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레터는 어떠셨나요?
피평가자 입장에서 드는 여러 감정과 간과하기 쉬운 포인트를 몇 가지 담아 보았었는데요. 오늘은 평가자 입장에서 적어보려 해요.
평가받는 이의 입장이 서운함, 섭섭함, 분노 등이라면 평가자의 감정은 '어려움, 난감함'이 가장 대표적이지 않을까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내 팀원을 떠올리면 다들 그 경중은 좀 차이날 지 몰라도 다들 고생한 거 같고 상대평가라면 최대한 C 같은 저고과를 주기 주저하는 것요. S나 A는 쉽게 주느냐, 아니죠. A인 사람은 왜 S가 아니냐 할 거고 B인 사람은 왜 내가 A가 아니냐 할 거니까요. 여기에 일일이 왜 그런 평가를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기준과 이유가 있긴 해도 100% 명확하게 더구나 상대가 납득하게 명쾌하긴 어려우니까요.
피평가자는 평가결과를 보며 쌓였던 게 더해져 이직을 하니마니 하고 실제로도 퇴사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럼 평가자가 공정하니 마니, 평가자의 리더십이 어떠니 하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그래서 평가 받는 입장만큼 머리 아프고 심란한 게 평가자의 입장이에요.
리더가, 평가자가 어때야 한다는 가이드는 시중에 차고 넘칩니다. 수십 년 간 리더십과 성과관리, 평가에 대한 글과 교육이 있음에도 어째서 이 오랜 기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화두인 걸까요. 그만큼 변화해 온 평가제도가 아직까지도 실제 운영 현장에서는 설계가 운영을 메꾸지 못한다는 반증일 겁니다. 목표-계획-지표로 이어지는 구조와 기준이 명확하지 못하단 것이기도. 여기에 평가와 이 결과의 커뮤니케이션에는 '관계와 감정'이 완전하게 배제될 수 없기에 어렵습니다.
더구나 월요일 레터에서 언급되었듯 기존 기업들은 예측 가능성을 토대로 목표를 수립하는 반면 스타트업처럼 예측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조직에서는 훨씬 변수가 많고 누구도 확실하게 명쾌한 기준을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럼 스타트업은 영원히 평가의 사각지대에 머물러야 하느냐?
완전한 솔루션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게 스타트업이든 평가제도를 오랜 기간 운영 발전시켜 온 조직이든 이것만 해도 반은 먹고 들어갈 수 있는 건 있더라구요. 그래서 오늘은 딱 그 얘기만 해볼께요.
평가자의 평가 원칙과 기준의 정의가 가장 기본
성과와 평가의 원칙이나 기준은 회사 공통 아니냐. 네 맞아요. 조직에서 이 기준을 주었다면 그걸 평가자 자신이 정확히 이해하고 전달할 수 있느냐를 점검해야 합니다. 의외로 이 기준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설명까지 하는 평가가자 흔치 않습니다. KPI, KR 같은 달성 기준(지표 형태)만 뭐다 하지 성과란 무엇이다, 평가는 이러이러한 기준으로 한다를 설명하는 분을 거의 보지 못했어요.
대략적으로 혹은 포괄적으로 '안다'고 인식하는 거죠. 그래서 1단계는 제도에서 이걸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그 기준까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정확히 이해하고 싶어도 애초에 조직이나 HR에서 이 정의를 명쾌히 하고 평가자에게 인지시키고 있느냐. 이 또한 흔치 않습니다. 뭔가 설명은 있는데 막상 현업에 평가지표를 설정하려 하면 모호한, 구체적인 거 같은데 구체적이지 않을 때도 많아요. 그럼 조직에 이걸 요구하세요. 요구해도 안 나온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많지요) 마련되기 전까지 우리 팀에서 성과란 이런 것이고 나는 올해 이런 기준과 비중으로 평가할 것이다란 정의를 스스로 내리면 됩니다. 평가자 스스로 이 개념이 선명해지도록 고민하고 정의하고 설명해야 합니다.
앞서 레터에서 업무, 역할, 성과, 기여를 언급했어요.
평가자는 이걸 나름의 정의로 구체화 하고 있는지 그걸 평가받을 사람들과 공유했는지가 중요해요. 정의가 정말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평가자가 혼동하지 않기 위함입니다.
많은 평가자들이 업무, 역할, 성과, 기여 그리고 +@로 '태도'를 혼재시켜 평가하거든요. 누구는 성과가 미흡한데 태도와 역할 하느라 고생했다로 높게 받고 누구는 비슷한데 '태도'가 별로란 이유로 낮은 평가를 받기도 해요. 어떤 이는 업무만 잘 수행했는데 A이고 누구는 업무는 잘 수행했다지만 역할이 미흡하다고 깎여요. 여러분은 이런 상황이 낯선가요?
아주 흔하죠. 누구는 이렇고 누구는 저렇고, 대체 평가 기준이 뭐냐는 불만을 한 번쯤은 들어보거나 느끼신 적 있으시죠?
평가자가 평가의 목적과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지 않거나 못했을 때 벌어지는 일입니다. 때문에 평가자의 자기 점검이 가장 핵심이라 말씀드리는 거에요.
사전에! 미리미리!
연말 혹은 하반기가 되면 평가제도 설계에 대한 문의를 많이 하십니다. 저는 딱 잘라 말씀드려요. 지금부터 만들 수는 있는데 내년부터 적용하시라!
올 해까진 그동안 해온 대로 하시고 그마저도 애매하면 이러이러하게 평가하겠다, 대신 내년부터는 이런 기준으로 진행하겠다고 사전에 공유하시라고 합니다.
왜냐. 평가기준이 좀 모호하고 유동성이 있다 해도 사전에 공유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많거든요.
오랜 연인이 있다 해보죠.
A는 B와 이제 결혼을 하고 싶어요. B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B는 최소 방 두 개 몇 평 이상의 집을 전세로는 마련하고 결혼하고 싶습니다. 이왕이면 A를 위해 A의 직장과 가까운 어디로 집을 얻고 싶은데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돈을 모아왔는데 내년 3월이면 드디어 목표한 금액을 달성할 거 같아요. 그래서 그때 통장과 함께 프로포즈 하려고 마음 먹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변수가 생겨 목표 금액 달성이 뒤로 미루어질까봐 아직 이 계획을 혼자만 가지고 있습니다.
A는 먼저 결혼 얘길 꺼내지 않는 B가 서운합니다. 가끔 넌지시, 때론 직접적으로 결혼하고 싶다 말하는데 B는 웃기만 해요. 나와 결혼할 마음이 없는 건지 불안했다가 의심도 했다가 화도 났다 하는 등 기분이 오락가락 합니다. 그러다 지친 B는 A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C에게 마음을 주게 됩니다.
예시가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B가 A에게 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지금까지 얼마를 모았으며, 목표 금액은 얼마고 언제면 될 지, 그럼 언제 프로포즈 할 거다란 얘기만 미리 공유했어도 그 사이 여러 어려움이 있을 지언정 A는 흔들리지 않았을 수 있어요. 또 다른 예라면
D는 E와 연애 중입니다. E와 결혼할 것을 의심한 적 없어요. E도 D에게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지요. 그래서 D는 어느 날 E에게 프로포즈 합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E는 널 좋아하지만 결혼 상대는 아니었다 말합니다. 나는 ~~인데 너는 ~~라서 안 맞아라고.
D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슬픔과 분노를 오갑니다. 그게 안 맞으면 진작에 말을 해주던가. 그랬다면 맞추는 노력을 하든 헤어지든 하지 않았겠냐 하는 거죠.
이런 연애 갈등은 낯설진 않죠. 그런데 평가 현장으로 그대로 적용해 봐도 별 이질감이 없어요. 많은 평가자들이 연초 목표 수립할 때 목표설정 자체에 매몰될 뿐 그 이후에 지속적으로 리마인드 해주고 이건 아니다, 맞다를 제대로 피드백하지 않을 때가 많으니까요. 커뮤니케이션이든 리더십이든 가장 나쁜 건 (좋지 않은) 서프라이즈가 있을 때입니다. 다소 김 새고 힘들어도 미리 뭐는 어떻다 얘기해 준다면 꽤 많은 게 해결되거든요. B가 먼저 공유했다면 A가 함께 적금을 부을 수도 있고, 같이 이렇게 해보자 다른 안을 제안했을 수도 있어요. E가 D의 어떤 면이 아니다 생각하는 걸 미리 말해주었다면 그에 맞게 개선하거나 서로 절충하는 방안을 이야기 해볼 수도 있었겠죠. 정 그건 아니야라 생각한다면 D가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헤어지거나 할 수도 있었을 거구요.
평가의 원칙과 기준도 동일합니다. 좀 미흡해도, 당장은 불편해도 '미리'의 힘은 상당히 강하거든요. 설사 피평가자가 동의하지 않을 지라도 적어도 예측가능성은 가질 수 있게 됩니다. 그럼 피평가자에게 선택권이 생기는 거에요.
들으면 끄덕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다 따라하다 내가 돌아버리겠다 싶은 많은 평가 가이드는 좀 제쳐 두더라도 위의 두 가지만 잘 지키셔도 반이 뭐에요, 많은 부분 피평가자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어요. "미리, 뭘로" 내가 평가 받느냐가 궁금한 거고 그에 따라 얘기하느냐가 중요하지 얼마나 객관적이냐, 얼마나 공정하냐는 그 다음 문제랍니다.
애초에 평가란 객관적일 수 있는 걸까요? 평가 공정/객관성/수용성을 높이겠다고 정량화가 정답인 것처럼 몰아가던 시기가 있긴 했지만 어떻게 모든 걸 정량화 할 수 있을까요. 정량화 자체야 가능하다 쳐도 평가지표를 수십, 수백 개 정도 설정하지 않는 한 못 담는 게 훨씬 많을 텐데요.
저는 평가란 지극히 주관적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한 사람을 10명이 평가한다면 원칙이나 지표 기준이 있더라도 각 평가자별로 자신만의 주관성이 반영되기 마련이에요. 다만 이 주관적 평가 결과들이 모였을 때의 교집합이 객관성이지 않을까 합니다.
명심하세요.
피평가자의 수용성을 높이는 가장 기본적인 건 수치와 텍스트가 아닌 심리적 안전감(&안정감)이고 그 바탕은 예측가능성이라는 것을요. 그 예측가능성을 확보하는 건 정확한 리더의 정의와 그의 사전 공유라는 것도!
이쯤 되면 리더 못해 먹겠다 할 수도요. 실제로도 많은 리더들이 주는 거 없이 왜 이리 바라는 게 많냐 하소연을 하십니다. 어렵고 힘들고 짜증날 때 많은 자리 맞습니다. 그런데요....
제가 가끔 웃으며 이런 질문을 해요."그래서, 리더 실제로 내려 놓으실 거에요?", "리더 하고 싶은 거 아니세요?". 아예 훅 들어가면 살짝 움찔하다 "하고 싶어요, 리더야 하고 싶죠, 그건 아니죠"라고들 하세요.
가끔 이런 말씀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우리 와이프는 명품백 같은 거 안 좋아해"라고요. 그럼 여쭤 봅니다. "사주시긴 했어요?"라구요. 안 좋아한다고 사주지도 않아본 거 아니냐 해요. "전에 사줘도 많이 좋아하지도 않던데?"라 하실 때도 있어요. 그럼 또 여쭤봅니다. "그래서 환불하시던가요?"라구요.
마음의 준비 전 덜컥 역할을 떠 맡을 때도 있고 정말 하고 싶었는데 막상 되니 욕만 먹는다며 다 때려치고 싶을 때도 많아요. 하지만 리더 자리가 원래 그렇습니다. '원래'라는 말처럼 폐쇄적인 말도 없지만 리더 자리는 원래 그래요. ^^
힘들고 어려워도, 그래도 리더는 하고 싶고 잘 하고 싶으신 거잖아요(정말정말 아닌 경우는 제외하고). 혹시 권한에 무게를 두고 책임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건 아닌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늘 말로는 책임책임책임~을 언급하지만 정말 그걸 다하기 위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놓치고 있는 건 뭐였는지를요.
저 두 가지, 최소한만이라도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좋든 싫든 잘 해내셔야 하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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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게
만일 평가와 보상이 분리되어 있다면 우린 좀 더 열린 마음으로 평가 받고, 이성적으로 평가하게 될까요? 보상이 직결되는 평가이다보니 서로의 생각이 반대편에 있는 것 아닐지.. ㅎㅎ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평가자든 피평가자든 "더 아쉬운 쪽"이 끌려가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결국 직장이란 곳은 구성원의 (가치는 다르지만)시간을 사는 곳이니까요.
프로브톡
그런데 보상을 평가와 분리할 수 있긴 할까요? 현실적으로 보상과 평가가 분리되려면 호봉제뿐이 아닌가 싶어요. 말장난 같지만 잘 보상하고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평가가 맞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보상과 분리해야 하는 건 평가 자체가 아닌 피드백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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