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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브톡 77화] 과도한 불안은 어떻게 자신과 주변을 좀먹는가 ②

2024.03.27 | 조회 4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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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조직과 개인의 경험을 나눕니다

https://bityl.co/Ozv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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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채기. 

보통은 갑자기 터져 나오고, 그나마 예고도 몇 초 코가 간질간질한 정도죠. 세상에 숨길 수 없는 두 개가 사랑과 재채기가 있을 정도라는 말이 있을 만큼 갑자기 오고 숨기기도 어렵습니다. 

앞선 레터의 원작을 읽어 보셨나요?

조직의 일상에서 재채기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어떤 악의를 갖지 않으며 주변에서도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순간 주목했다 금새 잊고 시선을 돌릴 그런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소설에서처럼 누군가 앞에 있거나 코로나 시국 같은 상황이었다면 튀는 비말에 인상을 잠시 찌푸릴 수는 있겠죠. 만약 탓을 한다면 왜 손으로 가리지 않았느냐 정도 아닐까요?

어지간해서는 (예를 들면 아예 질펀히 내 얼굴에 대고 뭘 튀게 해 애써 신경 쓴 화장이 엉망이 되었다든가) 누가 재채기를 언제, 나한테 대놓고 했다 식으로 기억하거나 곡해하는 이는 없을 거에요. 

그런데 어떠셨어요? 이반을 우린 한 번도 본 적이 없나요?

A는 성실하고 꼼꼼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문제는 지나치게 꼼꼼하고 작은 실수에도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어느 날 보고서 작성을 하던 중 숫자 몇 개를 잘못 적었다는 걸 보고 도중 발견하게 됩니다. 프레젠테이션 중 발견한 이후부터 당황하고 얼굴이 빨개지면서 "죄송합니다"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A는?

공연 내내 장관이 내가 일부러 했다고 하면 어떡하지? 아까 눈빛이 짜증나 보였는데,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걸 어떻게 만회하지라며 공연은 완전히 잊어버린 이반과 달랐을까요?

A는 비말을 손수건으로 닦아 내며 뭐라뭐라 하던 장관처럼 "저거 숫자가 이상한데?"라고 지적한 상사는 잠시 얼굴을 찌푸렸을 거고 한 마디 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속으로는 검수 안 하고 덜렁인다거나 하는 등의 평가를 했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정작 지적한 임원은 그러고 마는데 동석한 팀장이 임원의 눈치를 보며 A를 욕하고 쩔쩔맬 수는 있죠. 

어쨌든 A는 그날 보고를 망쳤습니다.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안 나고 그저 실수만 기억할 뿐이었죠. 동료 B에게 이 실수에 코가 석자는 빠져 하소연하고 자신이 얼마나 여러 번 검토했는지, 거기 있던 사람이 얼마나 나를 덜렁거리고 허술한 사람으로 봤겠냐느니, 내가 얼마나 여러 번 봤는데 억울하다느니를 늘어놓습니다. 

회의 후 팀장이 불러 그런 걸 틀리면 어떻게 하냐란 짧은 질책을 했습니다. A의 신경은 이제 곤두설 지경이죠. 하지만 팀장은 워낙 매사에 꼼꼼한 A였기에 이번 실수는 말 그대로 A가 하지 않을 '실수'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A는 며칠 간 의기소침해지고 집중력도 떨어졌으며 다음 업무에 훨씬 더 예민하고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심지어 1년 후에도, 3년 후에도 그날의 이야기를 하곤 했죠. 그리고 늘 본인의 능력을 지나치게 평가절하하기도 했어요. 


불안도가 높고 사소한 것에도 예민하게 굴며 집착하는 사람. 본인이 가장 괴롭습니다. 늘 타인의 시선을 신경써야 하고 스스로를 신뢰하기 어려운 만큼 늘 곤두서 있고 그 불안을 옆에서 못 느낄 수도 없어요. 본인 스스로 이 문제를 인지하면 인지하는 만큼 또 전전긍긍하기도 합니다. 나아가 나의 이 불안과 예민함을 다른 사람들이 안다는 것에 또 전전긍긍하죠. 사람들이 얼마나 내가 피곤하겠냐, 사람들에게 신경쓰게 만들어 버렸다 같은. 

네, 실제로 그렇습니다. 

이런 분들은 대부분 업무 효율이나 속도가 떨어지는 편입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함에 과도하게 에너지를 쏟다 보니 뭐 하나에 꽂히면 다른 걸 다 놓쳐 버리곤 하죠. 압니다, 본인도. 다른 걸 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는 걸요. 그래서 또 예민해집니다. "저거 해야 하는데"라며 스스로 자책하고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답답할까 신경을 씁니다. 중요한 건 속마음이 어떻건 일이 매끄럽고 빠르게 진행되지 못한다는 사실일 겁니다. 

쉽게 예민해지고 의기소침해지는 게 눈에 훤히 보이기 때문에 주변 동료나 리더도 뭘 말하기 어려워집니다. 기 죽을까봐 최대한 말을 아끼거나 돌려서 얘기하게 되죠. 그러다 반응이 당황스럽게 오면 점점 더 소통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 레터에 아이 같은 사람이 있으면 그를 리더가 너무 피곤해 한다 했습니다. 혼을 내든 어르고 달래든 끊임 없이 감정 에너지를 써야 하기 때문이었죠. 불안도가 높은 팀원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팀원의 동기부여를 위해 계속 면담하고 업무를 재분배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정작 리더의 리소스를 분산시키고 갉아 먹는 게 되어 버리죠. 단순히 A가 아니라 A로 인해 부담을 느껴야 하는 다른 팀원들을 달래고 격려하는 에너지도 써야 함은 물론입니다. 

리더 뿐만 아니라 동료도 마찬가지죠. 그래도 스스로 지나치게 자책하고 괴로워하며 미안해 하는 동료를 위로 하겠지만 장관처럼 어느 선을 넘으면 대체 왜 저러냐 하는 마음이 일 수밖에요. 이렇게 불안한 직원은 알게 모르게 점차 고립되어 갑니다. 


깔끔히 해결되는 일은 적어도 제 경험에서는 없었습니다. 아주 작은 성공체험이 쌓이거나 오래 일을 해 익숙한 게 많아져 좀 덜 불안해지는 게 현실적인 개선 방안이더군요. 

본인 스스로 심리 상담이나 약물, 치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가장 최선이자 우선이고 주변에서는 최대한 장점과 그의 불안을 인정하고 괜찮다는 얘기를 해주는 정도입니다. 이 역시 초반에는 위로 정도로 되지만 시간이 갈 수록 A는 자꾸 사람들이 자신을 독려하려 하고 폐를 끼치고 있는 거 같다며 위축될 수 있으니 참 어렵습니다. 

다들 비슷하게 하고 계시겠지만 저는 이런 이들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지적하는 건 지양하고 1:1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최대한 회의실이 아닌 라운지나 카페를 이용했어요. 과하게 예민하다는 표현 같은 것도 지양했습니다. 대신 구체적으로 어떤 걸 어떻게 하면 된다, 지난 번은 이러이러한 부분은 불가피했는데 다른 건 당신이 놓친 게 맞다. 그런데 그게 일 전체의 성과에 크리티컬 하진 않으니 다음에 이건 이렇게 하자, 나도 한 번 더 봤어야 했는데 이건 나도 놓친 거다 식으로 이야기 해요. 

그거 별 거 아니야란 말이 생각보다 그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더라는 겁니다. 난 힘들어 죽겠는데 그거 힘든 거 아니야란 말은 별 소용이 없어요. 또 힘들지?란 말도 그렇습니다. 그럼 대체 어쩌란 말이냐. 

네... 어렵습니다. 대체 어느 선을 지켜야 하는지, 대체 내가 왜 이렇게까지 이 사람을 배려하고 조심해야 하는지 울컥하기도 하죠. 그래도 동료고 같이 일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별 수 있나요. 

A의 감정을 모르지 않아란 정도로 공감해 주되 재차 언급할 필요는 없는 거 같습니다. 내가 너의 감정을 모르지 않아이고 나도 너가 잘못한 거 알아라는 뉘앙스를 어떻게 풍기지 않을지를 생각해야 하죠.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어란 말도 별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그보단 당신이 신경쓸 수밖에 없다는 걸 알지만 그로 인해 더 중요한 주변의 뭘 놓치고 있는지를 더 코칭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 분들에게 필요한 건 예측성이고, 최대한 피드백은 구체적인 사례로 가이드를포함해 주는 것이 이들로 하여금 머리로 그려지고 뭘 하면 된다는 생각에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방법이더군요. 

중요한 건 도드라지든 아니든 누구나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고 그에 맞게 최대한 장점이나 강점이 발휘될 수 있고 약점이나 단점이 최소화될 수 있는 업무든 환경이든 만들어주는 걸 겁니다. 일하려 모인 조직이란 곳에서는 더더욱요. 

그리고 한 가지 주의해야 하는 건 우린 최대한 동료로서 A를, 한 인간으로서의 A를 존중해야 하지만 그의 엄마가 아니라는 겁니다. 무조건 배려하고 받아주고,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의 태도의 선은 어디까지나 함께 일하는 파트너 수준에 있어야 서로 파국을 막을 수 있어요. 


여러분이 A일 때 가장 효과적이었던 극복 혹은 심리적 안전감, 안정감을 갖는 방법이 있나요? 또는 A같은 사람에게 효과적이었던 건 어떤 것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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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과 조직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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