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기초과정을 수강한 적이 있습니다. 주 3회, 총 4단계로 4개월 간 수강하는 거였죠. 정확한 수는 모르겠지만 첫날 대략 40명 정도였는데 2주차가 되니 10명 쯤 줄었고 3주차엔 반으로 줄었습니다. 종강날 남은 건 15명 남짓 되었던 거 같아요.
2단계 코스 개강일에 가니 40명 좀 안 되었던 거 같고, 2주차가 되니 반쯤 남았습니다. 2단계 종강일에도 10명 좀 더 남았어요. 3단계 개강일엔 20명도 안 되었는데 종강에는 15명 정도 남았고 4단계는 15명 정도 함께 시작했는데 장기 파견근무 발령 받은 분을 포함해 두 어 분 빼고 다 수료했습니다.
전 아주 오래 전에 글자 정도는 배웠지만 워낙 오래 전이라 히라가나 암기부터 시작했는데요. 일본어 배운 분은 아시겠지만 히라가나보다 카타카나 외우는 것부터 허들이 생기죠.
어쨌든 열심히 외우고 반복하며 따라갔습니다. 숫자를 외울 때 저는 제가 언어 천재인 줄 알았어요. 강사도 어떻게 이리 빨리 이해하고 외우냐 했으니까요. (그러게요… ㅋㅋ)
1단계는 순식간에, 너무 재밌어 하며 끝냈는데 2단계는 한 번 포기하고 다시 수강했습니다. 갑자기 문법이 나오고 외울 게 많아졌는데 그 수준이 대단하지 않았음에도 체감은 꽤 되더군요. 그러다 바쁘다는 핑계로 몇 번 덜 외우니 막히는 게 생기고 지레 포기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은 각 단계, 특정 주차마다 반복이 되었어요. 그리고 그 시점마다 수강생이 확 줄었죠.
수강생 중 두 번째 연장자였던 제가 늘 혼자 와서 혼자 가만히 앉아 있다 가는 게 눈에 걸렸는지 가끔 선생님이 와서 말을 걸곤 했는데요, 그러다 친해져 이런 저런 얘길 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날 수강생의 지속성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어요.
1단계가 시작되고 2주차 만에 그만두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히라가나 자체를 아예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 합니다. 저도 글자를 거의 잊긴 했지만 배운 적이 있다 보니 작정하고 외우면 금방 외워지긴 했어요. 그런데 아예 처음인 사람들은 이 단계를 넘기는 게 가장 큰 고비 같다 했어요. 1단계에서의 그 다음 허들이 숫자라 했습니다. 1단계의 학습량은 매우 적은 편인데도 꼬부랑 글씨 같은 일문자와 햐꾸니 뱌꾸니 하는 숫자 헷갈리는 것만으로도 포기한다는 거죠.
1단계를 마치고 2단계에 올라오면 여전히 그 양이 많다 할 수는 없어도 문법과 한자 암기할 게 늘어나며 금새 포기한다 합니다. 3단계가 되면 약간씩 기초 수준에서 재미가 붙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는 말하기 연습을 많이 시키고 암기할 건 급격히 늘죠. 하지만 중도포기자 비율은 현저히 줄어든다 해요. 4단계쯤 되면 거의 대부분 완강하신다 합니다. 재수강 비율은 1단계와 2단계가 가장 높다 했어요.
제 학창시절엔 교과서는 안 봐도 이것만큼은 책상에 있던 것 중 하나가 수학의 정석이었는데요. 지금은 행렬이 빠진 거 같고 각 모듈별로 세분화 된 거 같던데 제가 공부하던 때는 기본과 심화로 크게 구분하고, 고 1때는 1권, 그 후엔 문과는 수1, 이과는 수2로 나누었어요. 그 당시 월등히 공부를 안 하거나 혹은 잘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가장 첫 단원인 집합, 행렬, 많이 가면 수열까지의 부분만 새까맣고 그 외엔 점점 그라데이션으로 깨끗했는데요. 공부해야지 하면 계속 앞부분만 파고, 금새 흥미를 잃다가 다시 공부해야지 하면 처음부터 풀고 마는 게 반복되곤 했습니다.
일본어 수업도 수학의 정석 추억과 비슷하단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이걸 그대로 커리어 장면에 대입해도 무방하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본격적인 단상을 풀어보기 전 위의 에피소드에서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이걸 커리어에 대입해 본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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