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네요.
저도 직장인일 때엔 공휴일이 그리도 꿀 같았는데 요즘은 실감이 나질 않는 거 같아요. 그래도 연휴이기 전에 삼일절이라는 걸 잠깐이라도 생각해 보며..
이번주 선택에 있어 해야 할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 순간 우린 선택안을 놓고 고민합니다.
A, B의 장단점, 기회와 위험을 재차 비교해 보죠. 그러면서 내게 뭐가 유리할까와 불리할까를 다시 재보고 기회비용은 뭔지도 꼼꼼히 따져봅니다.
그런데 정말 던져야 하는 질문은 선택지가 아니라 나 자신에 있더라구요.
아무리 신중히 A, B를 따져도 내가 뭘 감수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인가가 선택 자체보다 이후의 결과를 가름 짓는다는 걸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야 알게 되었거든요.
요즘 다시 유행 중이지만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MBTI는 기업교육 현장에서 DISC 같은 진단과 함께 꽤나 흔히 볼 수 있었어요. 개개인의 심화 진단과 피드백 대신 집체 교육과 간이 진단으로 소통, 이해를 주제로 짧게 진행이 많이 되었는데요. 간단히 진단해 대표 유형들끼지 그룹핑하여 토론도 하고 공유도 하는 식이었습니다.
이런 진단 프로그램을 강사로서 참여자로서 경험하며 재밌는 걸 발견한 게 있어요. 클래스마다 몇 명은 주변에서 "에이 당신 그거 아닌데"하는 사람이 나오더라는 거였습니다. 분명 C 같은데 D라고 본인은 말하고 주변에서는 아니라고 하는 거죠. 이런 분들을 잘 들여다 보면 평소 C인데 D이고 싶어하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스스로 D이고 싶어하고 일부는 그렇다고 믿기도 해요.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가 C라 생각하지 않았는데요. 가장 이런 상황이 많이 벌어지는 유형이 T와 N이었던 거 같아요. 특히 T에 많았습니다.
MBTI 윤리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옳고 그름, 더 좋고 나쁨이 없다는 건데 요즘은 좀 달라진 거 같지만 당시 분위기는 직장 내 T가 더 유능하다는 인식이 좀 있던 거 같아요. J도 있었구요. 그래서 특히 연령대가 좀 있는 관리자급이나 선임사원들은 F보다는 T를 선호하시는 경향도 있었습니다.
갑자기 무슨 MBTI냐.
일반화는 아니고 저런 케이스에서 봤던 분들의 일부 사례를 예시로 들어보려 해요. 본인이 자신을 인식하는 모습, 실제 타인이 보는 나의 모습, 내가 선호하는 모습, 실제 나의 모습을 직시하지 않을 때 크고 작게 어긋날 때가 많더군요.
나는 주도적이고 호기심 많고 모험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사실은 아닐 때, 난 꼼꼼하고 계획적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렇게 요구받고 훈련되었을 뿐 매우 자유로운 사람일 때, 돈보다 의미라 생각했는데 돈이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사람일 때, 가치와 비전 그리고 성장 가능성이 무엇보다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라고 생각하고 말하지만 회사가 좀 컸으면, 처우는 꽤 높아야 하는 등 조건이 좀 더 우위에 있는 사람일 때 등.
나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외적인 요인들만 겉에서 비교하며 남의 시선과 보이는 것들에 맞춰가는 선택이 결국 나의 삶이 되기 쉬운 거 같습니다.
이럴 때 저는 그동안 살아오며 내린 선택들에서 내가 어떨 때 만족스러웠는지, 어떤 때엔 기대보다 좋았는지, 어떤 때는 기대와 달랐는지, 뭐는 어땠는지를 떠올려 보시라 권해 드립니다.
거기에 교집합이 있는지를요. 그 교집합이 나오면 왜 그랬을까.. 이런 질문들을 쭉 이어나갑니다. 그 끝엔 미처 몰랐다거나 의도적이든 아니든 인정하고 싶지 않아 회피했던 것들이 나오곤 합니다.
그 발견이 마냥 행복하진 않습니다. 내가 바라는 모습과 다를 때가 많으니까요. 때로는 인정하기 싫고 뼈아플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회피한다고 불행해지냐 하면 그건 아닐 거에요. 다만 직시하면 선택에 기준과 일관성이 생기는 데엔 도움이 되는 거 같습니다. 이후의 삶에서 선택의 순간 내 욕구와 불안에서 출발하는 것과 선택지에서만 빙빙 도는 건 좀 다를 거에요.
앞으로 뭘 하고 싶으냐, 어떻게 되고 싶으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요즘의 저는 "그런 거 없다, 다만 싫어하는 걸 최대한 하지 않으면서 살고 싶다"라고 답합니다.
이 말은 나름 많은 의미를 포함하는데요. 전엔 뭘 하고 싶다는 게 참 많았어요. 누가 부럽단 생각은 해도 그 사람처럼 되고 싶단 생각은 안 했지만요. 전 주로 꽤나 까칠하거나 까다로운 사람으로 인식되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해왔는데요. 오랜 시간 저와 알고 지켜 본 이들에게서 의외의 피드백들을 받으며 절 돌아보기 시작했어요. 평소 저는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는 거였죠.
과정은 생략하고 절 알아보기의 결과는 저는 의외로 (?) 몇몇 발작 버튼을 누르는 상황 외엔 꽤나 무난한 사람이었더라는 거였습니다. 그 발작버튼들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격렬할 지 몰라도 그 외엔 오히려 더 그냥 넘어가거나 그러려니 이해하는 게 훨씬 많았어요. 주로 기분이나 에너지가 좋은 상태이고 아주 작은 일에서도 행복을 많이 느끼니까요.
그래서 생각했죠. "그렇다면 그 발작버튼만 눌리지 않는다면 난 대체로 행복하겠구나.. 그럼 발작버튼을 최대한 피하며 살아 보자".
단순히 이런 건 하기 싫어 같은 게 아니라 제 가치관에서 용납하기 어려운 것들, 그 발작 버튼에 해당하는 상황에 나를 두지 않겠다는 게 목표가 되었습니다.
이걸 깨닫고 나니 이후의 선택이 꽤나 명쾌하고 빠르게 가능해 지더군요. 직업을 선택할 때, 사람을 볼 때, 또 관계를 정리할 때도요.
선택의 결과가 당신을 만든다.. 동의합니다.
하지만 어떤 선택들을 해왔느냐가 바로 당신일 겁니다.
그래서 선택지가 아니라 날 먼저 보고 선택지를 다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구요.
남에게 조언을 구할 때에도 선택지보다 나에 대한 인식을 할 수 있게 하는 질문, 피드백을 주는 분들을 만나보셨음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말씀드리지만 남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집요하게 질문을 던져 보고 답하는 과정이 더 중요할 거에요. 나랑 제일 친한 사람은 나여야 하니까요.
행복한 휴일 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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