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친애하는 구독자분들께

시즌 1 (23.10~24.05)

[프로브톡 16화] 유명세=실력? ①

에피소드

2023.11.06 | 조회 470 |
8
|

오래 전 네이버 카페가 한창일 때 HR로 유명한 카페 몇 개에 가입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도 나갔고 스터디나 강의들에도 이것저것 참여하곤 했었죠. 

당시 재능기부란 키워드가 유행했는데요, 고민하던 과제가 있었는데 마침 카페에 관련 주제의 재능기부 강의가 홍보되었어요. 모 기업의 대리가 하는 거였죠. 생생한 실무 사례를 이야기 한다고. 신청해 주말 모 대학 강의실로 향했습니다. 

열심히 준비했고, 자료도 많았습니다. 온갖 아티클과 전문가 레퍼런스가 언급되었죠. 그런데 들으면서도 지루하고 불만족스러웠습니다. 왜였을까.. 

듣고 싶던 것들을 질문하면 대답은 어떤 논문, 어떤 책을 읽어 보았냐 그걸 읽어봐라 하는 식. 그런 것들은 이미 다 스터디한 상태. 이러이러한 부분이 막혀 고민이 된다고, 그래서 어떤 걸 듣고 싶다고 했지만 또 뭐 읽어 봤냐. 이론이나 책은 이미 많이 찾아 보았고 좀 더 생생하게 현업 얘기를 듣고 싶었거든요. 현업 실무자가 하는 강의에 기대하는 건 그런 것이었구요. 그런데 기대와 달리 무슨 논문 읽는 느낌이고 손에 잡히는 뭔가가 나오지 않아 답답함이 있었습니다. 

3시간 이상 진행된 강의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 건 최소한의 강사에 대한 예의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죠. 앞으로 저분 강의는 걸러야겠다. 

이미지 출처: https://m.site.naver.com/1fma9
이미지 출처: https://m.site.naver.com/1fma9

업계의 행사들을 다니다 보면 만나는 사람은 늘상 만나게 됩니다. 학습욕구 높고 자기계발 열심인 분들이 여길 가도 저길 가도 있기 마련이니까요. 빈도는 현저히 낮아졌다 해도 저 역시 그런 부류였기에 마주칠 수밖에 없어요. "나는 저런 거 안 좋아해, 난 강의 안 해"라고도 했죠. 회사에서 외부활동에 보수적인 이유도 있었고 개인 성향도 있었구요. 그런 자리에 많이 서는 분들 중엔 "뻔한 거 같은데" 혹은 "수준이 왜 저렇지" 싶을 때도 있었고 어떤 때엔 별 거 없는데 나서는 거, 가르치는 거 좋아하는 사람으로 치부한 적도 있어요. 


10년 정도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사이 저도 경험이 더 쌓이고 머리는 굵어졌습니다. 가끔 절 찾는 사람도 있고 한창 열렬히 다니던 스터디나 강의는 멀어지고 있었어요. 그 대리님은 여전히 활동을 하고 있었죠. 이직도 하고 논문도 쓰고 강의도 하면서 그 역시 가끔은 전문가 누구란 얘길 들으며 훨씬 깊이 파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하는 걸 인정하면서도 희한하게 그분 강의는 저와 맞지 않는다 정도였죠. 

한참 후 회사에서 했던 일을 여기저기에서 사례로 발표하거나 강의하고 기고도 하던 그가 회사에서 입장 곤란해졌단 얘길 들었습니다. 동의하기 어렵거나 왜 저런 걸 외부에서 멋대로 발표하냐 같은 이유였죠. 한동안 그로 인해 소위 '찍혀' 힘들어했단 얘기도 들었어요. 

자주 볼 수 있던 사람들 중에는 한창 때와 달리 회사에서 나온 분도 있고 정작 회사에서는 낮은 평판이던 분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네트워킹 마다 있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평가는 별로였던 분요. 

저도 한참 때엔 온갖 모임에 다 끼어 있었어요. 오죽하면 우스개 소리로 "여고괴담"이란 말도 했을 정도로요(어딜 가도 다 있더라는). 그렇게 관련 직무 담당자들을 많이 알게 되고 회사에서도 잘 활용했습니다. 공부도 가장 많이 했던 시절이었구요. 그러던 어느 날 선배가 제게 이런 말을 했어요. 

"그런데 그만 다니고 회사에 좀 더 몰입을 해"

"지금도 되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요?"

"아는데 그 시간에 더 하면 더 좋지 않을까? 회사에서 작품을 만드는 데에 집중해봐"
"....."
선뜻 동의 않는 표정을 온 몸으로 뿜어대는 제게 

"그 사람 일 못해 밀려난 사람이고 뻔한 얘기 하는 걸 왜 듣냐, 그건 듣지마. 그리고 넌 언제까지 강의며 스터디를 그렇게 다닐래?" 

"제가 부족하니 공부하고 그렇게 얻은 네트워크와 지식으로 회사에서도 잘 쓰고 있는데요?"

"그래, 평생 잘난 사람들 쫓아 다니며 필기나 해. 이젠 배운 걸 소화해서 니껄 만들어야지. 배우지 말라는 게 아니라 성과를 내고 너만의 경쟁력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 https://m.site.naver.com/1fma9
이미지 출처: https://m.site.naver.com/1fma9

저 말을 들을 때 회사에서 제 직무에 확실한 성과를 냈었냐? 아니요. 제 동료들에게 정말 인정받았느냐? 아니요. 밖에서 그들과 어울리며 드는 칭찬을 회사 내에서는 받고 있었냐? 아니요. 많이 알고 열심이란 칭찬은 받았어도 일 잘한단 칭찬을 그만큼 받았냐? 아니요. 회사에서 일하고 만나는 동료들이 외부에서 어울리는 사람들보다 좋았냐? 아니요. 저 사람 저걸 배워야겠다, 내가 저걸 끌어내 내걸로 만들고 싶다를 동료들에게서 더 찾았냐? 아니요. 

외부에서 어울리며 만나는 사람들을 마냥 리스펙하고 좋아했냐? 아니요. 저 사람은 별론데란 평가질을 해대고 있었더군요. 난 저런 거 안 해, 안 좋아해라며 마치 그들이 '그런 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인 냥 평가절하 하면서요. 저 사람 회사에선 별로라 하고 누구는 욕 많이 먹던데란 흉도 많이 봤어요.

정작 가장 많은 시간을 쏟고 관계 하는 일과 동료에게서 인정받진 못한 채 외부에서 욕구를 채우고 있었단 생각이 확 들었어요. 갑자기 한창 파티 중인데 안개가 걷히며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었죠. 내겐 직접 얘기 않지만 동료들도 어디선가는 나를 이렇게 보고 있었겠구나. 필요에 의해 내게 정보를 얻기도 하지만 그건 그것일 뿐 밖으로 도는 데에 더 관심 있는 사람일 수 있었겠구나. 밖에서 뻔한 얘기, 이론이나 얘기한다 답답해 하면서 그렇게 배운 걸 회사에 와 왜 이렇게 안 하냐, 이래야 한다 지적하고 있었구나. 나만 이걸 모르고 있었구나.... 

이미지 출처: https://file3.instiz.net
이미지 출처: https://file3.instiz.net

이 날의 선배의 말은 제가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정신이 번쩍 났죠. 그 전까진 이런 얘길 해주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늘 "참 열심이야, 참 열정적이야, 대단해, 모르는 사람이 없어, 누구 알아?" 같은 말만 들었으니까요. 

어느 회사 벤치마킹 좀 해봐 하면 바로 전화해 물어보고 쉽게쉽게 자료를 얻어 냈어요. 요즘 뭐가 트렌드라던데 하면 아 그거요 하며 설명도 하고 추천도 했죠. 어느 순간 모르는 사람 없는 누구, 아는 거 많은 누구가 되어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누구를 알고 지내는 게 제 실력, 뭘 좀 읽고 들은 게 제 실력인 냥 착각하면서요. 열심히 공부하는 나, 열정적인 나, 사람을 많이 아는 나에 취해 있던 건 아닌지. 


오래 전이고 보수적이던 대기업, 그때 저는 조금은 튀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스타트업에 나와 보니 그리고 요즘은 상대적으로 덜할 뿐 대기업 재직자들도 퍼스널 브랜딩이란 이름으로 외부 활동과 자기 PR에 참 열심인 것 같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만 정체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함도 엄습해요. 이러쿵저러쿵 하면서도 내게 기회가 오면 부족하지 않나 하면서도 기꺼이 응하고 강의도 넘쳐 납니다. 단순히 어디에서 활동을 한다가 아니라 큰 수익을 올리기도 합니다.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어느 이상 배우고 경험한 사람들이 보기엔 뭘 저런 수준으로 돈을 받고 강의를 하지 싶은 것도 수두룩 하구요. 그게 아니어도 스터디, 학습, 성장이란 키워드에 집중을 넘어 매몰된 경우도 봅니다. 어쩌면 성장이란 순수함에서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본질을 잃은 채 길을 잃고 있는 건 아닐까요.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신가요.

 

**********************************************

일하는 사람과 조직과 함께 합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프로브톡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8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내가 살게의 프로필 이미지

    내가 살게

    2
    2년 이상 전

    가끔은 폐관수련이 필요한 시기가 있더라고요. 저에겐 지금이 그런 때인 것 같기도 하고요..

    ㄴ 답글 (1)
  • 한나의 프로필 이미지

    한나

    2
    2년 이상 전

    저도 뭐 배울 기회다 싶으면 막 등록하고 달려들고... 요즘엔 자중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다 수강하지 못한 강의도 사실 아직 남아 있기도 하고요. 전문적인 분야는 파도파도 끝이 없으니까 갈길이 멀다 싶기는 하지만 뉴스레터에서 쓰신 것처럼 특정 경험을 나누는 자리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느끼고 있긴 합니다. 잠깐이지만 함께 일한 사람이 탈잉 같은 곳에 강의 런칭하는 것을 보면서 -저 사람이-....? 한 적도 있어요. 본인의 업무에 집중 40%라면 집중한 일을 보여주는 것에 60%를 쓰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겪었는데.... 동료로서 답답해도 주의에서 높게 평가받는 것을 보면 저게 개인 브랜딩인가 싶어 씁슬하기도 했고요...( 앗 오늘도 주절주절) 프로브톡 제 이야기 같은 것이 넘 많아서 댓글도 길게 쓰게 되네요!! ㅎㅎ

    ㄴ 답글 (1)
  • 파란슬기의 프로필 이미지

    파란슬기

    1
    2년 이상 전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무엇일까?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하고 싶은 스윙과 내가 할 수 있는 스윙은 어떻게 다른가? 40중반을 넘어가니, 넌 뭘 가지고 있니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사실 질문이라기 보다 누굴 만나면서 일을 모색할 때 그런 뉘앙스를 느끼거든요.). 초식을 배우고 이제는 초식을 잊어버리되, 나만의 초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혹은 문파를 새로 열 수 있도록 해봐야겠습니다.

    ㄴ 답글 (1)
  • 이수진의 프로필 이미지

    이수진

    1
    2년 이상 전

    어쩜 이리 비슷한 경험을 할까요, 서로 잘 모르는데..ㅎ 과거엔, 경쟁에서 이긴 나를 칭찬하고 뒤처지지 않는 나를 인정하며 살았던 거 같아요. 그래서 더 배움(학만 있고 습은 없는)에 열심히였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과거의 나를 부정하고 인정하고 변하려 노력하는 과정이 더 의미가 있고 중요하단 걸 깨닫게 됩니다. 그 순간이 올 때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소화하는 시간을 갖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커리어라고 생각합니다.

    ㄴ 답글 (1)

다른 뉴스레터

[프로브톡 100화] 시즌 1을 마치며

드디어 시즌 1의 100번 째 레터입니다. 지난 99화로 주제는 마무리 했고 오늘은 시즌 1을 마친 기쁨과 감사함을 짧게 전하려 해요. 이미 몇 차례 공지를 통해 말씀드린 바이지만

2024.05.18·시즌 1 (23.10~24.05)·조회 596

[프로브톡 95화] 이랬다 저랬다.... ②

리더의 변덕, 왜?. "왜 이렇게 했어?" '너가 그랬잖아요.....' 직장생활을 하며 사람과 사람 간 커뮤니케이션에서 다양한 감정들이 얽히는데요, 그 중 가장 부정적일 때가 억울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2024.05.08·시즌 1 (23.10~24.05)·조회 668

[프로브톡 99화] 각기 다른 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 ③

일잘하는 사람들의 소외. 반려견 두 마리와의 산책 중 상념으로 시작한 이번주 주제가 마무리 되어 갑니다. 콩보리를 대하는 마음으로 회사에서 사람들을 대했다면 그렇게 욕을 먹진 않을 텐데란 말을 농담처럼 한

2024.05.17·시즌 1 (23.10~24.05)·조회 639

[프로브톡 96화] 이랬다 저랬다.... ③

예전에 빠듯하게 행사마다 번번이 전날 메뉴를 바꾸거나 식당을 취소하고 변경하라는 지시를 받곤 했어요. 대규모 식당을 서칭하고 예약하는 게 쉽지 않을 때도 있고 이미 예약한 건을 취

2024.05.10·시즌 1 (23.10~24.05)·조회 583

[프로브톡 97화] 각기 다른 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 ①

콩보리 이야기. 저희집 15살된 4kg 콩이와 14살된 10kg 보리에요. 콩이 이야기 6개월 추정 즈음에 만났어요. 팔리지 않는다고 거의 굶기다시피 해서 몸을 키우지 않은 채 3개월로 속여 파는

2024.05.13·시즌 1 (23.10~24.05)·조회 593

[프로브톡 89화] 당신과 말하기 피곤합니다 ⑤

피곤해서 피하면 나만 더 피곤해진다. 여러분은 장황하고 말이 너무 많아 피곤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시나요? 그냥 말을 섞지 않는게 가장 속편하다 할 수 있지만 업무상 엮이지 않을 수 없다면요? 또는 이런 이들을 다른

2024.04.24·시즌 1 (23.10~24.05)·조회 838
© 2026 프로브톡

일하는 조직과 개인의 경험을 나눕니다

뉴스레터 문의ssoocanvas@gmail.com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8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