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누군가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착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들은 이런 피드백을 종종 받습니다. 보통 팀원일 때지요. 리더는 다음 편에서.
이미 익숙하실 거고 "그렇지"하는 상황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거에요. 이분들은 대체로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지 않는 편입니다. 지난 레터에서 언급했듯 심성과 별개로 자기 주장을 적극적으로 하는 분들에겐 '착한 사람'이란 말을 잘 하지 않지요. 괜찮은 사람, 좋은 사람이란 말도 듣기는 하지만요.
그래서 이분들에게 흔히 따라다니는 말은 묵묵히 일한다, 협조적이다입니다. 협조적이란 말에는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이분들의 경우에는 딱히 반대나 갈등 없이 잘 수용하는 것 같아 붙곤 하지요.
긍정적으로는 그런데 부정적이 될 때엔 위의 사례처럼 답답하다라든가, 안쓰럽다라든가 하는 감정이 표현됩니다. 팀원일 때엔 대단히 욕을 먹진 않아요. 착한사람이어서 강하게 비판 혹은 비난 받는 상황은 주로 리더일 때긴 하지요. 팀원일 때엔 주로 속도, 과로의 문제가 언급됩니다.
업무 거절을 못해 일을 떠안는 거죠. 동의하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지 않기 때문에 일이 주어지지만 속도가 나기 어렵습니다. 물론 회사에는 회사나 상사의 의견에 의견을 내거나 반대하지 않고 바로 "예!"하고 일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 중에는 '착하다'와 거리가 먼 이미지인 분들이 있어요. 수명업무를 무슨 일이 있어도 기한 내에 어떻게 해서라도 해내는 사람들. 그래서 착하다는 커녕 오히려 시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다, 사람들 쥐어짠다, 장난 아니다, 같이 일하기 힘들다는 평가를 더 많이 받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아니다 싶으면 거침없이 말하고 때론 이로 인해 갈등도 일으킵니다. 회사나 리더의 지시를 수행하는 데에 최적화된 사람들이라 핵심인재라고 여겨지는 이들도 많아요.
반면에 착한 사람은 상황에 따라 묵묵히 일을 해내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입니다. 시기나 주변 상황 혹은 동료와의 조합에 따라 좋은 인재가 되기도 하지만 답답하고 앞의 사례와는 다른 의미로 일하기 힘든 사람이 되어 버리기도 해요.
갈등 상황에서 회피하거나 원활히 일을 처리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보니 업무 효율이 떨어지곤 합니다. 앞에서 언급된 것처럼 업무를 거절하지 못하고 의견을 내지 않으니 업무 과중이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힘들다, 어렵다 말을 또 잘 하진 못하니 일을 끌어 안은 채 옆의 사람들을 답답하게 만드는 거죠.
이들은 자기를 드러내는 데에도 소질이 없어요. 장점이나 요구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기에 하는 것보다 잘 평가 받기 어렵습니다.
이쯤되면 뭐 대단한 문제는 아니잖아 할 수 있어요. 문제가 있어도 주변에서 좀 답답한 거고 본인이 가장 괴롭다 할 수 있겠죠. 착한사람이란 주제를 이야기 할 때 보통 당사자 입장에서 다루는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동료나 팀원으로 두면 본인만큼 주변도 쉽진 않습니다.
속도가 떨어지고 착한 사람들은 업무 퀄리티가 뛰어나다 평가 받을 때가 그리 많진 않습니다.
솔직하게 그들의 의견을 싶어도 다 말하진 않고, 도와주고 싶어도 "괜찮아요"라고 하니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도 애매해집니다. 일이 지지부진 하거나 미흡한데 다른 사람보다 피드백의 디테일과 강도가 현저히 떨어지기도 해요. 왜냐, 상처받을까봐, 그래도 열심히 하니까요. 착한 사람들이 조직의 부담이 되는 순간입니다.
좀 더 조심하게 만드는 것, 두 마디 할 걸 한 마디만 하게 되는 것 말이죠.
착한 사람은 본인만 늘 손해보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배려하거나 존중하지 않는 느낌이 들기도 쉽습니다. 왜 늘 나는 배려하는데 저들은 그렇지 않은지 억울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주변의 입장도 만만치는 않아요. 해야 할 말을 하는데 조심하고 눈치를 보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조직엔 부담이 되거든요. 솔직한 피드백을 하기 어렵게 만들고 딱히 잘못하는 거 없이 나쁜 사람, 까칠한 사람이 되어 버리는 느낌이 드니까요.
착한 사람들이 배려한다고 본인의 희생, 희생까지는 아니어도 타인의 입장을 늘 우선시 할 때가 많은데 이게 더 이기적일 수도 있습니다. 주변사람은 정말 괜찮은데 본인이 피해를 줄까봐, 신세지기 싫어서 과도한 친절을 보이는 걸 수도 있거든요. 정말 괜찮은 사람들에겐 착한 사람의 친절과 배려가 뭐라고 하기도 어려운데 부담스러운 행동이 되어 버립니다.
"착하니까".
이 말 한마디로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지며 주변 사람들은 피드백을 회피하게 됩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당사자가 되어 버립니다. 나를 위한 솔직한 의견을 100% 듣기 어려워지니까요.
"난 솔직하게 듣고 싶어요, 들을 준비가 되었어요"
아닐 수도 있어요. 아니, 아닐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주변의 조심스러움을 본인만 모르고 있을 수도 있거든요. 이런 상황이 누적되어 오며 솔직하고 불편한 이야기에 상대적으로 노출이 덜 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생각보다 방어적이고, 생각보다 공격적으로 또는 생각보다 심적으로 힘들 수도 있어요.
본인의 착함과 배려가 주변에는 오히려 이기적일 수 있다는 걸, 자신의 특성을 짐심으로 객관화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만 해요. 미움받기 싫은 본인의 두려움이 주변에 부담을 주고 있을 지도 몰라요.
주변에서도 조심스러워하기 보다는 솔직하게 이야기 해줘야 하지요.
이 과정은 갈등이 불가피 합니다. 주변에서는 그래도 고민 많이 해 최대한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피드백을 주었는데 상대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감정이 상하거나 더 멀어질 수 있을 겁니다. 당사자는 억울하고 우울할 수도 있죠. 상처를 받는 건 물론이구요. 하지만 이 과정을 지속하며 서로의 선을 맞춰가려면 노출이 되어야 합니다. 그 사이의 갈등을 서로 힘들어하다 거리만 벌어지는 게 대부분의 상황입니다.
본인이 알을 깨고 나오는 게 핵심인데 이게 쉬울 리 없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더 적극적으로 자극을 주는 게 더 중요한 이유죠. 보통은 나 자신에게 보다 타인에게 좀 더 객관적이니까요. 만약 나에게 사람들이 다정하고 친절했다면? 잘 생각해볼 일입니다.
여러분이 착한 사람이라면 그동안 주변 사람들은 늘 나에게 호의적이었나요? 그렇다고 믿고 있던 건 아닐까요? 여러분이 착한 사람의 동료나 리더라면 그들에게 솔직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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