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제에 제목만으로도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은 걸 보며 소위 '빡침'보다 '피로'가 훨씬 폭넓게 퍼져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
개인 메시지로 우리 팀에도 있다 어찌 해야 하냐 하신 분도 몇 분 있던 걸 보면요. 아무리 각기 다른 사람들이라지만 어느 조직에든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가 봅니다.
그래서 아이 같다 하는 유형별 케이스를 좀 더 다루어 볼까 해요. 일단 오늘은 월요일 레터에서 운을 띄웠던 유형의 이야기를 좀 더 해볼께요.
아이 같다.
그 세부 유형이 뭐든 공통점이라면 '성숙하지 못하다, 어른스럽지 않다'가 아닐까요? 감정을 조절 못해 화를 내든, 짜증을 내든 울든 토라지든요. 칼로 무 자르듯 자를 수는 없어도 얼추 대체 성인이 왜 저래 하는 반응이 익숙합니다.
오늘은 "나 좀 봐 줘!"라 하는 유형의 직원입니다.
오늘 부제를 보셨나요?
애매하다...
대체 무슨 의미일까 하면 말 그대로 애매해서 고민입니다. 딱히 대단히 모가 나서 뭐라 하기도 애매, 사람이 악한 건 아니라서 그것도 애매, 일을 안 하냐 하면 그건 또 아니라서 애매, 화내기도 애매, 뭐라고 하려다가도 울먹거리거나 눈에 띄게 의기소침해지니 피드백 주기 애매, 사람들과 못 지내냐 하면 애매, 잘 지내냐 하면 그것도 애매, 아예 무시하려고 하면 늘 '나 좀 봐줘' 하는 눈빛, 서운함을 드러내니 무시하기도 애매, 요즘은 좀 나은가 싶어 한숨 놓으려면 면담 요청을 하니 마음을 놓기도 애매....
단호히 내보낼 거냐 하면 그 정도는 아니고, 리더에게 반감을 드러내냐 하면 그것도 아니죠. 그래서 리더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입니다.
뭐라고 하든, 아예 확실하면 차라리 시원하겠는데 죄다 애매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계속 신경 쓰이는 존재로 리더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거죠.
좋게 말하며 격려하려 하면 울컥하며 울 때도 있으니.
20대에 한창 연애하던 여자 친구들이 남자친구와 싸우면 찾아오곤 했습니다. 주로 하소연이고 남자친구 욕도 했다가 본인이 얼마나 참았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서운했는지 등을 한바탕 얘기합니다. 그런데 툭하면 찾아오던 친구들 중에는 이런 유형들이 있었어요. 싸우기만 하면 헤어져 하는 사람요.
입버릇처럼 헤어지자 말하는데 이 친구들이 가장 크게 서운해 하고 분노하며 울며불며 난리일 때가 언제였을까요?
바로 남자친구가 참다참다 "그래 헤어지자" 라고 말한 날이에요.
본인은 수도 없이 헤어지자고 해놓고 참던 남자친구가 그러자 하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냐는 거였어요. "너는 늘상 헤어지자 하고 남자친구가 그러자 한 거에 이렇게까지 억울해 하냐?"라고 말하곤 했죠. (네, 대문자 T입니다)
갑자기 왜 연애 얘기냐. 저런 친구들이 오늘의 직장 속 아이의 유형과 다르지 않은 거 같아서에요.
예쁨 받고 싶다, 늘 관심 받고 싶다. 기본 정서죠.
하지만 이 마음이 문제냐 하면 그건 아닐 겁니다. 그런데 왜 피곤할까.
바로 그 마음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하는 게 문제인 거죠.
사랑해도, 좋아해도, 아껴도 "정말?", "진짜 아껴?", "이래도 좋아?"를 계속 묻고 확인하고, 그 정도는 점점 더 내성 생긴 마냥 강해집니다. 받아 주다 보면 습관처럼 반복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많은 리더들이 감정 에너지는 많이 소모되는데 '애매함' 때문에 본인을 누르고 대해야 하므로 스트레스가 피로도로 누적되는 거지요.
여기까지 읽으며 맞아맞아 하고 읽기만 해도 피곤하다 하실 수도 있습니다. 비슷한 거 같아도 또 미묘하게 각기 다르니 일괄적으로 적용가능한 정답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이렇게는 해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달래지 말고 질문하세요
이 유형들에게 리더들은 보통 어르고 달래려 합니다. 널 사랑해, 아껴, 그거 아니야라며 구구절절 뭐는 이거고 뭐는 아니라는 설명을 많이 하게 됩니다. 상대가 이해할 때까지, 괜찮아질 때까지, 그러나 엄밀히 상대가 충분히 만족스러움을 느낄 때까지 설명을 해야 합니다. '확인'을 원하는 상대에게 이 얼마나 '어디까지 해야 하냐' 싶은 막연한 대처인가요.
그래서 이럴 때엔 'why'를 계속 질문해 주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물론 질문을 할 때 좀 더 유연한 표현이 좋겠죠. 뭘 묻느냐에 집중해 주세요.
보통 why를 질문하면 빙빙 돌려 말하거나 머뭇거릴 때가 많습니다. 늘 하소연하고 상대는 달래주고 설명하는 것에 익숙해졌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막상 본인이 뭘 원하는지, 뭘 힘들어 하는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을 때도 있어요. 또는 하고 싶은 건 있는데 내 입으로는 말하기 싫고 상대가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심리도 큽니다.
마치 사춘기 짝사랑앓이 같은 거죠.
너무 좋아하지만 고백은 못하겠고, 혼자 감정은 커지는데 상대는 모르고. 그러다 상대는 다른 사람을 만나는데 그걸 그렇게 서운해 하고 힘들어합니다. (대체 상대는 무슨 잘못인가요......)
'내 입으로 말하기 싫지만 너는 알아서 해줘'
이걸 공략하세요.
그 방법이 질문입니다. 뭘 원하는지 찾느라 끊임없이 설명하기 보다는 본인이 말하게 이끌어 내세요. 알아야 해줄 수 있다는 메시지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말하지 않으면 몰라서 못한다, 다만 알고 뭉개지는 않겠다는.
가끔 이런 분도 있습니다. 말하다 막히고 코너에 몰리는 느낌으로 울어버리거나 더 폭발해 버리는. 그럼 뭐가 그렇게 답답한지, 뭐가 그리 서러운지, 뭐가 그리 화나는지 나도 진심으로 해결하고 싶은 거다라며 정확히 얘기를 해달라 하시면 됩니다.
설명의 공을 상대에게 넘겨 주세요.
이게 회사의 아이들을 대하는 첫 걸음입니다.
(이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한 두 번 이상 관둘래 하고, 잡은 경험이 있다면 세 번째엔 말하자마자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라고 바로 얘기합니다. 욱해서 퇴사하든 슬그머니 조용해지든 둘 중 하나더군요)
다음 시간에는 면담 중독자를 주제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오늘도 수요일의 고비를 쿨하게 넘기시길 바라며..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