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하라'는 말을 볼 때면 속 좋은 얘길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자기계발 강사들의 흔한 말이 현업에 적용하기엔 너무 이상적인 거 아니냐 했었어요.
그런데 요즘엔 저 말을 내가 너무 얕게 해석했다 싶네 합니다.
한 가지 일을 할 수 없는 게 직장인 현실인 것만 생각했는데 열 개 업무가 있어도 하나의 업무를 할 때엔 그 업무만 하라는 의미로 봐야 하는 구나 싶거든요. 그리고 이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일과 아닌 일을 구분해 전자만큼은 최대한 컨트롤 해보자 해요.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저는 울트라 와이드 모니터를 10년 넘게 애용하고 있어요. 사무실이든 집이든 듀얼모니터 없이 일하는 건 생각도 해본 적 없죠. 노트북 화면에 울트라 와이드 화면 분할, 여기에 아이패드까지 네 개의 화면을 동시에 켜놓고 있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심지어 유튜브 영상을 보지 않아도 틀어놓을 때가 많고 지금 당장 할 게 아닌데 창을 몇 개씩 띄워두기도 해요. 여러 창을 오가며 20년 넘게 작업을 해왔는데 요즘 들어서야 스스로를 진단하고 바꾼 게 몇 개 있습니다. 그중 아주 작은 일 두 개만 소개하자면,
1. 유튜브를 켜지 않아요
전 가사 없는 음악도 뭘 할 때 듣지 않아요. 백색 소음이니 해도 저는 방해되더라구요. (공부할 때 노래 듣는 사람이 이해 안 되는 1인). 그런데 유튜브는 그냥 틀어놓더란 말이죠. 이걸 의식한 적은 없는데 알게 모르게 간섭이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요즘 안 틀어 보니 확연하게 느껴져요.
2. 노트북은 클램쉘 모드를 적용해 덮어둡니다.
원래는 노트북 화면엔 슬랙과 카톡, 구글 캘린더를 늘 띄워뒀어요. 메시지가 수시로 울렸고 그걸 수시로 확인했었죠. 답변이 빠르단 장점은 있지만 그 만큼 뭘 하면서 자잘한 끊김이 있었습니다. 맥북을 사용하면서 클램쉘에 적응을 했는데 윈도우로 바꾸면서 크게 신경쓰지 않다 보니 회귀해 버렸었는데요, 최근에 다시 모드를 변경하며 모니터 하나만 띄워 일하고 있어요.
저 두 개만으로도 제 연속된 시간이 늘었어요. 전 글을 한 호흡으로 단시간에 쭉 쓰는 편이라 조금만 중간에 끊기면 페이스를 찾는 데에 시간이 걸립니다. 프로브톡을 쓸 때 한 번에 90분에서 120분 정도 앉아 다음 주에 나갈 세 편을 쭉 씁니다. 초반엔 전날 한 편씩 썼는데 집중력을 유지 못해서였죠. 단지 저 두 습관을 고치고 나서 두 시간 정도 잡고 서너 편을 내리 써요. 가끔은 5편까지도 진도가 나가기도 해요. 전 제가 어떤 소리도 나지 않을 때 집중도가 오른다는 걸 몰랐는데 저를 관찰하니 그렇더라구요. 모니터 하나 보고 유튜브를 끈 후 휴대폰은 다른 방에 둔 것만으로 작업 능률이 배가 되었습니다.
아주 사소한 걸로는 레터에 가끔 넣는 이미지, 이걸 찾기 위해 창 하나를 띄우고 하다 보면 또 글쓰기의 흐름이 끊겨요. 저는 꽤나 즉흥적이라 그냥 쓰고, 쓰다가 이런 이미지 넣어야겠다 하면 검색해 넣고 이어 쓰거든요. 이걸 일단 글을 다 쓰고 한 번에 몇 편에 대한 이미지를 넣어요.
글도 처음엔 한 문단씩 쓰다 고치고 했는데요. 이 역시 사전에 어떻게 쓰겠다를 정하는 편이 아니고 어떤 주제를 어떤 에피소드로 써야지 하곤 바로 타이핑을 해나가는 스타일이다 보니 쓰면서 계속 다듬고 생각을 바꾸곤 했어요. 이것도 일단 한 호흡에 쭉 쓴다로 바꾼 후 몇 시간 있다가 다시 읽어 수정한다거나 합니다.
연속된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이 거창하게 하루에 한 시간을 일찍 일어난다거나, 독립된 개별 공간을 확보한다 등만 있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전 사업자등록 후 고객 미팅이 있을 때가 아니면 집이나 외부 사무실에서 혼자 작업할 때가 많아요. 이 때엔 예전 직장생활과 비교도 안 될 만큼 고요합니다. 그럼에도 연속된 시간을 1시간 이상 확보하는 게 어려웠어요.
제 자신이 일하는 스타일 때문이었죠.
유튜브를 백그라운드뮤직인 냥 틀어두고 자동 재생이 끊기면 문득 인식해 다음 영상을 찾아 보고 재생하는 움직임, 카톡이 오면 답장하거나 최소 확인이라도 하는 것, 모니터를 여러 개 띄워 은연 중에 시선이 여기저기로 분산되는 것, 한 호흡에 뭔가 하기 보다 짧게 끊어 일하는 방식 등. 외부 환경과 무관하게 스스로 연속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습관들 말이에요.
엄밀히 듀얼 모니터, 다중 모니터는 생산성을 높이는 거지 몰입도를 높이는 건 아니었어요. 시선이 분산되는 마이너스 효과가 크면 더 컸죠. 늘 사람들은 제가 회신이 빨라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이 역시 제 자신의 몰입도는 해치는 일이었구요.
연속된 시간 확보에 관련 없는 듯 하지만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는 평상시의 파일 관리도 있습니다.
제 PC 바탕화면은 거의 이래요. 한 번에 종료시키는 버튼과 가장 빈번히 작업하는 파일의 폴더 정도만 있죠.
제 노션도 잘 정리되어 있는 편이에요. 각 폴더 내 파일도 규칙을 가지고 깔끔하게 쌓여 있죠. 뭐 대단한 건 아니고, 깔끔한가 보지 한다면 그렇진 않습니다. 전 금새 어질르고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는 편이 못 되어 어수선하거든요. 그래서 애초에 어지르지 말자 주의긴 해요. 일을 하다 보면 파일이 수없이 생성되고 나중에 해야지 하지만 어느 새 엉망이 되곤 합니다. 저도 전에는 배경화면 가득히 아이콘 천지였고 파일정리를 안 한 건 아님에도 하나 찾으려면 몇 개를 봐야 할 지경이었어요.
독립해 일하면서도 단 두 달 만에 파일들이 산적해 있더라구요. 하루 날을 잡아 싹 정리한 후 최대한 지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뭔가 A란 작업을 하다 참고하거나 봐야 할 B, C 파일을 한 번에 찾기 위해서에요. 이게 안 되면 파일 이것저것 열어보고 폴더 열었다가 막간에 파일 정리해 다시 넣는 등으로 금새 딴짓으로 빠지곤 했거든요.
그래서 규칙을 정하고 최대한 성가셔도 저장할 때 경로와 파일명 규칙에 따라 저장하려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뭘 찾는 시간, 그로 인해 끊기는 빈도, 부수적으로 파일이 엉켰을 때 받는 스트레스를 확 줄였어요.
책상도 PC와 모니터 외엔 텅 비웁니다. 책도 봐야 하면 보고 귀찮아도 바로 책꽂이에 꽂아요. 아니면 금새 책상에 책들이 쌓이니까요. 전엔 피규어부터 책상 위에 물건이 가득했는데 2년 전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한 후부터 그 효과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시선에 물건들이 들어오면 '아, 책상 정리 좀 해야 하는데'란 생각이 1초만 스쳐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더라구요.
우린 보통 시간관리의 기술이란 이름 하에 우선순위를 어떻게 세울 것인지와 얼마나 시간을 촘촘하게 쪼개어 잘 채워 쓸 것인지에 대해 얘기하곤 합니다. 그런데 진짜 시간관리란 일을 하기 위해 최대의 효율과 결과를 낼 수 있기 위한 것이어야지 시간 자체를 많이 쪼개 쓰기 위한 게 본질은 아닌 거 같아요. 한정된 시간 내에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최대한 그 일에 집중하는 연속된 시간을 벌어내는 것, 그것이야 말로 시간관리가 아닐까요.
연속된 시간의 확보, 몰입, 생산성, 효율성을 말하면서 대단한 스킬이 나올 거라 기대하셨다면 실망스러우실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건 이미 좋은 책들에 많이 나와 있고, 오늘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외부 환경 외에 미처 인식하지 못해서 혹은 나 스스로 연속적 시간 확보를 끊어 버리는 익숙한 일방식이 있지 않은지 돌아보셨음 했어요.
저는 저의 일하는 모습을 꽤 열심히 관찰해 보고 소소한 몇 가지를 변경한 것만으로 연속된 시간의 확보가 확 늘었고 그렇게 확보된 시간에 해낼 수 있는 작업의 양은 두 배 가까이 늘었거든요.
여러분이 컨트롤 가능한 여러분만의 스타일, 일습관에서 연속된 집중 시간의 확보를 방해하는 건 어떤 게 있으신가요? 어떤 노력을 하고 계세요? 자신을 관찰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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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게
오늘의 글은 "회사일"에서 한 발 떨어져서 "나"에 대해 살펴보게 하는 내용이네요. 바탕화면에 아무것도 안 두는 것, 폴더정리(저는 개인적인 노션을 이용하진 않으니 그냥 윈도우탐색기) 등등은 저랑 거의 같아서 놀랐어요. 책상에 잡다한 것들 치우는 건 한다고 한건데, 더 없애버려야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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