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을 논할 때 함께 체크해야 하는 리더의 리더와의 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늘은 팀장 본인이 점검해야 할 부분에 대한 겁니다.
팀장으로 지칭하고 있지만 사실 리더십이란 모든 이에게 필요하고 요구됩니다. 더구나 조직이라는 곳에서는 내 밑에 한 명이라도 후배가 있고 함께 일하는 동료가 있다면 리더십은 불가피합니다. 이점을 전제로 하고 오늘 이야기를 시작해 볼께요.
이전 레터의 A팀장이라고 해볼께요.
A는 상사와의 관계가 그다지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상사의 눈에 본인이 부족할 거란 걸 알지만 그래도 상사가 본인을 신뢰하고 아끼고 있다 생각합니다.
B라는 팀장을 한 분 더 설정해 볼께요.
B는 상사와의 관계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대놓고 상사는 B를 신뢰하지 않고 심지어 싫어하고 한심해 합니다. 그리고 의중을 공공연하게 드러냅니다. 모두가 알죠.
지난 시간 어떤 팀장의 리더십을 문제라 인식했다면 반드시 그의 상사와 조직의 역량을 함께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건 흔히 간과되는 부분이기에 짚고 넘어갔지만 그래도 변화의 가장 핵심은 본인에게 있겠죠.
A 유형의 팀장들은 열심히 합니다. 신중하고 고민도 많이 하죠. 싫은 소리 하는 걸 회피하고 싶어하는 본인의 성향도 잘 압니다. 자신에게 답답해 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보통은 좋은 사람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딱히 적도 없는데 팀원들도 본인을 좋은 사람으로는 보지만 능력 있는 사람으로는 생각하지 않죠. 본인도 어려울 때가 많고 확신이 들지 않지만 그렇다고 상사에게 고민을 털어 놓진 못합니다. 인간적으로도 평소 이런 저런 속내를 얘기하는 사이라 해도 팀장으로서의 바닥에 있는 속내까지 상사에게 비추긴 어려워요.
팀장으로서 무능해 보일까봐, 책 잡힐 까봐, 최대한 내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죠. 차라리 팀원이었다면 어렵다 말하고 도와달라고도 할 수 있는데 팀장이 되니 그게 어렵습니다.
B유형의 팀장들은 이전에 어땠건 이미 상사와의 신뢰관계가 깨질 대로 깨져 있기 때문에 의욕 자체가 떨어져 있을 때가 많습니다. 차라리 같이 강한 성향을 가지고 있고 도저히 못참겠다 하면 상사나 조직을 떠날 수나 있겠지만 그렇게는 못하는 팀장들이 더 많죠. 이런 팀장의 유형은 대기업일 수록 그 비중이 높습니다. 위계나 체계가 강한 조직일 수록 팀장은 빨라도 30대 중후반, 40대 중후반 정도 되었을 때 선임됩니다. 이런 기업에서 주로 성장한 분들은 조직을 떠나는 게 참 어렵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아직 젊은, 정확히는 훨씬 어린 분들의 잦은 이직과는 문화가 많이 다르답니다. 때문에 참고 더 잘하자 하는 정서가 짙어집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이런 팀장은 결코 팀원에게 존경받지 못합니다. 상사가 인성적으로 큰 문제가 있고 누가 봐도 무능력한 사람이라면 회사를 욕하고 상사를 욕하며 팀장 안 됐다 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팀장을 존경하지도 않습니다. 팀원 입장에서는 상사나 조직 잘못은 잘못이고 팀장도 과감히 타개한다거나 단단하지 못한 것에도 불만이니까요.
개인적으로 A든 B든 본인의 거취를 결정하는 건 의사결정의 문제니 별개로 하고, 제가 주로 첫걸음으로 디뎌 보셔라 권해 드리는 건 본인의 근원적 불안이 무엇인가를 직시하라는 겁니다. 스스로 안다 생각하는 이상의 내면적 불안과 열등감이 무엇인지, 회피하는 게 무엇인지를 끌어내도록 하는 데에 초반의 시간을 많이 씁니다.
여러 요인들이 나오는데 공통적인 건 ① 자신에 대한 확신이 적을 때, ② 나보다 남탓을 더 할 때, ③ 본인의 문제를 타인이 인식하는 만큼 모를 때더군요.
① 자신에 대한 확신이 적을 때
스스로 실력이 부족한 걸 알고 있거나 소심하고 소극적인 성향이라 인식할 때입니다. 그래서 상사의 얘기가 틀리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저건 아닌 거 같은데 할 지라도 내가 더 배워야지가 깔려 있습니다. 반대 의견을 말하고 싶지만 내가 정말 맞다는 자신이 없기에 의견을 내는 자체가 어렵죠. 그래서 신중해지고 쉽게 결정을 내리거나 추진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정답은 어차피 없습니다. 경험상, 일반적으로 이렇게 하면 되고 저렇게 하면 안 되더라는 것들이 있지만 그게 100% 어디서든 통한다는 보장은 누가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모르면 모르는 대로 묻고 의견을 구하지 않으면 해결도 어렵습니다. 혼자 고민해서 문제가 풀리면 모르는데 본인이 쉽게 결정 못해 시간을 더 들일 뿐 결과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죠.
하지만 이게 쉬우면 진작에 했을 거고.
최소한 이것만 해보세요.
팀원들에겐 "내가 OO부분엔 확신이 없다. 이렇게 하면 될 거 같긴 한데 조금만 더 생각해 보고 ~~까지 결정하겠다"라고 해보세요. A유형의 팀장이 팀원 입장에서 속이 터질 때는 대체 언제까지 뭘 하겠다는 건지를 알 수 없을 때랍니다. 최소한 뭘 고민하는지, 언제까지 고민하고 얘기해 주겠다는 건지만 미리 말해 주어도 훨씬 나아질 겁니다. 대신 약속한 기한까지는 결론을 냈든 아니든 어디까지 고민했고, 어떻게 이후엔 하겠는지를 꼭 얘기해 주세요. 팀장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과정을 공유해 주시면 됩니다. 팀원들은 팀장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 없으니까요.
② 나보다 남탓을 더 할 때
사실 이 유형은 그냥 팀장 자리에 올려서도, 그냥 둬도 안 되는 유형입니다. 이 유형의 사람은 본인 반성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일이 풀어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 분리를 해줘야 하는데 일부는 끄덕일 지 몰라도 성향 자체가 변하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유형은 상사와 조직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③ 본인의 문제를 타인이 인식하는 만큼 모를 때
이 유형은 ②의 성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부족함을 어느 정도 인지는 하는데 남들이 인지하는 것보단 훨씬 관대하죠. 본인이 100% 잘 하는 건 아니지만 그 정도는 아닌데 상사나 조직이 저러니 어쩔 수 없다며 본인도 힘들다 합니다. 최악의 상황은 팀원들에게 본인 처지를 하소연하고 상사가 문제라며 자포자기한 모습을 보여줄 때죠.
이 유형도 ②의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기 객관화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리더라면 조직에서 리더십 변화를 원할 때 이것저것 할 게 아니라 자기객관화 훈련에 초점을 좀 더 맞추시는 게 필요합니다. 팀원한테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를 가르치시기 보다는요. 팀장 스스로는 자기 반성을 하고 싶어도 어느 선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니까요. 본인이 납득을 하든 못하든 자기 객관화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면 그때부터 팀장은 자기 합리화나 이전의 틀을 반복하면 곤란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납득을 하든 못하든 남들이 인식하는 본인은 좀 다르다는 것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계속 질문을 해야 해요. 내가 어떤지 솔직한 얘기를 구해야 합니다. 여기서 많이 실수하는 게 의견을 구해 놓고 듣지만 않고 그 자리에서 구구절절 자기 설명을 늘어 놓는 겁니다. 그랬구나, 인정하는데, 몰랐는데라고 해놓고 '그런데~'라며 들어야 하는 순간을 말하는 순간으로 바꿔 버리는 거죠.
정리해 볼까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훨씬 날 문제라 하는 거 같으면 먼저 의견을 구해 보세요. 난 인정할 수 없는데 사람들이 그게 아니라 한다면 그것도 의견을 구해 보세요. 그리고 의견을 구하는 자리에서는 입을 일단 다물어 보세요.
팀장들의 부족함을 알면서도 조직에서는 이런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이 하십니다) 우리도 아는데 대안이 없어 그런 거 아니냐구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 대안을 찾는 데에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쏟으셔야죠. 팀장'만' 쥐 잡듯 잡을 게 아니라요. 리더십이 문제라면 개인보다는 조직의 채용부터 피드백, 스태핑의 역량을 먼저 봐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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