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평가를 들어온 이들의 공통점은 꼼꼼하다, 완성도가 높다, 실수가 없다일 겁니다. 그런데 이들이 불안도가 높은 유형이라면 리더가 되었을 때 얘기가 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불안도가 높은 리더는 세부 사항까지 깊게 고민하고 면밀하게 검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보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돌발 변수들이나 우려하는 상황을 가정합니다. 덕분에 실수가 적고 이슈가 발생해도 무난하게 대응할 때도 많지요. 위험회피성향이나 높은 불안도는 지나칠 때 문제가 되지만 적절 수준에서는 큰 실패를 방지하는 데에 유리할 때도 많습니다.
또 다른 유형의 불안 리더는 기준이 너무 높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본인은 물론 타인에게까지 높은 기준을 요구해 결과물의 수준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지요. 또한 불안감의 근원에 일에 대한 열정, 더 잘하고 싶다는 열망, 아직 부족하다는 자기 반성에 있다면 개인적으로나 조직적으로나 성장의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장점들이 말 그대로 강점이 되려면 본인 스스로 불안감을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어야 가능한데요. 문제가 될 때는 지나칠 때이겠지요.
이 분들은 실무자일 때엔 괜찮습니다.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칭찬도 많이 받아요. 너무 걱정 마라, 너무 자신을 몰아가지 마라, 꼼꼼하다 보니 업무속도가 더디다라든가 예민하단 피드백도 받지만 그래도 일을 성실히 한다는 부분에서 많은 걸 상쇄합니다.
하지만 리더가 되면서 '문제'라고 지적받는 빈도가 늘어나곤 합니다.
가장 흔한 사례로는 이런 거죠.
의사결정 지연
이런 건 어떡하지? 저런 건 어떡하지? 이걸 했을 때 다른 변수는 뭐지, 혹시라도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떡하지? 같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으로 좋게 말하면 신중이고 나쁘게 말하면 우유부단, 의사결정 못내리는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과도한 통제와 관리
이런 유형의 리더들은 마이크로매니지먼트를 할 때가 많고, "실무를 빠삭하게 안다"는 평가도 많이 듣습니다. 자신의 불안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내가 다 알아야만 직성이 풀리거든요. 그러다 담당자의 실수가 발견되기라도 하면 호되게 질책하기도 합니다. 리스크에 민감하기 때문에 아이디어 발산이나 제안에 팀원들이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어느 순간 구성원의 말이 줄어들게 되지요.
커뮤니케이션, 불통
불안한 리더는 본인의 걱정과 그에 대한 해소 욕구를 중심으로 의사소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설명하고 설득하고 체크할 수 있습니다. 불안도가 높은데 추진력이 강한 리더가 있는 조직에서는 회의로 시간을 많이 소모하는 걸 많이 볼 수 있는데요. 한 번 말을 시작하면 10분, 20분이면 마칠 말도 재차 확인하고 강조하고 질문하며 1~3시간으로 이어지는 게 다반사입니다. 리더의 발언이 많은 만큼 의도와 다르게 사람들은 흘려 듣게도 됩니다.
구성원의 불안 증가, 조직 내 긴장감
리더의 불안은 그대로 조직에 전가됩니다. 팀원들은 리더를 피곤해 하면서도 실수하면 더 피곤해지므로 그에 맞춰 일을 하게 됩니다. 리더의 의도는 꼼꼼하게 변수까지 감안하여 철저히 일을 해달라는 건데 질책당하지 않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일을 하는 문화가 되어 버리는 거죠. 창의력이나 주도성을 발휘하기 보다는, 일을 잘하려 하기 보다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일하고 벌리지 않게 됩니다.
가장 흔한 케이스들을 언급해 보았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뻔한 듯 이상적인 듯한 솔루션이 있긴 합니다.
자기인식과 스트레스 관리 같은 거죠.
본인들도 압니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걸요. 우선은 자기인식이 관건일 텐데 그 전에 전문가들은 잘 자고 잘 먹으라고 하더군요. 불안도가 높은 리더들은 많이들 수면도 부족, 속이 안 좋다며 혹은 신경 쓸 게 많아 입맛이 없다며 잘 먹지도 않습니다. 술이나 담배를 많이 하든가요. 악순환이죠. 몸이 피곤하고 체력이 받쳐 주지 않으니 더 곤두서는. 그래서 다른 여러 방법보다 우선은 잘 자는 게 최선일 겁니다.
너무 막연한 얘기 아니냐구요? 뭐, 그렇긴 합니다. 불안해서 잠이 안 오는데 자라고 자겠냐, 그러게요.
이 분들에게 가장 절실한 건 심리적 안전감일텐데요. 최소한의 장치라면 목표-기준지표-일정-계획을 명확하게 만드는 겁니다. 이걸로 해결된다가 아니라 최소한요. 뭘 하기로 했고, 사람들이 그걸 알고, 어떻게 하기로 했으며 내가 뭘 보면 되고 언제까진 그냥 있어도 되는지를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입니다.
이들의 불안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예측하지 못하는 뭔가가 일어날 것에 대한 두려움이기 때문에 '예측가능성'을 최대한 확보해 주는 게 중요합니다.
이들의 팀원들이 소소하지만 중요하게 지켜야 하는 것이 그래서 사전 공유와 보고에요. 일이 진행되는 걸 묻기 전에 알아서 현재 이런 게 있다, 갑자기 이런 이슈가 생겼는데 이렇게 해결하려 한다 등으로 짧고 작은 이슈로 수시로 알려주는 겁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내가 직접 하고 있지 않은 일들은 죄다 블랙박스 속에 있는 거나 다름 없으니까요. 투명하게 다 보이면 되는 거에요.
불안도 높은 리더들과 갈등을 겪는 팀원의 대표적인 유형이 바로 뭘 하는지 가만히 있다가 납기를 못지키거나 기대 이하의 아웃풋을 내놓거나 할 때거든요.
리더 본인도 구성원에게 본인의 불안을 솔직히 말하고 수시로 공유해 주기를 요청하세요. 수시로 말을 하고 회의를 하라는 게 아니니 (오히려 비효율 요인) 업무 관리를 수시로 업데이트하며 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 구축해 보시기 바랍니다. 보통은 주간업무 계획이라든가 월간계획 같은 양식을 주로 쓰실 텐데, 단순 체크리스트 방식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현황이 보이는 대시보드 같은 방식도 괜찮습니다.
팀원들은 이런 걸 일하다 보면 잊기도 하고 귀찮아 할 거에요. 리더가 강조해야 하는 건 실수하지 마라, 어떻게 할 거냐 같은 잔소리가 아니라 일하며 수시로 공유하자, 이런 걸 업데이트 해달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불안도가 개인사나 어떤 트라우마에 기인하고 그 정도가 극심하다면 주변에서 피드백을 솔직하게 줘야 하고 본인도 필요하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상담이든 약물이든요. 내가 심하긴 해도 그 정도는 아니야? 무조건 심각하고 정신과 치료를 요한다 할 수는 없지만 결국은 본인의 불안은 본인이 관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매순간 내가 뭘 걱정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시작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명상이 유행하는 것도 한 템포 늦추고 들여다 보기 위함이잖아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나는 이 일에서 뭘 걱정하는가, 왜 걱정하는가, 그에 나의 불안도가 근원적으로 어디에 있는 걸까, 그게 정말 심각하게 큰 문제인가(이 단계에서 보통은 그렇게까지 크리티컬하진 않을 때가 많습니다)를요.
답 없는 뻔한 얘기 같단 생각은 드는데 불안도가 높은 리더는 구성원의 피로도를 높입니다. 수 많은 관계 갈등을 일으키기도. 잘 되지 않을까봐 불안한데 계속 잘 되지 않으니 증폭되어 버리는 악순환을 어떻게 하시겠어요?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때인 거죠.
분명히 기온은 올랐는데도 뭔가 스산하고 춥기도 한 변덕쟁이 봄날씨입니다. 환절기 건강 유의하시고 일단 주말은 행복하게 보내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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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슬기
불안을 없앨 수는 없지만, 관리는 가능합니다라 주장해봅니다. 불안을 있구나라고 자가 인식이 되고 관조하기 시작하면 조금 나아지는 것 같구요. 작은 불안의 일, 큰 불안의 일을 나누고 리스크 관리를 하고, 면역력(맷집)을 키우기 위해 장거리를 뛰고 있는 중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로브톡
네, 그래서 모든 문제의 출발은 자기인식과 객관화 같아요. 다만 불안도가 높고 예민할 수록 본인을 인식하고 관리하는 자체에 더 스트레스를 받아 해서 쉽진 않은 거 같아요. 전 상담이나 전문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해 들어주고 고민하며 객관적 가이드를 해줄 수 있는 누군가요, 직장 내에서는 한계가 있는 거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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