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친애하는 구독자분들께

시즌 1 (23.10~24.05)

[프로브톡 97화] 각기 다른 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 ①

콩보리 이야기

2024.05.13 | 조회 533 |
0
|
프로브톡의 프로필 이미지

프로브톡

일하는 조직과 개인의 경험을 나눕니다

첨부 이미지

저희집 15살된 4kg 콩이와 14살된 10kg 보리에요.

콩이 이야기

6개월 추정 즈음에 만났어요. 팔리지 않는다고 거의 굶기다시피 해서 몸을 키우지 않은 채 3개월로 속여 파는 이에게서 데리고 왔습니다. 첫날밤 극심한 영양실조로 온몸에 피부병과 염증으로 밤새 피가 나도록 긁어댔어요. 워낙 체력도 좋지 않아 중성화도 일년 미룰 정도였죠. 얌전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냥 기력이 없던 거였죠. 애처로워 부서질까 소중히 안고 다니고 애지중지 했던 녀석이에요. 아버지는 어릴 적 품에 안고 매일 동네 산책을 나가셨는데요. 그때마다 동네사람들이 인형인 줄 알았다며 참 예뻐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산책을 좋아하고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새로 만난 사람입니다.  

보리 이야기

4개월 차에 저희집에 왔어요. 사람을 유난히 좋아하는 녀석인데 좀 극성맞았죠. 고작 4개월일 뿐인데 배변을 못 가린다 때리는 집, 애가 너무 극성맞다고 파양한 집, 사랑으로 거뒀지만 이미 있던 다른 개들이 너무 괴롭혀 어쩔 수 없이 입양시키려 했던 집을 거쳐 4번 째 집인 저희집에서야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반전은 분명 토이푸들이라 했는데 10킬로가 되었다는) 새끼 때 기억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산책은 좋아해도 나가면 다른 사람을 피합니다. 특히 젊은 남성을 무서워해요. 줄곧 다닌 동물병원 원장님이 주는 간식도 작년에야 받아 먹기 시작했을 정도였죠. 애교가 아주 많은데 눈치도 많이 봅니다. 13살 쯤 되어서야 다른 사람들이 예쁘다 하면 가만히 만지게 두는 정도가 되었어요. 덩치 큰 쫄보죠. 저를 과할 정도로 좋아하면서도 눈치도 엄청 봐요. 얘의 매력은 억울할 일 없는데 억울해 뵈는 거에요.


아니 무슨 아침 댓바람부터 개 얘기냐. 

얘네를 볼 때면 인사쟁이의 직업병이 발동하곤 하거든요. 종일 부대끼면서도 확연히 다른 둘의 성격, 행동. 저를 포함해 사람들이 얘네를 대하고 접근하는 모습, 산책 시 완전히 다른 스타일 등을 보면요. 

다시 사진으로 가볼까요?

콩이와 보리의 산책 줄의 방향이 보이시나요?

콩이는 늘 줄을 팽팽하게 당기며 앞서 갑니다. 보리는 늘 제 뒤에서 천천히 따라와요. 보리는 2년 전부터 아프고 관절염도 있기에 아주 느립니다. 어릴 적부터도 산책할 때면 늘 제 뒤에서 따라왔어요. 반면 콩이는 새끼 때부터 지금까지도 혼자 튀어 나가기 바쁩니다. 동시에 산책을 시킬 때면 저는 보리의 걸음속도에 맞출 수밖에 없지요. 콩이와 걸으면 10분이면 갈 거리도 보리와 걸으면 40분 쯤 걸려요. 어릴 적부터 모두가 예쁘다 해서 자존감(?)이 하늘을 찌릅니다. 보리는 새끼 때 폭행 기억으로 타인에겐 늘 눈치보고 조심스럽습니다.

산책 스타일도 전혀 다릅니다. 

콩이는 파닥거리며 여기저기 기웃대는데 금방 냄새 맡고 볼일 보고 다른 데로 시선을 돌리는데요, 보리는 아주 신중히 냄새 맡고 다시 맡고 겨우 발걸음을 떼고도 돌아가 다시 냄새를 맡아요. 그때마다 저는 걸음을 멈추고 기다리는데 콩이도 금새 진정하고 가만히 기다려 줍니다. 콩이의 줄은 늘 팽팽하고 혼자 앞서 나가는 걸 제지하느라 당기곤 하지만 보리의 줄은 느슨하게 잡고 당기지 않습니다. 어차피 당긴다고 뛸 수 있는 게 아니고 뭔가 짠하기도 하구요.


문득 회사에서 사람들을 보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는 행동이 빠르고 강하게 치고 나가는 반면 누군가는 꼼꼼하고 신중하지만 느린 사람이 있지요. 눈치라곤 도통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사에 다른 사람 눈치를 살피고 조심스러운 사람도 있습니다. 더딘 사람이 따라오든 말든 그냥 제 갈길 가는 이가 있고 그래도 살뜰히 챙기는 이도 있죠. 보리의 느린 걸음에 저와 콩이가 기다리듯 좀 더딘 동료나 팀원을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고 기다려주기도 합니다. 극성이라고, 모자르다고 배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으로, 습관으로, 책임감으로 어떻게든 품고 같이 가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둘이 오래 살았지만 서로 애틋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아요. 덩치가 콩이 두 배인 보리는 콩이를 좋아하는데 콩이는 아닌 거 같은데 아마 덩치도 큰 애가 버거워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건 회사에서 누군가에게 호의를 갖고 대한다 해서 상대가 다 받아주거나 좋아하진 않을 수 있다는 것과도 오버랩 됩니다.

첨부 이미지

그런데 재밌는 건 또 딱 붙어 있습니다. 집안 여기저기 큼지막한 쿠션들이 있는데도 꼭 한 쿠션에 둘이 함께 올라가 자곤 해요. 호텔링을 맡기면 보내주는 사진마다 둘이 붙어 있구요. 마치 지긋지긋해도 내 식구, 내 팀이라며 챙기는 모습이라든가 내 동생은 나만 때린다는 것 마냥 다른 사람이나 조직과 맞설 때엔 싸고 도는 것 같다랄까. 미운정 고운정 잔뜩 든 채로 끈끈히 함께 하는 데에는 배려와 적당한 거리두기가 필요한 것도 같구요.


이제 프로브톡 시즌 1의 마지막 주 레터입니다. 

다른 주제로 써둔 게 있었는데 콩보리 산책을 시키다 쓰고 싶은 얘기가 생각나 주제를 전환해 보려 해요. 각기 다른 이들과 함께 한다는 건 어떤 걸까요?

같은 회사에 다닌다는 것 외엔 살아온 배경도, 성격도, 행동도, 목적도 모두 다른 이들이 한 데 모여 일을 한다는 것 말이죠.

 

이번주는 이런 상념을 풀며 시즌 1의 마무리에 다가가 보겠습니다. 

 

**********************************************

일하는 사람과 조직과 함께 합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프로브톡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5 프로브톡

일하는 조직과 개인의 경험을 나눕니다

뉴스레터 문의ssoocanvas@gmail.com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