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조직 뭐지? 임원 리더십도 별로 안 좋은 거 같은데 어째서 이렇지?"
때마다 하던 조직문화 진단 결과를 분석 중이었습니다. 제가 이 업무를 담당하고 처음일 때였죠. 특정 조직들의 점수가 90점 대 후반이었어요. 조직문화 설문에서 이 정도 점수가 나올 수 있냐란 의문부터 들더군요.
제가 아는 해당 조직들의 임원 리더십이 그리 좋지 않았고, 구성원 불만도 많았으니까요. 보수적이고 올드하며 권위적인 리더십으로 이전에 진단한 적이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다른 업무로 몇 번 커뮤니케이션 했던 그 조직들의 멤버들이 "왜 저래?" 싶을 만큼 일하는 방식이나 표현에 문제가 있던 때도 종종 있었기 때문에 이 점수를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2
"여긴 왜 이렇게 안 좋지?"
앞서 언급한 조직들과는 반대로 점수가 너무 낮아 의문이 드는 곳이 있었어요. 딱히 리더십이 좋다고 보긴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다른 조직보다 월등히 낮을 이유가 보이지 않는 조직이었죠. 일부 멤버들과 인터뷰 했을 때 리더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경우가 있었지만 리더들이 흔히 듣는 불만이었어요. 그런데 왜 안 좋지..
하나하나 질문을 던지며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히스토리부터 조직문화 진단 결과, 임원 및 팀장의 리더십, 진단 문항 하나하나의 답변을 살펴보았죠.
그 중 전자의 조직에서는 특정 시점부터 지속적으로 그게 리더십이든 조직문화든 높은 점수가 나온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더 올라가 보니 공통점이 있었어요. 과거에는 매우 낮은 결과가 있었다는 거고, 당시 리더가 누가 이런 답변을 했느냐부터 헤집고 다녀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주관식 답변부터 낮은 평가 문항의 응답들을 파보기 시작했습니다. 인신공격에 가까운 표현과 격한 불만이 꽤 있었어요. 제가 직접 경험하거나 들은 리더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있었습니다.
서너 곳은 해당 임원이 인사팀에 와서 로데이터를 다 열어봤었고 누구누구가 이런 답변 했을 거다란 단정 하에 "박살냈다"더란 곳도 있었어요. 심한 곳은 "가만 안 둔다"란 협박도 있었다 해요. 오래 전 일이고 해가 다르게 이런 리더십과 조직에 대한 피드백이 개선되기는 했습니다. 조직문화 진단 결과에 대해서는 담당자외엔 세부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죠. 저희 팀장님이나 CHO에게도 개인별 응답 결과는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묻지도 않으셨구요. 7년 정도 이 일을 했는데 서너 번 정도 극소수 조직에 대해서만 개인 응답을 본 적이 있었을 뿐입니다. 이슈가 심각했던 조직의 갈등 대상자의 응답 경향을 보기 위함이었어요.
"인사팀에 와서 난리를 친 사람도 이상한데 인사에서 그걸 또 보여줬다고?"
전 데이터를 보여준 게 더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옳고 그름을 떠나 오래 전 얘기입니다) 그리고 공공연한 사실임에도 매년 진단 결과에 대해 그냥 넘어간 것도, 다 알면서도 방치되고 있다는 점은 더요. 여기서 제가 생각한 방치란 그런 리더가 계속 그 조직에 있다는 점이었죠.
다시 레터 초반으로 돌아가 #2의 케이스로 가보겠습니다.
이 정도는 아니지 않나 싶은 조직의 낮은 결과요. 파보며 이런 조직도 공통점은 있었습니다. 특정 멤버와 리더의 갈등이 극심한 조직이란 점이었죠. 그리고 모수가 적어 1~2명의 최저 점수로도 전체 평균점수가 확 떨어진다는 점도 있었습니다. 조직마다 인원수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많은 곳은 90명에 가까웠고 적은 곳은 10명 이하였으니까요.
조직의 규모가 클 수록 설문방식의 진단을 하고 평균 점수를 보는 식의 조직문화 서베이, 리더십 진단을 실시합니다. 많은 조직에서 그래요.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정량화, 객관화의 방법으로 설문을 도입합니다. 물론 저 설문에서 상관관계, 유의도를 보긴 했어요. SPSS까지 돌려가며 이런저런 통계를 내기도 했습니다. 피플 애널리틱스란 게 대두되며 분석이 중시되고도 있구요.
이후 변화가 있긴 했지만 각종 진단과 서베이 결과 리포팅 양식은 여전히 점수입니다. 점수에 따라 사분변 어디에 위치 시키고 레드 사인이 뜬 곳을 어떻게 개선할 지 과제를 도출하는 방식이죠.
이 업무를 하며 한 때는 데이터 분석에 집착했던 적이 있어요. '진단'이 전문성인냥 여겼던 적도 있죠. 이런 걸 하면 제가 차별화된다 믿었던 적도 있습니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듯 측정과 정성적 측면을 오가며 이게 맞나 의심했다가 쏠렸다 하곤 했습니다.
지금은 다 맞기도 하고 다 안 맞기도 하단 생각입니다. 어떻게 측정하고 진단하느냐에서 분석과 실행(인터벤션)에 훨씬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입장이 되었다는 게 더 정확할 거 같네요.
몇 년 간 문제의식과 나름의 개선 활동, 현실과의 타협을 오가며 갈등도 하고 공공과 실패 경험도 했던 시기였습니다. 이번주 이어질 레터에서는 이 사례들을 접하고 고민해 온 과정들을 좀 더 다루어 보려 합니다. 이후 우선 여기까지의 상황과 제 의문들, 익숙하진 않으신가요? 댓글에 남겨주시면 다음 레터에 반영해 보도록 할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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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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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브톡
진단을 한다는 행위 자체를 전문적이고 뭔가 하는 느낌을 받기 쉽습니다. 하지만 작은 조직에서는 진단보다 발로 뛰는 게 훨씬 효과적인 경우가 많더군요. 설문이나 진단 문항이 얼마나 구조화 되어 있느냐, 얼마나 정확히 현상을 도출해 내느냐 측면에서 한계가 많거든요. 잘 만든다 해도 잘 해석하느냐는 또 다른 얘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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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조직문화진단=설문조사'라고 생각하고 접근한 때가 있었어요. (생각해보니, 제일 재미나면서 일하는 티가 확나는 방법이기도 했네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어떤 변화나 개선을 위해 즉,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것인지, 나아질 미래를 위한 방향을 도모하는 것인지 의도 자체가 불분명하니, 개선책들이 작위적, 형식적, 일회성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조직 내 현상이나 행태는 대부분 구조에서 비롯되는 것이 많음에도 구조를 바꾸는 것은 조직내 엄청난 일이라 거기까지 접근도 못하고요. 그래서 더더욱 HR의 역할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했었습니다.
프로브톡
HR의 소위 있어빌리티를 걷어내는 자기인식 과정이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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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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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브톡
가장 근간의 지향점과 현상 정의를 명확히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자꾸 뭘 얹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말씀해주신 부분이 다음 레터 내용인데 같은 고민을 했었어요. 매번 비전체계 작업을 하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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