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의 음악일기

[#르세라핌] 힙합까지 'EASY'하게

라라의 음악일기 ep.13 <르세라핌 미니 3집 'EASY'를 들어보자>

2024.02.23 | 조회 3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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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팝, 이지리스닝 대신 '트랩힙합'으로 돌아온 르세라핌의 'EASY'

 

르세라핌 컴백에 앞서 공개되었던 이번 앨범 트레일러 영상, 다들 보셨나요?

(이번에도 역시) 한국어, 영어, 일본어 3개국어 내레이션이 담긴 르세라핌표 인트로곡이 삽입된 "컨셉추얼 런웨이" 영상이 공개되었는데요, 저 라라는 이 영상 보고 '와, 이번 앨범도 찢었다' 이 생각밖에 안들었답니다...

 

멤버 허윤진이 국내에서는 다소 충격적인 팬츠리스(pantless)룩을 선보여 화제가 되었는데, 트렌디한 스타일링 및 영상미와 더불어 하드한 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배경곡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만 계속 운이 좋은 거 같아서 화가 나니?"

"세상이 우리한테만 쉬운 거 같니?"

"세상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추악해"

"내가 쉽게 해냈다는 착각 말고, Because I've made it look easy"

 

'끊임없는 노력으로 쉬워(easy)보이게 만들었다는 내용'의 내레이션과 함께 후렴구에서 "EASY, CRAZY, HOT I can make it"점차 고조되는 샤우팅으로 반복하는 파트가 이번 앨범의 컨셉을 매우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사실 처음 르세라핌의 3개국어 내레이션곡을 들었을 땐 조금 오글거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매 앨범마다 이러한 인트로곡을 선보이며 앨범의 컨셉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르세라핌'을 하나의 브랜드로 브랜딩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쏘스뮤직의 기획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출처: 쏘스뮤직
출처: 쏘스뮤직

세계관이 아이돌 브랜딩에 필수였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엔 메세지나 음악적 장르가 아이돌의 아이덴티티가 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었습니다. 당장 4세대 케이팝을 이끌어가고 있는 여자 아이돌들만 봐도 '나르시시즘' 아이브, '이지리스닝/저지클럽' 뉴진스, 'Girl Power' 여자아이들, 이렇듯 하나의 메세지나 장르가 그 그룹의 수식어, 즉 아이덴티티가 되었습니다.

르세라핌의 아이덴티티는 '자기 확신'입니다. 자기 확신과 강한 의지로 외부 압력에 두려움 없는 태도를 보여주겠다는 르세라핌만의 메세지는 데뷔 앨범 'FEARLESS'부터 일관적으로 전달되어왔습니다. 그리고 르세라핌의 이런 일관된 기조는 특히나 '힙합' 장르와 통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이번 타이틀곡 장르에 있어 '트랩힙합'이라는 기존과 다른 변화구를 준 것은 여러모로 좋은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벽한 변화의 타이밍, But 음악적 완성도는?

 

아이덴티티 측면뿐 아니라, 바로 직전에 발매되었던 두 앨범 'ANTIFRAGILE'과 'UNFORGIVEN' 모두 라틴팝 느낌이 강한 앨범이라는 점에서 음악적으로도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었고, 이번 미니앨범 'EASY'가 그 변화의 기점이 되었습니다. 

 

이번 앨범에는 트레일러에 삽입되었던 트랙 'Good Bones'타이틀곡 'EASY' 외에도 'Swan Song', 'Smart', 'We got so much', 총 5곡의 트랙이 실렸는데요. 사실 앨범 전곡을 재생하고 나서는 좀 아쉽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타이틀곡과 수록곡 모두 매력적이지만 앨범 전체적인 완성도로 봤을 땐 이전 앨범들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달까요...

 

 

2. EASY (Title)

이번 앨범 타이틀곡 'EASY'입니다. 트랩힙합 장르의 곡으로, 처음 들었을 때 케이팝적인 요소가 하나도 없어서 마치 "외힙"을 듣는 듯한 느낌에 매우 신선했습니다. 심플한 트랩비트러프한 리코더 소리가 날 것의 느낌을 더해주었고, 브릿지에서 고조되다가 훅에서 확 터지는 기존 케이팝 구조를 완전히 탈피해 전반적으로 이지리스닝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노래 자체가 심심하게 들린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벌스와 훅이 제대로 구분되지 않았기 때문에 멜로디나 딕션으로 곡의 심심한 부분을 채워줘야 하는데, 보컬이 강점인 멤버 김채원과 허윤진의 파트를 제외하고는 그렇다 할 '킬링파트'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오토튠이 걸려있다는 점을 감안하고도 전반적으로 가사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번 타이틀곡은 퍼포먼스에 힘을 준 대신 음악은 조금 힘을 뺀 느낌이었습니다. 컴백에 앞서 공개되었던 트레일러를 보고 너무 큰 기대를 해서인지, 새로운 장르를 시도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음악적으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 곡입니다. 

 

 

3. Swan Song

다음은 3번 트랙 'Swan Song'입니다. 모든 걸 쉽게 얻은 것처럼 보이는 르세라핌이 뒤에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우아한 백조에 비유한 곡입니다. 사실 이 노래를 처음 듣자마자 SZA의 'Kill Bill'이 떠올랐습니다. 'Kill Bill'이 레퍼런스 곡이었음을 바로 알 정도로 유사한 부분이 많아, 듣는 내내 레퍼런스 곡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사는 이번 앨범 타이틀 'EASY'와 연결되는 메세지를 담고 있습니다. '쉽게 얻은 것처럼, 내가 운이 좋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힘들게 노력한 결과물이다.'라는 내용이죠.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르세라핌의 아이덴티티는 '자기 확신'입니다. 초반 앨범들에서 르세라핌은 자기 스스로에 확신을 갖고 욕망을 드러내거나, 자신의 약한 부분들까지도 사랑한다는 긍정적이고 자아성취적인 메세지를 전달해왔습니다.

하지만 여러 앨범을 거쳐오면서 '나의 추락을 바라는 사람들', 즉 르세라핌의 노력을 폄하하고 끌어내리려는 "헤이터"들을 향한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태도에 초점을 맞춘 노래가 많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당장 이번 트랙 가사만 보아도 "서사 그만 좀 쓰라고 또 날 조리돌릴테니"와 같은 가사를 볼 수 있듯이 말이죠.

일회성 컨셉이나 주제가 될 수는 있겠지만, "헤이터"에 초점 맞춘 반복적인 컨셉은 대중이 공감하기도 힘들뿐더러 데뷔 초 자아성취와 욕망을 이야기하던 아이덴티티의 기조에 벗어나기에 이 부분 또한 아쉽다고 느껴졌습니다. 

 

 


 

르세라핌이라는 팀의 뚜렷한 아이덴티티와 다채로운 음악을 좋아하는 1인으로서, 기대했던 것만큼 이번 앨범에 대한 아쉬움도 꽤 컸는데요😢 과연 이번 앨범을 기점으로 다음엔 어떤 컨셉과 음악을 들고 나오게 될 지, 르세라핌의 다음 도전에 대한 기대와 응원으로 이번 글 마칠게요!

 

그럼 저 라라는 다음 시간에 또 다른 맛있는 음악을 가지고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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