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인디언 연설문집> 류시화 편
모호크 족 곰 지파의 영원한 천둥(델 아쉬케웨)은 어린 시절 나무 밑에서 체험한 깨달음의 순간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어린아이였을 때, 나는 한 나무 밑으로 걸어간 적이 있었다. 그 나무 밑에 다가갔을 때, 씨앗 하나가 공중제비를 돌며 내 발 앞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자연히 나는 그 씨앗에 시선이 이끌려 바닥을 내려다보게 되었고, 그곳에서 앞서 떨어진 수많은 씨앗들을 보게 되었다. 씨앗이 그토록 많은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씨앗들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몸을 숙였고, 그 씨앗들 하나하나에서 한 그루의 나무가 자랄 수 있다는 사실에 내 가슴은 경이로움으로 가득 찼다.
씨앗이 위에서 떨어진 것을 기억하고 나는 고개를 들어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도 수천 개의 씨앗들이 매달려 있었다. 내가 생명의 경이로움에 사로잡힌 것이 바로 그 나무 아래서였다. 그 나무 한 그루 속에 거대한 숲이 들어 있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그 나무 아래 서 있으면서 나는 살아 있는 모든 존재들 속에 깃든 무한한 가능성을 실감했다. 그 나무 아래 서서, 나는 각각의 씨앗이 한 그루의 나무로 자랄 수 있으며, 그 나무는 또 하나의 숲이 될 수 있음을 이해했던 것이다. 그 한 그루의 나무로부터 나는 온통 나무들로 뒤덮인 아름다운 세상을 내다볼 수 있었다.
그날 나는 나무의 언어를 이해했으며, 나무가 나에게 가르쳐 주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나무들이 나보다 더 큰 영혼을 갖고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평생 동안 나무들에 대해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또한 우리가 크든 작든 위대한 힘을 부여받았다는 것을 이해했다. 편안한 나무 그늘 아래 서서 나는 겸허함을 이해했다. 내 전 생애에 걸쳐 언제나 나를 보호하고 지켜 줄 더 큰 영혼이 존재한다는 것도 이해했다.
내가 배운 모든 사실들에 기뻐하면서 나는 그 새로운 앎을 친구와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의 집으로 한달음에 달려갔지만, 친구는 집에 없었다. 새로 안 사실들을 나눌 수 없게 되어 실망한 나머지 나는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바로 그때, 친구의 집 옆에도 똑같은 나무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 실망은 기쁨으로 바뀌었다. 친구 역시 내가 그 나무로부터 얻은 배움을 조만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더 큰 영혼의 뜻을 이해했다. 나무가 자라는 곳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그 나무의 큰 영혼이 주는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모든 큰 영혼들과 마찬가지로, 나무의 영혼 역시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앎을 나눠 준다. 큰 사람이든 작은 사람이든, 젊은이든 늙은 사람이든, 나무는 모두에게 똑같은 가르침을 베푼다. 내 친구도 틀림없이 나와 똑같은 배움을 얻으리라는 것을 나는 확신했다. 위대한 정령이 하나의 작은 씨앗 속에 그토록 많은 힘을 심어 놓았다면, 인간에게는 얼마나 더 많은 능력을 심어 놓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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