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보고 판단하기 어려운 주니어를 위해 객관적이면서도 신중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선배, 리더가 있다는 게 큰 복이란 생각이 듭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되며 더욱 느끼게 되는 거 같아요. 마냥 좋은 사람들과 일한 것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오랜 직장생활에서 감사한 점이라면 대체로 좋은 선배와 리더를 만났다는 점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외부 활동에 대한 선배와 리더(이 레터에서는 선배라고 통칭할께요)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많은 조직에서 밖으로 도는 팀원과 리더 간 갈등이 존재하고 있거든요.
외부활동이 많은 팀원과 선배 간 갈등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감정은 크게 이런 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맞는 말, 진심 어린 말을 해도 상대가 발끈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니가 뭘 알아" 할 때인 거 같습니다. 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쓴소리를 하면 잔소리 밖에 되지 않아요. 심지어 싫어하는 사람이 말하면 오죽하겠어요. 하지만 선배(리더와 선배를 본 글에선 그냥 선배라고 할게요)에 대한 호불호와 무관하게 나를 잘 아는 사람이 바른 말을 하면 기분은 나쁠 지라도 마음에 남거든요.
"쟤는 가끔씩 좀 밟아줘야 해. 오기가 있어서 밟히면 보란 듯이 해내거든"이란 얘길 들은 적이 있어요. 주니어 시절 다니던 회사의 임원 얘기였죠. 표현이 좀 그렇긴 해도 맞는 말이긴 했습니다. 못할 거야 라고 하면 보란 듯이 해내고 싶어 기를 쓰고 더 빨리 잘 해내곤 했거든요. 당시엔 뭐 하나 잘하는 거 없는데도 잘난 척에 오만할 때였어요. 그때 부사장님은 제가 선을 넘을 때마다 지긋이 밟아주곤 했죠.(^^) 제가 가장 외부로 많이 돌던 시기인데 적극적으로 교육을 지원하면서도 어긋난다 싶으면 일하라 하시던 분이기도 했구요.
또 다른 리더는 외부활동 자체를 좋지 않게 보던 분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도전적인 과제, 어렵다 하는 걸 해내는 데에서 성취감을 느껴하는 걸 잘 알고 계셨죠. 어설픈 지식에 실력보다 열정이 훨씬 앞서던 저를 무시도 하고 혼내기도 했지만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제게 기회를 주곤 했어요. 그리고 해냈을 땐 칭찬도 확실했습니다. 혼도 가장 많이, 칭찬도 가장 확실하게 하시던 분이었죠.
기분 나쁜 말도 잘하고 마냥 좋은 리더십을 가진 분들도 아니었지만 공통점은 저라는 사람을 꽤 파악하고 계셨어요. 연차가 쌓이고 성장해 가며 제 동기의 유지 방식은 변했지만 그 때의 제게 맞는 지원과 쓴소리를 아낌없이 해주셨으니까요.
그래서 선배는 팀원(후배, 동료를 이렇게 지칭할께요)에게 관심이 많아야 해요. 시시콜콜 잔소리 하고 참견하라가 아니라 나의 팀원이 어떤 사람인지를 관심 갖고 관찰하며 적절한 소통으로 검증해 보는 시간을 필요로 해요. 이때의 소통이란 스몰톡이 될 수도 있고 업무상 피드백의 시간이 될 수도 있어요. 관찰을 하는 데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 오가며 정말 그런가를 검증하는 거죠.
물론 선배가 관심도 많고 팀원이 어떤 지 잘 안다 해도 해결되는 건 아니에요. 그걸 알면서도 엉뚱한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 한다거나 지원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저는 커뮤니케이션이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방의 언어로 설명하는 것으로 정의하는데요. 매순간이 협상의 장면이란 생각을 해요. 상대를 위한 말, 상대를 알고 하는 말이라도 그걸 내 언어로만 전달한다면 통하기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자기 언어로만 말하려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대화마다 전투하듯 말하죠. 공격적이고 싸우듯 말하는 것만 전투는 아니에요. 소리 없이 싸우듯 팽팽하게 대립하는 것도 전투니까요. 이런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하는 걸 설득하는 데에 집중해요. 상대에게 내가 원하는 걸 설득하기 바빠 정작 거부감을 일으키고 본인이 원하는 건 얻지 못해요. (위계상 업무 지시를 일방적으로 내리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서서히 팀원의 동기를 앗아가죠)
자신이 생각하는 성장 방식, 보고 배운 성공했단 선배들의 방법, 본인이 실패한 경험에 대한 트라우마. 크게 이 세 가지에 보통은 갇혀 있어요. 그리고 그 안에서 팀원을 판단하고 육성하거나 비난을 해요. 마치 정답인 것처럼요.
그럼에도 이분들 덕에 외부활동에 취해 있다 제 자리로 돌아왔고 그들을 보며 배웠으며 그들과 함께 성장했어요. 이게 가능했던 건 입사 초반 1화에서 다루었던 부적응 기간 동안 안에서 채우지 못한 욕구를 내부에서 채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외부에 나가 만난 수박 겉핥듯 스터디 하고 네트워킹에 집중하던 사람들보다 우리 선배들이 더 열심이었고 배울 게 많았으니까요. 외부인정보다 내부 인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 선후를 바꾸고 몰입하니 인정은 따라오더라는 걸 알게 되기도 했어요.
날 인정하지 않는 듯한 동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으니 외부로 욕구불만을 해소하러 갈 게 아니라 내부에서 이뤄내고 증명해야 하는 거였는데 그걸 짚어준 것도 이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조직과 일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니 전적으로 절 지원하고 도와주던 그들 덕에요.
내부에서 일 좀 한다는 인정을 받기 시작하니 외부 활동보다 훨씬 재밌더군요. 물론 연차가 오르면서는 잘해야 본전이 되긴 했지만. 그리고 내부에서 진득하게 성과를 만들기 시작하면 굳이 내가 나를 알리려 하지 않아도 벤치마킹이니 해서 알아서 찾아오더라는 경험도 하게 되었죠.
사람들은 '누구'를 찾는 게 아니라 '어떤 일'이 잘되면 그 일을 해낸 사람을 찾기 마련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이 경험을 가능케 한 건 제가 뭘 갈구하는지 이해했던 선배들이 제게 자극될 만한 과제들을 많이 부여했기 때문이었어요. 자상한 말이나 칭찬이 아니라 과제 자체의 중요도와 기여감이 충족되지 않아 불만이라는 걸 정확히 짚어냈죠. 그래서 무리다 싶은 일이나 일정도 제게 맡길 땐 주저함이 없었어요. 마치 "넌 이런 거 좋아하잖아" 같은 분위기였죠. ^^;; (가끔 힘들다, 나만 이렇게 시키냐 투덜거리긴 했지만 정확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즐기고 있었으니까요)
일을 잘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고 인정받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 밖으로 돌았던 거였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일을 잘하고 싶다면 일을 잘하고 싶어 밖으로 도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일을 잘해야 하는 거라는 걸, 그러려면 얼마나 일에 치열히 몰입해야 하는지 그걸 깨닫기까지 오래 걸렸죠.
대부분의 사람은 본인이 보고 배운 것 이상을 생각하고 행하기 어렵습니다.
저의 선배들은 제각기 본인들만의 보고 배운 지식과 경험 내에서 자기 언어로 제게 자극을 주었어요. 제 언어로 이야기 하지 않았죠. 그럼에도 제게 좋은 선생님이 되었던 건 제 생각과 의견을 말하면 충분히 들어주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뭘 원하는 지, 뭐에 불만인지, 뭘 잘하고 싶어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충분히 들어주셨어요.
상대의 언어로 말하는 건 꽤나 고급 스킬이에요. 그래서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상대가 말할 때 들어주는 노력만 해도 반은 먹고 들어갈 수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중간에 말을 끊고 자기 말을 하니까요. 의견을 가만히 들어주세요. 그런 다음엔 내 언어로 말해도 조금은 누그러져요. 저희 선배들도 잘 들어주었지만 결국 그들만의 정답을 설득했죠. 하지만 조금은 들어주었다는 인식, 그 과정에서의 완화, 조금은 제 입장에서 언어를 바꾸어 표현하니 제게도 수용이 되더군요.
들을 때엔 문제나 솔루션 말고 상대의 욕구가 무엇이었는지에 집중해 관찰하세요. 이 사람은 뭐가 해소되지 않는 걸까, 뭘 원하는 사람인가 말이에요.
외부 활동에 대한 시선을 아니꼽게 가지고, 그 배경이 무엇이든 리더가 해야 하는 단 하나를 짚어 내자면 '대체 저 사람의 욕구와 불만은 무엇인가'인 것 같습니다. 외부 활동에 집착하는 사람 중엔 다니는 회사에서 욕구불만일 때가 많아요. 안에서 해소되지 않으니 밖으로 도는 거죠. 그런데 선배들은 팀원의 역량, 지식, 현재의 성과나 일하는 방식, 태도 등에 대한 평가와 판단을 전제로 뭔가 가르치려 들어요. 이 역할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건 팀원의 욕구를 이해하는 거에요. 욕구는 이해가 먼저이고 그 다음이 인지하는 거죠. 태도와 역량은 아는 거에요. 아는 것보단 이해가 먼저입니다. 이해는 잘 듣는 것, 충분히 들어주는 것에서 시작해요.
많은 경우 일도 제대로 못하거나 안 하면서 밖에서 설치고 다닌다는 실눈을 떠요. 물론 좋아 보일 리 없고 좋은 영향을 주지도 않죠. 하지만 가장 근간엔 욕구불만이 있다는 것만 기억하세요. 그럼 리더 본인도, 조직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객관화할 수도 있어요.
배우고 싶은데 조직에 배울 사람이 없어서(최소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조직 전체는 몰라도 내 리더, 바로 당신이 배울 사람이 아니어서일 수도 있어요. 시스템이나 프로세스에 대한 불만일 수도 있고 그럼 그걸 개선해야 하는 거구요. 중간은 가고 장점도 있는데 인정욕구가 크면 개선점만 지적하기 보단 때론 칭찬하고 격려하는 피드백을 잘 섞어 주는 방법도 있어요. (많은 리더들이 칭찬할 정도는 아니야, 칭찬해 주면 정말 잘하는 줄 알아라고 칭찬에 인색하니까요) 팀원보다 리더가 부족한 게 결정타일 수도 있다는 거죠.
어디에 민감하고 어디에 폭주하는 지도 알 수 있을 거에요. 그럼 그걸 적절히 피해가거나 이용해 피드백에 활용할 수도 있겠죠.
그런 다음 나는 뭘 보고 배운 사람인가, 그래서 뭘 중시하는 사람인가, 그걸 팀원들에게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를 살펴보는 거에요.
손뼉도 마주쳐야 하고 조직이란 곳에서 모든 상황은 사람과 사람 간의 상호작용이 필요해요. 서로 노력이 필요한 이유죠. 그래서 리더만큼 팀원도 노력해야 하지만 굳이 누가 먼저 손을 내밀고 누가 먼저 이해하며 누가 좀 더 에너지를 들여야 하느냐를 본다면, 리더쪽입니다. 그래서 리더인 거구요.
아, 하나 더!
사람이 싫은 건 아닌가요? 외부든 독학이든 뭘 배우고 싶어하고 성장하고 싶은 동기로 하는 행위 자체는 별개에요. 사람의 성향, 일의 낮은 퀄리티, 들떠 오버해 버리는 게 문제지 어느 순간 거슬리고 못마땅한 사람 때문에 그 행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진 않은지를 체크해 봅시다. 안 그러면 외부 교육도 눈치 보여 못 가는 분위기로 왜곡되어 버리니까요.
※ 이 과정을 거치고도 소용 없고 그냥 구성원 자체가 허세 많고 진중하지 못하다면.... 네.... 다른 얘깁니다! ^^;;; 이때엔 의사결정 문제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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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저는 그 선을 넘을 때마다 '그래, 한번 넘어서 해봐'라고 해서 하다가 힘들었던 적이 있었어요. 결국 자신의 체급에 맞는 선들이 있는데 외부에서 배우고 와서는 선을 넘어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다 큰코다친 거죠. 그래서 다음부턴 그 선보다는 체급에 맞는 선을 지키면서 넘을 기회를 기다렸던 거 같아요. 그래서 그 분의 행동이 기억에 남는 건, 하는 것보단 되는 것이 더 중요하고 때론 하다 보면, 우리 조직에서 이것이 왜 되기가 힘든 건지 여러 상황을 감안하면서 최적의 방법을 만들어 가는 것이 최선인지를 배운 것 같아요. 대부분 안되면 구성원 탓을 하거든요. 토론을 잘 못한다, 역량이 모자란다, 그런데 애초에 그런 구성원들은 없는데 말이죠. 그래서 HR이 사업을 더 많이 공부해야 하는데;; 정작 사업으로부터 인사 업무를 가르쳐 주는 곳이 없어서 씁쓸하긴 합니다.
프로브톡
HR이 사업에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한 거 같아요. 생각보다 인사담당자들이 스타트업에 오면서 주도적이길 바라고 좀 더 사업적으로도 기여하길 바라는데 정작 사업을 치열하게 공부하고 재무제표 한 번 들여다 보는 경우가 흔치 않거든요. 또 그런 걸 하면 그런 인사담당자를 본 적 없는 분들이 많으니 왜 이런 걸 인사가 하냐 하시기도. 누가 먼저여야 한다면 두드리는 사람쪽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그래서 인사담당자들은 그들끼리만 어울리지 말고 다른 직무와 많이 어울려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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