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지난 이야기 어떠셨어요?
이번주는 에피소드-회고-포인트의 포맷 대신 남성 리더와 여성 직원 대상 강의의 장면들로 나누어 여러분에게 생각거리를 넘겨드리려 해요. 금요일엔 여성 직원 대상 리더십 강의 에피소드로 찾아 뵐께요.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전에 있던 제조 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의 여성 직원에 대한 인식 부분은 꽤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는 성별에 따른 인식차이가 존재하고 있죠. 업력이 오래 되고 직급 위계가 있을 수록, 다양한 연령대의 임직원이 존재할수록.
하지만 스타트업의 업력이 올라가며 최근 미팅 때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합니다. 아직까지 워킹맘이 없었는데 이제 대비해야 할 거 같다,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는 얼마나 줘야 하나, 필수인가, 솔직히 고민된다 같은. 업무공백에 대한 고민은 대기업이라고 없는 게 아니지만 일당백인 스타트업에서는 더욱 큰 이슈이긴 합니다. 개인의 중대사이고 회사가 막을 권리가 없으며 사회적 인식이나 분위기상으로도 예전처럼 노골적인 걸 떠나 어떤 식으로든 표현되면 비난 받기에 암암리에 경영진과 리더, 인사팀 간의 논의 주제가 되지요.
젊은 인재들이 대부분인 젊은 기업에서는 초반에는 인지하지 못하다가 젊은 인재들이 모이기에 어느 순간 봇물 터지듯 연이어 결혼소식이 전해지고 출산도 다를 바 없거든요. 여성이 많은 조직도 마찬가지구요. 시대와 세대 차이가 있다해도 조직 운영 측면에서는 여전한 고민입니다.
예전에 일부 리더들은 대놓고 채용에서 같은 선상이면 남자직원을 선호했어요. 남성 리더는 물론 여성 리더들도 그 정도는 덜할 지라도 크게 다르진 않았습니다. 특히 지방 공장이나 생산, 기술 쪽은 훨씬 그랬죠. 여직원은 야근이나 출장에 소극적이다, 편하게 둘이 출장 다니기도 어렵다, 회식이나 단체 활동을 불편해 한다, 섭섭해 한다, 남자들은 담배 한 대 피우거나 술 한 잔 먹고 털면 되고 남자들끼리는 욕도 하면서 말이 편한데, 여직원들이 정말 똑똑한데 결혼하고 출산에 육아가 시작되면 회사를 관둔다거나 이전 같지 않다 등의 이유였습니다.
제가 정말 많이 면담 요청 받았던 남성 리더의 여성 직원에 대한 고민은 "옷차림이 신경 쓰이는데 괜히 성희롱이 될까봐 어디까지 지적해야 하는지 어렵다", "자꾸 운다", "무슨 말 한 마디 하면 자리로 돌아가는 순간 여직원들 메신저 타이핑 소리가 일제히 들려온다" 였습니다. 남들 보기엔 왜 저래 할 지 몰라도 어느 자리에서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고민이나 이슈가 유사했어요.
월요일의 에피소드에서 나온 전사 팀장 리더십 과정에 여성 직원 육성하기란 모듈이 완성되었어요. 제가 그 강의를 하게 되었죠. 총 6회 강의 현장은 상기 이야기들이 폭발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성 직원 대상 강의에서도 반응차는 있었지만 대부분의 상황에 끄덕이는 경우는 많았습니다. 자기 입장에서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밖엔 없어도, 전부를 인정할 수는 없어도 벌어지고 목격하는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는 있더군요.
여기까지라면 역시 여직원은 문제있긴 해로 귀결될 거고, 각 상황에서 무엇은 불편해도 이야기 해야 하는지, 그 이야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뿌리 깊은 남성리더와 조직의 인식은 무엇인지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리더의 성향, 조직분위기, 팀의 인적 구성, 여성직원의 성향이나 상황 그리고 업무의 무한 조합이 나오기에 일반화 하긴 어려워요. 결국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의 마지노선을 잡고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 하며 자신만의 솔루션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있었죠. 그래도 이것만큼은 명확했습니다.
의외로 평소 여성 직원의 스마트함을 인정하고 좋은 여성 인력이 더 육성되어야 한다고 존중하고 지원하려는 리더들조차 '배려'의 형태로 표현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는 이 배려가 잘 포장된 편견이라 생각해요. 물론 남성 직원도 육아 문제로 골머리를 썪는다거나 한다면 배려하고, 신혼이면 그래도 장기 지방 출장 대상자일 때 우선순위에서는 일단 빼주려 한다든가 합니다. 하지만 여직원이기 때문에 당연히 (본인이 인식을 하든 못하든) 제외한다는 배려가 아니라 편견이에요. 신혼인 남성 직원 배려도 다른 담당자에겐 차별일 수 있구요.
워킹대디란 말도 있지만 조직에서 흔히 접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워킹맘이란 단어는 흔히 접해요. 중요한 건 조직에서는 워킹맘이 아니라 팀원은 성별을 떠나 일하는 개인의 가장 근본적인 정체성임을 잊지 마시라 했습니다.
"그럼 힘들다 하고, 배려 않는다 비난해요", "배려를 해줘도 불만이 많습니다", "남자직원들의 불만은요?", "그러다 관두면요?" 란 말이 쏟아졌죠. 이런 질문을 역으로 드렸습니다.
"만약 남자직원이 같은 말을 하면 어떡하시겠어요?.
잠시 조용해졌어요. 애초에 고민이 아닌 경우도 있었고 그래도 시킨다였으니까요.
이 당시에는 장기출장이나 숙박이 필요한 출장 업무는 그래도 충분한 협의나 조정을 해주는 걸 고려하시라고 했어요. 회식도 한창 육아기에는 애초에 불참권을 주시는 것도 추천드렸죠. 하지만 여성직원에게 이것이 배려인 동시에 다른 팀원들 입장에서는 차별로 느껴질 수도 있음을 균형있게 설명하셔야 한다고. 이 기준이 마치 "간은 적당히 맞추시고, 불은 적절히 조절하시고, 보기 좋게 색깔만 내주시고(그니까 대체 그게 뭐냐고..)" 같은 요리책 같겠지만 리더의 상황에 맞게 그 선을 찾아가는 노력이 그래서 많이 필요한 겁니다.
똑같이 대하라더니 무슨 말이냐. 앞에서 잠깐 언급한 사회문화적 기대 역할을 무시하기 어려우니까요. 여기까진 그래도 잘 하시는데 대부분 놓치는 것에 대해서만 말씀드렸습니다.
어떤 결론을 내며 마무리 짓진 않으려 합니다.
시대가 바뀌고 있고 조직에 따라 상황도 천차만별이니까요.
다만 이거 하나, 지레짐작으로 여성 직원을 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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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슬기
최대한을 할 수는 없겠지만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최소한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정도까지 제도와 사례들을 만들고 나면, 그 다음은 더 이상 성별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대체 인력이 거의 없는 소기업들의 고민이 출산 휴가, 육아 휴가이겠지만, 다시 직장에 복귀하는 선순환 사례들을 만들면 채용브랜드도 올라가고 근무만족도도 올라갈 것이라 믿습니다. 남성과 여성이냐가 아니라, 우리가 감당할 수 있고, 하는 것이 맞는 일이라면 해야죠.
프로브톡
네, 복직자들이 적응에 문제니 하기 보다 어떻게 하면 빨리 감을 찾고 적응하게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방안을 마련하는 게 맞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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