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같음은 주변의 반응에 따라 각기 다른 수준과 모습으로 강화됩니다. 주변에서 주로 받아주었다면 아이 같음은 성공체험이 되고, 성공체험이 강화되었는데 어느 단계에서 더이상 아이 같음이 통하지 않으면 분노하기도 합니다. 아이 같음을 초반부터 단호하게 대처하는 사람들과 성장했다면 '선'을 지키는 방식에 대해 학습하고 조절을 할 수도 있습니다. 역으로 오히려 사람을 이용하고 내편을 만들며 교묘하게 직접 나서지 않으면서 결국 자신의 아이 같은 욕구를 해소하려 하기도 합니다.
아이 같음은 상당 기간에 걸쳐 개인의 특성 중 하나가 되어 왔을 겁니다. 길게는 탄생의 순간부터 시작되었을 수도요.
한 번은 고속버스터미널을 지나는데 길에서 한 아이가 괴성을 지르며 바닥에 구르고 있었습니다. 고래고래 울며 그런 땡깡이 없었죠. 아이 엄마는 처음에는 혼도 내고 얼르기도 했지만 이내 한숨 쉬고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오른 모습으로 냉정함을 찾았습니다. 버스 안에서도 아이를 보며 "나 같아도 질리겠다, 애 엄마 고생한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또 한 번은 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드러누워 울부짖는 아이를 본 적도 있습니다.
다른 한 번은 밤길 골목에서 한 커플이 싸우는 옆을 지난 적이 있습니다. 한 명이 "아 몰라, 니 맘대로 하든가, 난 원래 이래" 같은 말을 쏟아내고 있었어요. 다른 한 명은 쭉 듣다 조용히 한마디를 건넸습니다. "넌 왜 맨날 니 멋대로야, 왜 다른 사람 생각은 안해" 같은 말이었던 거 같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대체로 부모나 주변인들은 무한 애정과 지지를 보냅니다. 아이가 울고, 보채도 말이죠. 하지만 조금만 자라 유아만 되어도 막무가내라면 부모도 마냥 받아주진 않을 겁니다. 혼을 낼 때 내고 규칙을 설명하지요.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성인이 되어 학생인 시절을 지나 사회인이 된다면 더 많은 절충과 세련됨이 요구됩니다.
갓난 아이에겐 무한정의 돌봄을 제공해도 성장의 단계에 따라 어른과 친구들은 더 이상 그의 미성숙함을 마냥 봐주진 않습니다. 우린 이걸 성장이라 하고 사회화라 하며 성숙이고 어른이 되어간다고도 합니다.
이건 본인의 인식과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주변인입니다. 부모일 거고, 선생님일 것이며 동료와 선배 그리고 리더가 될 겁니다.
불량 청소년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성인들의 모습을 보면 혀를 차곤 합니다. 대체 가정교육이 어땠길래라든가, 학교에서 혹여나 교사가 제대로 훈육을 못했다 치면 교사를 비난하기도 합니다.
하물며 조직이라는 기대와 역할, 책임으로 계약된 관계의 장에서는 어떨까요?
조직 내 아이에 대해서 동료나 선배, 리더들의 주된 정서는 피곤함과 회피입니다.
신입이나 연차가 낮은 주니어면 몰라도 경력자나 심지어 리더층이라도 될라 치면 알지만 모르는 척 넘어갈 때가 많습니다.
애정을 갈구하고 보채는 유형보다 무례하고 폭력적인 (단순히 물리적 폭력을 얘기 하는 건 아닙니다) 리더나 고참이라면 건드려봐야 피곤한 사람, 말해봐야 소용없는 사람, 나만 욕 먹게 될 거란 식으로 소위 "X이 더러워 피하지 무서워 피하냐" 모드가 됩니다.
하지만 아이의 사례들처럼 그들이 강화된 이유는 낮은 자기 인식 만큼이나 주변의 시의적절한 피드백이 부족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더구나 회사라는 곳에서는요.
피드백이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엔 이런 것도 있습니다. 타인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는 나의 회피 때문에. 상대에게 따끔한 말을 함으로써 받아내야 하는 불편한 상황을 (물론 상대로 인한 출발일 지는 몰라도) 내가 감수하기 싫어서일 겁니다. 소위 좋은 사람 컴플렉스도 한몫 합니다.
그래서 조직에서 아이 같은 사람의 이슈가 있으면 반드시 그 주변에도 또 다른 아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회피라는 아이의 리더나 선배들요.
그렇게 아이는 이상한 인간, 또라이, 일은 잘하는데 성격은 피곤한, 일은 잘하는데 성격이 안 좋은 문제 인간이 되어 갑니다.
해봤는데 소용 없었다?
아뇨, 말은 이것저것 많이 해봤을 지 몰라도 끝까지는 하지 않은 걸 수도 있습니다. 정말 아니라면 헤어지든 뭐든 결정을 내는 게 해보는 데까지 정말 해본 거겠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면 그 모든 사람에게 휘둘리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피곤한 이들을 불편해 외면하고 회피하면 결국 그들 때문에 더 불편해집니다.
아이 같은 직원에게 어설픈 애틋함 때문에, 상대에게 미움받는 게 두려워서, 선을 그으면 보일 상대의 반응이 불편하는 등의 이유로 상대의 무리한 모습을 수용하면 초반의 상황은 모면할 지 몰라도 결국은 부작용이 생깁니다. 조직의 심각한 갈등 요인도 되고, 그 단계로 가면 때론 상대는 본인의 아이 같음을 무기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쯤되면 아이같은 이와 상대의 개인적 관계가 아니라 반드시 팀과 주변인들까지 영향을 받게 되어 있고 조직분위기는 악화됩니다.
문제인 당사자에 대한 반감은 물론이고 그런 사람을 방치하는 리더의 리더십이 훼손됩니다. 이때부터는 그냥 저런 인간이라는 열외 시킨 한 사람보다 조직과 HR, 리더를 평가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거죠.
뭐든 문제는 초반에 잘 대응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 같음이 문제인 건 어디에나 존재하고 누구나 공감할 법한 상황이면서도 쉽게 간과하고 상처가 곪아터질 때까지 묵히는 일이 많아서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누군가의 아이같음을 대하는 나의 아이같음 때문이기도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