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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6. 정치 일관적 커뮤니티: ‘관계미학’과 ‘사회참여 예술’의 차이

[PRISM] 임재환 사회참여 예술가, 연구자

2025.03.05 | 조회 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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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참여’ ‘예술

사회참여 예술 비평가이자 미술사학자인 그랜트 H. 케스터는 1995AFTERIMAGE 아티클 ‘Aesthetic Evangelist’에서 정치 일관적 커뮤니티” (politically-coherent community)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정치적으로 일관된 커뮤니티'는 체계적 형태의 억압을 부정하는 데 전념하는 사회 시스템에 맞서고 공동의 이익 (및 공동의 적)을 식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개인이 있는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있다.”[1]

 

발췌문을 얼핏 잘못 읽으면 예술가의 주장이 협업하는 공동체의 의견과 일치하면 무조건 정치 일관적 커뮤니티로 이해할 수 있겠다. 하지만 케스터는 본 글을 통해 사회참여 예술가들을 두 부류로 구분한다. 한 종류의 예술가는 어떤 커뮤니티를 위해,’ ‘통해,’ 또는 대신해그들의 대표인 듯 미적 표현을 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반대로 다른 부류의 예술가는 어떤 커뮤니티와 정치적 일관성을 공유하고 그들과 내부적 논의를 거친 후 의견 일치를 이뤄내 문화예술을 함께 만든다.

K-컬처의 유행과 예술의 세계화에 익숙해지다 보면 굳이 한국의 사회참여적 또는 정치적 예술이 관계미학인지 포스트 민중인지, 민중미술인지 구분해야 하나 싶을 것이다. 하지만 민중 미술의 약 45년 역사와 포스트 민중/관계 미학의 약 35년 역사가 흐르고 있는 지금, 전자는 역사로 읽힌 지 오래고 후자는 아직까지 현대미술 트렌드로 많은 예술가들에 영감을 끼치고 있다. 한국 사회참여 예술가들의 작업 방식에 따라 그들의 활동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회정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가 달라진다. 때문에 약간의 역사적, 이론적 요소들을 통해 예술가들의 사회참여 방식 차이점을 기술해 보고자 한다.

2024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 ©연합뉴스
2024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 ©연합뉴스

 

포스트 민중/관계미학

물론 작가 박찬경은 2009, “미술은 사회적 영향력도 별로 없으며, 변화의 수단으로도 적절하지 못하다라 썼고, 관계미학을 유행시킨 미술 비평가 니콜라 부리오는 “…사회에 직접적으로비판적인 입장은 헛된 것(futile) 이다라 주장하기도 했다.[2] 글쓴이 본인은 사회참여 예술가이자 연구자의 위치에서 기관 안에서 선보여지는 작업들이 사회를 적극적으로 변화시키기보다 언제 올지 모를 미래로 혁명의 순간을 미룬다고(defer) 주장한다. 하지만 기관 친화적 사회참여 작가들의 노력이 완전 소용없거나 적절치 않다고 하지는 않겠다. 그래도 혹시라도 누군가 소외된 커뮤니티에 대한 예술품을 미술관, 비엔날레, 아트 페어, 갤러리 등의 기관에서 전시하는 것이 등한시 된 이들이 투쟁하는 공간에서 함께 만드는 예술과 마치 동일한 영향력을 가진다고 주장한다면 그 의견은 재고해 보길 추천한다.[3]

작가이자 활동가였던 바바라 에렌라이히와 존 에렌라이히는 1976전문-경영 계급”(Professional-Managerial Class, PMC)이라는 컨셉을 통해 제도에 속하며 자본주의의 탐욕과 대중 사이 완충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소개한다.[4] 대학 기관의 강사/교수나 기업의 매니저는 PMC로 살아가며 그들 자신뿐 아니라 그 기관에서 일하거나 관련된 노동 계층의 사회변화 기회를 약화시킨다. 마찬가지로 기관 친화적 사회참여 예술가라면 PMC의 위치를 피해 가긴 어려울 것이다. 수많은 사회참여 예술가들이 비엔날레와 전시 플랫폼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서정적으로 표현한다. 비디오, 향기, 설치, 사운드, 퍼포먼스 등 관객들의 시선을 끄는 방법을 통해 사회가 등한시한 커뮤니티, 자연 문제, 미래 이슈를 나타낸다. 하지만 흔히 예술가와 협업한 커뮤니티의 존재는 전시 홍보물에서 숨겨진 채 작가들의 이름과 노력만 강조, 쇼케이스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종종 이들이 함께 만든 이야기들을 책, 향수, 음악, 워크숍의 형태로 미술 기관을 방문하는 특권층 관객들에 판매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사회에서 소외된 자가 또 다시 예술계에 의해 소외되는 현상은 피할 수 없게 된다.

2019년 안산 세월호 집회 행진 모습 ©임재환
2019년 안산 세월호 집회 행진 모습 ©임재환

 

비단 1990년대 이후 활동하는 포스트 민중 또는 관계미학 예술가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국내외 전시를 거치더니 시민들과 민주주의, 독재타도를 위해 함께 걸개그림과 판화를 만들었던 다수의 민중미술가들도 PMC가 되어 이젠 잘 나가는 기관 친화적 예술가들이 되었다. 그럼에도 글쓴이가 21세기에 민중미술이라는 사회참여 예술을 돌아보는 이유는 그들이 한때 케스터가 정의하는 정치 일관적 커뮤니티였기 때문이다. 현대 한국 미술계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만연함을 넘어 서구 미술시장과 활발히 춤추는 중이다. 때문에 PMC예술가들이 기관 밖에서 신자유주의를 함께 싸우고 있는 사회참여 예술가들과 동일시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글을 나눈다. ‘사회,’ ‘참여,’ ‘예술.’ 당신은 무엇을 우선시하는가?


[1] “The politically-coherent community can come into existence almost anywhere there are individuals who have struggled to identify their common interests (and common enemies) over and against a social system that is dedicated to denying the existence of systematic forms of oppression.” Grant H. Kester, “Aesthetic Evangelists: Conversion and Empowerment in Contemporary Community Art.”, 6

[2] 박찬경, “’민중미술과의 대화,” 문화과학사, 2009, 164; Nicolas Bourriaud, Relational Aesthetics (Les presses du réel, 2002)., 109

[3] 의견은 지난 10 년간 기관 친화적 예술 교육을 받고 활동해 글쓴이의 생각이 그랜트 H. 케스터 교수 지도 하에 박사 과정을 진행하며 바뀐 과도 관련 있다. 때문에 글은 글쓴이의 깨달음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https://visarts.ucsd.edu/people/grad-students/jae-hwan-lim.html

[4] Barbara Ehrenreich and John Ehrenreich, “The New Left: A Case Study in Professional-Managerial Class Radicalism,” Radical America 11, no. 3 (1976): 7–22.


임재환 / 사회참여 예술가, 연구가 jaehwanlimstudio@gmail.com www.jaehwanlim.com

 

※ PRISM은 외부 기고자의 글로, PP PICK의 공식 입장이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본 글에서 제시되는 모든 의견은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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