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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 (23.10~24.05)

[프로브톡 61화] 하고 싶다 ≠ 잘할 수 있다 ④

할 수 있는 일

2024.02.19 | 조회 7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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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고 싶은 일 (Desire)
2. 좋아하는 일 (Hobby)
3. 할 수 있는 일 (Ability)
4. 잘하는 일 (Proficiency)
5. 해야 하는 일 (Responsibility, Obligation)
6. 하기 싫은 일 (Disliked Task)


지난 레터에서는 1, 2를 구분해 보았습니다. 이어서 오늘은 3번, 할 수 있는 일과 구분해 보겠습니다. 

1과 2의 가장 큰 구분은 경험의 유무에 있다고 했습니다. 1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2라고 말하려면 경험을 전제로 한다구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저만의 정의를 하는 거니 정답은 아닙니다)

이 레터의 주제가 '하고 싶다 ≠ 잘할 수 있다'죠. 제목은 한정적이지만 1과 2가 혼동되고 각자 따로 혹은 맞물려 3으로 혼재되면 이때부터는 혼동에서 갈등의 차원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나 자신, 나와 타인, 나와 일, 나와 조직으로요.  

 

할 수 있는 일

이전 레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Ability)로 실제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지식, 스킬, 경험(통틀어 능력을 가진 상태를 전제로 한다고 했습니다. 일을 수행하는 가장 기초적인 요건을 갖췄을 때 할 수 있는 일이라구요. 이게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게 좋아하는 일이든 하고 싶은 일이든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거죠. 

예를 들면 코딩을 배운 적이 없다면 개발의 ㄱ자도 손댈 수 없을 겁니다. 어떤 소재를 연구해야 한다면 최소 화학이든 물리든 관련된 전공을 해야 할 거구요. 연필로 종이에 뭔가를 그려 일하는 게 아닌 이상 포토샵이든 일러스트레이터든 할 줄 알아야 플랫폼 회사의 그래픽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말하겠죠. 

이렇게도 볼 수 있습니다. 국문학을 전공한 신입이 패션 에디터로 지원했다 칩시다. 패션도 모르고 일해본 경험도 없지만 이 사람을 채용할 때엔 “그래도 국문과 전공이면 텍스트와 친하겠지”라든가 “글은 좀 쓰지 않을까?”라는 (근거는 없지만) 기대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적어도 기본기는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어떤 디자인이나 코딩 교육을 받은 적 없는 국문과 졸업생이 디자인 혹은 개발일이 좋다, 개발자가 되고 싶고 기회만 주면 배워서 잘할 수 있다 한들 디자이너나 개발자로 채용하는 곳은 거의 없을 겁니다.  

디자인이나 개발 같은 전문적인 툴과 언어를 다루어야 하는 직무야 금방 끄덕이실 거에요. 하지만 놀랍게도 채용장면에서 이 외 직무에도 이런 일은 적지 않게 목격됩니다. 총무만 하셨던 분이 평가나 보상 설계를 하고 싶다고 지원한다거나 홍보만 하셨던 분이 마케팅이 하고 싶다 하신다거나. 특히나 인사는 온갖 직무에 계셨던 분들이 조직문화가 중요하고 인사가 중요하다며 인사 담당자로 일하고 싶다 지원하기도 해요. 

물론 어떤 직무를 수행하는 데에 있어 숙련도나 인사이트를 얻을 만큼의 능숙함은 무조건 필요한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다양한 시각에서 접목해 더 잘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뭐가 문제냐?

https://bityl.co/ODfK
https://bityl.co/ODfK

할 수 있다는 말은 다양하게 언급됩니다. 주로 긍정적 자기 인식, 자신감, 자존감, 도전, Grit 등 동기부여 영역에서 지레 낙담말고 근성 있게 해보란 격려가 필요할 때 많이 쓰이죠. 

하지만 우리 레터에서 다루는 할 수 있다는 조금 다릅니다. 오히려 저렇게 할 수 없는 일을 스스로 착각할 때 본인은 물론 동료, 조직과의 갈등이 시작되고 심화됩니다. 

앞에서 예로 들었던 개발이나 웹 디자이너 직무라 칩시다. 시켜만 주면 잘할 수 있다, 열심히 배우겠다 한다면 그 일을 맡기실 건가요? (전제는 어떤 개발이나 디자인 툴, 지식, 경험, 교육이력이 전무하다입니다) 그런 회사는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회사라면 대부분 서류에서 탈락이겠죠. 경영자의 철학이 남달라 들어와 배우면 된다 해도 실무에서 통과하는 게 거의 불가능할 겁니다.   

스킬이나 지식적 측면이 상대적으로 덜한 전략, 마케팅, 인사라 해도 성격은 좀 다르지만 비슷합니다. 

제가 가장 많이 보는 직무일 수밖에 없는 HR을 예로 들어볼께요. 작은 회사들은 HR의 세부 분야로 나뉘지 않고 인사총무팀으로 한 데 묶여 있곤 합니다. 1인 인사총무인 경우도 많고 경영지원이라며 간단한 경리성 업무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간단한 법정의무교육 팔로업이나 채용공고 올리고 지원자 연락하는 정도로 채용 업무를 해봤다고 얘기하기도 하고 인사를 다 해봤다 하는 경우가 상상 이상으로 많습니다. 

이 분들이 인사 업무에 지원할 때 공고에 기재한 조건에 미달임에도 지원하실 때가 있어요. 공고 기준에 미달해도 면접 보고 채용하는 회사도 많으니 이건 열외로 하겠습니다. 이 분들이 면접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다며 (안 해봤지만, 혹은 그 정도는 못 해봤지만) 하고 싶다고 합니다. 

가장 흔한 얘기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다, 평가보상 체계를 만들고 싶다고 합니다. 이게 문제냐? 아니오. 같이 고민하며 만들어가면 그만인 걸요. 그럼 뭐가 문제냐?

어느 순간 하고 싶은 열망이 강해지고 그 일을 좋아한다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곤 해보고 싶은 일을 넘어 잘하는 일처럼 표현됩니다. 여기까지도 괜찮습니다. 

배우고 부딪히며 성장하면 되니까요. 

그러나 마치 정답인냥 자신있게 말하는 짧은 생각이라든가, 회사란 다 어떻다는 등의 일반화, 면접과 이직이 반복되며 답변을 하다 보면 점점 더 강해지는 확신이 드러날 때입니다. 모두 더 좋은 회사, 더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조직, 더 실력 있는 동료와 일하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더 좋은' 곳일 수록 더 나은 인재들이 많이 지원하고 더 나은 인재들이 모여 있기 마련입니다. 이게 무슨 의미이냐면 그만큼 보는 눈이 까다로워지고 변별력도 좀 더 강하단 뜻이죠.  

어설프게 의욕이 현저히 앞서는 걸 판가름할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이걸 가려내지 못하고 잘한다, 괜찮다 판단하는 회사라면 그 회사와 그 면접자의 경험과 실력이 다소 미흡할 가능성도 고려해 봐야 합니다. 


실력 대비, 기여 대비 높은 연봉을 받고 있었고 인정받아 왔다면 연차가 오르고 나의 눈이 높아지며 더 좋다는 곳으로 옮기려 할 수록 이 벽이 점차 더 단단하게 다가오게 됩니다. 물론 더 나은 처우와 포지션으로 본인을 받아줄 회사는 있을 거에요. 하지만 그게 엄밀히 조건이 아니라 내 성장, 내 실력을 키워줄 수 있는 곳인지 그런 사람을 알아보는 곳인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을 제대로 판별해낼 수 있는 조직이 개인과 조직의 강약점, 쓰임새, 육성과 성장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있는 조직일 테니까요. 

해보진 않았고 잘 모르지만 잘할 수 있다 믿을 때 처우협상부터 난항을 겪게 됩니다. 원래 받던 연봉이 이 정도이고 이직 사유는 직무전환인데 이직을 하니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순간부터 조직의 고민과 거부감은 시작되니까요. 엄밀히 기존 연봉은 이 일을 해서 혹은 이 일에서 성과를 내보았기에 보상한 연봉이 아니니까요. 채용하는 입장에서는 가능성과 기대 하나로 이 분에게 되려 기회를 주는 입장이 됩니다. 이 사람이 적응하는 비용, 실제로 해낼 거 같은지를 관찰하고 피드백하는 비용, 학습비용을 온전히 회사가 떠안고 투자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채용 뿐만 아니라 이미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착각이나 기대가 확신이 되고 사실처럼 확고해질 때 내가 나를 인식하는 모습과 타인이 나를 인식하는 수준이 달라 갈등이 자주 일어납니다. 

그리고 결말은 조직이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불만 불평이 늘어나다 이직을 고려하게 되는 겁니다. 그렇게 이직이 되어도 생각만큼 성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고 그럼 또 회사가 체계가 없느니 사람을 잘 못 쓴다느니, 조직문화가 어떻냐느니 하는 불만이 불거지는 거죠. 회사는 말만 앞서고 일은 잘 못했다는 평가가 남습니다. 


정말로 능력 있고 조직이나 리더십 역량이 부족해 인재를 놓치는 경우도 널리고 널렸습니다. 내 가치와 기대 대비 인정받지 못한다면 그걸 알아보는 곳으로 가는 것도 더 나은 선택일 겁니다. 또는 날 알아봐 주고 내 의지나 의욕만큼 내게 기회를 주며 기다려주는 곳으로 가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이 레터에서 이런 경우를 이야기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구독자분들은 아실 거라 생각해요. 

이번주까지 6가지 항목을 굳이 구분하고 다루는 이유는 모든 해법엔 '자기객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자기 객관화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나를 들여다 보고 질문해야 하는 것들을 찾아가는 힌트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음 레터에서는 할 수 있는 일에서 하나 더 나아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이야기 할께요. 월요병 말고 월요기운 받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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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과 조직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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