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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브톡 69화] 우리팀에 아이가 있어요 ③

알고 싶어요! 말하고 싶어요! (호사가 열전)

2024.03.08 | 조회 4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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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브톡

일하는 조직과 개인의 경험을 나눕니다

지난 레터에서 오늘은 면담 중독자에 대해 이야기 해본다 말씀드렸는데요. 엄밀히 면담 중독이라기 보다는 호사가(好事家)에 가깝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분들이 면담도 좋아할 때가 많아요. 면담 자체라기 보다는 리더에게 뭔가 얘기하고 싶어하고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죠. 

소문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문의 중심에 있다 할 때엔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요. 말 그대로 소문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온갖 소문, 카더라의 집합체인 경우죠. 오늘은 후자인데요. 우린 이런 이들을 호사가라 합니다. 인성에 따라, 전하는 방식에 따라 그냥 누가 봐도 악인이 있는가 하면 '애매'한데 피곤한 사람도 있죠. 


♣ 호사가: 남의 일에 특별히 흥미를 가지고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네이버 사전)

https://bityl.co/Obn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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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멀리하고 나쁜 사람이라 손가락질 받는 이들은 뒷담화가 일상이고 소위 '모두까기'란 별명이 붙기도 합니다. 이들을 뭐라고 하면서도 워낙 아는 얘기 많고 전하는 게 많으니 또 재밌어서 혹은 정보수집(?) 차, 적으로 두면 피곤하니 척이든 뭐든 어느 순간 얘기를 들어주고 있고 맞장구도 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나쁜 사람', '가까이 하기 싫은 사람'으로 낙인 찍힌 사람 말고 '애매한' 호사가가 있습니다. 이들이 아이같음과 만나면 주변 사람들의 피로도가 확 올라가 버리죠. 오늘 대상은 이들이 아니라 누가 봐도 딱히 나쁜 사람이라 말하긴 어려운 '애매한' 이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니어급에서 많이 보아온 사례에요. 

일반적으로 착합니다. 나쁨과는 거리가 멀고 사람 좋다, 착하다, 사람은 좋다란 말을 더 많이 듣습니다. 인간관계가 나쁘냐 하면 두루두루 잘 지내는 편이죠. 

딱히 누군가와 갈등을 일으키는 것처럼 드러나는 모난 행동을 하진 않습니다. 사람도 좋아하고 칭찬도 유난히 좋아합니다. 이분들을 사례로 든 이유는 리더나 HR에서 피곤해 하는 유형 중 하나이기 때문이에요. 

리더나 HR에 부정적으로 대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호의적으로 대하고 뭔가 열심히 이야기 하고 싶어 해요. 정확히 원하는 걸 얘기하진 않지만 나도 알아, 너 그거 알아? 내가 아는데, 나 잘했지? 나 괜찮지? 나 좋아하지란 기운을 뿜어냅니다. 

누군가와 비교하며 본인의 입장을 어필하거나 "저는 괜찮은데요"란 표현도 자주 쓰지요. 리더나 HR 입장에서는 쉽게 사람들의 이야기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데에 도움을 받기도 해서 멀리하기도 어렵습니다. 한편으로는 소문의 허브이므로 사이가 틀어지면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할 지 모른다는 우려도 크기 때문이죠.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한 태도로 누가 어떻고, 분위기가 어떻다는 얘기도 자주 합니다. 본인은 괜찮다 끊임없이 말하지만 안 괜찮음을 표출해요. 이분들의 대화를 자세히 듣다 보면 패턴이 있습니다. 자주 쓰는 단어도 있어요. 본인을 인정하고 애정해주길 강하게 원하면서 본인을 어필합니다. 

그래서 이분들과 면담을 하기 시작하면 얘기가 길어져요. 얘기가 즐거우면 문제없는데 피곤합니다. 설명을 해도 어떤 벽이 있는 것처럼 본인이 듣고 싶은 부분에 확 쏠리고 정작 들어야 할 말은 잘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어요. 어떤 경우는 심한 표현도 아니고 "그런데, 하지만" 처럼 본인 얘기에 상대가 동의하지 않는 거 같으면 표정이 확 변하기도 합니다. 실수를 하면 그걸 마음에 깊이 담아 둡니다. 그러곤 구구절절 본인이 왜 그랬는지 몇 번씩 설명하려 하기도 해요. 애정욕구만큼이나 미움에 대한 내성이 매우 약하거든요. 

이분들의 대화에서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본인보다 남의 얘기가 많다는 점입니다. 회사 분위기, 다른 사람, 회사 제도, 회사 돌아가는 얘기가 훨씬 많습니다. 카톡방이든 슬랙 DM이든 흡연 장소에서든 누군가와 어울리며 많은 이야기를 듣고 옮깁니다. 리더나 본인이 생각하기에 중요하다 싶은 사람이 회의를 하고 면담만 해도 궁금해 합니다. 면담 시에도 본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이 언급되기도 해요. 

굳이 슬랙으로 간단히 해도 될 것을 "잠깐 시간 되세요?"라며 말을 걸어오고 해야 하는 얘기 외의 대화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별로 새롭지 않은 얘기를 반복적으로 이야기 하기도 해요. 

질문도 많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누가, 뭐가, 언제, 어떻게 돌아가는지 늘 안테나가 곤두서 있어요. 

예전 함께 일하던 후배들 중에도 이런 사람이 몇 명 있었습니다. 국정원도 아니고 별 걸 다 알고 있거나 카더라로 잘못 아는 것도 많은데 어쨌든 "당신은 아는 게 많아서 배도 자주 고프겠다" 농담 반 진담 반 말할 정도였죠. 하고 싶은 말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이런 분들이 일을 끝내주게 해내면 괜찮은데 일이 썩 매끄럽진 않습니다. 그래서 업무 피드백을 하면 방어적으로 본인이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설명이 길어지죠. 그리고 만회하려 언행에서 과도하게 밝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눈치를 살피고 반응에 예민한 티는 납니다. 초반부에 이야기 한 애매함으로 냉정히 얘기하기도 힘드니 리더는 면담하다, 또 서운한 게 있으면 HR에 와서 한바가지 하소연을 쏟아 냅니다. 점점 더 그들은 사람은 나쁘지 않지만 피곤한 1인이 되어가는 겁니다. 

할 말은 하는 게, 선을 그어야 할 때는 긋는 게 최선입니다. 

저 애매함으로 이게 참 어렵다 말씀드렸는데요. 하지만 할 말을 안 하시면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피곤해하다 질려 대놓고든 은근히든 멀어진다면? 할 말을 못해 피드백을 회피하면 그의 성장은? 성장이 되지 않고 개선되기도 어려우니 일로도 멀어집니다. 선을 긋지 않으면 리더는 면담하고 굳이 스킵해도 되는 얘기까지 듣느라 가장 필요한 시간을 소모하게 되기도 해요. 

"당신은 어떤 사람 같아요? OO란 표현을 많이 쓴다는 걸 본인은 알고 있나요?"

예전에 한 팀원, 그날도 한 시간 넘게 주제 없는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궁금한 걸 묻고 (질문하는 게 문제가 아닌건 아시죠?)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 과정에 본인이 원하는 걸 끼워 넣고 자기 업무 성과(?)를 자랑도 합니다. 칭찬해 주길 바라는 티를 내면서요. 

"저는 괜찮은데요. 사람들이~" "당신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요?" "그야 ~일 거고, 회사는 그런 거고 ~~" "그렇죠, 그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게 문제인가요? 아니면 그들의 의견도 일리가 있나요?" "........."

자기가 원하는 걸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다는 말로 돌려 이야기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저는 정말 괜찮은지 확인해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확인하죠. 그런 다음 본인은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 의견을 묻습니다. 여기까지는 이런저런 설명을 합니다. 그럼 묻습니다. "둘 중 하나가 틀렸다 생각하는지, 아니면 각자 다른 생각이 다 맞는지"라고. 심각하게 왜곡되거나 하는 건이 아니면 보통은 머뭇거립니다. 본인이 맞다고 자신있게 말하지도 않고, 다른 이가 틀렸다거나 잘못했다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하면 묻습니다. 그럼 문제가 있는 거니 누군지 이야기 해주면 나나 조직이 사과할 것이 있으면 사과하고 잘 설명해야 하는 거 아니냐구요. 백이면 백 누구인지 얘기 못합니다. 뒤에서 이르기나 하는 사람이 되는 느낌에 주춤하니까요. 

"서로 바쁘고 귀한 시간에 당신과 내가 1:1로 이야기 하면서 왜 여기 없는 사람의 말을 하는가, 난 당신의 얘기에만 집중하고 싶다!"라고 못을 박습니다. 누군지 말할 수 없다면 내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듣지 않겠다 합니다. 

만약 자신과 다른 사람의 생각이 모두 맞다, 각자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대답하면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럼 그게 문제인가? 문제가 아니라면 지금 그걸 심각하게 이야기 해야 하는가?"냐고 묻습니다. 

물론 대화를 단절시키고 밑도 끝도 없이 몰아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점점 정도가 심해지거나 선을 넘는다는 생각이 든다면 분명히 입장을 정리해요. 

받아주면 받아주는 대로 끝이 없을 거고 받아주지 않으면 서운해 하고 야속해 할 겁니다. 불만도 생길 거구요. 

이 경계에서 어떻게 대할 지가 리더는 늘 고민이죠. 정답은 없지만 제 경험과 주변 리더들의 모습을 오랜 기간 관찰하며 내린 결론은 그나마 '일'에 초점을 맞추라는 거였습니다. 어설프게 감정을 달랜다 해도 당사자에겐 그 효과가 오래 가지 못하고 일로 승부하지 못하면 리더의 마음도 오래 가지 않습니다. 

일하려 모인 사람들의 조직, 그렇다면 일에 무게를 훨씬 많이 두어 보세요. 사람 존중, 사람 배려, 사람, 사람..... 이걸 경시하는 게 아니라 회사에서는 '일하는 사람과 개인이라는 존재'를 전제로 존중된다는 게 현실이니까요. 

어린 아이에게 부모나 어른들은 사회적 예절과 규칙을 가르칩니다. 좋은 어른은 아이가 떼를 쓰고 매달린다고, 애교를 듬뿍 부린다고, 소리지르고 운다 해서 마냥 받아 주지 않습니다. 

하물며 회사인걸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면 그때는 리더 본인을 돌아봐야 합니다. 나는 제대로 할 말을 하는지, 피곤하고 해봐야 소용없다는 핑계로 회피하고 있진 않은지, 해볼 만큼 해보고 정 어렵다 생각한다면 의사결정은 단호히 하고 있는지를요. 회사의 아이를 여러분은 어떻게 대하고 계신가요?


다음주에는 '편가르는 아이', '연차와 직급만 높은 아이'로 찾아뵙겠습니다.

 

즐거운 금요일입니다. 

한 주 간 신체적으로나 심정적으로 피곤함에 휩싸여 계셨다면 오는 주말에 시원하게 날려 버리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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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과 조직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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