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펄스서울입니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 중요한 약속을 기꺼이 내려두고 광장으로 달려간 사람들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가수의 응원봉을 들고 ‘좋은 세상 만들어줄께’ 외치며 달려나가는 아이들, 추운 겨울에 광장에 나선 사람들을 위해 오백만 원어치 커피를 결제한 사람, 2024년에 당신은 무엇을 했냐고 물어볼 조카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는 고3 학생. ‘민주’를 원하고 행하는 용감한 사람들의 행렬 속에서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번 주말에 찾아올 반가운 소식을 기다리며! 펄스서울 레터 시작합니다.
“제 인생에 가장 좋았던 기억은 타인의 몸에 관한 것이란 걸 알게 되었어요. 횡단보도 맞은편에서 흔들던 손, 눈곱을 떼주고 침을 닦아주던 손, 추운 날 지퍼를 올려주던 손, “저기 은행나무 좀 봐” 가리키던 손, “오늘 힘들었어?” 하며 잡아주던 손, 따뜻한 뺨, 안을 때 체온, 기댈 수 있는 어깨, 다독여주던 목소리. 감동은 항상 몸의 접촉에서 태어났어요. 인간의 몸은 타인에게 그런 의미가 있어요.”- 정혜윤 에세이 <아무튼, 메모> 중에서
건축가 겐고 쿠마를 서면 인터뷰했을 하면서 그에게 언제 글을 쓰냐고 물었습니다. 건축 설계를 워낙 활발하게 하는 건축가라, 진짜 시간을 어떻게 쪼개어 글을 쓰는지 궁금했거든요. <10주택론> <굿바이 포스트모던> <건축적 욕망의 종말> <신 건축입문> <반 오브젝트> <약한 건축> <쿠마 켄고 : 렉처/다이얼로그> <신 도시론 도쿄> 등등등. 그것 말고도 건축 에세이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아요. 답은, 비행기 안.
“저는 주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을 이용합니다. 비행기 안에서는 휴대폰으로 전화도 걸려오지 않고 누구도 방해하지 않죠. 유럽까지 15시간 정도 걸리는데 그 시간이면 꽤 많은 글을 쓸 수 있어요. 노트 위에 손으로 글을 씁니다. 손으로 쓴다는 것은 내가 어디에 있건,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아도 글을 쓸 수 있다는 거예요. 이것이 제가 글을 쓰는 요령입니다.”
비행기를 도대체 얼마나 많이 타는 걸까, 싶다가 또 그렇게 차곡차곡 모이고 지속된 힘은 얼마나 강한가, 감탄했습니다. 오직 나와 대면하는 고요하고도 엄격한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올 겨울에는 당신에게도 이 시간이 깃들기를.
캠핑 고수들은 겨울 캠핑을 사랑합니다. 산중의 짜릿한 한기와 모닥불에서 퍼지는 은은한 온기. 추운 계절에도 활동적인 일상을 즐기는 이들에게 따뜻하면서 감각적인 고프코어 캠퍼 스타일을 제안합니다.
고프코어 gorpcore 란?
건포도와 땅콩으로 구성된 트레일 간식 GORP에서 유래된 아웃도어 패션. 고어텍스 발명가, 밥 코어Bob Gore가 선보인 방수 섬유 의류가 처음 소개된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트레일 간식을 뜻하는 ‘고프’는 자연스럽게 하이킹, 캠핑, 아웃도어 활동과 연관되었고 이러한 활동에서 사용하는 기능적인 옷과 장비를 중심으로 한 스타일을 가리키게 되었습니다.
주요 브랜드로는 (우리가 사랑하는) 파타고니아(Patagonia),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 아크테릭스(Arc'teryx), 살로몬(Salomon) 등이 있고요.
요즘 고프코어 스타일은?
방수 지퍼와 고어텍스, 퍼텍스처럼 테크 웨어에 가까운 고성능 섬유와 차분한 자연 색과 대비되는 대담한 색상이 특징이고요. 겨울철 야외 활동에서 보온성은 필수죠. 메탈릭한 패딩 재킷과 귀를 덮는 모자, 방수 기능 슈즈로 체온을 유지하고 노르딕 무늬 스웨터와 체크 머플러, 여기에 습기와 땀에 강한 서지컬 스틸 PVD 도금 주얼리로 스트리트 패션 감성을 더해보세요.
“서울에 아파트 한 채는 없어도, 이런 캠핑카 한 채는 (언젠가) 가질 수 있잖아?”
소개하고 싶은 캠핑카가 있어요. 누구나 알 만한 캠핑카 브랜드는 아니고, 디자이너가 본인 취향대로 만든 맞춤형 캠핑카라입니다. 무어만이라고, 독일 스위스 산맥에 사는 은둔자이자 목수,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닐스 홀거 무어만입니다.
예전에 별장 건축을 취재할 때 한 건축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컨드 하우스를 짓는다면, 집은 작고 단순하게 짓고 마당에 더 많이 신경 쓰세요.” 별장이라고 하면, 살림을 위한 공간보다 자연을 대면하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묵상의 공간으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말이었죠. 프랑스의 휴양지, 코트 다쥐르에는 건축가 르 꼬르뷔지에가 생전에 별장으로 삼았던 작은 집이 있습니다.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의 세컨하우스라는 호화로운 이미지와 달리 4평짜리 작은 집이었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머물렀다는 그 곳을 사진으로 본 적 있는데, 놀랄 정도도 작고 간소합니다. 놀라운 일이 아닌 것이, 도시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은닉의 장소로 삼는 곳이 '별장'이라고 정의한다면 더 필요한 것이 뭐가 있을까 싶습니다.
닐스 홀거 무어만은 가구 브랜드 ‘무어만 Moormann ’을 만든 디자이너입니다. 독학으로 디자인을 터득하고 독일 남부 바이에른 지방에서도 가장 남쪽, 아샤우(Aschau)라는 작은 마을에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콘스탄틴 그리치치, 다카시 사토, 패트릭 프레이 등이 무명의 젊은 디자이너였을 때 ‘무어만’과 함께 작업해 유명세를 탔고요. 오스트리아 국경과 근접한 알프스 산자락에 위치한 무어만은 디자인과 생산, 유통, 홍보까지 자체적으로 하는 가구 회사로 2009년부터 그는 게스트하우스 ‘베르게(Berge)’를 운영합니다.
“나는 매일 회사 직원들과 게스트하우스 곳곳의 디테일을 다듬는다. 그곳은 도달하기에 매우 큰 산이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곳을 ‘베르게’라 이름 붙였다. 베르게는 독일어로 산이라는 뜻이다.”.
오늘은 닐스 홀거 무어만이 만든 캠핑카를 소개합니다. 그는 폭스바겐 T6 모델을 집에서 탈출하고 싶을 때면 언제든 훌쩍 떠날 수 있는 모바일 홈으로 바꾸었습니다. 출장을 갈 일이 있으면 자신이 만든 캠핑카에서 잠을 잤다고 합니다. “나는 호텔에 가지 않는다. 필요하면 캠핑카에 묵는다. 호텔방에 들어가면 초콜릿과 나를 환영하는 메시지가 있는데 나는 그러한 과도한 친절과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다.” 내가 머무는 공간에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물건은 단 하나도 두지 않겠다는 단호한 마음이 느껴지죠?
모바일 홈? 움직이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
베드는 밤에는 2인이 수면을 취하기에 넉넉한 침대가 되고(천연 메리노 울로 제작한 침구 세트를 보면 잠이 솔솔 올 것 같은 생각이 절로 듭니다..) 낮에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소파가 됩니다. 책장과 오디오 시스템을 탑재한 캐비닛은 무광택의 라미네이티드 우드로 제작해 감촉이 부드러우면서 청소하기에도 쉬워 보입니다. 싱크와 조리대가 있는 요리 공간 또한 캐비닛과 일체형으로 연결했고요.소파 아래 공간에는 접이형 폴딩 자전거를 놓아두고 구두와 구두솔을 보관하는 수납 공간까지 아주 꼼꼼하게 만들었습니다.
오크 소재로 바닥과 벽면, 천장을 마무리했고 이불과 베개 커버, 식기와 테이블웨어까지 캠핑카 내 모든 요소를 일일이 디자인하고 만들었습니다. 밴의 외부는 실내의 캐비닛과 유사한 매트한 블랙 컬러로 칠하고 코팅했고요.
“마켓에서 구할 수 있는 캠핑카 중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것들이 많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재료를 믿지 않는다. 정직하고, 퀄리티 높은소재를 이용해 새로운 디자인 가구를 제작하는 도전이 즐겁다. 전통적인 자연 재료와 모던한 하이테크 재료가 섞이는 일이라면 더욱 환영한다.”
무어만 캠퍼 버스는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에 따라 맞춤 제작되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제공하며 어떤 요청을 하느냐에 따라 가격을 달리 책정한다고 합니다. ‘무어만다운’ 디자인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어느 곳 하나 비집고 들어갈 틈 없이 각각의 공간은 질서정연한 동시에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반전 요소도 있습니다. 어두운 방의 스위치를 켜는 순간, 잔뜩 웅크린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고 엉금엉금 다가올 것처럼 세심한 배려와 그만의 유머 코드가 활짝 모습을 드러내는 식이죠. 이번에도 참, 무어만다운 디자인!
펄스서울 레터, 다음주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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