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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 (23.10~24.05)

[프로브톡 12화] 남자같이 일하는 여자 ③

에피소드 #3 여성, 나

2023.10.27 | 조회 3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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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이번주는 조직 내 여성으로서의 에피소드를 이런저런 장면으로 쪼개어 보고 있는데요. 오늘은 앞선 전사 여성리더십 과정의 여성 직원 대상 교육 때와 기타 여직원 면담에서 많이 마주한 장면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여성 리더십 강의를 만들며 임원이 제게 강의하라 지시했습니다. 업무상 사내 강의를 자주 하긴 했지만 팀장이나 임원 대상으로 만들었던 과정, 워크샵이나 세미나는 제가 다 만들어도 진행이나 강의 모두 팀장급 이상에게 맡겨 왔어요. 리더 대상의 과정을 과차장 시절의 실무자가 하는 것도 그랬고, 강의 자체를 좋아하지도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여성 이야기이니 만큼 여성이 해야 한다는 말씀이셨죠. 

그 전에 특강을 넣느냐 마느냐로 논의가 있었어요. 전 여성리더십 강의에 명사 여성을 모시는 것에 비판적이었죠. 대규모 공개 세미나 정도 되면 몰라도 일반 기업에서 현업의 이야기, 현업 속 여성의 커리어 고민과 성장에 그분들이 무슨 의미가 얼마나 있을까 했거든요. 대단히 성공했다는 분들, 이미 커리어의 정점에 가 있는 분들도 무수한 시련과 극복의 과정을 거쳤을 거고 그들을 보며 가슴뛰고 동기를 받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대부분 출발점이 좀 다르단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명문대, 해외 유학파, 외국계 기업 출신, 마케팅이나 영업 같은 특정 직무, R&D 에서 박사 취득 후 차부장급으로 들어온 분 등. 하지만 기업 내 대부분의 여성 인재들은 평범하게 대학 나와 신입사원부터 시작을 하죠. 출발점이 달라 포기한다는 말은 아니고 성공한 분들의 이야기를 듣기 보다는 우리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손에 잡히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했어요. 교육담당자였지만 교육 자체엔 회의적이었던 것도 있었죠. 직무과정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역량 교육이 의미 있게 남기 위한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는 강사가 아니라 교육생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거든요. 

첨부 이미지

사원 대리 땐 훨씬 똑부러지고 일도 잘하는데 과차장급부터는 현저히 퇴사율도 높고 우수 인재풀에서 제외되는 비율이 증가함에 대한 안타까움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과정이었어요. 보통은 출산, 육아 시기부터 나누어졌죠. 

앞선 에피소드에서의 이유, 상기 이유 등으로 여성 리더십이란 키워드와 기존 과정들에 대한 비판적 입장 때문에 팀장과정까진 그렇다치고 여직원 대상 강의는 정말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할 수는 있지만 저는 미혼이에요. 이건 남성이 진행하는 것보다 기혼 여직원들에게 오히려 더 공감을 사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계속 버텼지만 가볍게 묵살 당하고 전사 수 차례의 강의를 결국 혼자 다 진행했어요. 

"유리천장을 느낍니다. 전사에 여성 팀장이 몇 명이나 있나요. 육아휴직을 다녀 왔더니 진급에서 밀렸습니다"
"롤모델이 조직에 없어요"
"자기들끼리(남성) 담배피고, 술 마시고 정보에서 소외됩니다"
"아이 때문에 가야 하는데 회의를 퇴근 시간 다 되어 잡아요. 회식도 빠지라고는 하는데 눈치보여요"
"지방 출장이나 야근이 어려운데 팀장이 배려를 안 합니다"

익숙한 고민들일 거에요. 저 당시에도 차수마다 나왔고 직장생활 내내 여성 동료들로부터 들어왔던 말이구요. 사람마다 상황마다 같은 말도 다르게 수용되고 피드백도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어쨌든 저는 그 중 이런 것들을 좀 더 강조했어요. (물론 공감하며 머리 맞댄 게 더 많습니다만 여기에선 그건 스킵할께요)  

"제가 차장 진급했을 때 전사에 차장 이상 여성이 24명이었습니다. 사무기술직 수천 명 중에요. 임원은 한 명도 없고 팀장은 세 명 계세요. 그나마도 R&D 박사님 한 분과 영업쪽 한 분이죠. 일반 스태프 직군엔 OO사업부 한 분 뿐입니다. 제가 대리로 입사했을 때 신입사원급은 여성인재 채용을 하기도 했어요. 그때 여직원들이 많이 입사했죠. 지금 그분들이 대리과장급에 포진해 있어요. 그래도 여전히 절대적 수는 적습니다. 유리천장, 있죠. 분명 있는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여성 리더가 적고 진급이 안 된다고 생각하세요? 아니요. 저도 여성이고 진급 대상이며 진급 담당자에요. 부장을 안 달아주는 게 아니라 달아주고 싶어도 거기까지 와있는 여직원이 절대적으로 적어요. 부장 진급률이 20% 대인데 여성이라서 안 되고 남성이라서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그게 누구든 바늘구멍을 뚫는 한 사람은 가장 일 열심히, 잘했단 사람들이 보통이니까요. 회사에 여성이 적다는 것도 제조업이고 R&D 기업의 특성을 감안할 필요도 있습니다. 공대에 여대생 모수가 또 절대적으로 적어요"

"자신과 주변을 떠올려 봅시다. 가슴에 손을 얹고 난 얼마나 합리적이었는지. 남성과 동등하게 기회를 주고 성장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면서도 배려 안 해준다고 하는 것들이 많지는 않은지"

"진급 역시 정해진 TO내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거에요. 진급은 다음 직급의 역할을 잘해낼 거란 기대를 기준으로 합니다. 그럼 말하죠. 앞으로 잘할 수 있는데 왜 휴직 때문에 진급에서 밀리냐. 그 기대라는 게 뭘 근거로 하느냐. 이전까지 해온 일, 보여준 태도와 성과겠죠. 같이 달려왔지만, 가정과 육아에 대한 개인적 가치를 존중하지만 그 1년 3개월 간 유지해온 사람과 이제 감을 찾아야 하는 사람 중 한 명을 진급시켜야 한다면? 여러분이 진급을 결정하는 리더라면요?"

"술자리 회식이 구시대적이고 지양해야 할 형태라는 것에 동의해요. 그런데 여러분이 인정했듯 그런 인포멀한 자리에서 오가는 정보나 결속력도 분명 있어요. 거길 꼭 가야 한다가 아니라 그걸 안 가는 대신 여러분은 뭘로 상쇄하고 계신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 여직원분들은 그냥 내 업무를 열심히 하세요. 그런데 과장 이상 올라가면 일을 나누고 조율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더 열심히 내 업무를 하세요. 내가 하고 말지, 미안해서 혹은 내가 하는 게 나아서 등의 이유로. 관리자로서의 가능성과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계속 내 일 하나 똑부러지게 하는 실무자를 강화시켜요"

"여성이라는 성별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불리함은 분명 존재합니다. 체력이라든가 호르몬 변화 같은. 이것도 넣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부성애와 다른 모성애의 표출 정도도 그렇죠. 그래서 육아와 출산에 같이 공부하고 회사를 다녀도 여성의 가사육아 비중이 더 높으니까요. 물론 사회문화적으로 이런 역할이 당연시 되어 왔고 여성 스스로도 시댁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그 역할들을 충실히 해내고도 있어요"

"그런데 리더분들도 고충이 있습니다. 이게 다 옳다는 건 아니지만 남자직원에게 하는 만큼 혼내기도 어려워하고 조심하세요. 여러분에게 심하게 말하는 리더가 있다 해도 그분들조차 남자직원들에겐 더 심하게 말씀하시니까요"

"전 구성원 면담을 많이 해요. 여직원들과 면담하면 늘 나오는데 남직원들과는 거의 못듣는 단어가 있어요. 바로 롤모델이에요. 유난히 여직원들이 조직 내에 롤모델이 없다고 하소연 하십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남자직원들도 롤모델이 별로 없어요. 여전히 더디고 멀었지만 제가 입사하고 불과 10년도 되지 않은 지금만 해도 인식은 많이 변했어요. 성별의 영역이 줄어드는 게 세계적으로도 추세입니다. 우리 솔직해져 봅시다. 롤모델 유무가 아니라 스스로 유리천장을 만들고 포기하는 건 없는지. 성공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지만 그를 위해 감수하고 들여야 하는 인풋은 회피하고 싶은 건 아닌지, 그 부분에서 배려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지는 않은지 말이에요"

단편적인 이야기를 적었기에 거부감 느낄 구독자분도 계실 거라 생각해요. 같은 여성으로 공감하는 부분도 있으실 거구요. 어떤 남성분은 맞아맞아라며 본인의 편견을 합리화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적여 같은 말이 아니라 스스로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 교육에서도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고 마냥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하는 것, 미처 생각은 못했던 것 등의 호응이 훨씬 높았어요. 그런데 교육 중에도, 교육 평가에서도 이런 말이 꽤 나왔습니다.

"차장님은 미혼이셔서 그래요", "교육 너무 좋았습니다. 나중에 결혼 후 출산하시고 이 과정에서 다시 만나 이야기 나눠 보고 싶기도 합니다"

..............

이 말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다음 레터에서 다른 에피소드와 함께 다루어 보려 합니다. 미혼 여성 직업인에 대한 편견으로요. 

 


교육 장면에서의 제 코멘트가 하나의 피드백이기도 했지만 최대한 어떤 결론을 내리지 않고 에피소드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번주는 글을 써보았어요. 일종의 열린 결말과 생각거리를 던져드렸다랄까요. 여러분은 금주의 세 장면에 대해 어떻게 읽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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