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이 리더일 때 상사나 팀원들이 흔하게 갖는 불만입니다.
회사마다 부서마다 말 그대로 케바케이겠지만 착한 리더는 일 잘한다는 얘길 듣는 경우가 많진 않은 거 같습니다. 보통은 사람 좋다 정도죠.
오히려 성격이 어떻고 말은 어떻고 하지만 일은 잘 해란 말을 듣는 리더가 훨씬 많지 않나요? 일하자고 모인 조직이기에 사람 착한 것보단 일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각기 다른 배경과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모인 만큼 함께 일하며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순하고 착하게 네네 하는 게 일을 잘 진행시키기 어렵다는 건 다들 공감하실 거구요.
누군가는 총대를 메고 유관부서나 다른 이들을 상대해야 하기도 하고, 때론 선을 긋고 단호해야 할 때도 많습니다. 잘한다 수고했다 고맙다 칭찬과 인정만큼 아닌 걸 아니라 하고 비판할 때엔 강도 높게 해야 할 때도 어렵지 않게 마주하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거절을 못하고, 내 주장을 단호히 표현하지 못하며 그냥 내가 참자, 내가 하고 말자, 더 나아가 그 사람도 사정이 있겠지란 합리화로 정신승리를 하는 이들.
본인도, 주변 동료도 피차 답답하고 속상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리더일 때엔 좀 더 다른 강도로 다가옵니다.
회피형 리더의 가장 큰 특징은 불편한 상황에서 자기 주장을 확실히 하지 못한다는 거죠. 불편함을 직면하지도 못합니다. 남에게 말하는 것도 못하지만 남에게 듣는 것도 못해요. 그래서 허허실실 불편한 상황에서 웃어버릴 때도 있고 어물어물 넘어가려 할 때도 잦습니다. 이들이 리더여서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일의 선을 잘 긋지 못한다는 겁니다.
"아니 대체 왜 이걸 우리가 해야 하죠? 저 팀에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네, 다른 팀과의 회의에서 슬그머니 떠넘기는 일을 다 받아 오기도 합니다. 자신의 회피 때문에 팀원들이 죽어나는 겁니다. 그렇다고 그 일의 성과를 생색이라도 제대로 내느냐, 아니죠. 기껏 팀원들 고생시켜 일은 다 해두고 "묵묵히 일하면 다 안다,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합리화로 다른 사람 좋은 일만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리더의 큰 착각은 불편한 게 그렇게 싫어 하나는 피했지만 그로 인해 정작 자기 팀원들이 본인을 얼마나 답답해 하고 싫어하는지 모면하려는 그 순간에 잊는다는 거죠. 일은 주로 실무하는 팀원이 할텐데 말이에요.
다른 팀과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팀 내에 불편한 팀원이 있으면 그 사람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얘기하질 못하고 둘러 말하거나 다른 팀원들에게 누구 때문에 자기도 힘들다 하소연도 합니다. 최악이죠.
팀원들의 입이 나오면 그냥 내가 할께라며 하지 않아도 될 실무를 끌어안고 다른 리더의 중요한 역할은 지지부진 미뤄둡니다. 이런 리더는 팀원들이 만만하게 생각할 때도 많습니다. 자기주장 강하고 불만이 머리 끝까지 오른 팀원은 공개적으로 팀장을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말도 서슴없이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럼 그 순간을 또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가는데 본인은 사람들도 있으니 혼을 안 낸 거란 합리화가 또 나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옆에 있는 다른 팀원들이 불편해 하지 않을리가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마냥 옆에 가만히 앉아 지켜보는 사람들도 편할 리 없습니다.
해당 팀원이 다른 팀원들과도 관계가 좋지 않고 원래 남 욕 많이 하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런 사람에게 단호하지 못한 리더에게도 실망하고 욕하는 건 마찬가지죠. 왜냐, 팀원들은 본인들이 불편한 이 상황을 리더가 해소해 주지 않는 거니까요.
리더의 불편함과 두려움에 대한 회피는 반드시 조직 어딘가에 불편함과 불만을 생성해 냅니다. 무조건요.
리더의 불편함과 두려움만큼 모든 사람은 제각기 자신이 불편한 걸 원치 않습니다. 느끼는 정도와 해결하려는 실행력의 차이가 있을 뿐 불편한 걸 피하고 싶은 건 다 마찬가지니까요. 다만 적극적으로 직면하고 부딪히는 사람들은 회피 본능보다 이걸 도저히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는 게 훨씬 클 뿐이죠.
회피형 리더는 목표설정이나 과감한 조직 개편도 주저합니다. 구성원들의 불만이 나올 걸 두려워해 정작 회사의 성과와 목표보다 눈 앞의 갈등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로 인해 비효율이 반복되고 지속됩니다.
평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피드백에서도요.
개인의 상황과 감정을 지나치게 고려하고 배려하다 보니 객관적이고 냉정한 피드백과 평가를 하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의도는 없었지만 구성원의 성장을 가로 막거나 더디게 만들고 팀의 성과를 더 올리기 어렵습니다.
자기 사정 안 봐주면 안 봐준다 불만, 봐주면 그때만 우리 리더는 배려심이 많다 해도 언젠가 안 봐주면 서운해 하고 욕할 수 있습니다. 팀의 성과가 나지 않아 평가라도 밀리면 리더가 무능해서 팀원들 고과도 못챙겨준다는 불만, 늘 달래고 배려한다고는 하지만 그래서 성장을 못하고 안주한다고 또 불만입니다.
이로 인해 착하고 좋은 사람이지만 모든 이의 의견을 수용하려고, 최대한 들어보려고 하다 명확한 포지셔닝에 실패해 버리죠. 그래서 회피형 리더 조직의 특성 중 다른 하나는 실행력 미흡입니다.
기획이나 계획 수립 단계에서 지나치게 고민하고 실행에서 과감하기 어렵거든요. 실행력이 좋은 리더라 해도 그냥 본인이 하고 말 때이지 팀을 움직여 이끌어내는 건 매우 취약합니다.
결과적으로 전략수립, 계획 수립, 의사결정, 실행력, 추진력, 피드백, 평가 전 방위에 걸쳐 뭐하나 또렷한 걸 찾기 어려워지는 겁니다.
오른팔처럼 이런 리더를 뒷받침 하는 팀원이 있을 때가 많습니다. 속된 말로 대신 손에 피 묻히는 사람, 리더 뒷치닥거리 하는 사람요. 이들은 실제 전념을 다해 할 일을 하기도 하지만 전횡을 휘두르기도 합니다. 리더 입장에서는 그의 문제를 알지만 본인 대신 불편한 걸 팀원들에게 대신 해주고, 욕도 그가 먹으니 적당히 눈을 감고 넘어가죠. 하지만 사람들은 모르지 않습니다. 오른팔 욕을 많이 할 뿐 리더 욕을 하지 않는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착한사람증후군의 변화는 매우 어렵습니다. 주변의 비난, 오랜 습관, 성향 등 스스로가 가장 변화의 필요성을 잘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워 합니다. 더뎌도 변해보려 노력은 하더라두요. 자기직면과 인식이 가장 첫걸음이자 중요한 단계인데 문제는 이때 이들은 더 숨어버립니다. 인정하면서도 더 피하고 싶어집니다.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많은 조언은 있습니다.
리더십 교육, 의사결정력 강화, 갈등관리 스킬, 멘토링, 자신감 함양 활동, 코칭 등을 하라는 겁니다. 하지만 비용, 시간적으로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런 교육의 전문가라 해도 늘상 옆에 붙어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바로 피드백을 주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이 방법이 틀렸다가 아니라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좋은 얘기에 머무를 때가 많아지는 거죠.
그래서 가장 현실적인 건 제도와 연결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애초에 자기 희생과 헌신은 감사한 역량이라 하더라도 회피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면 아무리 성실하고 일을 해낸 들 리더에 선임하는 걸 최대한 지양하는 게 좋습니다. 이미 벌어진 걸 수습하기 보다는 벌어지지 않도록 상황을 비껴가는 게 최선인 거죠.
마치 문제 직원을 어떻게 할 거냐, 직원을 어떻게 육성할 거냐 방법론을 고민하기 전에 성실하고 일 잘하며 태도도 좋은 직원을 선발하는 게 중요하듯요.
조직 내 갈등, 성과관리가 안 되는 리더는 이미 세워졌다해도 내릴 수도 있어야 합니다. 물론 위의 여러 인터벤션과 지원이 필요는 하지요. 그래도 삼진아웃 등 일정 기간과 기준을 세워 실제로도 그게 안 되면 면직시키는 조직의 단호함도 필요합니다. 조직도 분위기 나빠질까봐(이미 나쁩니다만..), 어떻게 보일지 몰라 등의 이유로 문제를 뻔히 알면서도 직책 조정을 회피하는데 이건 경영진, 상위 임원, HR의 문제가 더 크다고 봐야 해요.
많은 회사에서 특히 대기업은 리더십 교육에 꽤 공을 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집체 교육으로 평균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다양한 방법론을 시도하지만 콘텐츠는 대동소이한 걸 토론시키고, 노트하게 하고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백날 하기 보다는 정말 필요로 하는 타깃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는 편이 훨씬 나을 수도 있습니다. 과감한 제도의 의사결정과 함께요.
이상적인 얘기입니다. 리더다운 리더를 선임하는 것, 리더가 되면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정 아니다 싶다면 과감히 내리는 것.
더구나 한국의 기업 정서에서는 더더욱 때가 되면 리더가 되어야 하고, 리더가 되었다가 면직되면 회사를 나가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드는 게 현실입니다. 조직이 작고 업력이 짧을 수록, 유명하지 않을 수록 좋은 리더 풀은 커녕 좋은 직원의 풀도 확보하기 어려우니 리더 자리에 리더다운 사람이 다 있긴 어렵습니다. 육성은 훨씬 어렵구요. 왜냐, 그들을 제대로 육성시킬 수 있는 역량의 사람도 없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렇다면 그나마 가능한 게 면직, 교체일 겁니다.
네, 다시 돌아가죠. 이 사람을 내리고 싶지만 대체할 사람도 없다고. 그래서 이것도 못하는 겁니다.
우리가 간과하는 게 이 부분이에요.
우린 리더십의 문제를 리더 개인의 문제에 집중하며 몰아댑니다. 하지만 리더의 리더를 챌린지 한다거나, 늘 인재 서칭과 영입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어야 하는 거, 피드백과 평가를 바꾸는 것 등이 훨씬 더 중요해집니다.
오늘의 주제는 회피형 리더였지만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거였어요. 어떻게 조직의 리더십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를요.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회피형 리더가 있다면 그에겐 그의 편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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