이 함께 일하고 싶진 않은 사람, 소위 업무적으로는 은따나 왕따 혹은 자발적 고립자가 되어 버린 사람. 

그런데 성과 좋은 조직에서 태도도 능력도 낮은데 조직 평가가 높아 묻어간다면? 혹은 전반적으로 낮은 역량의 과업을 하는 조직에서 상대적으로 잘한다 하지만 전체 조직으로 보면 매우 낮은 수준이라면 그는 저성과자인가요 고성과자인가요?

상대평가나 고과제도가 일반화되어 있는 대기업 같은 곳에서는 몇 개년 고과 평균이 얼마 이하 등으로 분류하긴 합니다. C고과 이하로 어지간하면 주지 않기에 딱히 이견이 없는 경우가 많죠. 

하나씩 따져 보면 애매한데 모아 보면 끄덕일 수 있는 저성과자의 기준. 한 번 낙인 찍히면 어지간해서는 지우기 어려운 이 낙인을 어쩌면 우린 너무 모호하게 분류하며 찍고 있는 건 아닐까요?


어찌 보면 모호하기 짝 없는 저성과자. 그 중에서도 극소수가 제도에 포함되는 현실. 그럼에도 저성과자라 인식되는 이가 있다면 그 조직에서 그들의 영향은 상당합니다. 조직엔 늘 해야 하는 일이 있고 누군가 자기 몫을 해내지 못한다면 다른 누군가가 그만큼을 더해야 하지요. 때문에 전체 팀성과를 떨어뜨리고 분위기를 저하시키게 됩니다. 다른 팀원이 희생하거나 그들의 육성이나 관리를 위해 리더의 시간을 잡아먹게 되구요. 이로 인해 동료 간 혹은 다른 조직 간 업무적으로 불편해지고 개인의 문제를 넘어 팀에 대한 편견이 생기기도 합니다. 

예전에 버스정류장에서 발을 헛디뎌 발목을 접지른 적이 있어요. 한 달 가까이 불편했죠. 특정 자세가 되면 통증이 오니 통증을 피하기 위해 몸의 다른 부위에 힘을 싣게 됩니다. 다친 건 오른쪽 발목인데 이 때문에 왼쪽 발목과 무릎이 아파졌어요. 앉았다 일어날 때에도 삐딱하게 몸을 가누게 되고 잘 때에도 다친 곳이 압박되지 않게 한쪽으로 자야 했습니다. 1분이 아쉬울 때에도 뛸 수 없어 기다리고 매일 침을 맞고 치료를 받으니 올리기 편한 통 넓은 바지나 긴 치마를 입었어요. 발목 좀 다쳤다 해도 몸은 움직여야 하고 뭐든 걸쳐야 하죠. 

저성과자란 다친 발목과도 같은 존재일 지 모르겠습니다. 

몸뚱이의 수많은 기능 중 하나를 담당할 뿐이지만 그 몫을 못해낼 때 해야 하는 일을 위해 다른 부위가 무리를 하게 되는 것처럼 저성과자란 기대하는 최소한의 자기 기능을 못해내는 다친 발목 같은 존재인 거죠, 다른 동료들에겐. 

훨씬 더 오래 전 발목 인대가 파열된 적이 있습니다. 그땐 꽤 큰 부상이라 깁스도 하고 치료도 더 오래 걸렸어요. 거동 자체가 어려워졌기에 친구들과 계획했던 여행도 취소했고 팀 대항 경기도 못 뛰었어요. 깁스를 풀고도 한동안은 약해진 근육 때문에 물리치료 같은 재활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이 기간 리더나 동료들이 저를 참 많이 배려했어요. 

주변의 배려, 치료 같이 갖은 노력을 들이는데 빨리 낫지도 않고 타인의 부담을 덜지도 못합니다. 좀 나아진 것 같아도 제 기능을 다하기까지 기다리며 여전히 손이 가고 한 번 다친 발목은 이후로도 조금만 부주의하면 재차 다치곤 했어요. 저성과자란 또한 이런 존재가 됩니다. 남들보다 월등히도 아니고 고작 제 기능 하는 정도까지만 기대할 뿐임에도 너무 많은 노력이 들어요. 당사자 뿐만 아니라 주변의 배려도 필요하죠. 다 나은 들 남들보다 뛰어나지긴 어렵습니다. 전 세 번 정도 같은 발목을 다친 이후 의사로부터 뛰지 말란 얘길 들었어요. 하이힐을 신으면 쉽게 접지르기도 합니다. 잘 아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곤 해요. "조심해, 괜찮겠어?" 라구요. 


저성과자의 기준이 무엇이냔 질문에서 어쩌다 이 이야기까지 하는가 하신다면, 저성과자를 어떻게 분류할까를 논하기 전에 왜 굳이 저성과자를 분류하는가가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아닌가 해서에요. 어느 조직이든 이왕이면 우수한 인재들로 채우고 싶어하고 성에 차지 않는 이들은 '고쳐 쓰거나' 내보내고 싶어합니다. 경영진은 그렇고 리더나 동료들은 고치기 위한 노력을 굳이 내가 들이긴 싫다거나 내보내는 것까진 모르겠고 적어도 나와는 엮이지 않길 바라지요. 

그리고 실제 개선되고 긍정적으로 변화되어 환골탈태 할 거냐는 가능성에 큰 기대를 하지도 않습니다. 

자, 이쯤 되면 우린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 볼 필요가 생깁니다. 

저성과자 관련 제도의 목적은 개선인가요, 수순인가요?


※ 금요일 레터에서는 남은 질문을 통해 현재 저성과자 관련 제도(프로그램)들이 왜 큰 효과가 없는지, 뭘 체크해야 하는지를 짚어보려 합니다. 

 

금일 두 가지 질문을 통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시게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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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과 조직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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