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들, 정반대 이야기인 거 같은데도 팽팽하게 회자되는 익숙한 말이죠. 그런데 저는 흥미냐 적성이냐가 아니라 뭘 지속하고 성장시키는 데엔 '인풋'과 '지속'이 관건이란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정답은 없을 지라도 못하는데 계속 인풋을 들이고 지속하기란 자의든 타의든 결코 쉽지 않은 거 같다고도요. 끔직하게 싫은 게 아닌 이상은 잘하면 지속도 되고 성장도 되긴 하는 거 같구요. 잘하려면 인풋을 지속적으로 넣여야 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부족한 양의 노력과 빠른 포기는 다음 단계를 넘어갈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인 거 같습니다.
지난 레터에서 일본어 기초반 이야기를 말씀드렸는데요.
저는 이력서도 많이 보고 인터뷰도, 상담도 많입니다. 다양한 직군, 규모, 업종, 연차를 두루 접하죠. 정말 많이 볼 때는 달에 수백 장을 보니 순식간에 보자마자 스킵하는 이력서를 포함하면 족히 만 장 정도는 가뿐히 봤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꽤 많은 케이스에서 특정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단기간에 잦은 이직을 했거나 한 회사에 오래 있었다 해도 업무가 정체되어 있는 경우입니다.
그들의 이직 사유는 비슷합니다. 성장을 위해서, 전문가가 되고 싶어서, 업무에서의 주도성을 좀 더 확보하고 싶어서, 처우나 조직문화 때문에, 경영악화로 등등이죠.
한 회사에 오래 있었지만 연차 대비 소위 물경력인 경우는 열심히 했고 회사가 좋았지만 (물론 정말 그게 다 일 수도 있습니다) 업무가 연차가 쌓이는 것에 비례해 확장되거나 심화되지 못한 경우입니다. 어느 쪽이든 잘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있고 열심히 하겠단 결심을 하지만 막상 난이도가 높아질 때 잘 적응해 성과를 내는 경우가 흔치는 않습니다.
그간 해왔던 업무, 그 수준에서는 잘 처리하지만 그 이상을 요구하면 어려워하고 진도를 빼지 못할 때가 많았어요. 자신 있게 자기 경험과 지식에 맞춰해 왔는데 그게 아니란 피드백을 몇 번 받으면 급격히 자신감과 동기가 떨어집니다. 주니어 중에 특히 많은데 성장하고 싶어 선배 많은 회사, 배울 게 많은 듯한 회사에 들어가서는 힘들어할 때죠. 대체 왜?
앞서 히라가나 같은 글자조차 모르는 수강생이 가장 빨리 수강을 포기한다고 했는데요. 실제 일하는 장면에서도 다르진 않습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뭘 보고 배운 게 있어야 응용을 해서라도 진도를 나갈 수 있는데 이게 없으면 하나하나 막힐 수밖에요. 그럼 의욕은 저만치 가있지만 발이 제자리에 붙은 거나 다름없어 흥미를 금세 잃어갑니다. 늘상 1단계만 듣다 재수강하고, 다른 언어 배워볼까 하면 어학 낭인이 되는 사람도 많습니다. 예전에 대입 수험생 영어 강의를 꽤 오래 했었습니다. 대입을 목전에 두고도 도돌이표처럼 하다가 말고, 하다가 마는 학생들이 수도 없이 많았어요. 이 역시도 직장에 오니 크게 다르지 않은 걸 많이 봅니다. 난이도가 이전과 달라지면 금방 포기하고 싶어지는 거죠.
이런 분들의 이력은 한 단계 심화된 일을 하는 게 아닌 하던 일을 하는 회사로의 이직이 반복되는 패턴을 보입니다. 뭘 했다는 건 많은데 난이도를 알고 보면 1, 2단계 일어수업을 학원만 바꿔가며 계속 수강신청 하는 것 같다랄까요. 어떤 수강생들은 한 학원에서 계속 포기하다 듣는 게 부끄러워 학원을 옮겨 다닌다고도 하고 또 어떤 학생들은 익숙한 수업과 교재 때문에 한 학원에서 반복한다고도 합니다. 이 또한 커리어와 이직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죠. 얼마 되지도 않아 이건 아니라며 이직하는 사람, 리셋하고 싶어도 막상 다른 곳에 지원하기 위한 이력서 쓰는 것조차 귀찮아하고 다른 회사에서의 적응과 기타 조건들이 두려워 안주하는 사람요. 인풋을 들인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 거 같아요.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근성 있게 꾸역꾸역으로라도 고비를 잘 넘기는 분들은 결국 전문가라는 인정을 받더군요. 일을 잘한다 얘기 듣는 분들 중에는 옛날에 일 못한다 꾸지람받은 얘기들을 술안주로 할 때가 있습니다. 마치 누가 누가 찌질했냐 배틀이 붙는 마냥 지난 일을 안주 삼아 한바탕 웃곤 합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을 보면 힘들고, 하기 싫고, 도망가고 싶어도, 생계 때문에, 엄두가 안 나서 이직을 못해서든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어떻게든 버티고 풀어내는 경험을 몇 번씩 해냈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반에는 인풋을 엄청나게 넣었다는 게 깔려 있었죠.
하고 싶고 재밌는 일에 인풋 마저 많이 넣는다면 금상첨화일 겁니다. 성과가 나느냐와는 별개로 한다 해두요. 그런데 하기 싫고 재미없어도 인풋의 양이 압도적이면 결국 나중에 관둔다 해도 일하는 동안엔 성장을 대부분 하는 거 같습니다. 반대로 하고 싶고 이 일 좋아요라고 하지만 인풋이 적으면 그저 그런 선에 머물게 되더라는.
일본어 수업의 단계별 수강생의 변화에도 인풋이 가장 큰 영향 중 하나란 생각이 듭니다. 매번 수강생이 티 나게 줄어드는 시점은 암기량이 확 늘어나는 챕터였거든요. 이때에 인풋을 같이 늘리고 수업 속도에 뒤처지지 않아야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3단계 중반 이후부터 수강생 중 이탈률이 확 낮아지는 이유는 뭘까. 오히려 이전보다 해야 하는 학습량은 서너 배 더 많아지는데도 말이에요.
이건 일반화는 어렵지만 수강생들과 가끔 티타임이나 식사를 하며 했던 얘기는 있어요.
"이거 했다고 요즘 조금 들린다", "이번에 여행 다녀왔는데 간단해도 말이 통하더라", "난 전에 가타카나 외우는 게 제일 싫었어", "형용사 때 너무 헷갈리더라구요" 같은 말이었죠. 어려웠지만 열심히 외우고 다시 외웠다는 경험, 더듬거려도 늘었다는 느낌, 스스로 대견하고 신기한 느낌, 이전보다 덜 막막한 느낌, 한 만큼 보람 있다는 뿌듯함이었어요.
그래서 강사도 한 고비를 넘긴 3단계 중반이 되면 다른 수업에서도 대부분은 중도탈락 거의 없이 완강을 한다 했습니다.
열정이 동기다 되는 건 초기, 아직은 쉬울 때까지인 거 같기도 합니다. 어느 시점이 되어 퀀텀 점프를 해야 하는 시점이 오면 그땐 열정보다는 축적된 인풋과 크고 작은 성공경험이 더 큰 동력이 되는 거 같다 해도 무리는 아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축적된 경험이요. 작지만 점점 커지는 인풋을 들여 고개를 넘어본 사람이 다음 고개도 넘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나 주변 동료들을 떠올려 보면 어떠신가요? 아마 모르긴 해도 이유는 다양할지언정 결과적으로 현재의 모습은 끄덕거릴 만한 누군가를 떠올리는 게 별로 어렵진 않으실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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